울진군 매화면 매화리 / 이현세만화 매화벽화거리 1500여m 50여컷 작품으로 꾸며져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시대가 바뀌어도 사랑 고백은 변함없다. 이 노래 첫 소절을 듣고 바로 따라 흥얼거린다면 당신은 ‘까치’와 ‘엄지’를 추억하는 세대다. 이현세 만화가 원작인 이장호 감독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 OST에 수록된 정수라의 노래가 1986년 나왔으니 어느덧 40년이 다 되어 간다. 1980년대 만인의 연인이던 엄지와 그녀에게 순정을 받치던 비련의 ‘야구 천재’ 까치는 지금도 매화마을 이현세만화 매화벽화거리에 살아 숨 쉰다.
경북 울진군 매화면 매화벽화로에 들어서자 구멍가게 담벼락에 그려진 까치의 표정이 너무 생생해 금세라도 벽 속에서 튀어나올 것 같다. 매화면사무소 대형 창고 외벽엔 까치, 엄지, 마동탁 등 1980년대 젊은이들의 심장을 강타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들이 과거의 추억으로 이끈다.
전국에 벽화거리가 많이 있지만 이곳은 마을 전체가 거대한 만화책이다.
마을길 1500여m에 50여컷의 작품이 담겼다. 세 가지 코스로 1구간은 매화면사무소와 춘심이네식당 사이 골목에서 시작돼 복지회관까지 이어지는 350m 구간이다. 2구간은 보건소 맞은편 골목에서 시작해 매화중학교장 사택 담을 지나 화살표를 따라가면서 이어지며 후문 안쪽의 쌍디은행나무를 지나 200m가량 계속된다. 이현세의 2005년 작품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를 테마로 조성했다. 복지회관에서 매화3길을 따라가는 250m 길이 3구간은 러브로드로 국내 최초로 걸으면서 읽는 벽화작품으로 꾸며졌다.
거리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추억과 마주하며 지난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담벼락엔 주옥같은 문구들도 적혀 있어 천천히 걸으며 머리를 식히기 좋다. ‘벽을 눕히면 길이 된다’, ‘호기심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상식의 틀을 깨면 비로소 보인다’ 등등. 이곳에 왜 이현세만화거리가 조성됐을까. 이현세 부친의 고향이 매화마을 인근 기성면 사동리라는 인연 때문이다.
울진이 고향인 이현세는 지옥의 링(1983), 아마게돈(1988), 남벌, 폴리스(이상 1993), 천국의 신화(1997), 천국의 신화(연재·2001), 버디(연재·2007)를 선보이며 한국 만화계를 이끈 작가다. 연재가 중단됐던 천국의 신화는 2015년 웹툰으로 부활해 총 96화로 완결되기도 했다.
울진군 중앙에 있는 매화마을은 오일장이 열리고 일제강점기 만세운동이 일어난 유서 깊은 마을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쇠락했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갔고 마을은 황폐화됐다. 그러다 2015년 허물어져 가던 농협 담벼락을 매화중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담은 그림으로 꾸미면서 벽화마을 구상이 시작됐고 이현세 부친 고향이 매화마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억하는 매화1리 이장 등 50∼60대를 주축으로 이현세 만화를 테마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의견이 모였고 울진군과 한울원자력본부가 후원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됐다. 매화 작은 도서관(만화 도서관)이 건립됐고, 작가의 동의를 얻어 2017년 12월에 드디어 벽화거리도 만들어졌다.
동해안 토종 자생 매화의 주산지인 매화마을에는 삼일다방, 동해약포(약방), 양조장, 예배당 등 세월의 흔적이 물씬 묻어나는 건물들이 보존돼 있고 매화전통시장(오일장)도 열려 볼거리가 많다.
남벌열차카페에선 따뜻한 전통차와 커피를 마시며 이현세의 만화들을 읽을 수 있다. 남벌은 한·일 가장전쟁을 소재로 해 대히트했던 1990년대 초반 대표작. 신칸센 열차가 욱일기를 뚫고 나오는 대형 벽화를 배경으로 까치와 영원한 라이벌 마동탁,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지의 브론즈상이 세워져 포토존으로 인기다.
매화 작은 도서관은 이현세의 작품 1000권을 포함해 만화도서 2000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일반도서까지 모두 9000권이 비치됐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전국의 만화 마니아들이 찾는다.
#궁궐 짓는 금강송숲서 힐링하고 울진대게도 맛보고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송 에코리움은 울진금강송숲을 테마로 쉼, 여유, 치유를 하는 체류형 산림휴양시설이다.
금강송 테마 전시관, 금강송 치유센터, 숲 체험길, 찜질방, 유르트, 특산품 전시장 등을 갖췄고 숲길을 걷는 트레킹, 마음을 정화하는 요가, 차훈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단독주택 형태인 숙박시설은 2∼4인용, 5∼6인용, 10인 이상 등 다양한 타입으로 구성됐고 실내는 소나무향이 가득하다. 특히 누워서 천장의 창을 통해 별을 볼 수 있는 객실도 있어 인기다. 수련동 주변 가로등은 별 관측을 돕기 위해 밤 10시 이후 소등하고 객실에는 TV도 없어 복잡한 도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온전한 힐링을 즐길 수 있다.
소광리 울진금강송숲은 서울 여의도보다 8배나 큰 1800㏊의 면적에 수령 200년이 넘은 금강송 8만그루가 멋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소광천이 흘러내리는 백병산과 삿갓재 기슭에 자리한 금강송 군락지는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과 ‘생태관광자원 분야의 2012 한국관광의 별’ 등에 선정됐다.
울진에선 요즘 맛이 제대로 오른 울진대게와 울진붉은대게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오는 23∼26일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선 2023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도 열린다.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풍어 해원굿 등 공연 프로그램과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체험놀이마당과 선상일출 요트 승선 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궁중의상 체험, 게장 비빔밥과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 다양한 체험도 진행된다. 또 붉은대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도 무료 시식할 수 있다.
/ 세계일보 2023.2 울진=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대게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진상품으로 그 맛이 널리 알려진 식재료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부터 맛볼 수 있다.
대게의 일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게 전시관’과 후포 요트학교에서 운영하는 요트 체험, 맨손 활어 잡기 체험, 대게 무료 시식행사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 세계일보 2023 박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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