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에서 보내는 느긋한 휴가, 가야산 심산유곡
담대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마주하니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성주의 가야산에는 고색창연한 빛깔을 가진 보석같은 계곡이 꼭꼭 숨어있다. 사람들을 피해 지친 마음을 재충전하기에 제격이다. 작지만 한적하니 쉬다 갈 수 있는 가야산의 심산유곡(深山幽谷)을 소개한다.
신비로움을 간직한 영산, 가야산
경북 성주군과 경남 합천군에 걸쳐 있는 가야산은 예부터 그 풍채와 기운이 남달라, 명산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산이다. 해발 1,433m 칠불봉(성주군)을 주봉으로 상왕봉과 남산, 단지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들로 이뤄져 있다.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가야산은 성주와 합천 일대에서 일어난 대가야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국여지승람> 기록에 의하면 가야산은 삼국 시대 이전부터 선인들의 유람과 수도처로서 명성을 떨쳐온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신라 때에는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는 영산(靈山)으로, 고려 시대에는 팔만대장경판을 품은 불교 성지로서, 조선 시대에는 수려한 풍광으로 조선 팔경에 이름을 올렸다.
산세가 부드러운 합천군 쪽과 달리, 성주군 쪽 탐방로는 거칠고 가파른 것이 특징이다. 합천에 해인사가 있다면, 성주의 가야산은 만물상으로 대표된다. 능선을 따라 기묘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주욱 늘어선 거친 풍광은 마치 금강산을 떠올릴 만큼 장대하다.
만물상은 바위 하나하나가 모여 만 가지 형상을 이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2010년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아직 태초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코스, 수많은 등산객이 가야산국립공원 최고의 능선으로 꼽는 이유다. 성주군 수륜면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서 만물상 탐방 코스가 시작되니,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가야산의 물줄기,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백운동 계곡
가야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수많은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다, 고령군에서 모여 낙동강이 된다. 그중 가야산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성주의 용기골과 합천의 홍류동 계곡을 꼽을 수 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홍류동 계곡과는 달리, 용기골의 계곡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찾지 않아 느긋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용기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백운동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 남쪽으로 수 km 나 이어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계곡을 끼고 자리 잡은 숙소에서 프라이빗하게 피서를 즐기려는 이들로 붐빈다. 수영장이 딸린 풀빌라부터 유럽풍 펜션,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평상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숙소가 있으니 취향이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산과 계곡을 동시에 느껴보고 싶다면 백운동탐방지원센터 앞에 조성된 백운동야영장을 추천한다. 가야산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백운동야영장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성수기에는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숲과 계곡이 잘 어우러져 있어 한적하게 더위를 피하기 좋은 장소다.
특히 주변에 수목이 많아 온종일 시원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계곡을 만끽하며 숲속의 상쾌함을 맘껏 느껴보도록 하자. 근처에는 가야산에서 자라는 다양한 희귀식물을 살펴볼 수 있는 가야산 야생화식물원과 가야의역사를 배우는 가야산역사신화공원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고색창연한 빛깔의 포천계곡, 그리고 만귀정
포천계곡은 여름철이면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여행자가 찾는 성주의 대표적인 피서지다. 약 10km에 이르는 물줄기를 따라 곳곳에 기암절벽과 너럭바위, 크고 작은 폭포가 어우러진 절경이 펼쳐진다. 반석의 짙푸른 무늬가 베[布]를 널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포천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포천계곡의 최상류인 만귀정(경북문화재자료) 주변에서는 고색창연한 빛깔의 청정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맑고 투명한 물줄기가 바위마다 부딪쳐 계곡을 만들고, 화강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수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만귀정은 조선 후기 문신이자 당대 최고의 선비로 불리는 응와 이원조 선생이 60세에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한 후,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정자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폭포와 족히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소나무 숲, 소박하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만귀정의 풍경은 그야말로 ‘심산유곡’이다.
큼지막한 너럭바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꿀 같은 휴식을 취한다. 맑은 물속에 발을 담그니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더위가 싹 가신다. 이를 두고 이원조 선생은 “아홉 구비 홍개동 한 하늘이 열렸네. 백 년을 아껴둔 이 산천일세. 새로이 정자 지어 몸을 누이니, 속세가 아니로세 별천지로세.”라고 표현했다. 참고로, 폭포에서 물줄기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거대한 수로를 발견할 수 있다. 놀랍게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물놀이가 목적이라면 포천계곡 하류가 제격이다. 하류로 갈수록 계곡의 폭이 상당히 넓어지고 수량도 풍부해진다. 하천형 계곡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투명하고 주변 경관이 뛰어나 물놀이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게다가 계곡을 끼고 펜션과 야영장, 음식점이 늘어서 있으니 평상을 대여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숨겨진 비경, 마수폭포
진 비경. 산 속에 영험한 기운으로 가득한 신비스러운 폭포가 숨겨져 있단다.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법한 임도를 따라 나아가다 보니,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는 산길이 앞을 막는다. 저 멀리 어디선가 힘찬 폭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신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마수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암각되어 있는 암석과 가느다란 빛 몇 줄기가 전부인 어두침침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바위 틈 사이로는 폭포가 시원스레 쏟아진다. 반석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에 살며시 발을 담근 채, 자연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출처 : 여행스케치 2022 민다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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