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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영월 하송리 라디오스타촬영지 서부시장

by 구석구석 2022.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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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스타’, 끝나지 않은 영화

영화는 그야말로 뻔하다. 영화 ‘라디오 스타’는 퇴락한 록스타와 그를 한결같이 지켜줬던 매니저의 우정 얘기다. 잊혀 가던 왕년의 스타가 지방 소도시 라디오 음악방송 진행자로 밀려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인기를 얻어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로부터 중앙 무대로의 화려한 복귀를 제안받지만, 오래 함께해 온 매니저를 택한다는 줄거리. 골백번도 더 본 익숙한 플롯.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영화는 제법 울림이 있다.

 

‘라디오 스타’의 주 무대는 영월. 영화 속에서 왕년의 스타가 음악방송을 진행하는 지방 소도시가 영월이다. 기록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라도 영화 촬영지는 영화보다 더 빨리 잊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그마치 15년 전에 개봉된, 그해 흥행 순위 20위권 밖의 영화가 아직도 영월을 상징하고 대표한다. 영월에서 영화 ‘라디오 스타’는 잊히기는커녕 점점 더 또렷해진다는 느낌이다. 이름난 영화 세트장이 두어 해만 지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것을 생각하면 유별난 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영월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소도시의 공간이다. 영월에는 빼어난 풍경의 명소가 여러 곳 있지만 영화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속 영월의 공간은 모두 삶의 냄새가 묻어나는 곳들이다. 다방과 세탁소, 중국집, 꽃집, 여관방…. 이런 소도시의 일상 공간은 상투적이면서도 따스한 영화의 내용과 그야말로 짝 달라붙는다.

영화 ‘라디오 스타’는 영월의 관광 명소를 단 한 곳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영월을 널리 알렸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다. 이전에는 영화를 보고 영월을 찾아간 이가 많았지만, 이제는 영월에 가서 15년 전의 영화 ‘라디오 스타’를 알게 되는 이가 더 많다. 처음에는 영화가 공간을 기억하게 했지만, 이제는 공간이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셈이다. 그야말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 영화가 도시에, 그리고 도시가 영화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월에는 ‘라디오 스타 박물관’도 있다. 영화 속의 주 무대였던 KBS 영월방송국이 문을 닫자 영월군이 사들여 개관한 박물관이다. 지방 소도시에 영화 한 편을 테마로 박물관이 들어선 것도 이채로운 일이지만, 그보다 더 뜻밖인 건 영화를 개봉한 지 9년 뒤인 2015년에 박물관이 개관했다는 점이다. 영화 개봉 9년째면 열었던 박물관도 닫아야 할 판이 아닌가. 영화를 통해 영월이, 영월을 통해 영화가 그만큼 오래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다. 박물관에는 라디오 발달사부터 영화 장면 속 뒷얘기 등을 전시해 뒀는데, 관람객이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듯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특히 흥미로웠다.

 

# 메밀전병과 부꾸미… 흥겨운 장 구경

영월이 아직도 ‘라디오 스타’를 추억하게 하는 건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이 지금도 거의 그대로라서 더 그렇다. 지방 소도시의 속도는 느리고, 사람들은 수십 년을 묵묵히 같은 일을 하면서 산다. 라디오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은 다방 종업원이 일하던 ‘청록다방’도, 다방 외상값이 밀린 ‘김 사장님’의 ‘곰 세탁소’도, 영화감독이 주방장으로 등장한 중국집 ‘영빈관’도 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굳이 찾아다닐 것도 없다. 손바닥만 한 영월읍의 번화가를 걷다 보면 다 만나게 된다.

영월읍은 걸어서 돌아보기에 딱 좋은 정도 크기다. 도심을 걸어서 돌아보겠다면 영월 서부시장을 기점으로 삼는 게 좋겠다. 시장이니 볼거리가 많기도 하고, 한복판에 주상복합 건물이 우뚝 서 있어 어디서든 찾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영월에는 상설시장인 서부시장과 중앙시장, 그리고 오일장인 덕포장이 있다. 어느 도시나 가장 큰 시장은 ‘중앙시장’이지만, 영월은 서부시장이 훨씬 더 크다. 그 이유인즉 이렇다. 본래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영월 상권의 중심이었던 중앙시장은 1990년대 들어 여러 차례 홍수로 침수돼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결국 시장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아래층에 시장을 들이기로 했는데, 이 계획이 10년 이상 지체되면서 그 사이에 서부시장이 대표 시장이 됐고, 중앙시장은 메밀전병이나 수수부꾸미, 칼국수 등 지역 향토음식을 파는 작은 상가가 돼버리고 만 것이다.

서부시장은 시장 건물 옥상 외벽에 영화 ‘라디오 스타’의 주연배우 안성기, 박중훈 그림을 그려놓아 찾기 쉽다. 서부시장은 이것저것 다 파는 상설 종합시장인데, 관광객들은 닭강정이나 닭발,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등을 즉석에서 조리해 파는 음식점 좌판을 주로 찾는다. 영월 시장의 메밀전병 가격은 지난해 9월 한꺼번에 50%나 올랐지만, 15년 만의 가격 인상이었던데다 그래 봐야 1개에 1500원이니 뭐 큰 부담은 없다.

서부시장 주변에는 ‘요리 골목’이 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석탄산업이 호황이었던 시절 영월의 탄광 노동자들이 드나들었다는 음식점 골목이다. 옛 모습은 남아 있는 게 없지만, 군데군데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벽화와 시, 소설 등을 적어놓았다. 벤치에 앉아 있는 형상의 영월 출신 영화배우 유오성 동상도 있다. 요리 골목은 한쪽 끝을 영월초등학교 정문에 대고 있어 찾기 쉽다. 마침 영월을 찾은 날이 장날이라면 덕포장을 추천한다. 덕포장은 4, 9일에 서는 오일장인데, 장날이면 영월역 부근의 동강 천변에 시장 좌판의 천막이 길게 늘어서 제법 장 구경이 재미있다.

 

/ 문화일보 2021 박경일전임기자

 

하송리 217-2 동강사진박물관 033-375-4554

영월은 2001년 9월 1일 '동강사진마을'을 선언하고 2002년 여름 '동강사진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국내 사진문화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곳 영월에 사진박물관을 건립함으로서 동강사진마을-동강사진축전-동강사진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문화관광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 대지면적 : 9,098.00㎡ (2,752.14평)
■ 연 면 적 : 1,905.73㎡ (576.48평)
■ 규    모 : 지하 1층, 지상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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