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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드라이브 뚜벅이

불암산둘레길코스완성

by 구석구석 2020.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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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에 이어 불암산 둘레길이 2010년 9월에 열렸다. 

 

서울에 생긴 두 번째 둘레길이다. 서울을 등지고 앉은 불암산은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로 치솟은 정상의 풍모가 돋보이는 산이다. 이러한 남성적 기품 덕분에 규모가 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불암산은 산세나 규모 면에서 북한산과 비교가 되지 않지만, 둘레길만 놓고 보면 걷는 맛과 풍광이 북한산보다 한 수 위다. 

불암산 둘레길 코스는 두 가지. 자연·생태 경관 중심인 하루길(10㎞)은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정상과 산비탈을 타고 돈다. 길이 역동적이고 풍광도 좋다. 공릉동 일대 역사·문화유적 중심의 나절길(8㎞)은 화랑로를 따라 서울여대와 육군사관학교 일대의 버즘나무 군락과 태릉을 끼고 있어 문화 유적을 둘러보기에 좋다.

 

불암산 둘레길 두 가지 코스를 검토하다 하루길과 나절길을 섞어 덕능고개~넓은마당~104마을 갈림길~서울여대 앞~태릉으로 코스를 잡았다. 불암산 정상 일대를 뺀 대신에 태릉의 문화유적을 넣은 것이다.

덕능고개는 수락산과 불암산을 잇는 능선의 고갯마루로 서울 상계동과 경기도 별내면을 이어준다. 여기서 수락산과 이어진 생태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 길을 따른다. 굽이굽이 산길을 타고 돌면 나무데크로 꾸민 작은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 오르면 일필휘지로 펼쳐진 북한산 연봉이 장관이다. 이어 낙엽 수북한 길을 따르면 차 소음이 크게 들린다. 수락산과 불암산을 관통해 뻗은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나는 소리다.

둘레길도 차 소리가 싫은지, 불암산 품으로 꺾어지고 곧 화엄사를 만난다. 화엄사 앞에서 길이 좀 헷갈린다. 산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계속 시멘트 길을 따라야 한다. 100m쯤 내려오면 아파트가 나오고, 그 앞에 정자가 있다. 정자 앞에서 시야가 넓게 열린다. 수락산 머리에 앉은 바위들이 잘 보이고, 왼쪽 멀리서는 북한산이 다정하게 내려본다.

정자를 지나면 불암약수터 공원에 닿는다. 이곳을 둘레길에서 넓은마당이라고 한다. 넓은마당을 지나면 덕암초등학교 앞부터 학도암 입구의 넓적바위까지 2㎞쯤 ‘불암산 횡단형 건강산책로’가 시작된다. 둘레길은 이 길을 그대로 따른다. 이 길은 불암산 둘레길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걷기 좋고 풍광도 빼어나다. 건강산책로 덕분에 불암산 둘레길은 예산을 줄이고 인공시설물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넓은마당

생성약수터와 불암계곡을 지나면 길은 평지와 다름없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길을 만나고, 위에서 아래에서 옆으로 사방에서 사람들이 교차한다. 양지초소 사거리를 지나 500m쯤 가면 만나는 넓적바위는 횡단 산책로의 종점이다. 여기서 학도암이 가깝기에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암자 뒤편 13.4m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에 양각 기법으로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이 볼 만하다.

 

둘레길의 핵심 ‘불암산 횡단형 건강산책로’

“이 길 진짜 좋다 야!”

 

“거 봐, 내가 오자고 했잖아. 호호~”

 

친구로 보이는 중년 여성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정겹다.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묻자, 길이 편하고 중간중간 약수가 많고, 힘들면 어디서든 하산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넓적바위부터 인적이 뚝 끊긴다. 산책 나온 주민은 사라지고 순수하게 둘레길을 걷는 사람만 남는다. 20분쯤 지나자 아래쪽으로 허름한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 북부에 남은 유일한 달동네인 104마을이다.

여기서 10분쯤 더 가면 104마을 갈림길. 여기서 하루길과 나절길이 갈린다. 갈림길에서 나절길로 접어든다. 길은 태릉 철조망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데, 울창한 숲길인 태릉 안으로 걸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30분쯤 지나면 공릉산 백세문 앞. 여기서 둘레길은 대로인 화랑로를 따른다. 갑자기 도심으로 내려와 어리둥절하지만, 서울여대 후문을 지나면서 버즘나무 가로수가 펼쳐져 그런대로 분위기가 괜찮다. 이어 태릉 입구. 능 입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왕릉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전시관이 생겼다.

 


information

●불암산 둘레길 가이드 둘레길은 자연·생태 경관이 중심인 하루길(10㎞)과 공릉동 일대 역사·문화유적 중심의 나절길(8㎞)로 나뉜다.

하루길은 덕능고개부터 넓은마당∼넓적바위∼104마을 갈림길∼삼육대 갈림길∼불암사∼불암산 정상∼덕능고개로 이어지며, 나절길은 104마을 갈림길∼공릉산 백세문∼서울여대 앞~삼육대 정문∼삼육대 갈림길 구간이다. 불암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하루길이 좋고, 나절길은 도로를 따르기에 걷기보다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여기에 소개한 덕능고개~104갈림길~태릉 코스는 둘레길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길이다. 거리는 9.3㎞ 4시간쯤 걸린다. 불암산 정상을 넣고 싶으면, 불암사를 들머리로 먼저 정상을 오른 후에 느긋하게 둘레길을 걷는 것이 좋다.

●교통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1번 출구로 나와 33-1, 17번 버스 등을 타고 덕능고개에서 내린다. 불암사는 1호선 석계역과 6호선 화랑대역 1번 출구로 나와 1155번 버스를 타고 불암동에서 내린다.

●맛집 불암동에서는 함흥장터토종순대(031-527-5774)가 맛집으로 산꾼은 물론 주민도 즐겨 찾는다. 아바이순대의 불암사와 정상 중간쯤에 자리한 동굴매점에서는 담백한 멸치국수로 요기할 수 있다. 상계동에서는 40년 전통의 현가당고개냉면(02-936-6481)이 유명하다. 달착지근한 동치미 육수에 쫀득한 면발이 잘 어울린다.

 

여성조선 2011.10 진행 백은영 취재팀장 | 취재 월간 산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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