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매화 향에 취하고, 노란 산수유 품에 안기고
지난달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는 올 3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봄꽃 개화 시기도 예년보다 하루 이틀 앞당겨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개나리가 오는 14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개화하고 이어서 남부 지방은 15∼25일, 중부 지방은 25∼30일 꽃망울을 터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봄꽃은 보통 개화 일주일 뒤면 만개한다. 봄꽃의 개화·만개 시기에 맞춰 전국의 자치단체도 축제 일정을 조율한다.
오는 5월까지 온 강산을 달굴 봄꽃 축제 일정표를 공개한다. 일정표만 봐도 기분이 환해진다. 봄은 역시 꽃이다.
봄의 전령사라면 으레 매화다. 그래서 제주도의 매화 축제는 일찍 왔다가 간다. 서귀포 노리매 공원의 매화 축제가 지난 1일 이미 끝났고, 지난달 13일 시작한 한림공원 매화 축제는 오는 13일까지만 이어진다.
매화로 한바탕 잔치가 펼쳐지는 고장이 있다. 전남 광양이다. 광양 청매실농원에서 매화 꽃잎이 흩날려야 비로소 봄이 완연했다고 할 수 있다. 청매실농원 전망대에 오르면 매화 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너머로 섬진강 물결이 반짝이는 장면과 맞닥뜨린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봄날의 장관 중 하나다. 올해 광양 매화 축제는 18일 개막한다.
광양 매화 축제와 더불어 3월 봄꽃 축제의 쌍벽을 이루는 축제가 전남 구례의 산수유 축제다. 올해 산수유 축제는 매화 축제보다 하루 늦은 19일 시작된다. 광양 매화 축제가 흰색의 향연이라면 구례 산수유 축제는 노란색 잔치다. 지리산 온천 관광단지 인근의 상위·하위 마을 일대가 온통 노랗게 물든다. 산수유 축제와 매화 축제가 열리는 현장은, 길이 밀리지 않는다면 자동차로 1시간 안쪽 거리에 있다. 나들이 한 번에 두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봄꽃의 계절은 사실 4월이다. 봄꽃의 대명사 벚꽃이 이때 만발하기 때문이다. 벚꽃뿐만이 아니다. 개나리·유채·진달래·철쭉도 4월이 되어야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4월 1일에 축제가 몰려 있다. 국내 최대의 벚꽃 잔치인 진해군항제(4월 1∼10일)를 비롯해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 십리 벚꽃길 축제(4월 1∼3일), 전남 여수의 영취산 진달래 축제(4월 1∼3일) 등이 이날 일제히 개막한다. 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도 올해는 4월 1일 열릴 예정이다. 서울 성동구 응봉산의 개나리 축제도 같은 날 시작한다.
4월 중순이 되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목포 유달산 꽃축제가 4월 9∼10일 이틀간 열린다. 경남 창녕군의 낙동강 유채 축제(4월 15∼19일), 인천 강화도의 고려산 진달래 축제(4월 16∼30일)도 4월 중순에 열리는 대표적인 꽃 축제다.
봄꽃 축제의 마지막은 철쭉이 장식한다. 다만 철쭉은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지리산 자락의 바래봉 철쭉제(4월 23일∼5월 22일 예정), 경남 합천의 황매산 철쭉제(5월 4∼18일), 충북 단양의 소백산 철쭉제(5월 26∼29일) 등 주요 철쭉 축제가 산 위에서 진행된다. 매화부터 철쭉까지 차례대로 피어나는 봄꽃을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봄도 지나가고 만다.
글=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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