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상도동 488 숭실대입구 강남재래시장 812 6231
노량진공원 ~ 서달산 산책로 / 2시간30분(쉬는 시간 포함)
노량진공원 길은 잊힌 숲길이다. 그런데 콘크리트에 묻혀버린 줄 알았던 그 능선 오솔길이 ‘노량진공원’이란 명찰을 단 깊은 산중에 숨어 있었다. 그 위에 현대식 공원시설을 갖춘 채 말이다. 노량진공원에 이어 걷게 되는 서달산 서쪽 능선의 길은 나무데크를 통해 이어지면서 그윽한 숲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길에는 두 곳의 전망(展望)명소가 있다. 노량진공원에서는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한 북쪽이 선명하게 보이고, 서달산 정상에 세워진 ‘동작대’ 전망대에서는 360도 사방이 훤히 보인다.
한강대교 남단(南端)에서 이어지는 상도터널 위에 아파트들이 열을 지어 들어선 후, 그곳의 숲길은 완전히 맥이 끊긴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고(高)해상도의 항공사진을 분석하며 길을 찾다 보니 상도터널 위로 흙길이 희미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노량진공원’이라고 불리는 이 숲길은 중앙대학교 뒤의 잣나무 길로 시작되는 서달산 서쪽으로 연결된다. 콘크리트에 모조리 덮인 줄 알았던 이 숲길을 걷다 보니 잃어버린 자식을 되찾은 것처럼 마냥 흥분이 됐다.
지하철 9호선 노들역 4번 출입구(1)를 나오며 이 길을 시작하자. 왼쪽으로 유턴하듯 돌아가면 곧바로 오른쪽으로 쌍용아파트 입구가 보인다. 아파트 102동 옆으로 비밀스럽게 솟은 석축 옆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계단 위의 세상은 ‘비밀의 숲길(2)’이다. 능선을 따라 걸을 수도 있고, 왼쪽 중턱 오솔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차피 길은 저 끝에서 다시 만나니 기왕이면 깊은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중턱길을 선택해 보자.
5분 넘어 길을 가면 상도터널 위로 작은 터널 입구가 보인다. 입구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 ‘노량진공원’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왼쪽 아파트 단지 앞길로 향한다. 아파트 단지를 오른쪽에 두고 3분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조망명소’라는 이정표가 있다. 그곳으로 오르면 곧 너른 공터와 정자 쉼터다. 조망명소는 오른쪽으로 50m 정도 가면 나온다.
조망명소 데크에서는 바라본 한강철교가 또렷하게 보인다. 멀리 솟은 안산, 인왕산, 북악산은 서울의 뿌연 하늘에 가려 좀처럼 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조망명소에서 다시 정자 쉼터로 돌아가서 그대로 지나쳐간다. 공중화장실을 50m 앞둔 곳에는 오른쪽 숲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이 있다. 여기서 3분쯤 걸으면 사각형의 정상(頂上)표지석이 나타난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표지가 이곳이 능선의 정상임을 알린다.
노량진공원 정상석을 지나 맞은편으로 내려가면 곧 넓은 임도(林道) 같은 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간다. 곧바로 만나는 컨테이너 가(假)건물 앞 갈림길에서 왼쪽 계단으로 내려간 후 곧바로 오른쪽으로 간다. 강남초등학교 담장을 오른쪽에 두고 100여m의 실낱같은 흙길이 이어지다 중앙대학교 후문 부근의 찻길로 떨어진다.
찻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중앙대학교 후문 앞 삼거리다. 찻길을 건넌 후 ‘상도로53길’ 이정표를 따라 찻길 옆 인도로 간다. 5분이 채 안되어 왼쪽 석축 위로 작은 정자 쉼터가 보일 것이다. 그 위로 올라간다. 정자 옆으로는 ‘서달산 자연관찰로’ 푯말과 안내지도가 서달산 길의 시작을 알려준다.
정자에서 잠시 쉰 후 ‘잣나무숲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나무계단을 오른다. 심은 지 몇 년 안돼 보이는 키 작은 잣나무들이 도열한 이 길은 단풍나무가 바통을 이어받기도 하고, 이 숲의 터줏대감인 아까시나무가 길손을 맞기도 한다. 한여름에는 보라색 맥문동꽃이 길가를 수줍게 장식한다. 사계절 언제 걸어도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갖는다.
10분 넘게 이어지던 이 숲길은 국립현충원을 둥그렇게 감싸는 서달산 동쪽 주능선으로 건너가는 생태육교로 이어진다. 생태육교로 향하는 이정표에는 ‘현충원’, ‘피톤치드체험장’이라고 적혀 있다. 생태육교를 지나 서달산 주능선(4)에 닿으면 향할 곳은 서달산 정상. 산 정상은 해발 179m지만, 경사가 그리 급하지는 않다. 그대로 직진하듯 언덕 위를 오르면 10분이 채 안되어 서달산 정상에 닿게 된다.
서달산 정상에는 근엄한 폼을 잡고 있는 삼층 정자 ‘동작대(銅雀臺)’가 우뚝 서 있다. 삼층 정자는 주변의 잣나무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여기서는 사방으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들이 자라 정자의 시야를 가리게 되면,누각 한 층을 더 올려야 하나’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동작대 이후의 길은 길 안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쉽다. 국립현충원(국립묘지) 담장(4)을 왼쪽에 두고 나 있는 담장 옆길만 따라가면 된다. 담장 옆이라서 삭막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길은 야무진 숲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치게 정비해 놓는 바람에 계단이 곳곳에 생겼지만,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걷기에는 무리가 없다. 다만 작년 가을, 태풍 곤파스의 강풍이 파헤쳐놓은 상처가 숲 곳곳을 훤하게 비워놓은 것이 아쉽다. 이 길에는 작은 돌에 소원을 담아 쌓은 소망탑도 있고, 국립현충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도 두 곳 있다.
이 개방문을 통해 현충원 안으로 들어가 순례길로 코스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현충원 개방문(사당동)’은 소망탑을 지난 지 1분여 만에 나온다.
현충원 개방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담장 오른쪽 길을 50분 정도 계속 걸으면 동작역 맞은편으로 내려가는 꽤 긴 나무계단을 만난다.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내려가는 것이 좋다. 이 계단을 내려오면 동작대로 맞은편으로 동작역이 보일 것이다. 왼쪽에 보이는 육교를 건너가면 곧장 동작역(5)과 이어진다.
/ 월간조선 윤문기 걷기칼럼리스트
서달산 숲길과 현충원 순례길 / 6.5km / 3시간내외
봉황이 알을 품은 봉황포란형(鳳凰抱卵形) 명당이라는 풍수지리가들의 말을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동작동 국립현충원은 낮고 순한 능선이 아늑하게 외곽을 둘렀다. 관악산 지맥(地脈)을 이어받은 서달산 능선이 북동쪽을 향해 열린 U자 형태를 보이는 것이다. 공작봉이라고도 불리는 이 산자락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진 분들이 조용히 영면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이런 길지(吉地)의 아늑한 숲 산책로를 안팎으로 순례하는 이 길을 걷고 나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커져 있을 것만 같다.
국립현충원을 연결하는 지하철 동작역은 서울걷기여행 코스의 중요한 관문이다. 국립현충원의 관문이면서, 반포천 헤밍웨이 코스가 역사(驛舍)에서 곧장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역사에서 한강시민공원으로 나가면 꽃밭이 아름다운 서래섬을 거쳐 반포분수다리(잠수교)를 건너갈 수도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용산가족공원까지 가는 수변길을 한가로이 걸을 수 있다.
서울 걷기코스의 교차로라고 불러도 좋을 동작역은 반포천 물줄기 위에 역사를 올려 지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특이한 방법으로 출입구를 열어놓았다. 이 코스의 들머리인 3번 출입구(1)는 큰 도로를 건너는 육교 끝 부분의 계단 바로 앞 난간에 출구번호 표기를 달았다. 이 표기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50m 앞에 서달산 능선으로 곧장 치달아 오르는 나무계단 입구(2)가 나온다. 몇 계단 올라서다 위를 바라보면 까마득해 보이는 계단에 진저리가 쳐질지도 모른다.
한꺼번에 다 오른다고 생각하면 무리가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천천히 계단 숫자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올라보자. 계단 폭이 넓어서 힘들면 앉아서 쉬었다 가도 된다. 다른 이의 통행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 넉넉한 계단은 이곳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거리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는 쉼터가 기다린다. 그 후로는 그야말로 걷기 좋은 숲길만 열린다. 오른쪽으로 국립현충원 담장을 끼고 걸으니 길 찾기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초록색 울타리를 동무 삼아 녹음(綠陰)이 짙은 숲길을 걷는다. 얼마간 걸으면 국립현충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이 보인다. 지금 걷는 현충원 담장길에서 현충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세 개의 개방문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개방문은 ‘흑석동 문’이다. 우리는 ‘상도동 문’을 이용할 것이니 담장을 따라 15분 정도 더 울타리 숲길 산책을 즐기자.
그러면 어느새 현충원으로 진입할 ‘상도동 문(3)’ 앞에 다다른다. 문을 넘어 국립현충원 안으로 들어선다.
1956년 대통령령(令)으로 군(軍)묘지령이 제정되어 안장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국립현충원. 처음에는 국군묘지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고, 1965년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애국지사, 경찰관, 향토예비군 안장이 가능해졌다. 묘역 구간을 제외한 산림지역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덕에 식생(植生)이 매우 안정되어 있다.
상도동 개방문을 통해 현충원 안으로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길은 왼편으로 뻗는다. 안으로 들어왔으니 지금껏 오른쪽에 있던 담장이 왼쪽에 있게 된다. 담장과 멀어지며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저절로 제 모습을 갖춘 현충원 참나무숲길을 걷는다.
곧 왼쪽으로 현충원에 잠든 호국영령들을 좋은 세상으로 인도하는 호국지장사(護國地藏寺) 사찰 경내로 들어설 수 있다. 국립현충원과 함께 건립된 사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통일신라시대에 도선(道詵)국사에 의해 갈궁사(葛宮寺)란 이름으로 최초 창건되었다고도 하고 고려 공민왕 때 보인스님이 세웠다고도 한다. 이후 1577년(선조10년)에 중종임금의 후비인 ‘창빈 안씨’ 묘가 인근에 들어서며 왕실 원찰(願刹)로 지정되어 화장사(華藏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때는 이 산의 이름도 서달산이나 공작봉이 아닌 화장산이었단다. 그 후 국립현충원이 들어서면서 사찰 이름이 호국지장사로 바뀌었다. 사찰 안에는 600여 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철불좌상과 함께 조선 후기 화원스님이 그린 능인보전의 탱화 등 문화재도 여럿 전해진다.
지장사에서 2500위(位)의 지장보살상을 등지고 경내를 빠져나오다 보면 오른쪽에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약수터가 있다. 기분 좋게 목을 축이고 다음 길로 가자. 곧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이다. 지금부터는 아스팔트로 덮은 포장길을 걷지만 우거진 녹음 속의 그늘길이기도 하다.
5분 넘어 이 길을 걸으면 오른쪽으로 박정희 대통령 내외 묘소 입구(4)가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하고 나온 후에는 그보다 아래쪽에 모셔진 김대중 대통령 묘소와 이승만 대통령 묘소도 차례로 참배한다. 이분들의 마음을 가슴에 안고 다시 박정희 대통령 묘역 입구 부근에서 시작되는 솔냇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솔냇길(5)은 국립현충원의 남서쪽을 감싸는 길로 현충원이 품은 가장 아늑한 산책로다. 서달산 기슭으로 곧게 뻗은 이 길은 아랫녘으로 넓게 자리한 묘역의 참배길과는 다른 휴식의 공간이다. 그래서 산책 삼아 천천히 걷는 이들을 적잖게 만난다. 솔냇길이라는 이름은 솔향이 그윽하다는 말일 테지만 실상은 은행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노란 은행잎이 속절없이 떨어진 12월에 걸으면 걷는 이의 마음도 노랗게 물들 것 같은 길이다.
20여 분 정도 솔냇길을 걷다 배롱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왼쪽 내리막으로 간다. 100일 동안 꽃을 피운다고 하여 백일홍나무라는 별칭을 갖는 배롱나무가 길 가운데로 뻗은 화단에서 등불 같은 꽃을 여름마다 피워낸다. 배롱길을 마치면 길은 곧 현충원 정문으로 이어진다.
국립현충원의 넓은 문이 가까워질수록 번잡한 도심의 소음도 점차 다가온다. 하지만 죽어 안식을 찾은 이 땅에서는 그것조차 내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렇게 다시금 이 세상에 섞여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 월간조선 윤문기 (사)한국의길과문화 사무총장ㆍ도보여행전문가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서달산 달마사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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