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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울산광역시

울주 상북면-등억리 밝얼산 간월산 등억온천

by 구석구석 201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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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상북면 등억온천 아랫마을에서 밝얼산 정상(739m)~배내봉 정상(966m)~890봉~간월산 정상(1,083m)~간월산 전망대~간월산 공룡능선~간월산장을 거쳐 다시 출발지로 내려오는 13.9㎞를 7시간 동안 힘겹게 걸었다.

 

 


323번 버스가 다니는 도로 옆 식당 '손멧돌순두부'에서 도로를 건너 '청량가든'이라는 표지판을 따라간다. 포장도로를 조금만 올라가다 작은 실개천과 감나무들이 보이면 개천을 건너지 말고 좌회전 해 포장도로를 빠져나온다. 6기의 무덤이 보인다. 무덤을 바라보고 무덤 위 왼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간다. 노란 '부산일보' 리본을 확인하자.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평지 옆 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길다운 길과 만난다. 들머리를 출발한 지 40분 만이다. 헤맨 것을 고려한다면 20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다. 여기서 우회전. 마치 '세상이 나면서부터 있었던' 것 같은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다. 길은 5분쯤 후 차가 지나다닐 만한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에서 좌회전. 20m 정도를 걷다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임도를 벗어난다.

경사가 가파르다. 503봉우리가 코앞이다. 5분쯤 가파른 숲을 가로질러 오르면 다시 갈림길. 오른쪽 길은 503봉우리로 향하고, 왼쪽으로 난 능선길은 밝얼산으로 향한다. 503봉우리를 지나치고 그대로 밝얼산으로 방향을 정한다.

영남알프스의 주능선 가운데 배내봉에서 옆으로 갈라져 나온 밝얼산은 '밝어리산', '밝얼재'라고도 불린다. '밝'은 신불산의 '불(佛)'자와 함께 '광명'을 뜻한다. 밝얼산 남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오른다. "부산의 산꾼들에게 영남알프스는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야, 하지만 이 능선길은 그나마 아직 사람들의 발 때가 아직 덜 탄 곳일세." 산행대장의 설명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밝얼산 정상에 도착했다. 운무가 자욱하다. 구름은 머리 위로 있건만, 안개는 발아래까지 늘어진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이 희뿌옇다. 바람이 불어 안개를 걷어낸다. 밝얼산 정상에서 배내봉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붉은 단풍이 곱게 내려앉았다. 이제 막 물든 단풍은 서서히 그 물을 시나브로 아래로 내려보낸다. 휴지가 물기를 서서히 빨아들이듯, 산도 그렇게 가을의 물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일주일 후면 저 물기는 산허리까지 내려가, 다시 일주일 후면 산어귀 아랫마을까지 붉게, 노랗게 물들일 테다.

다시 안개가 전경을 가린다. 산행을 이어가야 할 시간이다. 배낭을 둘러멘다. 이후 배내봉을 지나 간월산 정상까지의 능선길은 '만추의 산책길'이다. 가끔 숨이 할딱거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산보하듯 걸을 수 있다. 밝얼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던 가을빛으로 물든 능선길 속을 걷는다.

 

특히 간월산 정상에서 배내봉 사이에 솟은 760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은 제대로 가을이 물들었다. 산행대장이 굳이 760봉우리를 오르지 말고 돌아가자는 이유를 알겠다. 발 아래로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겹다. 그러나 그도 잠시. 아침부터 글썽거리던 구름이 비를 뿌린다. 젖은 낙엽은 더 이상 정겨운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쉽다. 대신 머리 위로 단풍잎을 때리는 빗소리도 좋다.

밝얼산 정상에서 1시간여를 걸으면 배내봉 정상 도착. 역시 마지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배내봉에 올라서면 지금까지와는 전경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까지 숲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평원이 펼쳐진다. 무릎 높이 만한 잡목들이 바람에 흔들려 물결을 일으킨다. 숲 속에선 몰랐는데, 시야가 뻥 뚫리니 운무의 자욱함이 더욱 실감난다. 10m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잠시 배낭을 벗고 요기를 한다.

배내봉 정상에서 간월산 정상까지는 1시간40분 정도 소요된다. 간간이 보이는 억새밭과 숲길이 연이어 지겹지 않다. 간월산의 이름을 잠시 살펴보자. 간월산의 '간(肝)'은 사람의 장기의 이름과 같다. 몸속에 있는 것들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있겠냐마는 그 중에서도 간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월산 역시 영남알프스에서 뺄 수 없는 중요한 산이다.

완만한 오르내림을 거듭하며 걷는다. 1시간쯤 지나면 다시 경사가 급해진다. 한참 숨이 헐떡거려질 때쯤 누워 있는 소나무를 만난다. 산꾼들 잠시 쉬어가라 자리를 내줌인가? 누운 소나무 기둥에 앉아 숨을 돌린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올라오시게." 앞서 간 산행대장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어느새 옷이 흠뻑 젖었다. 그 중 반은 땀일지도 모르겠다.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바로 내려온다. 좀 더 쉬고 싶었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전경 바라보는 재미도 덜하고 빗발이 굵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간월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간월재의 억새 평원이야 모르면 간첩. 그러나 아쉽게도 간월재까지 내려가지 못해 전망대에서 왼쪽 공룡능선으로 방향을 꺾는다. 물론 간월재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충분히 억새를 즐길 수 있다.

전망대를 내려서니 사람 키높이 만한 돌탑이 서있다. 돌탑 앞으로 경고판.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이 길을 이용하지 말란 울주군의 경고다. 아니나 다를까 돌탑을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서니 바로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다.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럽다. 이것만 내려가면 되겠지 싶지만 내려가는 길 내내 험난한 코스가 이어진다. 울주군의 경고 대로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이 길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날씨가 좋은 날에도 초보자라면 간월재까지 내려가 임도를 타고 하산하자.

그래도 험한 만큼 경관 하나는 최고다. 내려오는 도중 간간이 뒤돌아본 간월산의 풍경은 무릉도원을 그려놓은 채색수묵화처럼 단아하다. 지금껏 안개가 절경 감상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안개 또한 그 절경의 한 부분이다.

전망대에서 1시간30분가량을 내려오면 간월산장에 이른다. 간월산장에서부터는 자동차가 다닌다. 산행의 종착지다. 앞선 들머리까지는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7시간 정도의 산행. 가을 구경 한 번 자~알 했다.

 

 

문의 :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간월재 억새밭

등억온천에서 피곤을 씻어내는 것도 산행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다. 그리고 출출한 속을 채우는 것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산행의 재미. 원점회귀형 산행이니만큼 출발점인 '손멧돌순두부' 식당(052-254-5054)으로 돌아와 주인아주머니가 손수 만든 손순두부에 막걸리 한 잔 걸쳐 보는 것은 어떨까?

달콤한 순두부에 볶음김치를 곁들인 두부김치가 한 접시 1만원. 역시 주인아주머니가 만든 도토리묵도 맛있다. 이 또한 한 접시 1만원. 막걸리 한 잔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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