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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서산 운산-647번지방도-개심사에서 용현자연휴양림

by 구석구석 2010.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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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는 사람들'에 가입을 하고 모임에는 당분간 갈 생각이 없어 창립모임에도 안나갔는데 회사일이 하도 복잡하게 꼬여 머리도 식힐겸 금요일저녁에 같이 가자고 통지를 한다. 일요일 아침 9시까지 남동구청앞 아파트로 오란다. 강소장님차로 간다고 하기에 내가 운전해서 간다고 하고 함께 가기로 한다.

 

일요일 아침에 소고기죽으로 아침요기를 한후 집결지에서 나를 포함해 4명이 하루여행길에 오른다. 낯선분들이지만 말을 주고받다 보니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만 같다. 공유와 의기투합이 이런것인가 보다.

 

해미에서 빠져 개심사-마애삼존불-보원사지를 둘러보고 간단한 산행을 하기로 한다. 일요일이라 도로가 막힐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나간다. 내가 서해안도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오늘같은 날은 열번중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한 교통흐름이다. 아무튼 출발이 좋으니 마지막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개심사 대웅보전

해미에서 나와 개심사로 향한다. 2년전에 와 본곳이라 낯설지는 않는 곳이다.

신창저수지를 지나 개심사에 도착하니 겨울철이라 그런지 서너대 주차해있고 주변도 썰렁하다. 예전에 시끌벅적했던 기억이 이상할 정도로 적막하다. 그땐 주차장한켠에 자리잡은 비닐하우스안에서 막걸리를 먹었는데...

 

 

 

기계로 깍은 듯한 반듯한 기둥의 일주문을 지나니 소나무숲이 반긴다. 솔밭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황장목얘기를 나누던 중에 박소장님이 봉화가 고향이란다. 봉화는 경영림을 빼놓을 수 없다. 청량사와 곁들여서 그쪽으로 일정을 잡아보자고 말을 나눈다.

개심사들머리에는 곳곳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돌탑들이 많이 보인다.

 

명부전의 안내판을 읽어보는 일행

 

한 겨울의 개심사는 너무 적막했다. 경내에 목탁소리가 울려퍼지긴 하는데 인적이 없고 스피커에서 나는거 같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불사를 접수하는 사람들도 안보이고 대웅전도 굳게 닫혀있다. 경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카메라만이 사람들을 반긴다.

 

개심사에 대해 강소장님은 열심히 설명을 한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우측으로 등산로를 오르면 산신각을 만나고 이곳에서 산행을 하면 보원사지에 갈수가 있다. 강소장님 내외가 이곳에서 뽀뽀를 했단다. 부부의 정을 나누며 상왕산의 정기를 듬뿍 받았으리라...

 

산신각으로 오르는 길목의 소나무

개심사의 유명한 해우소도 들러본다. 겨울이라 냄새는 하나도 안난다. 그 지독했던 냄새가 어디로 갔을까.

나는 개심사하면 생각나는게 화장실뿐인데 일전에 왔을때 지독했던 냄새를 나는 잊을 수 없다.

개심사를 뒤로하고 삼존마애불을 찾아간다.

우리는 일단 가고보자는 식인데 강소장님은 그런게 아니다. 네비찍고 길을 확인하고 가잔다. 회장말을 들어야지...

입구에서 보는 개심사전경. 배롱나무가 인상적이다.

개심사에서 나와 우측으로 태봉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 주변은 사방이 목장이라 누런 민둥산만 보인다. 정선의 민둥산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오늘 일행 4명이 가본곳을 대면 우리나라 안가본 곳이 없겠다. 이제는 좋았던 기억을 다시 더듬어 다같이 어울려서 다시 가보는 일만 남았다. 

 

새로 단장된 618번지방도로를 따라 고풍저수지를 지나면 삼거리가 나오고 마애삼존불 이정표가 오른쪽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이곳부터 비포장도로다. 음식점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관광지는 어디를 가나 음식점이 먼저 반겨준다. 용현계곡에서 이곳으로 흘러들어 오는데 눈이 많이 와서 그런가 생각보다 계곡에 물이 많이 있다. 계곡에는 평상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성수기에는 이곳에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것이다.  

 

마애삼존불로 오르는 길목에 만들어진 돌탑들

음식점들은 개점휴업인가 썰렁하다. 계곡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오르면 관리사가 있고 좌측으로 불이문을 거쳐 삼존불에 오른다. 안내자료에는 삼존불이 '백제의 미소'라고 하는데 일전에 왔을때는 삼존불에 보호각이 있어 양각상태를 잘 알 수가 없었으나 보존에 악영향을 준다고 하여 철거를 하였다는데 오늘 그 미소를 제대로 볼 수 있겠다.  

 

 

 

▲(좌)삼존불 관리실옆의 약수터를 돌을 쌓아 멋드러지게 만들었다. 지난번에는 없더니 이번에 와보니 수도를 설치해 놓았다. 이곳에 수도를 왜 해놓았는지 이해가 안간다. 유적에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멋을 간직해야 한다. (우)삼존불 오르는 돌계단길로 이곳에도 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옛사람들은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안쪽으로 움푹하게 바위를 쪼아 그 곳에 불상을 만들었는데 후세 사람들은 책상에 앉아서 보호한답시고 삼존불에 집을 만들자고 하였다. 비와 바람, 일조량과 태양의 방향을 고려하여 만든 것인데 거기에 집을 만들어 버렸으니 습기차는 것은 둘째치고 태양의 각도에 따라 얼굴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을 어찌 볼 수가 있는가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이다.

 

 

 

 

  

 

 

▲(상)불이문을 지나야 삼존불을 만날 수 있는데 이길이 극락으로 가는 길이다. 현세계와 불국토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이다. (좌)거대한 바위를 이고 있는 삼존불로 바위군상이 장관이다. (우)석가여래입상과 제화갈라보살, 미륵반가사유상으로 세 부처가 함께 있는 것은 이곳밖에 없다.

 

삼존불을 보고 보원사지로 향한다. 가는 길을 몰라 저수지까지 왔던길을 갔다가 한바퀴 돌아 삼존불을 거쳐 산길로 접어든다. 슬슬 배도 고파온다. 이곳에서 식사를 할까 폐사지로 가서 식사를 할까 의견을 나누다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계곡길을 5분정도 갔을까 갑자기 시야가 뻥뚤리고 분지가 나타난다. 한켠으로 석탑이 보인다. 예전에 블로그를 정리하면서 보았던 그 모습이다.  

 

폐사지에 덩그러니 자리집은 보물104호 5층석탑 상부에 철근이 꽂혀있다.

 

더 올라가바야 간단히 먹을 만한 곳이 없어 보여 다시 마애불로 내려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이곳밖에 식사할데가 없는 듯하다. 지명을 따라서 붙이 '용현식당'이다. 강소장님이 사전에 전화확인까지 했다고 한다.

 

다는곳이 하는데가 없어 식당안은 꽉찼다. 좀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도 갈곳이 없으니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백숙과 매운탕, 어죽이 주메뉴인데 간단히 어죽을 먹기로 한다. 일행중에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고 하여 먹어보면 맛있다고 부추겨서 어죽을 먹었는데 사실은 가격이 어죽이 제일 만만하고 마땅히 먹을게 없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깍두기가 적당히 익어 먹기에 좋았다. 산에 왔으니 막걸리 한잔씩 하자는 말에 도토리묵 한접시와 동동주를 시킨다. 도토리묵을 비울쯤에 미꾸리로 만든 뻘건 어죽이 나온다. 어죽은 먹을만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맛있다고 한다. "어죽이 이런것이야"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들 맛있게 먹어서 천만다행이다.

 

백제시대유물인 보원사지와 당간지주

 

양이 적을까봐 공기밥을 추가로 시켰는데 양이 많아 공기밥도 다 못먹고 가격도 5천원으로 착하고 게다가 얼큰한 것이 입맛에도 맞아 모두가 배를 뚜띵긴다. 동동주 한잔에 몸도 따뜻해지고 배는 부르고 몸이 쳐진다. 이곳에서 배깔고 한숨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보원사지를 둘러보고 2~3시간 산행을 하기로 한다.

분지사이로 냇가가 있고 냇가양쪽으로 폐사지인데 발굴하기 위해 여기저기 파헤쳐져 있고 당간지주와 사리탑의 규모로 보아 엄청 컷을 것이라 생각되며 딸린 암자가 주변에 널려있었지 싶다.  

 

왕사와 국사를 지낸 법인국사의 탑비와 석물

 

우리보다 먼저와서 둘러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옛날 석물들에 대해서 뭔가 아는지 '귀부'란 말을 하는게 들린다. 유적을 보면서 서로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이번 여행에 메모수첩을 가져올려고 했었는데 추운날에 메모하기가 불편해서 안가져왔는데 다음에는 꼭 챙겨야겠다.

 

우리도 언젠가는 빙둘러서서 유적에 대해 서로가 말을 할때가 있으리다. 부도의 문양이 어떠느니, 탑의 모양과 기단이 어떠느니 하면서 부재에 대해 나누고 이런형식은 어느시대에 볼 수 있는 것이라든지.... 아무튼 이런말을 주고받을 날이 오리라.

 

폐사지같다

 

탑비뒤로 등산로가 있다. 석문봉인지 일락산인지 오르는 길이다. 얼었던 흙길이 살짝 녹으면서 질퍽거렸지만 그런데로 오를만했다. 경사가 매우 가파른데다 산에 별로 올라본적이 없는터라 첫걸음부터 헉헉거린다. 그렇다고 힘든데 산에 뭐하러 오르냐고 할수도 없고 묵묵히 따라간다.

 

등에서는 땀이 흐른다. 일행들은 잘도 오른다. 20분정도 올랐을까 완만한 길로 바뀐다. 발걸음이 한결 수월하다. 산행경험도 없고 어죽으로 배는 잔뜩불러서 발걸음이 무겁다. 이럴때 담배라도 한대 피워야 하는데 겨울철이라 위험하단다. 산행이 아니라 고행이다.

 

 

 

 

 

 

한고비를 지나 능선길로 접어드니 이제야 살것같다. 등산로가 아니라 넓이로 보아 예전에 임도로 이용되었던 길이다. 소나무가 유난히 많이 보이는 산으로 길에는 떨어진 솔잎으로 흙이 안보인다. 김밥하나씩 싸들고 오르면 정말 좋을 것같다는 얘기를 나눈다.

 

인근에 휴양림이 있는데 휴양림과 연계프로그램이 있는 길같다. 낙엽으로 길도 푹신푹신하다. 강소장님이 와이프랑 다시한번 와야겠다고 한다.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부부가 걷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길이다.

 

얼마쯤 걸었을까 전망대0.8km이정표를 만난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전망대에 오르니 부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에서 만나는 이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반갑다. 수인사를 하고 가져온 귤을 전해준다. 산에서는 모두가 친구다.

 

전망대는 팔각정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별루였다. 오히려 왔던길의 한켠 바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월등했다. 

 

 

개심사방향의 조망

 

전망대에서 음료수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후 길을 재촉한다.

일락산이정표를 따라 계속 걷는다. 일정한 높이의 능선길이 계속이어지고 산아래로 임도가 여러갈래로 나뉘어있다. 산림관리지역인듯하다. 간벌작업도 전체적으로 되어 있어 능선길을 걷는 내내 시원한 풍경을 보여준다.  

 

한시간쯤 왔을까 한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솔밭능선길이 끝나고 바위와 어우러진 길이 나타난다. 이곳 역시 소나무가 많으나 곧게 뻗은 것이 아니라 밑둥부터 서너갈래로 뻗어 올라간 소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적당한 곳에서 휴양림방향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러다 산을 한바퀴 도는 것 아닌가 한다. 길이 아닌곳으로 내려갈 수도 없고 언제까지 이리 가야하는 생각뿐이다.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자도 마련되어 있다. 서산동네사람들이라고 한다.

이정표는 오른쪽으로 일락사를 가르키며 저 아래로 절이 하나 보인다. 이곳이 일락산인가 보다.

자기들은 석문봉에서 내려왔다며 여기서도 한참을 가야 한단다.  

 

인천으로 다시 가야한다는 생각에 산행도 서서히 조급한 마음이 된다. 

가랑이 양쪽으로 뻐근하다. 결혼이후로 제일 오랜 산행을 한다. 내일 일어날 일이 깝깝해진다.

 

20여분 갔을까 넓은 공터와 포장된 임도를 만난다. 산악자전거 코스로 이용되는 3,600미터 임도이다.

여기서 4키로를 더 내려가야 하나보다. 이곳이 휴양림을 끼고 있는 용현계곡이다.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많이 흐른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용현자연휴양림

 

 

휴양림 산막

 

얼추 평지로 내려오니 휴양림시설과 산막이 보인다. 포장된 경사로를 걷다 평지의 흙길을 밟으니 흙길이 이렇게 푹신한건지 새삼느낀다. 

 

휴양림을 벗어나면 계곡을 따라 음식점과 단체캠프를 할 수 있는 곳들이 보인다. 마을에 공중화장실까지 있는 것을 보면 휴가철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알수 있다.   

모처럼 오래걸어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하루다. 차에 오르는 순간에는 긴장이 풀려 몸도 마음도 노근해진다. 

 

인천에 와서 해물탕으로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   

 

개심사 일주문앞 고목나무가든

운산면 개심사(開心寺)의 일주문 바로 앞에 위치한 고목나무가든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주인내외의 손길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입구와 집안 곳곳에 그려져 있는 벽화는 훈훈한 옛 시절을 추억하게 하고, 마당에 아기자기하게 놓인 장식품들은 손님들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주로 등산객들과 사찰 방문객들이 많이 오는 이곳에는 더덕정식과 된장찌개 정식, 산채 비빔밥 등의 점심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여기에 고추나물, 고사리 등의 제철나물과 맛깔스러운 김치, 장아찌, 어리굴젓, 그리고 산에서 채취한 표고버섯 등 십 여 가지의 자연식 반찬들이 함께 나와 배고픈 등산객들에게 푸짐한 시골밥상을 선물한다.

 

 

 

식사류 외에도 주인장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한방 닭백숙은 찬바람 부는 요즘, 사람들의 속을 뜨끈하게 달래준다. 은은하게 퍼지는 약재들의 향기와 부드러운 육질, 그리고 시원한 국물의 한방 닭백숙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올 겨울 한철을 든든하게 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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