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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포항 북부해수욕장주변 포항물회 죽도어시장

by 구석구석 2009.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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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북대구를 지나 도동분기점에서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갈아탄다. 포항나들목까지 50분 소요. 포항 나들목을 빠져나온 후, 31번 국도를 타고 포항 사내로 들어간다. 시청 표지판을 보고 가다보면 선린병원 근처 도로 변에 오대양 물회식당이 있고 거기서 포항역 쪽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죽도시장이 나온다.

영일만의 별미 포항물회

회는 회인데, 그냥 ‘회’가 아니라 ‘물회’다. ‘물에 말아먹는 회’라는 뜻이다. 갓 잡은 흰살생선을 잘게 썬 후 배와 상추, 쪽파,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을 넣고 깨소금과 김 가루를 뿌린 다음, 고추장을 풀어 비빈 후에 냉수를 부어 마시는 음식이다.

 

물회가 동해안의 별미라는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곳이 바로 포항이다. ‘포항물회’는 거의 고유명사처럼 쓰일 정도다. 말그대로 포항이 이 물회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 포항의 어부들이 포항 앞바다에서 풍어를 이룰 때, 끼니를 챙겨먹을 사이도 없어 바쁜 나머지 갓 잡아올린 생선살을 잘게 썬 다음 야채와 함께 고추장을 풀고 물을 부어 한 사발씩 후루룩 들이켰던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정신없이 바빠 빨리 회를 목으로 넘겨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를 말아먹을 만큼 고기가 많이 잡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출어에 즈음에 간밤 늦게 까지 마신 술을 시원하게 해장하기 위한 음식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어부들 사이에서만 유행했지만, 그 맛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어 차차 가족들, 아이들까지 즐겨 먹게 되면서 포항 사람들이 즐겨먹는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포항물회에는 포항을 비롯한 영일만 일대의 풍요로운 어장의 상징이며 어부들의 삶이 녹아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값비싸고 고급스런 음식으로 으뜸인 게 ‘회’이지만 물회는 그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서민적인 음식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시사철 바다맛을 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다. 지금은 강원도나 제주도, 심지어 서해에서도 ‘물회’를 메뉴로 하는 식당이 있지만 물회 하면 역시 ‘포항물회’가 으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종류도 다양하고, 그 맛 또한 정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갓 잡은 싱싱한 생선살의 부드러운 속살을 씹으면서 혀에 감겨드는 감칠맛을 느끼는 게 ‘회’라면 물에 만 회는 과연 무슨 맛일까? 회 맛에 길들여진 사람조차 고개가 갸우뚱해질 법 하다.

 

포항 시내에서 20년 넘게 ‘오대양 물회식당’을 운영하는 박상규 씨는 물회야말로 ‘바다사나이’의 맛이라고 한껏 물회 예찬을 늘어놓는다. 박상규 씨 집은 포항에서 5대째 어부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박상규씨 역시 젋어서는 배를 타고 전세계 항구를 누빈 마도로스였다. 그런 탓에 그는 포항 물회의 진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도로스답게 바다 이야기라면 유난히 입심이 좋아지는 오대양 물회 식당 주인 박상규 씨는 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먹던 물회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 맛이 너무 개운하고 좋은 나머지 집안 어른들은 태풍이 와서 출어를 쉬는 날엔 집에서 멸치라도 썰어 물회를 해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젊어서는 배를 타고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고향에 돌아와 결국 물회 식당을 연 것도 어려서부터 뼈속까지 인에 박힌 그 바다 맛을 잊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물회는 일반 회와 다른 점이 많다. 우선 횟감으로는 활어를 써야 하고, 흰살생선만을 써야 한다. 특히 회를 칠 때 채를 치듯 곱고 잘게 썰어야 제격이다. 그래야 박상규 씨 말대로 목에서 살살 녹으면서 술술 넘어간다. 포항물회는 그 종류도 다른 지역보다 다양하다.

다른 지역은 오징어나 한치, 혹은 돔으로 한정돼 있지만 포항물회는 도다리, 광어, 우럭, 놀래미, 전어, 꽁치, 해삼, 전복 등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물회 맛을 즐길 수 있다. 물회 맛의 또 다른 비밀은 바로 양념에 있다. 맛좋은 배와 싱싱한 야채를 넣고 손수 담근 고추장으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볶은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비벼먹는다.  

 

식성에 따라 그 상태로 그냥 먹어도 일품이지만, ‘물회’의 진미는 역시 물을 적당히 넣고 생선과 양념이 서서히 물에 스며드는 동안 후루룩 시원하게 목으로 넘기는데 묘미가 있다.

보드라운 생선살과 새콤한 양념이 한데 어우러져 시원하게 목으로 넘어가는 맛이 감칠맛이 돌면서도 깔끔하다. 요즘은 사람들의 식성에 맞게 물대신 얼음을 살짝 얼린 육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흰살생선이 함유한 풍부한 단백질과 함께 미각을 만족시켜주는 시원한 맛 때문에 물회는 스트레스에 지친 몸과 숙취를 푸는 데 더없이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물회는 ‘생선냉국’ 혹은 ‘술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도 물회를 먹고 속을 풀기 위해 일찍 식당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박상규씨는 아침 7시에 식당 문을 열러 나가면 이미 와서 기다리는 손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포항물회의 원조하면 포항시 북쪽에 위치한 ‘죽도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대구· 경북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죽도시장은 인근 타 지역에서도 가장 싱싱한 수산물을 얻기 위에 찾아 올만큼 어시장으로 명성이 높다.

해방 전후 때부터 형성돼 포항 어부들의 삶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포항물회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도 어시장의 어느 골목을 가나 물회를 메뉴로 내건 식당들이 즐비하고 자연산 활어를 이용한 포항물회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죽도어시장 상인회 회장을 맡아보면서 15년째 직접 영광 물회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박세영 씨는 자연산 활어의 싱싱한 맛과 비법으로 만든 고추장 양념, 두 가지가 물회 맛의 비결이라고 하면서, 포항에 왔다면 과메기와 함께 반드시 물회를 먹어봐야 포항의 맛을 안다고 했다.

포항물회의 장점은 사계절 어느 때나 별미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시원하고 상쾌한 맛에 여름철 별식으로도 좋지만, 미식가라면 겨울 물회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물회가 대중화 되면서 요즘엔 물회식당 어디서나 밑반찬을 곁들인 따근한 밥과 국이 따라나온다. 차가운 물회에 뜨끈뜨끈한 밥을 말면 밥알이 유난히 오돌오돌해져서 씹는 맛이 유별나고 좋다.

여기에 생선뼈를 넣고 곰국처럼 푹 고아낸 뜨끈한 생선국이 곁들여져 속까지 후련해지는 깊은 맛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사시사철 영일만 바다사나이들의 입맛을 당기고 원기를 더해주어 풍어를 불러왔던 포항물회! 그 행복한 맛이 오늘날엔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 출처 : 구석구석 맛 탐험대 이진경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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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에 있는 게 물건뿐이랴, 흥도 흥정도 질펀 / 죽도어시장 

14만여㎡ 2000여 점포 빼곡, 골목골목 북새통
온갖 냄새·소리 범벅, 인정도 행복도 팔딱팔딱

한 지역의 특징을 빨리, 쉽게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재래시장 둘러보기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니, 재래시장 뒤지면 어지간한 건 다 나온다.

지역 대표 생산물과 전통문화·사람살이·맛과 멋을 한 줄에 꿰어 살필 수 있는 종합박람회장이기 때문이다. 온갖 인간군상들이 모여 낮밤 없이 생존경쟁을 벌이는 적나라한 삶의 현장이자, 웃음소리·악쓰는 소리·욕지거리가 난무하는 목청 경연장이기도 하다.

사람냄새·비린내·밥냄새·땀냄새가 진동하는 재래시장 여행을 떠나 보자. 뜨끈한 인정 한 움큼, 자질구레한 행복 한 봉지 챙겨 올 수 있다.
 
앞사람 발뒤꿈치 보며 줄지어 이동
 
포항시 동빈내항 옆, 죽도시장은 경북 동해안 최대 상설시장이다. 죽도는 이름 그대로 섬이었다. 칠성천·양학천 등 하천이 복개되고 간척되면서 주변의 송도·상도 등과 함께 육지가 됐다. 해방 직후 천막촌 시장으로 형성된 작은 시장이 1960년대 어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모습을 갖췄다. 70년대 초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전국적인 대형 상설시장으로 도약했다.
 
14만8500㎡(4만5천평)의 터에 활어·건어물·농산물·혼수·의류·가구·생필품상가 등 2000여 점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부분 단층 점포여서 시장은 더욱 넓게 느껴진다.
 
죽도시장연합상인회 박세영(58) 회장은 “요즘 경기가 안 좋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면서도 “우리 시장은 그래도 빈 점포 하나 없을 정도로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점포들이 빈틈없이 들어선 격자형 골목들엔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인파가 들어찬다. 설 연휴를 앞둔 요즘 가장 활기 넘치는 곳이 어시장이다. 김·파래·매생이부터 상어·고래고기까지 동서남해안에서 나는 거의 모든 수산물이 거래된다. “여기 없으모 딴 데 있을 텍이 없다”는 게 상인들 말이다.
 
공식 점포만 200여개에 이르는 활어횟집, 1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선 건어물 상가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어느 곳이나 길바닥에 편 좌판들에다 손수레 이동좌판까지 몰려들어 시장 골목들은 북새통을 이룬다.
 
“자자, 쫌 가입시더.” “이기 뭐꼬? 발 쫌 밟지 마소.” “아재요, 대구 한 마리 사 가소. 참말 싱싱함미더.”
 
규모가 크고 다루는 품목이 다양한 만큼 볼거리·살거리·느낄거리가 풍성하다. 가게주인·손님·행인·노점상인·배달꾼이 서로 부닥치고 밀치고 밟고 넘어지고 다투는 말썽거리도 잦다. 주말엔 앞사람 발뒤꿈치를 보며 줄지어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만 오가는 게 아니고 자전거와 오토바이, 크고 작은 손수레들이 끊임없이 오고간다.

몰라몰라 개복치 ‘맛 없어 맛있네’
 
“아지매요, 미주구리(물가자미) 한 마리 더 얹어 주소.” “안된다카이. 고기값이 엄매나 비싼데 그라능교. 하나 덜 자시소.”
 
인파에 이리저리 떠밀리며, 흥정하는 모습 구경하며 골목들을 순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칼질하는 생선좌판 아지매들, 대형 솥에 삶아 건져낸 커다란 문어, 전기톱날에 순식간에 토막나는 냉동 돔배기(상어고기) 등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수시로 나타난다.
 
죽도어시장을 상징하는 대표 어족들로 고래고기와 돔배기, 개복치, 과메기 등이 있다. 고래고기는 물론 그물에 걸려 죽은 것들이 유통돼 들어온 것이고, 상어고기는 가공공장이 있는 영천에서 주로 들어온다. 과메기는 꽁치 과메기뿐 아니라 본디 과메기의 유래가 된 청어과메기도 있다.
 
지역민들 경조사 때 빼놓지 않고 장만해 상에 올리는 해산물이 문어·돔배기·개복치다. 돔배기 토막에 칼집을 내던 아저씨가 말했다. “돔배기·개복치 이기 빠지모 재미없다 카는기라. 그카모 상 차린 기도 아이다.”
 
개복치 잘라놓은 토막은 마치 흰 묵처럼 생겼다. 무슨 맛이냐고 묻자 상인회장 박씨는 “아무 맛도 없는 맛”이라고 말했다. “무색·무미·무취 이 3무가 개복치의 특징인기라요. 이 ‘맛없는’ 고기를 여기 사람들은 무쟈게 맛있어하는 기라.”
 
개복치는 복어목에 속하는 길이 1m 안팎의 대형 온대성 어종인데,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몰라 몰라가 개복치 학명(Mola mola)이다. 라틴어로 맷돌을 뜻한다고 한다. 동서남해안에서 두루 잡히지만, 경북 중남부 해안지역 주민들이 유독 좋아해, 특히 잔칫상엔 빠지는 일이 없다. 삶아서 잘라 놓으면 청포묵을 빼닮았다. 초고추장에 찍어 술안주로 많이 먹는다.
 
3천원 수제비 한 그릇이면 뱃속까지 ‘뜨끈’
 
물건 사고 구경하다 허기가 느껴지면, 물회 골목으로 가거나 수제비 골목으로 발길을 옮겨 보자. 200여곳의 횟집들이 빼놓지 않고 내는 대표 먹을거리가 물회다. 원하는 해산물로 즉석에서 시원한 물회를 만들어 준다. 갖가지 해산물 반찬에다 매운탕까지 곁들여진다. 광어나 가자미·우럭 물회는 1만~1만2천원, 해삼·전복 물회는 시세에 따라 다르다.
 
값싸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곳이 수제비 골목이다. 다양한 분식류를 내는 좌판식당들인데, 이곳 대표 종목이 수제비다. 감자를 썰어 넣은 다시국물에 밀가루 수제비를 뚝뚝 뜯어 넣고 끓여 김가루를 뿌려 내준다. 3천원.
 
딸·사위, 어린 손자·손녀와 함께 수제비·칼국수를 주문해 들던 박순자(60·흥해읍 학천리)씨는 “돔배기 등 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장만하러 시장에 왔다”며 “수제비가 맛있어 시장에 올 때마다 이 골목에 들른다”고 말했다.

죽도시장이 포항의 명물로 떠오르면서 관광객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어시장 풍경을 찍으려는 사진동호회 회원들도 수시로 몰려온다. 대개 상인과 행인들은 환한 얼굴로 포즈를 취하거나, 덤덤한 표정으로 피사체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만, 생업에 바쁜 일부 상인들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찍지 마소. 고마.” “이 고기만 찍으면 어떨까요?” “고기도 안된다카이. 초상권 침해 모르요?”
 
대부분의 시장 주변이 그렇듯이 죽도시장 주변도 주말이면 교통체증이 상상을 넘어선다. 길옆의 대형버스 주차장, 3곳의 승용차 공영주차장, 10여곳의 사설 주차장들이 빈틈없이 들어차고, 체증은 주변 도로까지 이어진다. 공중화장실이 세 곳밖에 없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한거레신문 2009.1 이병학기자

 

묵을곳

포항시내 북부해수욕장 주변에 깨끗한 모텔들이 여럿 몰려 있다. 평일 4만~5만원, 주말 6만원. 바다 전망이 좋은 방은 웃돈이 붙는다. 죽도시장 주변과 호미곶 일대에도 모텔들이 있다. 영덕 강구면 삼사리의 삼사해상공원 주변도 깨끗한 모텔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포항시청 문화관광과 (054)270-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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