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계곡 서쪽 깊숙이 숨은 오지의 산 '장자봉' 해발920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 평창강의 상류, 금당계곡 서쪽 깊숙이 숨은 장자봉(920.4m)은 아직 세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더위에 지친 강은 꼭두새벽부터 뽀얀 물안개를 토했다. 뚝방 따른 자갈밭에 붉게 핀 고리조팝나무들에 눈인사를 주며 장자봉과 덕수산(998.7m) 산행들머리가 되는 전의골 입구 삼거리에 이르니 개수1리 표석이 섰다. 여기서 평창강과 이별을 고하고 서쪽 우묵한 전의골로 든다. 전의란 항상 옳은 일에는 남보다 먼저 앞장선다는 뜻이다.
좁은 물골을 따라 몇 채의 민박집이 줄을 이었다. 모퉁이를 한 구비 돌아들어도 V자 골짜구니에는 아직 햇볕이 도착하지 않았다. 계수1리 표석에서 50분쯤 걸었을까, 왼편으로 덕수산의 퉁뎅이바우(충성바우)가 높게 올려다뵈는 산 밑 비탈에는 아직도 아침잠에서 덜 깬 농가 한 채가 졸고 앉았고, 오른쪽 위로는 장자봉 지능선들만 보일 뿐이다.
지형도 상에 ‘충동’이라 표기된 곳에 이르니 성황당이 있는 삼거리다. 덕수산쪽의 바위들이 우뚝 솟아 내려다보며 항상 충성스럽게 마을을 지켜준다고 하여 충동이란 이름이 생겼다. 성황당 삼거리에서 장자봉 산행은 오른쪽 길이다. 북으로 뚫린 길로 올라서니 길에서 보이지 않던 농가가 나타나며 마당 앞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길 없는 오지산행의 시작이다.
숲이 우거져 물골을 곧장 따를 수 없다. 밭 언저리를 따라 한참 후에 밭이 끝나면서 계곡과 만난다. 아주 오래된 산판로 같은 모습의 지형이 나타난다. 양지쪽인데도 음습하다. 햇볕이 들지 못하여 어둠컴컴한데 눈빛승마꽃이 훤하게 피었고, 어수리 아래에는 물두꺼비란 놈이 어슬렁거린다. 재미있게 생긴 노랑망태버섯도 보인다. 주위를 싸고 있던 그물이 녹아 없어지면 참으로 멋들어진 남성의 심벌이 나타나는 버섯이다. 송이버섯 같은 것은 주위에서 얼씬도 못한다.
허리를 굽혀 숲을 헤쳐 오르면서도 지금까지 산행할 만하였는데 집터인 듯한 이끼 낀 돌무더기가 나타나며 사람을 꼼짝 못하게 숲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쯤에서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계곡을 포기하고 오른쪽 지능선으로 무조건 방향을 튼다. 코가 땅에 닿는 급경사다. 나뭇가지와 등걸을 잡아가며 오르는데 숨소리는 하늘에 닿고 땀은 등줄기를 타고 봇도랑을 이룬다. 나뭇가지에 싸다구까지 맞고나니 눈물과 땀으로 앞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단풍취꽃이 한창 핀 주능선 안부에 닿았다. 수통의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오른쪽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다시 오른다. 봉우리 하나 더 넘어 올라가자 신갈나무숲에 쌓여 조망이 전혀 없는 곳에 삼각점(310 재설, 77.6 건설부)이 있는 장자봉 정상이다. 동쪽 능선을 통하여 작은 항골로 가는 희미한 길이 보일 뿐이다.
하산은 곧바로 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능선 입구를 가린 철쭉나무들을 헤집고 들어서니 아주 오래된 옛길이 멧토끼 길처럼 이어져 있다. 생강나무들이 유난히 많다. 이곳 평창에서는 동박나무라 부르는데, 평창아라리 노랫말에도 등장한다. 쓰러진 나무등걸을 만나면 돌아가기도 하고 죽은 삭다리를 꺾어 길을 트기고 하며 계속 능선을 따라 고도를 낮추어 노란 마타리꽃 사이로 시야가 트이며, 금당산, 검은산, 등용봉들이 건너편으로 멋진 그림을 그렸다.
능선을 버리고 오른편 농로로 내려서니 나무 하나 없는 장자골이다. 오후의 강렬한 햇볕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정글에서 쓰지 못했던 채양 큰 모자로 바꿔 쓰니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할미밀망, 노랑물봉선, 동자꽃, 큰까치수영, 노루오줌풀, 쉬땅나무들이 길가를 따라 한창 꽃을 피웠고, 오미자는 덩굴에 매달려 영글어 가고 있다.
장자골과 큰항골(대항동천)의 합수점을 지난다. 몇 채의 농가들을 뒤로하며 이글거리는 태양을 등에 지고 터덜터덜 큰항골을 50여 분쯤 소요에 빠져나오니 소나무 한 그루 서있는 버스정류장이다. 금당계곡의 세월교 아래에는 삼복더위가 익어가고 있었다.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태백여성산악회 자문위원
숙식(지역번호 033)
신성막국수 332-8541, 그린파크장 332-7071, 소나무민박 333-7878, 누리민박 332-0202, 원경펜션 332-5225, 도브펜션 333-4949.
개수2리 778 구룡골산막 031-914-5300
아침이면 산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실개울 물소리가 정답고, 새들의 '지지배배' 노래 소리가 들리는 인적없는 산골속에 초로의 두부부가 6개월에 걸쳐 땀 흘리며 황토 흙과 나무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구룡골산막'은 하루를 머물더라도 몸과 마음이 자연속에 하나되어 다음날 아침이면 상쾌하고 개운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개수2리 1193-1 다솔펜션 033-332-5005 http://www.dasolminbak.com/
다솔펜션은 계곡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바로 옆의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경치가 수려하며 산과 계곡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에 적합한 주변환경이 이루어져 있다. 또한 정원과 뒤뜰에는 가족끼리 식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이블과 평상, 바베큐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다.
개수2리 1147-1 작은정원 033-334-0288~9, 011-254-3458
이름모를 산새소리에 잠이 깨이는 곳...야생화가 허드러지게 피어있는 '작은정원'도 있고 장미산의 기슭이므로 등산코스도 좋다. 또한 먼거리가 어려운 가족은 30분의 산책코스도 있다.
울창한 숲속의 단독룸으로서 공간휴식은 물론이거니와 룸자체가 산림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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