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위치한 공룡화석지에서 출발해 암벽쉼터~연화1봉~황새고개~연화산~남산~옥천사를 거치는 원점회귀 코스다. 걷는 시간만 약 3시간 걸린다. / 부산일보
한국의 100대명산 연화산
경상남도 고성읍에서 북서쪽으로 12㎞ 떨어진 곳에 솟아있고 산세가 연꽃과 닮아 연화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래 이름은 비슬산이었으나 조선 인조 때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옥녀봉-선도봉-망선봉 등 세 봉우리로 이뤄져 있고, 그리 높지 않지만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등 자연 경관이 수려해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경남 고성 연화산은 낮고 둥근 산이다. 깎아지를 듯 우뚝 선 산이 아닌, 널찍한 속잎으로 푸근히 감싸줄 것 같은 소박한 산으로 금태산, 시루봉 등 10여개의 산봉우리들이 8갈래로 피어오른 모양이 반쯤 핀 연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연화산(원래는 비슬산)이다. 연꽃 사이사이 옥천사, 연대암 등 유서 깊은 암자들이 둥지를 틀고 앉았다.
산행이 시작되는 옥천사는 신라 670년 의상이 창건한 쌍계사의 말사. 대웅전 뒤에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샘이 있어 옥천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1948년부터 샘 위에 옥천각을 세워 보존하고 있다. 웅장한 자방루 뒤에 자그마한 대웅전이 수줍게 숨었다. 바가지 한가득 떠담은 샘물 위로 물소리, 풍경소리가 오롯이 떠오른다.
숲은 나무의 군집이다. 혹은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 동물이 산다. 사람도 그 속에서 살아왔다.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삶에서는 일생동안 나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나무 없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삭막한 일이다. 나무가 많은 숲은 사람에게 더없이 풍요롭고 아늑한 보금자리다.
옥천사 숲은 동네 뒷산과 달리 아름드리 고목들이 절을 둘러싸고 산을 채워 원시적인 숲의 모습과 고즈넉한 경내의 분위기가 일상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경내와 사방은 고찰답게 노거수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피안이 바로 여기인 듯하다. 태백과 용인에도 연화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있지만, 이곳처럼 아늑하고 품위 있는 곳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풍수적으로 보더라도 기막힌 명당임을 알 수 있다. 1983년에 영오면ㆍ영현면ㆍ대가면을 포함한 연화산 일대 28.72㎢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옥천사는 신라시대 화엄종 10대 사찰의 하나이며, 676년(문무왕 16)에 의상(義湘·625-702)이 창건했다. 현재는 조계종 제13구 본산인 하동 쌍계사의 말사다. 경내 보장각에는 1252년(고려 고종 39)에 제작된 임자명반자(壬子銘飯子·보물 제495호)가 있으며, 1701년에 주조된 대종, 1816년에 제작된 청동은입사향로, 1866년에 강원 교재로 판각한 금강경 목판 등 120여 점의 문화유산이 보관되어 있다. 한국 근대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봉암사 결사의 주역인 청담 대종사(靑潭 大宗師·1902~1971)가 출가한 절이기도 하다. 절 마당에 사리탑과 탑비가 있다.
옥천사 입구의 집단시설지구에 공룡발자국이 있다.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로 알려져 있는 고성군은 약 5,000여 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예전에 무심히 지나쳤던 바위 흔적이 1982년 경북대 양승영 교수팀에 의해 공룡발자국 화석으로 판명되었다. 현재 상족암 일대가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지정되었고, 공룡엑스포도 개최했다. 뿐만 아니라 남해안 일대가 다 공룡의 서식지였던 듯 주변의 높은 산에도 지층이 융기한 암반에는 어김없이 움푹 팬 발자국 흔적을 볼 수 있다.
옥천사의 숲 탐방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멀리서 보면 양쪽에 산 능선이 겹겹이 이어지고, 이내가 깔린 골짜기는 파르스름하여 아늑하게 느껴진다. 오른쪽으로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계류를 끼고 느릿하게 걷는다. 조금 오르면 소류지가 나오고 매표소를 지나 산굽이를 돌면 바로 하늘을 찌를 듯 고목들이 도열해 방문객을 반긴다.
길은 포장되어 있지만 스님들의 의지로 확장공사를 막아 승용차 한 대만 지날 수 있고, 구불구불한 옛길의 동선이 그대로 살아있어 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맛이 쏠쏠하다.
주변에 요란한 치장을 하지 않아 산사로 들어가는 호젓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일주문에는 청남 오제봉(菁南 吳濟峰·1908-1991) 서백(書伯)의 단아한 글씨로 ‘蓮華山玉泉寺’(연화산옥천사)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부도밭을 지나 왼쪽으로 휙 꺾이는 길을 보류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천왕문이 나온다. 하마비(下馬碑)를 지나 오른쪽으로 경내로 들어가는 높은 계단 좌우에는 편백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워 너머의 광명을 예고한다. 계단을 오르면 널찍한 마당이 나오고, 자방루(滋芳樓)가 우뚝 서 있는 인근엔 다른 건물들도 오밀조밀하게 나열해 있다.
옥천사 자방루 뒤쪽에는 방화림으로 조성된 편백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터질 듯한 봉오리를 가득 달고 있는 고매(古梅·매화 고목) 몇 그루를 감상하고 경내를 둘러보았다. 해탈문을 통해 들어가면 대웅전이 높이 서 있고, 그 옆으로 팔상전을 돌면 샘물의 집인 옥천각이 있다. 속세의 먼지를 씻어내듯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마시고 돌아나와 뒤쪽으로 올라가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다는 산령각(0.46평)과 독성각(1.08평)이 앙증맞게 나란히 서있다.
다시 마당으로 나와 절 오른쪽에 있는 보장각을 둘러보고 백련암을 향한다. 곳곳에 노송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활엽수들은 움이 틀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절에서도 땔나무를 많이 때지 않아 큰키나무 아래에 키 작은 나무들이 우거지고, 쓰러진 나무들이 그대로 있고, 너덜겅에도 잡목들이 무성하여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대충 봐도 소나무를 비롯하여 편백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층층나무, 때죽나무, 대나무 등이 서로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리를 다투고 있다. 소나무 군락지에 활엽수들이 가는 몸으로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미처 키를 키우지 못한 소나무는 햇빛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 잎이 나면 햇빛이 들지 않을 만큼 숲이 어둡다고 한다. 상록수림은 봄인데도 어두울 만치 수목들이 빽빽하다.
황새고개 오르는 길의 적송과 연화1봉산행로
절을 나와서 황새고개를 향하여 걷는다. 좌우는 절 입구와 다르게 송림 일색이다. 튼실한 골격과 꿈틀대는 근육을 자랑하며 장중한 리듬을 타고 집단으로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다. 때로는 현란한 동작으로 관절을 꺾는 나무들도 더러 있다. 천천히 힘들이지 않고 아름다운 무용을 감상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황새고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연화1, 2봉이 나온다. 봉우리는 의외로 가파르나 높지 않아서 오를 만하다. 비탈에도 예외 없이 소나무와 여타 활엽수가 영역을 다투며 하늘로 치솟는다. 능선길은 바위투성이인데도 떡갈나무들이 바위틈을 비집고 빼곡히 들어차 있다.
남산을 거쳐 아름드리 노송을 감상하며 내려오면 청련암(靑蓮庵)이 나타난다. 승욱(昇旭) 스님이 직접 따라주는 녹차를 얻어 마시고 나와 건너편 산과 송백의 푸르름을 감상했다. 옥천사가 발아래 수목들에 가려 일부만 보인다. 가람과 방화림 사이에 보이지 않던 야생 차밭이 함초롬히 숨어있다.
연화1봉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히 이어졌다. 청명한 날씨에도 나무로 뒤덮인 산 속에는 좀처럼 빛이 들지 않는다. 건너편 산 자락조차 짙은 숲 사이로 어렴풋이 짐작해야한다. 순탄히 뻗은 길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면 가뿐 숨을 채 다 몰아쉬기도 전에 연화1봉에 달한다. 489m 높이의 소박한 봉우리가 치마자락처럼 산등성이를 다소곳이 모아잡고 앉았다.
여러장 겹쳐진 연꽃 마냥, 여러개 봉우리는 각자의 경계를 잊고 만다. 산길을 돌아 내려오다보면 어느새 다른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다. 산이 미처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산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마침내 연화봉에 오르자 탁 트인 밝은 빛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한 백산찾사는 "맑은 날에 봉우리에 서면 멀찌기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말했다. 옛 선인들은 진주 천수교 강물에 천왕산 봉우리가 비쳐야 그해 풍년을 짐작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엔 뜻밖의 선물을 마주하게 된다. 옥천사 일주문을 지나 연화지란 이름의 거대한 연못이 눈앞에 펼쳐진다. 늦가을 산의 넉넉한 마음씀씀이에 다리가 뻐근한 줄도 잊었다.
[자료 - 스포츠조선 김윤희기자/월간산 백범영 숲과문화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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