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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부안 새만금방조제 계화도

by 구석구석 2008.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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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은 ‘상처받은 땅’이자 동시에 ‘약속의 땅’이기도 하다. 새만금 방조제 때문이다. 어민들이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이자 세계적 보고인 갯벌 수백만 평이 사라져 버렸지만 장기적으로 새롭게 생긴 육지는 장밋빛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

그러나 상처는 현재진행형이고. 약속은 약속일 뿐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일이다. 상처입은 주민들은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사라지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 갯벌은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다.

●육지 속에 갇혀버린 계화포구


부안 계화면 끝자락에 ‘붙어 있는’ 계화도는 원래 섬이었다. 1960년대 동진강 하구언 공사를 시작으로 1978년 육지와 잇는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광활한 간척지를 갖게 됐고. 이젠 이름만 섬일 뿐 육지나 다름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섬 북쪽에 작은 포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길이 400m쯤 되는 작은 포구는 이 지역 주민들의 생업인 어업을 이어올 수 있는 생명선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 포구마저 사라질 판이다. 저 바깥쪽으로 엄청난 길이의 방조제로 인해 물이 말라버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계화포구는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모두 끝나면 작은 물길이 흐르는 흔적만 남을 뿐 더 이상 포구로서의 임무는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어두운 그림자는 벌써 드리우고 있다. 계화도는 전국적인 백합조개 산지다. 백합 외에 다양한 조개류가 생산되면서 조개구이 또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데 갯벌이 말라버리면서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상인들은 자연산 백합조개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계화포구에서 15년째 조개구이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박덕근씨는 “날씨도 추울 뿐더러 멀리까지 나가야 하기 때문에 조개 채취꾼들이 잘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안의 겨울 미식거리로는 '백합'이 꼽힌다. 비린내가 없고 살이 쫄깃해 활어회보다 맛있다. 특히 겨울 백합은 갯벌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살이 더욱 쫄깃거리면서 담백한 맛을 낸다. 백합은 회, 탕, 구이, 볶음, 찜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부안 개화도 인근의 백합 전문점. 향토음식점1호인 

계화식당

(063-584-3075)은 주인이 직접 골라오기 때문에 신선한 백합을 맛볼 수 있다. 백합죽 7000원, 구이 2만원.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아닌 지평선
계화도 서쪽으로 나가면 새만금 방조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물의 유입량을 줄이면서 갯벌이 사라진 곳에 ‘새로운 땅’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수평선이 사라지고 지평선이 새로 생긴 것이다. 그 선 너머로 신시도·선유도 등이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계화도 서쪽 장금마을 주민은 신시도를 가리키며 “저 섬 너머에 유명한 신시도해수욕장이 있지라우. 예전에는 배로 가야 했는디. 이젠 차로 갈 수 있지라우. 얼마나 편해진 세상이요”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바닷물은 과거의 해안선에서 짧게는 1㎞. 길게는 3㎞ 정도 물러나 있다. 말라버린 갯벌은 자동차가 달려도 무리가 없을 만큼 단단해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는 백합을 비롯해 바지락 등 수많은 조개류들이 말라죽어 있고. 무수히 뚫린 구멍 속에는 더 많은 생물들이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해 방조제 연결공사가 끝난 후 바닷물의 유입을 차단했으나 죽은 갯벌 생물들이 부패하면서 악취가 진동하자 차선책으로 물의 유입량을 조금씩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해질녘 경운기에 피곤한 몸을 의지한 채 양식장을 나선 한 어민은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겄소.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라며 뿜어내는 담배 연기에 허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일간스포츠 부안=박상언 기자

 

■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기네스북에 오른 새만금방조제

 

가력갑문의 녹조라떼

2020.9월 새만금은 방조제 밖의 바다와 방조제 안의 물 색깔이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방조제 밖의 바다는 파란 하늘빛으로 반짝였다. 방조제 안은 4대강에서 보았던 '녹조라떼'였다. 새만금 방조제에는 바닷물이 들고 나가는 가력 갑문과 신시 갑문이라는 두 개의 갑문이 있다. 가력 갑문 위에 올라서 안을 들여다보면 녹조 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갑문 너머의 바닷물과는 확연히 다른 녹색의 물로 가득했다.

 

새만금 방조제 길이는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생긴 새만금호의 넓이는 401㎢이다. 서울특별시 면적이 605.02㎢이니 새만금호는 서울시의 무려 2/3에 해당할 만큼 넓은 호수가 된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 위에 있는 새만금 홍보관은 401㎢의 새만금호를 대한민국 도시뿐 아니라 세계 유명 도시 면적과 비교해 놓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3배, 프랑스 파리의 4배, 미국 맨해튼의 5배에 해당되는 면적이다. 그런데 그 넓은 새만금호의 물이 녹조 범벅이 되었다.

 

새만금은 이미 지난 20년간 수질 개선을 위해 4조 821억 원을 퍼부었다. 새만금 수질 개선 사업 비용으로 1단계인 2001~2010년에 1조 4568억 원, 2단계인 2011년~2020년엔 2조 6253억 원 등 총 4조 821억 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새만금호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수치를 농업용지 구간은 4급수, 도시용지 구간은 3급수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7월 새만금호에 있는 총 13곳의 수질 측정 지점을 조사해 보니 6급수 5곳, 5급수 5곳, 4급수 2곳, 3급수 1곳이었다. 4조 원이 넘는 혈세를 퍼붓고도 참혹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1급수와 2급수면 깨끗한 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고, 3급수면 수산업이나 농업용수로 사용이 가능한 물이다. 4급수면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하지만 약품 처리해야 하고, 5급수면 썩은 물이라서 특수 공법을 거쳐야 공업용수로 쓸 수 있다. 6급수는 등급을 매길 수조차 없을 만큼 썩은 물인 '등급 외'를 의미한다.

 

지난 20년 동안 퍼부은 수질 개선비 4조 원이 부족해 앞으로 10년간 3조 원을 더 퍼부으면 정말 수영하기 좋은 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새만금호로 유입되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오염수를 다 처리할 수 없으며,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시화방조제 중간에 사업비 3551억 원을 들여 조력발전소를 건설했다. 2011년 8월 세계 최대 용량의 조력발전소가 완공되었다. 기존의 8개의 수문이 달린 배수갑문으로는 해수 유통량이 3천 만t에 불과했으나 조력발전소 건설로 해수 유통량이 1억 6천만t으로 증가했고 수질이 개선됐다.

 

조력발전소 건설로 수질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규모는 기존 세계 최대 규모였던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를 넘어섰으며, 소양강댐 발전소의 1.56배로 인구 50만 명이 한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발전량이라고 한다.

 

조력발전소 인근에 과학 전시관, 전망대와 휴게소, 수변 무대 겸 광장을 꾸며 매월 10만 명이 넘게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조력발전소를 통한 시화호의 수질이 개선되자 악취 진동하던 시화호가 천연기념물 큰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생명의 보금자리로 거듭났다.

 

새만금호의 수질 개선 방법은 간단하다. 갑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11.2km의 시화호에서 확인했듯이, 33.9km의 새만금 방조제에 달린 가력 갑문과 신시 갑문만으로는 그 넓은 새만금의 썩은 물을 개선할 수 없다.

 

33.9km 새만금 방조제에 제3, 제4, 제5 배수갑문으로 조력발전소를 건설해 해수유통량이 증가하면 새만금은 확실히 살아난다. 그러면 다시 살아난 기적의 새만금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다. 이것이 진정 새만금을 살리고 전북의 발전을 위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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