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오지의 붉은 산… 정선 두위봉
모든 길이 산비탈을 따라 하늘로 이어지는 산골에 봄이면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신동읍에 있는 두위봉(1,466m)이다. 이 지역 이름은 두리봉, 봉우리가 두루뭉술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두리봉(두위봉)정상 부근의 철쭉밭. 만 여 그루의 철쭉밭은 어느 산에 뒤지지 않는 장관을 이룬다. |
두위봉이 철쭉 명소로 부각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 사북 주변의 탄광들이 문을 닫으면서부터다. 수만 평이 넘는 지대에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철쭉이 알려지면서 명소가 되었다. 절정기 때는 너른 봉우리 주변이 마치 연분홍 양탄자가 깔려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남쪽을 제외하고는 서·북·동쪽으로 태백선 철도가 감싸 돌아가기 때문에 철도를 이용한 산행 코스가 잘 발달한 것이 특징. 신동읍 방제 함백마을, 남면 문곡리 자미원, 무릉리 증산마을, 사북읍 사북리 도사곡마을이 산행 들머리로 이용된다.
그 중 두위봉을 유명하게 만든 철쭉밭은 아라리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자미원역에서 정상에 오르기 바로 전에 있다. 능선을 따라 철쭉길이 이어지고,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형성된 급경사면을 따라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특히 정상 부근에는 다양한 약재용 식물과 곰취, 곤드레 등의 산채가 많이 나 꽃구경에 산나물을 채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위봉은 정선 아리랑에도 거론될만큼 정선군민과 밀접한 산으로 단곡계곡에서 산행을 할 경우에는 1주차장 대신 1.2km 위쪽에 있는 2주차장을 이용하시는 것이 편리.
두위봉(해발 1,465.8m)에서는 해마다 철쭉이 만개하는 5월말과 6월초 두위봉 철쭉제가 열린다. 지난 1991년부터 함백청년회의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동남쪽 단곡계곡 입구에 있는 광장에서 노래자랑과 풍물공연 등의 본 행사가 펼쳐지고, 단곡 => 감로수샘터 => 아라리 고개 => 정상에 이르는 구간에서 환경등반대회가 이어진다.
정상주위에는 자연생태가 잘 보전된 가운데 참나무, 주목, 철쭉 군락지가 있어 매년 철쭉이 만발하는 6월경에 철쭉제와 등반대회를 개최하여 전국의 많은 산악인이 찾고 있다. 철쭉제행사가 열리면 두위봉 입구 행사장에서 문화행사와 함께 풍물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단곡계곡->(40분)감로수샘터->(30분)갈림길->(20분)정상(총 1시간 30분)
도사곡->(140분)샘터->(40분)주목군락지->(100분)정상(총 4시간 40분)
자미원->(80분)갈림길->(20분)갈림길->(20분)정상(총 2시간)
자뭇골->(30분)척산골->(40분)샘골->(50분)갈림길->(20분)정상(총 2시간 20분)
단곡계곡
단곡계곡은 함백에서 동쪽으로 두리봉 정상 턱밑까지 뻗은 계곡이다. 워낙 박달나무가 많아 박달나무 단 자를 쓴 것이나 탄광이 개발되며 탄광도로 때문에 단곡계곡에서 옛적 숲의 모습은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함백탄광이 폐광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며 과거의 흉한 몰골은 많이 가려졌다.
함백역 서쪽 약 500m 지점, 남쪽 철로 밑 굴다리를 지나 2km쯤 달려 오르면 커다란 두리봉 등산로 안내판이 선 공터가 나온다. 안내판 오른쪽 옆으로 난 비포장 찻길을 따라 1km쯤 더 오르면(도보로 약 20분) 작은 계곡 옆 공터가 나타난다. 이곳은 매년 6월 초 철쭉제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서, 철쭉제 때는 차량을 통제하지만 평소엔 이곳까지 차를 끌고 올라갈 수 있다.
산행은 이곳에서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며 시작된다. 가파른 옛 광산도로를 따라 500m쯤 올라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면 곧 시원한 숲이 하늘을 가리기 시작한다. 이곳 계곡을 건너는 지점에도 널찍한 공터와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다.
산길은 둥글게 원호를 그리며 이어진다. 옛 광산길이지만, 짙은 숲 분위기가 매우 좋다. 공터를 출발한 지 40~50분쯤 걸으면 이윽고 감로수샘터에 다다른다. 너덜겅 속을 흐르는 이 샘물은 매우 차고 물맛이 뛰어나다. 옛 광산길 흔적은 이 감로샘에서 사라지고, 완연한 숲속 오솔길이 시작된다.
‘아라리고개, 정상 0.9km’란 팻말이 선 곳에서부터 급경사길이 시작된다. 15분쯤 숨가쁘게 오르면 ‘산마루길, 정상 0.63km’란 팻말이 선 능선 위에 다다른다. 여기로 자미원쪽 등산로가 또한 연결된다.
산마루길 팻말에서 오른쪽 정상을 향해 10분쯤 오르면 철쭉지대가 시작된다. 이곳 철쭉의 개화기는 매년 6월 초순경으로, 정상 서릉 일대가 온통 붉은 철쭉으로 뒤덮이기도 한다. 키가 어른 가슴 정도의 높이여서 고개를 빼면 철쭉밭 전체를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만개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으므로 철쭉 구경이 목적이라면 반드시 사전에 주최측인 함백청년회의소(033-378-7633)에 문의해보고 나서는 것이 좋다.
철쭉밭 위쪽의 큼직한 바윗덩이들이 튀어나온 암부는 철쭉제 때 임시 정상으로 삼는 곳으로, 진짜 정상은 여기서 10분쯤 더 가야 한다. 암부 직후 첫 헬기장이 나오고, 두번째 헬기장을 지난 직후 정상이다. 정상 주변은 장군바위 등의 기암과 아름드리 주목 등과 어울린 철쭉 풍광이 매우 뛰어나다.
다섯번째 헬기장을 지나면서 철쭉밭은 엉성해진다. 그러나 철쭉이 아니어도 두리봉 정상 능선에서 보는 사방의 조망, 특히 남쪽 영월 방면의 깎아지른 듯한 산비탈 아래의 수많은 첩첩 산릉 풍광이 오랫동안 즐길 만하다. 오로지 걷는 시간만을 따진다면 왕복 3시간이면 되겠지만, 쉬며 구경하는 시간까지도 감안하면 5~6시간쯤 잡아두는 것이 좋다.
방제1리 162 정선아리랑학교 033-378-7856
1980년대 중반.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에 불어 닥친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은 인구를 2/3 가량 뚝딱 덜어냈다. 아이들이 없으니 학교가 하나 둘씩 문을 닫았다. 잡초만 무성한 텅 빈 운동장과 깨진 유리창이 달려있는 교실들은 폐광촌의 헐거워진 역사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런데 ‘함백’이란 폐광촌에 서민들의 한과 애잔함이 깃든 정선아리랑이 다시 울려 퍼졌다. 지난 1997년 옛 매화분교 터에 강원도 폐교 활용 1호로 정선아리랑학교(소장 진용선)가 자리 잡은 것이다.
정선아리랑 학교는 이미 지난 1993년 제 1기를 발족했지만 교육프로그램을 상설로 운영하기 위해 정선 땅에 둥지를 마련했다.
정선아리랑학교 진용선 소장은 슈마허의 책 제목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모티브로 한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라는 문패를 만들고 폐교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젊었을 때 토플강사로 뛰며 벌어뒀던 자금을 툭툭 털어 폐교에 조경 3000만원, 하수도정비 4000만원, 교육시설 5000만원, 운동장 마사토 깔기 1260만원을 투입했다.
216㎡ 남짓한 교실 두 칸은 남자와 여자 교실로 나뉜 아리랑 교육 공간으로 일궜다. 2005년부터는 ‘추억의 박물관’이란 이름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민들이 나무를 베어간 까닭에 휑하고 잡초가 우거졌던 운동장도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도록 제 모습을 찾았다.
정선아리랑학교 주인 내외의 12년에 걸친 열정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 수가 5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 가운데 3000명은 정선아리랑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 수다. 2000년에는 폐교 문화공간화 사업의 모델학교와 환경부 체험학습프로그램 지원학교로 선정됐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환경부 에코가이드 양성 추진학교 등의 평가도 받았다.
교육청으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던 이곳은 올해 정선군 재산으로 이관됐다. 정선아리랑학교는 정선군에서 지원하는 1000만원 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은 단연 ‘정선아리랑’이다.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콘텐츠를 활용한 학교이기 때문에 일종의 ‘자부심’이 작용했다. 지자체가 계획한 정선군 문화발전 전략에 합치됐고 마을 주민들의 거부감도 덜 수 있었다.
매년 서울, 경기, 부산 등 각 지역 학생들이나 어른들이 아리랑을 몸소 배우기 위해 정선을 찾는다. 태백산맥 한 가운데 자리해 도시와 만만치 않은 거리에 있음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초까지 4만4000명가량이 원거리 행진을 했다.
이 까닭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이 소박한 공간 내에 알차게 구성됐기 때문이다. 학교가 정선에 입지한 까닭에 이론 위주가 아닌 실기 교육이 가능한데다 산골에서의 다양한 체험활동도 병행할 수 있다. 또 계층별로 교육프로그램이 나뉘어 있어 정선아리랑에 대한 관심을 도출하기도 쉬웠다.
도시민들 중심의 문화활동은 소득이 평균 100만원 미만인 지역 주민들에게 자칫 사치로 비춰지거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그래서 주민들을 위한 문화 활동도 함께 진행됐다. ‘폐교는 개인용이 아닌 한 동네의 소유이며 자신은 관리인일 뿐’이란 진 소장의 철학도 한몫 했다.
지역 학생들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선아리랑학교를 ‘제 집 드나들듯이’ 방문한다. 그들은 이곳에서 정선아리랑도 배우고 공연이나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 소장은 진작 교문을 헐고 학교 시설을 맘껏 쓰게 했다.
특히 2005년에는 폐광지역 아이들을 위한 ‘동네야 놀자’ 프로그램을 개설, 마을에 문화를 덧씌우도록 도왔다. 아이들은 마을 곳곳 사진 찍기, 역사 찾아내기, 골목이름 정하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이들 중 사진 실력을 갈고 닦은 아이들은 정선 신동읍이 100주년을 맞은 2006년에 ‘마을이 숨쉰다’라는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본래 학교가 마을 역사의 전령이듯, 지역의 흩날리던 역사를 집대성하고 복원하는 데 정선아리랑학교는 중심에 있다. 진 소장은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정선아리랑 관련 저서를 비롯한 신동읍지, 지명유래집, 함백역 50년 어제와 오늘, 동강, 동강사진집 등 30권이 넘는 책을 편찬했다.
또 최근에는 전국 최초로 마을 간이역인 함백역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폐광촌의 역사와 함께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던 함백역은 한국 산업화의 현장이자 주민들의 삶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진 소장을 주축으로 주민들이 함백역을 되살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역사적 사료와 성금을 모으며 복원운동을 진행했다. 마침내 정선군이 이 터를 매입했다. 7월 말에는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복원한 함백역 외형을 볼 수 있게 된다.
문을 개방한 지 12년. 흉물이던 옛 매화분교가 다시 마을공동체의 중심으로 위상을 찾은 것은 정선아리랑학교가 쉼 없이 보여준 지역과의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아직도 아쉬운 게 많다고 한다. 올해에는 소통 거리를 좀 더 좁힐 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더 나아가 공간 활용보다 사람 투자에도 나서 주민들이 폐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찾겠다고 전한다.
[서귀포신문 2008.10 김경덕기자]
숙식
약수장여관(033-378-1800~2), 서울장여관(378-7042) 등 숙박업소가 있다. 식당은 함백극장식당(버섯전골 전문·033-378-7650), 풍년식당(378-7288)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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