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민속자료 134호 삼강나루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강줄기가 몸을 섞는다 해서 '삼강'이란 이름을 얻은 곳은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다. 삼강은 한때 낙동강 하구 김해에서 올라오는 소금배가 하회마을까지 가는 길목이어서 내륙의 미곡과 소금을 교환하던 상인과 부보상(보부상)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그 나루터 곁, 200살이 넘은 회화나무 그늘에 삼강주막이 있다.
이 주막이 들어선 것은 1900년께. 소발에 짚신 신겨 서울로 몰고가던 소몰이꾼이 소를 싣고 강을 건너기도 해 삼강나루가 붐볐을 때는 소 여섯 마리를 실을 수 있는 큰 배와 작은 배, 두 척이 있었다고 한다. 일제 말기까지는 소금배 상인과 부보상이, 소금배가 끊긴 후에는 강을 건너 읍내와 서울·대구 등지로 가려는 주민과 나그네들이 이 주막의 길손이었다.
2013. 4 예천여행에서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다리가 놓이고 제방이 생기면서 주막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나루에 인적이 끊어졌으니 주막을 지나는 길손도 끊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더구나 2004년 봄에 삼강교가 개통되면서 호젓했던 삼강의 풍광마저 사라졌다. 느티나무 아래에 자리한 2개의 평상은 영화 <엄마>에 나왔던 소품이다.
임자를 잃은 지 어언 이태. 유옥연할머니는 2005년 10월 90의 나이로 돌아가셔서 그 해 연말에 이 낡은 주막집은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그 기능에 충실한 집약적 평면구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건축역사 자료로서 희소가치가 크고 옛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의의가 커서'다. 경상북도는 낙동강 1300리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 조선시대 주막의 복원 사업을 올해 안에 시작한다고 한다.
주막이 복원되면 사람들은 한갓지게 승용차와 관광버스를 타고 와 이 '전근대'의 풍경에 머물다 저 '낡은 시절'의 향수에 젖다 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나는 것은 다만 한 시대의 모사(模寫)와 재현일 뿐, 그 시절 사람들의 땀내와 피울음으로 얼룩진 한 시대의 고단한 삶은 아니리라.
오마이뉴스 장호철, 김정수
2013. 4 예천여행에서
경상북도와 예천군이 1억5천만원을 들여 방 2개와 툇마루, 원두막 2채를 갖춘 옛 토담 초가 주막을 복원한 것은 2007년 12월이다. 낡고 헌 속살을 드러내고 있던 흙벽은 말끔하게 보수되었고 문살이 거의 남지 않은 채 돌쩌귀에 간신히 걸려 있던 방문도 튼실한 새것으로 바뀌어 걸렸다.
주막 저편 강둑 쪽에 몇 걸음 간격으로 새로 세워진 원두막 두 채와 함께 보수된 주막집은 마치 맞지 않는 새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 보인다. 이백 년 회화나무 그늘에 없는 것처럼 녹아 있던 낡고 허술한 슬레이트 지붕의 옛 주막은 거기 없다.
그러나 여전히 이 옛 주막집으로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삼강마을 주민 가운데 뽑힌 새 주모 권태순(70) 씨가 그들을 위해 주막을 다시 열었다. 주모가 직접 담근 진한 농주와 손수 만든 묵과 두부, 배추전 등이 나그네를 반긴다. 농주와 묵, 두부, 배추전으로 짠 상차림이 1만2천원이다.
반자 없이 서까래를 드러낸 낮은 천장 아래 방은 좁다. 네모난 낮은 상을 마주하고 서너 사람이 앉으면 방이 꽉 찬다. 앞문 맞은편은 다락문이다. 옆에는 어울리지 않는 엔틱 형의 벽시계가, 그 아래엔 어느 주객이 남긴 낙서가 마치 편액처럼 걸렸다. 서까래에 걸린 백열등이 이 집의 역사만큼이나 허전하고 쓸쓸하다.
새 주모로 뽑힌 권태순(70) 씨. 집에서 고두밥을 말리고 있다. 고두밥에 섞는 것은 솔잎이다. 삼강주막에서는 농주는 물론 묵과 두부도 손수 지어서 판다/장호철
방 뒤편이 부엌이다. 좁고 낮은 그 정짓간에 주모는 보이지 않고 며느리가 분주하게 전을 부치며 술상을 차리고 있다. 줄을 잇는 손님들 때문에 주모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피어오르는 김 속에서 짓는 부인의 미소가 건강했다.
지붕의 무게에 짓눌려 휜 듯한 맨 서까래의 천장 너머 저편 벽에 글을 몰랐던 옛 주모가 외상값을 표시해 둔 눈금이 새겨진 벽이 남아 있다. 그을음 낀 벽에 남은 그 길쭉한 눈금은 이 주막에서 5남매를 길러냈던 유옥연 할머니의 고단한 삶의 흔적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드센 뱃사람과 장사꾼들을 거두어가며 여민 그이의 간난의 생애 한복판으로 밤새 뒤채며 삼강이 흘렀으리라. 정짓간 바람벽에도 새길 수 없었던 '술어미'의 한과 슬픔은 강둑을 따라 회화나무를 휘돌아 흘러간 강바람에 실려 갔을까.
새로 복원한 옛 주막에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길손의 발길이 이어진다. 작은 방 둘로는 모자라 마당 한쪽에 세운 비닐하우스 안에도 손들이 들고난다. 주차장 노릇을 하는 마당과 도로 양옆에 잇달아 대인 차들도 여러 곳에서 왔다. 경상북도와 예천군은 앞으로 9억 원을 들여 주막 주변에 옛 뱃사공·보부상 숙소를 복원할 방침이라니 이 주변은 내내 나그네로 붐빌 전망이다.
주막옆으로 새로 지은 초가건물들 / 2013.4 예천여행에서
◆풍양 강문화전시관
지난 5월 개관한 풍양 삼강문화단지 내 강문화전시관도 예천의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은 교육·체험적 가치가 높고 인근 군 대표 관광지인 삼강주막이 있어 이곳을 찾은 관광객과 연계한 방문으로 이어지는 이점이 있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연면적 4천874㎡의 지상 3층 규모로 건물외관은 낙동강의 물결과 숲의 나뭇잎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내부는 아름다운 협곡에 목선이 지나가는 듯한 역동적인 모습으로 연출되어 있다.
전시관 구성은 정문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상설전시실과 영상관이, 좌측에는 안내센터와 어린이놀이터·휴게 공간 등이 위치해 있고 옥상에는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시원스러운 전망대가 있다. 상설전시실의 전시연출은 크게 4단계로 낙동강과 예천의 자연, 역사, 문화, 사람의 존(zone)으로 구성됐다.
자연의 존(zone)에는 인터렉티브 영상과 슬라이드, 터치스크린을 통해 낙동강의 아름다운 자연과 예천 지명 그리고 한국의 강과 세계의 강을 만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역사의 존'은 전면 스크린영상과 조그 셔틀을 통해 배산임수의 명당과 예천을 빛낸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문화의 존'은 투명스크린을 통한 국궁의 제작과정과 전면에 펼쳐지는 노동요 영상, 윤장대를 돌려 소원 말해보기, 원형공간에서 펼쳐지는 회룡포의 사계절 등을 영상과 체험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사람의 존'에서는 나루터 VR과 샌드아트 영상, 모형 등을 통해 삼강 나루터와 삼강주막의 옛 모습을 재현해 당시의 생활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조성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파브르펜션과 삼강나루캠핑장은 곤충 및 동물모형 펜션(모빌홈) 10동, 오토캠핑장 20사이트로 조성되어 있어 아름다운 삼강의 풍광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성천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乃城川)은 백두대간의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1,236m) 남쪽 기슭에서 발원해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서 낙동강에 합류하기까지 101.8km를 흐르는 강이다. 처음 신흥가계천이란 이름으로 봉화군 중앙부를 관류하고, 안동 북서쪽으로 적시고 흐르다가 영주시 문수면에 이르러서는 풍기·영주를 지나온 서천을 받아들여 덩치를 키워 남서류한다.
이후 호명면에선 백두대간 묘적봉(1,1148m)에서 발원해 예천읍을 적시고 온 한천을 받아들여 덩치를 한껏 키운다. 그 후 낙동강에 합류하기 직전의 용궁면에선 백두대간 대미산(1,115m) 동쪽에서 발원해 동로·산북·산양면 등 문경 동쪽 고을을 적시고 온 금천을 받아들인 뒤 곧바로 낙동강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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