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번지방도는 56번국도에서 홍천-오대산-평창으로 이어지는 산간도로로 오대산 상원사와 월정사를 지나는 도로이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 오대산국립공원. 그 울창한 숲속에 월정사와 상원사가 있다.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월정사. 그 앞 금강연의 맑고 시린 물에서는 열목어가 헤엄치고 있다.
하지만 월정사는 규모도 크고 사람들이 많이 붐벼 겨울에도 한적한 산사의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대신 월정사에서 9km 정도 더 들어가면 오대산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중턱에 상원사가 있는데 이곳이 훨씬 한적하다.
상원사는 월정사의 한 암자이기는 하나 신라의 보천, 조선의 세조 임금이 관련되어 역사적으로 내력이 깊은 사찰이다.
조선시대 세조가 이곳에서 기도하던 중에 두 차례나 문수보살을 만나 병을 고쳤다는 얘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얘기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세조는 절 이름도 '상원사'라 바꾸고 원찰로 정하는 등 갖가지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해서 상원사는 서서히 문수보살의 성지가 된 것이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상원사까지는 300m 정도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로 수월하게 갈 수 있다.
비로봉 정상까지는 3.3km로 2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지만 대신 힘들인 만큼 오대산의 겨울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비로봉까지 오르는 길목에는 250∼500m 간격으로 구간마다 숫자가 기입된 표지판이 설치되어 비상사태시 표지판에 있는 숫자를 알려주면 구조대(구조요청 전화번호는 033-332-6417)가 찾아오기 쉽게 해놓았다.
주차장에서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은 벽돌을 깔아놓아 깔끔하고 편리하지만 현등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흙을 밟는 느낌이 아니라 좀 아쉽다. 그러나 길 양옆으로 이리저리 휘어진 나무마다 줄기를 타고 이끼가 끼어 있어 깊은 산속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상원사의 정신적 바탕을 이루는 세 스님
상원사 오른쪽 산기슭에 있는 부도밭, 이곳에는 상원사의 오늘을 있게 한 세 분의 스님이 세상의 분주함을 그치고 적멸에 들어 있다. 방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 그리고 만화 스님이다.
방한암스님(1876~1951)은 경허, 만공, 수월스님 등과 더불어 근세의 선풍을 다시 일으키신 것으로 유명하신 스님이다. 한국전쟁 때 국군이 적의 군사 거점이 된다 하여 상원사를 불사르려 할 적에 "나는 부처님의 제자요, 법당을 지키는 것이 나의 도리이니, 법당과 함께 소신 공양하겠다"하여 절을 끝내 지켜냈다.
1913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탄허 스님은 불교 경전의 최고봉인 화엄경 120권을 번역, 출간한 것을 비롯하여 화엄론 40권, 육조단경, 보조법어 등 수많은 불전을 번역하신 역경의 선구자셨다. 1919년 평북 덕천에서 태어난 만화당 희찬 대선사는 6.25 때 조실인 방한암 스님만 남겨두고 떠날 수 없다며 끝까지 남아서 방한암 선사의 좌탈입망을 지켜보았던 효가 돋보이는 스님이다. 다년 간 월정사 주지로 있으면서 6.25 전쟁으로 소실된 전각을 복구하는데 진력한 스님이다.
음역이 높고 여운이 길게 가는 상원사동종의 종소리
상원사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어디서 이런 돌을 가져왔을까’ 싶을 정도로 큼지막한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돌계단이 있다. 20m 정도 이어진 돌계단 밑에서 바라보는 상원사의 첫인상이 참 이채롭다. 돌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가면 산사 마당 한가운데에 아담한 건물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 건물 나무창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저마다 비슷한 몸짓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뭐가 있기에 저런가’ 싶어 다가갔더니 안에 커다란 종이 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종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종으로 한국 종의 모든 특색을 두루 갖춘 범종이라는 상원사 동종이다.
상원사동종은 성덕대왕신종, 국보 제120호 수원 용주사범종과 함께 현재 우리나라에 남은 완전한 형태의 통일신라시대 범종 3구 가운데 하나이다. 신라 성덕왕 24년(725)에 조성된 이 종은 본래 안동부 누문에 걸려 있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예종 원년(1469)에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종의 이동에도 왕실의 원찰이라는 힘의 논리가 작용한 모양이다.
높이 167cm, 지름 91cm의 동종으로 종복(鐘腹)에 새겨진 비천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천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허공에 뜬 비천상은 각기 무릎을 세우고 수공후와 생황을 연주하고 있다. 천의의 끝 부분은 인동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휘날리는 천의 자락이 매우 아름답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문수전 계단 옆에는 고양이석상이 있다. 법당에 들어가려던 세조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들어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 고양이에게 보답하고자 세운 것이라고 한다. 상원사 문수동자상은 예배의 대상으로서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동자상이다.
1984년, 동자상 안에서 발견된 발원문에는 "세조 12년(1466)에 세조의 둘째 딸인 의숙공주와 남편인 정인지의 아들 정현조가 세조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자 오대산 문수사에 여러 불·보살상을 만들어 모셨다"라는 내용을 담겨 있다. 아마도 아버지인 세조가 저지른 업보가 딸이 보기에도 안타까웠나 보다.
문수전 오른쪽에 있는 영산전, 돌 계단 옆, 단풍진 담쟁이덩굴이 이 전각을 고풍스럽게 보이게 한다. 실제로 영산전은 오대산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전각이다. 안에는 석가 삼존상과 십육나한상을 봉안하였다. 영산전 앞에는 본래의 모습을 알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파손된 돌탑이 있다. 지붕돌에는 연화문이 새겨져 있고, 몸돌에는 여기저기 부처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마치 석탑의 미니어처를 보는 것 같아 그 옛날 석탑 조형의 한 단면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상원사 안에는 전통차를 파는 찻집인 ‘솔바람 차향기’가 있다. 추운 겨울 산사를 돌다 언 몸을 따뜻한 차 한잔으로 녹이기에 딱 좋은 곳이다.
찻집 뒤편으로 나 있는 돌계단을 따라 좁은 산길을 올라가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모든 바깥 경계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번뇌가 없는 보배스런 궁전’이라는 뜻이다.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이 없으니 괴로울 것이 없는 부처님의 경지를 나타내는 곳으로 새해를 시작하며 한번쯤 찾아볼 만한 곳이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는 1.4km. 걸어서 1시간도 채 안되는 거리라 가벼운 겨울산행을 하기에 적당하다. 오대산 입장료 어른 2천8백원, 어린이 7백원, 주차료 4천원. 문의 오대산국립공원 033-332-6417
적멸보궁 앞에는 비로봉 1.5km, 상원사 1.5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적멸보궁은 그렇게 비로봉과 상원사의 딱 중간 지점, 해발 1190m 높이에 있다. 적멸보궁엔 중대 사자암 비로전 목탱화 개금불사 동참을 권유하는 현수막과 등달기로 요란하다. 적멸보궁은 643년(선덕여왕 12년)에 지어졌다고 전한다.
적멸보궁은 중대 사자암과 비로봉의 중간, 우뚝 솟은 봉우리에 좌정하고 있다. 돌계단을 오르면서 보니 적멸보궁이 자리한 지형이 약간 둥글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국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가?
이곳에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모셨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은 이능화가 쓴 <조선불교통사> 하편에 실린 고려시대 문신인 민지(1248~1326)가 쓴 '오대불궁산중명당'이다. 거기에 자장율사가 중대 지로봉에 불뇌와 정골을 모신 뒤로 상서로운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적어놓았다.
그런데 일연은 <삼국유사>에 쓰기를 자장이 모셔온 사리를 황룡사 9층탑과 통도사 계단, 대화사 탑에 분안했다고 했다. 일연이 입적한 것은 1289년의 일이며, 민지가 '오대불궁산중명당'이란 글을 쓴 것은 1307년이다. 그렇다면, 일연의 사후 20년 사이에 사리를 분안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분안했다면 어느 곳에 있던 사리를 나눠 이곳에다 안치했다는 것인가?
졸참나무와 갈참나무, 전나무가 교대로 나타나는 길을 지난다. 이곳의 졸참나무들은 내가 다른 곳에서 보았던 졸참나무보다 훨씬 등걸이 굵다. 비로봉까지의 거리를 약 800여m가량이나 남겨두었을까. 그때부터 목제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IC에서 빠져나와 59번 국도를 타고 오대산 방면으로 들어오면 오대산국립공원이 보인다. 오대산에서 평창 휘닉스파크, 용평리조트 등이 가까워 겨울에 스키를 타러 왔다 쉽게 들를 수 있다. 아울러 진부에서 상원사까지 시내버스(평창운수)가 운행된다. 상원사로 들어오는 첫 버스는 오전 9시, 상원사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는 오후 5시20분.
[먹을거리 & 숙박정보]
오대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산채비빔밥과 도토리묵, 닭백숙, 된장찌개 등 토속적인 음식을 파는 곳이 군데군데 있다. 아울러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길목에 민박과 매점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오대산장(033-334-2722)이 있는데 시설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하룻밤을 보낼 만하다. 이곳에서 하룻밤 정도는 보낸 뒤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이 발길이 뜸할 때 고요한 산사를 호젓하게 오를 수 있기 때문.
/ 글 - 여성동아2004년 신석교 프리랜서, 오마이뉴스2007.10 안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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