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의 지오트레일 금강벼룻길을 걷다
[여행스케치=무주, 진안] ‘호남지방의 지붕’이라 불리는 진안고원에 자리 잡은 무주와 진안에는 신비로운 지질과 지형을 갖춘 장소들을 꼽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 놓았다. 대표적인 지질명소를 보다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든 지오트레일을 통해 무주ㆍ진안 국가지질공원을 만나본다.
무주ㆍ진안 국가지질공원에는 총 10개소의 지질명소가 있고, 각각 2개의 지오트레일 코스를 만들어놓았다. 각 군별로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무주의 금강벼룻길과 진안의 마이산 지오트레일을 통해 신비롭고 아름다운 진안고원의 지질명소를 만끽해본다.
금강 물길을 따라 걷는 벼랑길
무주의 지오트레일 중 하나인 금강벼룻길은 무주군 향토문화유산 제1호이자 금강변 마실길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인 걷기 길이다. 벼룻길이란 강가나 바닷가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이르는 말로 무주 사람들은 ‘보뚝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강벼룻길은 부남면 굴암리 율소마을 강가에서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길 시작점에는 낙석주의 안내판이 탐방객들의 주의를 요하고 있다. 내용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금강변 마실길 1코스의 핵심노선이지만, 현재 낙석이 진행 중으로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
낙석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나 벼룻길의 특성상 한계가 있어 통행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는 것이다. 그 안내문을 증명해주듯 벼룻길에 들어서면 이내 깎아지른 위아래 낭떠러지 사이로 성인 1명이 조심스럽게 걸어야할 정도로 좁은 길이 시작되어 이어진다.
길이 좁은 이유는 길의 탄생과 연관이 있다. 애초 이 길은 굴암마을 대뜰에 물을 대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건설한 농수로였던 것.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부남면 대소리와 율소마을을 이어주는 지름길로 이용되다가 도로 상황이 좋아진 다음에는 ‘추억의 마실길’로 유명해진 것이다.
벼룻길 초입에서 만나는 동그랗게 뚫어놓은 짧은 동굴에서 옛 농수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동굴 옆에 솟아있는 큰 암석이 ‘각시바위’라고 알려주는 김진남 무주군 지질공원해설사는 그에 얽힌 전설을 일러준다.
“각시바위는 여인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강 건너 대유리로 시집온 각시가 있었는데, 남편과 마을사람들 모두 칭찬할 정도로 착했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미워하여 괴롭혔답니다. 그럼에도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위해 늘 기도했는데, 결혼한 지 삼년이 되어도 자식이 생기지 않자 시어머니는 노골적으로 나가 죽으라고 종용했죠. 결국 며느리는 절벽 위에 올라 죽기를 결심하고 바위를 오르자 구름이 몰려와 며느리를 태우고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데, 며느리를 찾아 나선 시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쳐 부르자 하늘로 솟아오르던 바위가 멈춰 며느리가 떨어져 죽고 말았답니다. 사람들은 한 많은 며느리가 죽은 장소라고 해서 각시바위라 부르게 되었죠.”
이 각시바위는 동굴을 지나서 걷다가 뒤돌아서서 보아야 전설의 내용에 맞는 상승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각시바위를 보고나면 약 1.2km의 벼룻길이 이어지는데, 길이 좁고 위험하다고는 하나 금강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벼룻길의 풍경이 아름다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벼룻길을 지나 다양한 과실수가 심긴 과수원 길을 걷다보면 캡슐공원을 만난다. 캡슐처럼 작아서 이름 붙은 공원에는 데크가 조성되어 있어 편하게 걸으며 부남면소재지에 도착한다. 부남면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만석당.
이곳도 무주의 향토문화유산이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1호인 ‘무주부남디딜방아액막이놀이’를 전승하기 위해 건립된 방앗간 살림집이다. 디딜방아는 알곡과 가루를 내는 데 쓰이는 옛 농기구 중 하나로, 액막이놀이는 마을의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행해왔던 것이라 한다.
만석당을 지나 부남면소재지를 빠져나오면 걷기 길은 강을 건너 덤덜교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문바위를 보기 위해서 도로를 따라 부남터널 앞까지 직진한다. 담쟁이식물이 근사하게 몸을 치장해주고 있는 대문바위도 액막이와 관계된 전설을 지닌 곳으로, 바위를 닫아 잠그면 역병이 침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시 길을 돌려 덤덜교를 건너면 덤덜이들을 지나 유평교를 건너고, 무주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인 도소마을에서 총 7km 길이 끝이 난다.
김진남 해설사는 “금강벼룻길로 대표되는 지오트레일은 바위와 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라며 “풍화작용과 박리현상 등의 지질 현상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금강벼룻길 지오트레일은 금강변 마실길 1코스에 포함되어 있으며, 금강변 마실길은 도소마을을 시작점으로 벼룻길을 지나 잠두마을까지 1코스, 서면마을까지 2코스로 이어진다.
무주군 부남면 율소길 31-8 / 율소마을회관
금강벼룻길 시작점은 따로 주소가 없으므로 율소마을회관을 찾아오다가 마을로 들어서지 말고 강을 따라 율소교를 지나 도로 끝까지 이동하면 안내판을 찾을 수 있다.
출처 : 여행스케치 노규엽기자
https://www.ktsketch.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51
'방방곡곡 > 전라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창 선비의길 훈몽재 김인후 낙덕정 (0) | 2025.01.27 |
---|---|
만경강 신천습지 춘포 만경교 (2) | 2025.01.20 |
전주 경원동 풍년제과 (6) | 2024.12.11 |
익산 어양동 천만송이국화축제 (3) | 2024.10.23 |
변산반도 내변산 봉래구곡 직소폭포 (1) | 2024.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