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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안보/무기 장비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 러시아군의 비밀병기 란쳇 자폭 드론

by 구석구석 2024.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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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 러시아군의 비밀병기 란쳇 자폭 드론 

2019년 모스크바 방산전시회 첫 공개
공격 반경 40㎞ ·215㎜ 강철판 관통
대당 4640만 원 불과 저비용-고효율
무인기 요격·완전 자율공격능력 갖춰
영상 인터넷 공개 심리전 도구로 활용
연간 100만 대 수준 생산 확대 계획

지난 2022년 6월 이후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을 꾸준히 괴롭히고 있는 러시아제 자폭 드론이 있다. 최근에는 서방 세계에서 지원한 각종 고가치-첨단 무기의 파괴 영상이 일반에 공개되며 러시아군의 심리전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악몽의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 방위산업체 자라 항공그룹(ZALA Aero Group)이 만든 란쳇(Ланцет/Lancet) 자폭 드론이다.

러시아군이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는 란쳇(Ланцет/Lancet)-3 자폭 드론은 현대전의 새로운 저비용-고효율 무기다. 사진=로스텍 홈페이지


우크라이나군의 악몽

시시각각 급변하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는 강력한 방해전파와 전자전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무력화하고 자율공격능력을 갖춘 란쳇 자폭 드론의 물량 공세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를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LostArmour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8월 3일까지 란쳇 자폭 드론을 사용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총 507회나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170개의 표적이 완전파괴되고 269개 이상의 표적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공격의 50% 이상은 우크라이나군 포병에 집중되었으며 실제로 자주포 106문, 곡사포 및 박격포 131문, 다연장로켓시스템(MLRS)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18대가 란쳇 자폭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이외에도 레이다 및 통신중계소 43개, 대공방어무기 및 진지 41개, 전차 및 장갑차 67대가 란쳇 자폭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란쳇 자폭 드론에 의한 실제 피해는 공개된 숫자의 최소 2배 이상이라고 분석하는 군사전문가도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자폭 드론 자체의 위력은 대단치 않지만 란쳇 자폭 드론에 의해 고가치 군사 장비의 피해가 누적되면서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방 세계가 지원한 주요 무기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급증하고 있으며 러시아군과 정보기관은 관련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훌륭한 심리전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란쳇 자폭 드론의 공격을 직접 경험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 역시 대응이 쉽지 않으며 충분히 치명적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7월까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6대 이상의 스토머(Stormer) HVM 근접 대공 방어차 중 최소 2대 이상이 2023년 3월과 5월, 란쳇 자폭 드론의 공격으로 피해를 당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각종 고가치-첨단무기에 대한 란쳇-3 자폭 드론의 공격 영상을 공개하며 심리전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사진=러시아 국방부 유튜브

러시아판 스위치블레이드?

등장 시기와 설계 개념, 사용 방식의 유사성으로 인해 란쳇 자폭 드론은 종종 러시아판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 LMAMS(Lethal Miniature Aerial Munition System)로 평가되기도 한다. 란쳇 자폭 드론은 지난 2019년 6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ARMY-2019 방산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되고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 당시 러시아군에 의해 실전 평가가 진행된 정찰 및 배회형 자폭 드론이다.

등장 초기에는 러시아제 무기들의 고질적인 신뢰성 문제 때문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이후 실전을 통해 성능이 검증되면서 최고 위협 대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러시아판 GPS라고 할 수 있는 GLONASS 지원 관성항법체계, 레이저 위치 측정 장비, 광학전자 및 TV유도장치를 갖추고 고정 및 이동 표적을 감지, 추적하거나 공격해 파괴할 수 있다.

3명의 병사만으로 운반 및 설치, 발진이 가능하며 일단 이륙하면 정해진 목표 혹은 지정된 경로를 비행하며 전장을 감시하거나 알아서 표적을 은밀하고 정밀하게 공격하는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개발자인 알렉산드르 자하로프의 설명에 의하면 란쳇 자폭 드론은 미군의 MQ-9급 무인항공기(UAV)를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기본형 란쳇-3과 파생형

가장 기본형은 란쳇-3으로 불리며 유리섬유와 복합소재로 제작된 연필 형태의 동체와 앞뒤에 X자로 배치된 8개의 날개가 특징이다. 꼬리에 부착된 전동모터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엔진 방식의 동급 드론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작다. 최대 상승고도 5000m에 80~110㎞/h 내외의 속도로 40분 동안 순항할 수 있고 전동모터 덕분에 공격 직전 순간적으로 300㎞/h까지 가속할 수 있다. 특히 최종 공격단계에서 표적 바로 머리 위에서 수직에 가깝게 급강하하거나 낮은 고도로 미끄러지듯 비행할 수 있으므로 란쳇 자폭 드론을 미리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공격 범위는 반경 40㎞ 수준으로 크기는 전장 1.6m에 날개폭 1m, 중량 12㎏에 탄두 중량 3㎏으로 KZ-6 탄두의 관통력은 강철판 21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란쳇-3의 대당 가격은 3만5000달러(우리 돈 약 4640만 원) 수준이며 2023년 3월 이후 더 큰 탄두와 새로운 광학(EO) 유도체계, 완전 자율공격능력을 갖춘 성능 개량형이 확인되고 있다.

한편 란쳇-1은 기본형 란쳇-3을 중량 5㎏에 탄두 중량 1㎏으로 소형화시킨 변형으로 비행 가능한 시간이 최대 30분에 불과하지만 란쳇-3에 비해 포착과 요격이 더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첨단기술이 뒤바꾼 전쟁의 미래

러시아군의 란쳇 자폭 드론은 ‘배회 폭탄’으로 불리는 자폭 드론이 현대전의 저비용-고효율 무기체계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상징한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활약상이 알려지고, 러시아군의 추가 주문이 이어지면서 자라 항공그룹은 현재 연간 20만 대 수준의 란쳇 자폭 드론의 생산 규모를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결정적 승리를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고 싶은 우크라이나 수뇌부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금도 반격을 위해 전력을 집결하면 어김없이 란쳇 자폭 드론을 대량 동원한 러시아군의 융단폭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란쳇 자폭 드론의 공격 실패율이 무려 7.8%(507회의 공격 시도 중 표적 상실 28회, 통신 단절 40회)나 되는 만큼 여전히 신뢰성에 문제가 많으며 러시아군의 물량 공세 역시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주도의 고강도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반도체와 전자장비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란쳇 자폭 드론의 대량생산이 언제라도 중단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종다양한 드론으로 러시아군과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란쳇 자폭 드론으로 인해 반격작전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문제는 지금 현재 우크라이나군에는 란쳇 자폭 드론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러시아군의 란쳇 자폭 드론을 무력화하고 지지부진한 전황을 반전시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국방일보 2023.8 계동혁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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