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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고흥 봉암리 녹동항

by 구석구석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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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동항(鹿洞港)

제주도 가는 배가 하루에 2회씩 출항한다는 큰 항구다. 고흥만과 완도 북동부에 있는 여러 섬에서 어획한 수산물을 1차 판매하는 위판장이 있고, 낚싯배만 해도 수십 척 된다. 거문도 가는 배도 이곳에서 출항한다.

녹동항에는 어선 100여 척과 낚싯배 50척 정도가 있다.  박상대 기자

녹동항은 낚시객을 비롯한 관광객이 많이 찾고, 거금도와 금당도 등 인근 섬에서 생산되는 활어, 선어, 김, 미역, 멸치 등 해산물의 집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물동량이 많은 남해안의 해상 교통의 요충지다. 녹동항 수협 위판장에서 하루에 세 번 08시, 11시, 14시에 주꾸미와 낙지 경매가 있다. 어부들이 잡아온 생물이 이곳에서 판매된다. 

녹동항 위판장

주꾸미는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생김새는 문어와 비슷하나 머리 크기는 낙지와 비슷하다. 다리 개수는 낙지와 같이 8개이며, 길이는 낙지보다 더 짧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많이 서식하며, 3월말부터 6월까지가 맛이 가장 좋다. 흔히 바닷가 사람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말한다. 봄철에는 주꾸미가 맛있고, 가을에는 낙지가 더 맛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가을낙지가 봄 낙지보다 더 어려서 부드럽다는 데서 나온 이야기다.) 가을 주꾸미는 아직 어려서 맛이 덜 들었고, 봄이 되면 산란을 앞두고 살이 통통 쪄서 더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주꾸미는 수심 5~50m 정도의 모래나 자갈밭에 살면서 바위틈이나 풀숲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산란기에 바위틈처럼 생긴 소라껍질에 들어가서 알을 낳으려다 어부들의 손에 붙잡히곤 한다. 또는 어부들이 내려놓은 통발에 들어갔다가 붙잡히기도 한다. 이른 봄 녹동항 인근 바다에서 어획한 주꾸미는 대부분 통발을 이용한 것이다.

주꾸미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 철분, 비타민 등 필수아미노산과 타우린, 불포화지방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간 기능을 개선하고 시력 회복과 근육 피로의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철분이 많아 빈혈치료에도 도움이 되고, 여성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한다. 

주꾸미숙회와 초무침. 전통있는 음식점에서는 막걸리를 숙성해서 만든 식초를 쓴다.

주꾸미는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다. 어촌 사람들은 막 잡아올린 주꾸미를 그대로 썰어서 회로 먹는다. 참기름과 가는소금에 살짝 찍어서 먹는다. 그러나 대도시 사람들은 신선도 때문에 날 것을 선호하지 않고 대체로 익혀서 먹는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먹는다. 흔히 주꾸미 숙회라고 한다. 

벚꽃 지면 제맛 나는 모더니즘 생선 병어

남도 사람들은 주꾸미와 곁들여 병어를 봄의 전령이라고 말한다. 은빛 자태를 자랑하는 순박한 생선이다. 사람의 잣대로 보자면 입이 작아서 어린 물고기들을 잡아먹거나 괴롭히지 않고, 행실이 요란하지도 않을 것 같은 생선이다.

병어는 두꺼운 비늘이 없다.

비늘이 없는 생선은 맛이 덜하다는 선입견을 뭉개버리는 대표적인 생선이다. 요즘은 우리 근해에서 많이 잡히지 않는 까닭에 값이 싸지 않지만 70년대만 해도 시장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생선이었다. 사촌으로 덕자와 덕대가 있다. 덩치가 좀 더 크고 모양새는 엇비슷하다.

병어는 사계절 어시장에서 볼 수 있는 생선이다.

회나 조림, 구이를 많이 먹는다. 혹자는 병어를 일러 “조림을 제외하면 별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생선, 모더니즘의 간결함과 어울리는 생선이다”라고 말한다. 병어는 어느 철에 먹든 맛있는 생선이지만 벚꽃이 지고, 보리꽃이 필 무렵에 먹으면 가장 맛있다고 남도 여성들은 말한다. 이때는 병어회가 별미다.

2011년 말 거금대교가 개통되면서 녹동항을 오가는 주민들 숫자는 줄었지만 낚시객이나 관광객은 여전히 많이 찾고 있다. 녹동항 바로 앞에 연도교로 연결된 소록도가 있다. 한때 한센병환우들이 격리 수용된 섬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국립병원이 있는 평화로운 섬으로 변신했다.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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