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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저런거/군대이야기

이란-혁명수비대/알쿠드스(Al Quds).

by 구석구석 2009.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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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神政)체제를 위해 창설된 군사조직으로 이란 정·재계 장악

 

알 쿠드스(Al Quds).

예루살렘을 아랍어로 부르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이란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핵심 부대의 이름도 알 쿠드스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7년 2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이 부대의 이름을 밝히면서 이란이 이라크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그 동안 이란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무기와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현재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무기는 ‘폭발성형 관통자(EFP·Explosively Formed Penetrator)’로 불리는 일종의 도로매설 폭탄이다. 미군은 2006년 3월 이라크와 이란의 국경지대에서 신형 폭탄을 실은 차량을 적발했다. 이 폭탄을 조사한 결과, 이란의 한 무기공장에서 용접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고, 이 특정 용접 형태는 이라크 저항 세력이 사용하는 도로매설용 폭탄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란은 이런 형태의 폭탄을 제조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레바논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에게도 비슷한 기술을 전수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정보기관의 극비보고서에 따르면 알 쿠드스 부대가 2004년부터 이라크 시아파 저항세력에 자금과 무기, 고성능 폭발장치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란의 이같은 전략이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승인을 얻은 것이라고 적시했다.(뉴욕타임스 2007년 2월 10일자)

2004년 5월 EFP가 이라크에 처음 등장한 이래 미군 200여명이 이 폭탄에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주둔 미군 남부지역 사령관 릭 린치 소장은 “시아파 극단주의자가 이란에서 들여온 부품으로 만든 EFP로 미군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엘리트 요원(알 쿠드스 부대로 추정) 50여명이 시아파 무장세력의 훈련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워싱턴포스트 2007년 7월 19일자)


 

이라크 저항세력·탈레반 등에 무기와 자금 지원하며 영향력 행사
석유산업 등 기업활동으로 축적한 자금, 미사일과 핵 개발에 사용


미국 정보기관은 이 부대의 목표가 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공격을 지원하고, 종파분쟁 등을 통해 혼란을 부채질함으로써 미군의 조기 철군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반체제 인사인 알리레자 자파르자데는 “알 쿠드스 부대는 이라크에서 테러와 종파분쟁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 부대는 이라크 저항세력에 무기와 자금은 물론 테러훈련까지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자파르자데의 증언에 따르면 이 부대는 이라크에 지휘통제센터를 설치하고 ‘테러조직’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테러조직의 책임자는 자말 자파르 모하마드 알리 에브라히미로, 1980년대 쿠웨이트 주재 미국과 영국 대사관 폭탄테러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 테러조직은 바그다드와 바스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부대는 매달 수백만달러의 군자금을 이라크 국경을 통해 인편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 쿠드스 부대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런 특수부대이다.

이 부대의 활동은 매우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 번도 대외적으로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 미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부대는 1992년 보스니아전쟁 때 무슬림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수단 정부가 반군인 기독교 민병대를 진압하는 데 필요한 무기를 지원하고 병사를 훈련시킬 수 있는 교관을 파견했다.

이란이 레바논의 무장조직인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과정에서 이란의 지원으로 창설되었다. 당시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헤즈볼라 대원의 군사훈련을 위해서 1500명의 혁명수비대를 레바논에 파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후 모두 철수했지만 알 쿠드스 부대는 아직도 레바논에서 암약하고 있다. 지난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알 쿠드스 부대는 헤즈볼라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미국 정보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알 쿠드스 부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활동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약 800명의 장교를 포함해 2000여명으로 구성됐다는 설(說)이 있는가 하면, 5만명이라는 말도 있는 등 전체 병력이 알려진 적은 없다.(LA타임스 2007년 2월 15일자) 현재 이 부대의 해외조직이 있는 곳은 이라크는 물론 레바논·팔레스타인·요르단·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터키 등과 수단 등 북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및 유럽 지역이다. 이 부대의 본부는 이란 중부지역에 있었으나 2004년 이라크 국경과 가까운 지역으로 옮겼다는 설이 있고, 옛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의 경내에 있다는 설도 있다.

이 부대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면서 혁명수비대가 창설된 직후 정보조직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이 부대의 지휘관은 카심 술레이마니 준장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직요원인 로버트 바이어는 “이 부대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면서 “이 부대는 무선이나 전화 등을 사용하지 않고, 인편을 통해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 부대는 1980~1989년 이라크와 전쟁 때 이라크에 침투해 이란을 배반한 반체제 인사들을 암살하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 주요한 테러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한 번도 정체가 밝혀진 적은 없다. 이 부대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미국 정보기관은 추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한 적은 없다.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알 쿠드스 부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 중이란 보도(뉴욕타임스 2007년 8월 15일자)가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쏠리고 있다. 이란의 군사조직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로 이원화되어 있다. 육군 35만명, 공군 3만명, 해군 2만명 등으로 구성된 정규군은 이슬람혁명 이전 팔레비 왕조의 군사조직을 그대로 계승했다.

반면 혁명수비대는 1979년 5월 이란의 이슬람혁명 직후 신정(神政)체제 수호를 위해 창설됐다. 페르시아어로 ‘파스다란’이라고 불리는 혁명수비대는 현재 약 12만5000명의 병력으로 육·해·공군과 알 쿠드스 부대 등 정보 및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신정체제의 보루(堡壘)라는 말을 들어온 혁명수비대는 규모는 작지만 단순한 군사조직을 넘어서는 핵심 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혁명수비대는 국가지도자운영위원회, 헌법수호위원회 등과 더불어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국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하메네이의 직속기관이기도 하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도 혁명수비대원으로서 1980~1988년 이라크와의 전쟁에 참전했다.

이란의 종교 및 정재계에는 혁명수비대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앤서니 코즈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의 보고서(2007년 8월 16일자)에 따르면 이란이 보유한 화학 및 생물학 무기의 상당수 혹은 전부가 혁명수비대의 통제 아래 있으며, 이런 무기들을 주로 탑재할 수 있는 지대지미사일도 혁명수비대가 관할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특히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코즈먼 연구원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군사작전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에 위협성 경고도 하고 있다.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인 야흐야 라힘 사파비 소장은 “이란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공격이 있을 경우 100배 더 강력하게 보복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의 압력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그들에 대항해 우리의 영향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파비 사령관은 “최근 혁명수비대의 대미 작전이 성공하자 미국이 화가 나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은 향후 혁명수비대에 크게 한 방 먹을 것”이라고 여유까지 부렸다.(이란 IRAN통신 2007년 8월 17일자)

혁명수비대는 실제로 미국의 공격에 보복할 만한 능력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이다. 사파비 총사령관은 “해안 기지로부터 먼 바다 목표물을 겨냥한 우리의 미사일 시스템은 이젠 걸프 및 오만 해역 모든 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우리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지 않고 어떤 전함도 걸프 해역을 통과할 수 없다”고 장담했다.

 

 

▲ 이란 혁명수비대가 성도인 콤시 인근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다. (photo 로이터)

 

이란은 현재 사정거리 1500~1800㎞의 사하브3호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이스라엘과 남부유럽까지 공격이 가능하다. 또 개발 중인 사하브 4, 5호 미사일은 이탈리아와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이외에도 누르·나스르·코사르 등 3종의 신형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70㎞ 정도로 유조선의 주요 항로인 호르무츠해협과 오만해까지 타격할 수 있다.

혁명수비대의 ‘히든카드’는 순교 특수부대다.

이란은 자국이 공격 받을 경우 미국과 영국의 목표물을 반격하기 위해 4만여명의 자살폭탄대원을 훈련시켜 왔다.(영국 선데이타임스 2007년 4월 16일자) 이란 혁명수비대 순교 특수대원의 실체는 지난 3월 군사 퍼레이드에서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전략연구센터 소장인 하산 압바시 박사는 “지금까지 29개의 서방 측 공격 목표물을 검토했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영국의 민감한 시설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 이란 혁명수비대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로이터)

 

이란은 과거 이라크와의 전쟁에서도 순교를 명분으로 젊은 소년병을 최전선에 내세운 바 있다. 당시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12~16세의 소년병을 모아 몇 주간의 교리교육과 군사훈련만 한 후 혁명수비대의 공격루트를 마련하기 위해 지뢰 제거부대로 전선에 투입했다. 이른바 소년 자살부대다. 이들은 이후 ‘바시지’ 민병대라는 조직으로 바뀌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당시 혁명수비대에서 바시지 민병대를 훈련시키는 교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전투에서 순교는 이란의 최고 미덕이 되기도 했다. 현재 바시지 민병대는 혁명수비대의 지휘 통제를 받고 있다. 병력은 9만명의 예비역으로 구성됐지만, 30만명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조직이 갖추어져 있다. 또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바지시 민병대는 병력을 100만명으로 증강할 수 있다.

▲ 이란 바시지 민병대의 여성 대원들이 자동소총을 들고 도열해 있다. (photo 로이터)

 

이란의 정치체제는 혁명수비대에 좌지우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혁명수비대가 정치에 관여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지만, 그의 후계자인 아야툴라 하메네이는 이와 반대되는 정책을 펴왔다. 아야툴라 하메네이는 신정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혁명수비대의 주요 지휘관과 간부를 대거 정치권에 진입시켰다.

현재 이란의 요직은 혁명수비대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비롯해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 에자톨라 자르가미 국영 TV와 라디오 사장 등이 있으며, 현직 각료와 의원도 상당수 있다. 혁명수비대는 퇴역하는 장교를 대거 의원직에 출마하도록 지원해왔는데, 지난 7월 차기 의회선거의 입후보 자격 마감시한을 앞두고 장교 50여명이 출마를 위해 대거 군복을 벗기도 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와 함께 이란의 주요 경제와 산업분야도 주무르고 있다. 혁명수비대의 경제활동을 감시하는 기구가 없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지만, 이란의 주요 인프라산업, 군수분야, 석유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쯔다 자동차를 조립생산하는 바흐만그룹도 혁명수비대 산하 회사다. 벨기에의 국제위기관리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국영건설회사는 테헤란 지하철공사 계약을 24억달러에 수주했다. 또 하탐 알 안비아라는 회사도 남부 파르스 천연가스전 개발 계약을 25억달러에 따냈다. 이 회사는 지난 16년간 1220개의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해왔으며, 현재도 274개 프로젝트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혁명수비대는 지난 7월 이란 서부지역의 전기·수도 등 모든 공공 공사를 독점적으로 건설한다는 계약을 에너지부와 체결하기도 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와 함께 금융, 영화 제작, 양계, 양봉, 부동산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이란 반체제 인사들은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상당수 부동산이 혁명수비대 소유로 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기업이 해외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을 미루어볼 때 상당수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혁명수비대는 이처럼 각종 경제활동을 통해 축적한 자금을 핵과 미사일 분야의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중에는 알 쿠드스 부대의 활동자금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헤즈볼라를 비롯해 이슬람 극단주의세력이나 과격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데도 쓰인다. 때문에 혁명수비대는 군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거대한 군사기업인 셈이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민주화와 경제민영화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혁명수비대에 대한 제재를 가한다면 이란의 체제변환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혁명수비대의 자금원을 차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혁명수비대는 그동안 위장회사를 세우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자금관리를 해왔다. 이란의 반체제 인사인 모흐센 사제가라는 “혁명수비대는 서방의 마피아와 같은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란에서 사업을 하려면 혁명수비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아야툴라 하메네이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등 이란 최고지도부는 혁명수비대를 통해 제2의 이슬람혁명을 노리고 있다. 군사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비축한 혁명수비대는 이미 국내적으로는 정치와 경제의 주요 핵심부분을 장악해 개혁파 등의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대외적으로는 이슬람 극단주의세력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반미(反美)연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사파비 사령관이 “미국, 영국, 이스라엘이 이슬람세계를 비롯한 전 세계 인류에 대한 악의 축”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 최고지도부와 혁명수비대는 제 2의 이슬람혁명만이 자신들의 정권을 영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미국을 파괴하고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리기 위한 지하드(聖戰)를 추진하는 것만이 이슬람혁명을 완수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미군이 이라크전쟁이라는 늪에 빠져있는 동안 이란 혁명수비대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간조선 1970호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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