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긴 휴전회담’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한반도를 비극으로 몰고 갔던 6·25전쟁은 69년 전 오늘 정전협정 체결을 끝으로 잠시 멈춰섰다. 하지만 이는 끝을 알 수 없는 휴식일 뿐 ‘종식’이 아니기에 서글픔을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를 가로지른 ‘신록(新綠)의 벨트’ 비무장지대(DMZ)가 언제 진정한 평화의 상징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그 날을 위해 우리 장병들은 오늘도 기나긴 철책을 따라 걷고, 또 걷고 있다. 국방일보 글=맹수열/사진=조용학 기자
6·25전쟁 전군 최다 전투와 적 사살 공로
푸른 육각별 마크 자부심도 대단
끝없는 경계작전 속 매일 교육·훈련 ‘담금질’
긴장의 연속인 소초 임무…충분한 휴식 필수
“장병들 사기 올리자” 북카페·노래방 설치도
비무장지대, DeMilitarized Zone, DMZ, 非武裝地帶. 여러 나라의 말로 풀이해도 비무장지대(DMZ)는 군사활동을 막기 위해 무장을 금지한 구역을 뜻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DMZ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품은 아픔인 동시에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때 ‘미지의 땅’이라고 불렸었다. 혹자는 ‘지구 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라며 치를 떨기도 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의 보고(寶庫)’라며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대립의 상징이, 때로는 화합의 장이 됐다. 그렇게 69년 동안 DMZ에 붙은 수식어는 시시각각 변해갔다.
이제 DMZ는 더는 낯선 땅이 아니다. 판문점과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국민의 견학이 가능해졌고, 직접 가보지 못하더라도 이미 수많은 사진·영상을 통해 DMZ는 베일을 하나둘 벗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Z는 여전히 우리가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장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지키고 있는 이곳이 우리에게 주는 수많은 함의와 현실을 느끼며 내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DMZ를 지키는 사람들이 느끼는 저마다 다른 감정 속에서 DMZ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앞으로 국방일보는 1년 동안 매달 DMZ 동쪽에서 서쪽 끝을 누비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볼 계획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작은 축선의 중앙, 강원도 철원군의 GOP부대인 육군6보병사단 개천돌진대대 ○○소초다.
DMZ는 1953년 7월 27일 유엔군과 공산군 측이 맺은 정전협정에 의해 생성된 구역이다. 정전협정은 한반도에 수많은 선을 만들어냈다.
한반도 동서 155마일(약 248㎞)을 따라 군사분계선(MDL)이 그어졌고, 이를 중심으로 남북 양쪽으로 각각 2㎞ 떨어진 거리에 북방한계선(NLL)과 남방한계선(SLL)이 생겨났다. NLL과 SLL 사이 길이 155마일, 너비 4㎞의 군사적 완충지대, 우리가 흔히 DMZ로 부르는 비무장지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DMZ는 원칙적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영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법에 따라 이곳을 관장·관리하는 기구는 유엔군과 공산군 대표로 구성된 군사정전위원회다. 이런 기묘한 구조로 인해 DMZ 안에는 원칙적으로 군 병력이 상주할 수 없다. DMZ 안 초소(GP)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이 ‘민정경찰’이라는 마크를 달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정의 시작을 GP가 아닌 GOP로 설정한 것 역시 이런 까닭에서다. 민정경찰 마크를 달지 않은, 우리 군이 공식적으로 지키고 있는 최전방의 부대가 바로 GOP 부대이기 때문이다. GOP 부대들은 69년째 DMZ를 내려다보며 ‘수호(守護)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951년 7월 10일 개성 내봉장에서 시작된 정전협정은 2년이 넘는 지루한 시간 동안 159회 본회담, 179회 분과위원회 회담, 188회 참모장교 회담, 238회 연락장교 회담 등 764회 회담이 낳은 산물이다. 이 기간 협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전투가 이어졌고, 그만큼 많은 목숨이 스러져갔다. 특히 철원은 1952년 10월 백마고지전투 등 큰 전투가 끊이지 않던 중부전선의 요충지였다. DMZ 동서 횡단에 앞서 DMZ의 한가운데, 최고 격전지인 철원을 방문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부 해안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DMZ의 대부분은 험준한 산지로 구성돼 있다. ○○소초 역시 굽이진 능선을 따라 세워진 철책을 담당하고 있다.
GOP의 임무는 GP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수색’과 ‘경계’라는 두 축 가운데 GOP 장병들이 맡은 것은 경계. 이들을 ‘최전방 수호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임무 특성에 기인한다. 2019년 폐지된 입영제도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들을 최전방 수호병으로 부르며 휘장을 수여하고 있다. GOP 경계 임무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긍지와 자부심 속에서 수호 의지를 읽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 같지만, GOP 역시 사람 사는 곳임은 다르지 않다. ○○소초의 일과는 보통 교육·훈련과 철책 점검의 반복이다.
소초는 힘든 임무가 이어지는 만큼 장병들의 충분한 휴식 보장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장병들은 작은 노래방, 북카페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피로를 씻어냈다. 간이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전방 부대는 열악하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복지 정책의 수혜를 입으며 GOP 부대 역시 아늑한 시설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되면서 장병들의 만족도와 사기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최전방수호병 제도는 사라졌지만, GOP 부대 장병 대부분은 스스로 자원해서 온다고 한다. 이날 부대에 전입 온 김윤찬·노현민 이병 역시 마찬가지.
두 사람은 “GOP 근무는 살면서 경험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한 번뿐인 군 생활 기간을 보다 멋지게 보내기 위해 GOP 부대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소초의 하루는 밤새 계속됐다. 쉽게 훼손되지는 않는다지만 혹시 모를 철책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출동하는 야간 전투준비조, 0시부터 5시간 동안 철책 너머 불모지를 감시해야 하는 경계 임무, 새벽이면 어김없이 순찰을 도는 소초장, 다시 시작되는 아침을 준비하기 위한 철책 점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치지 않는, 지칠 수 없는 이유는 대한민국 최전방을 사수한다는 긍지와 책임감이었다. 늦은 밤 장병들과 함께 철책을 돌며 ‘수호’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출처 : 국방일보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조용학 기자 < catc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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