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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인천·섬

강화 고려산낙조 진달래축제

by 구석구석 2023.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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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산 131-1 / 고려산 032-930-3468

일출에 동해 정동진이 있다면 일몰에는 강화 낙조봉이 있다. 적석사의 낙조봉은 서울 경북궁을 기준으로 직선을 그어 정 동쪽이 강원도에 위치한 모래시계의 주인공 정동진이며 정 서쪽이 적석사 낙조봉으로 정서진 이라고도 불리며 우리나라 3대 낙조 조망지로 유명하다. 

낙조봉은 혈구산과 고비고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마주보고 있는 고려산의 한 봉우리이다. 낙조봉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강화 8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힌다.

낙조봉과 고려산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등산기점인 적석사는 고구려 장수왕 14년(416년)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오련지 설화에 따르면 적석사의 옛이름은 적련사이다. 고려 시대에는 선원사에서 팔만대장경을 제작하여 적석사에서 봉안했었다고도 하는데 몽고의 침입으로 인한 강화천도 시에는 이곳 적석사가 일시적으로 임금의 거처가 되기도 하였고 정명 공주가 난을 피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적석사(932-6191)는 화재가 자주 발생하여 적석사로 개명하였으며 중종 39년(1544년)과 선조 7년(1574년)을 비롯해 그 후 6차에 걸쳐 중수했다. 최근 1984년에 대웅전의 건립과 그 다음해인 1986년 요사채를 주지 도암 김종칠 스님이 중건했으나 1998년 강화도 대 홍수로 건물이 모두 유실된 것을 선암스님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적석사와 낙조봉의 중간쯤에는 낙조를 볼 수 있도록 일종의 전망대 시설인 낙조대가 있다. 낙조대에는 조그마한 해수관음보살이 서 있다. 이곳 낙조대에서 낙조를 조망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 오른 길이므로 낙조봉까지 오른다.

낙조봉에 오르면 우선 동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보인다. 능선 끝이 고려산 정상이다. 낙조봉 정상과 낙조봉에서 고려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의 일부 구간은 억새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늦가을 지는 해의 역광이 억새에 비추면 이 또한 장관이다. 고려산정상에서 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해발 350m지점 내가면 고천리 일원 3군데 18기의 고인돌 무덤이 나뉘어 군집해 있다. 1기는 완벽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외의 고인돌 무덤은 대체로 인위적인 훼손보다는 오랜 시간동안 자연적인 붕괴가 이루어져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에 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강화 고려산만큼 실감나게 하는 산은 일찍이 없었다. 산꼭대기에 알 수 없는 콘크리트 시설물과 육중한 안테나를 이고 있는 고려산은 애당초 접근할 생각조차 못하던 곳이었으며, 등산은 아예 엄두도 못 내던 산이었다.

높이도 436미터에 불과하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산은 절대 아니었다. 고려산이나 진강산·혈구산처럼 400m를 넘는 산이 여럿 있어도 강화에서는 오로지 마니산이 전부였으며, 참성단에 오르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났다. 해발 466m로 마니산보다 불과 3.4m 낮은 혈구산조차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었으니 고려산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무서운 속도로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있는지조차 몰랐던 강화 고려산이 대한민국 최고의 진달래 명산으로 거듭난 게 이상하거나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말 하루 온종일 질리도록 진달래만 보면서 걸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소월이 읊었던  ‘영변에 약산 진달래’도 그렇지는 못하리라. 그러나 고려산은 혈구산·퇴모산과 더불어 진달래 꽃길에서 꽃길로, 산길에서 산길로,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이어지다가 어디만치 가서 잦아드는 듯싶으면 다시금 꽃에서 꽃으로 이어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봄 산을 찾은 이들의 가슴에 기어코 뜨거운 불을 질러놓고야 만다.

고려산정상

정말 질리도록 오로지 분홍빛으로만 온 산을 물들이며 타오르는 이 불은 이름 하여 ‘진달래불’. 봄바람에 사그러들 줄 모르고 타오르는 ‘가슴의 불’은 끄기도 힘들어서 진달래 다 지고, 온 산이 새 옷을 갈아입는 오월이 다 돼서야 진정이 된다. 그나마 불씨는 어딘가 한 구석에 그대로 남아 내년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2003년 4월 강화 고려산 진달래축제는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에 분홍빛 ‘진달래불’을 지피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이 또 지나고 진달래는 그 영역을 해마다 넓혀 나가면서 사람들을 전국적으로 더 많이 불러 모았다.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는 ‘진달래 불길’을 무덤덤하게 피해나갈 장사는 없다.

산꾼이건 아니건, 부자건 가난뱅이건, 잘났건 못났건 고려산 진달래밭에 들면 모든 분별이 없어지고, 속세의 시름을 잊으며, 취한 듯, 세상을 모두 얻은 듯 행복해진다. 수백 만, 수천 만 송이로 피어난 진달래꽃이 일제히 뿜어내는 영롱한 정기를 받으며 사람들은 손에 손을 잡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무한정 제공되는 축복과도 같은 봄 산의 아름다움을 흥청망청 탐닉하는 욕심도 부려본다. 그래야 기껏 열흘이런가……. 강화 고려산은 여수 영취산과 더불어 그렇게 전국적인 진달래 명산으로 거듭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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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의 많은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특히 고려산의 진달래는 해발 400미터가 넘는 고지에 위치하고 해풍과 풍부한 일조량, 깨끗한 환경 등 강화특유의 기후 조건으로 꽃송이가 탐스럽고 부드러우며 화려한 색상으로 수만평이 군락을 이루어 새봄을 불게 물들이고 있다. 

고려산 정상 미군기지의 미군들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들어 고려산 정상 일대를 가득 메우는 인파가 도대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해마다 4월이면 반복되는 현상이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hill) 수준밖에 안 되는 이 조그마한 봉우리를 저마다 배낭 하나씩 둘러메고 끊임없이 올라오는 무수한 ‘코리안’들……. 산을 온통 진달래로 뒤덮어놓은 열성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진달래를 보려는 한 가지 일념만으로 똘똘 무장한 채 하루에도 수만 명이 산으로 올라가는 광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꽃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매년 봄 고려산에 오르는 길은 벌써 십 리 밖 들녘부터 꼬리에 꼬리를 문 사람들의 행렬이 몇 날 며칠이고 지칠 줄 모른 채 이어진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바다부터 붉게 물든다. 주위는 점점 어둠에 잠기고 석양의 큰 품은 어두워가는 세상을 안는다. 황금빛을 받은 바다 수면은 마치 잘 닦아놓은 금속처럼 보인다. 완연하게 붉은 기운이 돌면 서해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겸손한 신하들처럼 자기 색을 감추고 그 실루엣만을 보여준다. 지는 해를 향해 경건하게 도열하여 서 있는 것 같다.

일몰의 순간은 참으로 짧았다. 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수평선 구름 너머로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해가 지고 세상에 남은 것들은 한동안 그 붉은 기운에 여전히 취해 있다.

 

산행길잡이

고려산은 산행 들머리가 네 군데 있다. 정상에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백련사 코스는 하점면 부근리 고인돌공원에서 2km 포장도로를 따라 백련사까지 간 후 등산로가 이어진다. 고려산 동쪽에 있는 청련사는 301번 지방도에서 1km밖에 되지 않아 백련사보다는 차편을 이용한 접근이 유리하다.

내가면 고천리 마을회관 들머리는 적석사와 낙조대를 거칠 수 있어서 좋으며, 정상 일대의 진달래 군락지를 둘러본 후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고려산 산행은 미꾸지고개를 들머리로 잡아야 제대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진달래 축제기간 중에는 산행보다 주차장에서 산행들머리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마니산이 아니라 혈구산이 국토의 중심지

한강·임진강·예성강이 모두 만나서 바다로 흘러드는 곳, 거기에 강화가 있고 혈구산이 솟아 있다. ‘혈구(穴口)’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구멍 입구’이니 강의 입구를 굽어보고 있는 혈구산의 지리적 위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2007년 강화군에서는 이 산 꼭대기에 표지석을 하나 세웠다. 여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정상 표지석 같지만 그 뒷면에는 ‘한반도의 중심 江華!’라고 새겨져 있어 관심을 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자료를 인용해 혈구산 정상에서 ‘백두산 정상까지 499km 한라산 정상까지 486km’라고 밝히고 있다.

신정일씨는 2004년에 펴낸 그의 저서 <다시 쓰는 택리지1-경기 충청편>을 통해서 “마니산은 한반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 산의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까지와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강화도가 백두산과 한라산 사이의 중간쯤 되는 지역이라고 하면 대충 맞지만, 마니산이 두 산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한라산과 백두산 사이에서 똑같은 거리가 되는 정확한 지점을 따져보면 실망스럽게도 마니산은 ‘그 중간 지점’에서 남쪽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자료를 인용해서 혈구산 정상 표지석을 통해 강화군이 밝힌 대로라면 ‘그 중간 지점’은 혈구산에서 정확하게 백두산 방향으로 북쪽 6.5km 지점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누구라도 지금 당장 인터넷 구글어스에서 손쉽게 확인해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구글어스의 한반도 위성영상 지도상에서 백두산과 한라산 사이의 정확한 중간 지점은 송해면 들판 어디쯤으로 양쪽 산에서 똑같이 492.5km 떨어진 곳이다. 들판 어디쯤이라고 말하기 뭣하면 사적 137호 부근리 고인돌 일대의 들판에서 동쪽으로 2km 떨어진 논 한가운데라고 말하는 게 보다 알아듣기 쉽겠다.

 

고려산 진달래 촬영을 하려면…

강화로닷컴(http://ganghwaro.com)에서 진달래 축제 기간 전부터 날짜 별로 개화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고려산 진달래 촬영 포인트는 오전 시간대에 전망대보다 전망대 아래쪽 계곡이 낫다. 백련사에서 고려산 정상으로 향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지 말고 반대로 내려가다 보면 좋은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주말을 피하고 평일 아침 일찍 가야 백련사까지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으며,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짙은 안개가 끼는 날이 많기 때문에 전날 기상예보 확인은 필수.

 

 

■행사장소: 강화군 고인돌광장 및 고려산 일원

■연락처: 032-930-3623(강화군 문화예술과)

■홈페이지: http://www.ganghwa.inch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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