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강남구 삼성로82길 25 / 보리수 ☎ 02 564 7419
점심이면 만원 안쪽으로 백반을 먹을 수 있기에 사람이 몰리는 집이 삼성동에 있다. 매일 찬이 바뀌는 백반에도 닭볶음탕 같은 것이 올라왔다. 그 집의 이름은 ‘보리수’로 식당치고는 고즈넉한 기분이 들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이들은 딱 봐도 닮은 얼굴을 한 가족 같았다.
꽤나 운동을 좋아할 것 같은 덩치의 주인장은 매번 주방에 들어가 씩씩하게 요리를 하고 빠르게 찬을 날랐다. 알고보니 이 집은 저녁에도 사람들이 붐볐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여느 백반집과는 달랐다. ‘전라도 광주 당일 도축 직송’이라고 붙은 뭉터기, 즉 갓 잡은 소의 생고기를 팔았고 더불어 낙지 요리가 벽에 붙은 메뉴판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대치동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한편에 자리 잡은 이 집 주변은 저녁이 되자 인적이 드물어졌다. 대로변처럼 번화한 동네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다세대주택과 사무실들이 레고 블록처럼 이음매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산업복합단지에 가까웠다. 마치 공단 가운데 외로이 불이 켜진 구내식당처럼 환하게 문을 연 이 집에 들어섰다.
낙지초무침은 낙지를 탱글하게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 양념으로 산뜻하게 무쳤다. 양념이 과하거나 질척이지 않아서 일종의 샐러드 같았다. 낙지말이는 낙지를 쇠고챙이에 말아 직화로 구웠다. 다진 홍고추로 가볍게 양념을 하여 매콤한 맛이 배경처럼 깔렸다.
그을리듯 빠르게 구워낸 솜씨 덕에 낙지는 전혀 질기지 않았고 불을 지른 겨울 논밭처럼 그윽한 향기가 났다. 육낙무침은 육회와 낙지를 무채 위에 같이 올렸다.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낙지를 잡아 도마 위에서 쿵쿵 소리를 내며 자르기 시작했다.
파와 마늘, 참기름 초고추장으로 가볍게 양념한 육회 위에 상앗빛이 나는 낙지가 잘려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급해져 배와 육회, 낙지를 대충 비볐다. 서걱거리는 배의 단맛은 가을 새벽 공기처럼 상쾌했다. 육회와 낙지 역시 갓 딴 과일처럼 오래된 기색이 없었다.
그 세 가지 모두를 함께 섞어 먹으니 바다와 땅, 하늘에서 얻어낸 모든 생생한 감각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은 주술을 부린 것처럼 그 셋을 하나로 엮어냈다.
본래 가볍고 담백한 양념에 비해 빨갛고 진한 쪽은 서민의 것이라 하여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집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 맛이 더욱 나와 우리를 닮아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맛에 홀린 듯 그날 매콤하게 양념하여 자작하게 국물을 남긴 황석어조림과 무지개 빛깔의 홍어 지느러미 부분을 돼지삼겹살 수육과 함께 낸 홍어삼합까지 모두 먹고 말았다.
/ 출처 : 조선일보 2023.10 정동현 음식칼럼니스트
역삼로 개나리아파트 사거리에서 강남경찰서 방향 ‘광주식당’ 02-557-5181
외식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집 밥’이다. 강남 근무 시절 발견한 ‘광주식당’은 그런 면에서 훌륭했다.
애호박·감자·풋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바지락을 곁들여 찌그러진 스테인레스 냄비에 폭폭 끓여 먹는 된장찌개는 우리가 된장찌개에 기대하는 바로 그 맛!
본래 이 식당의 인기 메뉴인 낙지볶음(1인분 8000원·사진)은 커다란 양푼에 따뜻한 쌀밥을 담아 비벼 먹는데, 낙지와 양파와 고춧가루만으로 어찌 그런 맛이 나는지 신기할 뿐이다. 세련되지 않은 음식이지만 솔직하고, 강하고, 맛있다. 점심, 저녁 모두 줄이 길다.
좀처럼 손님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는데, 오히려 그게 정겹다.
강남구 대치동 선릉역 래드치킨 스칼렛 고메홈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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