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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인천·섬

강화 볼음도 아차도 민통선

by 구석구석 202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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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외포리에는 두 개의 여객선 선착장이 있다. 하나는 석모도행 전용 선착장이고 또 하나는 주문도와 볼음도, 아차도 항로의 선착장이다. 이 바닷길에도 카페리가 다닌다. 작은 섬으로 가면서도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철부선 갑판은 뭍에서 싣고 가는 자동차들로 빼곡하다. 철부선이 허허바다로 나간다. 끝없이 넓고 큰 바다, 허허바다.

볼음도 행 카페리는 시간의 물살을 느리게 거슬러 오른다. 여행자들은 섬으로 가는 배를 탔으나 자동차를 끌고 가는 한 결코 섬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자동차 안에 도시를, 도시의 삶을 통째로 싣고서야 어찌 섬에 이를 수 있겠는가. 자동차는 이방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는 여행의 방해꾼이다.

/ 한겨레신문 강제윤시인 

  섬 여행은 그 자체로 특별한 매력이 있다. 세상과 접촉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반하고 그곳에 속해있는 자신의 모습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세상의 복잡한 질서는 금새 잊혀지는 것이 게 섬의 매력.

강화도엔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섬들이 많다. 지금껏 강화도 섬 여행은 ‘석모도’가 대표적이었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천혜의 자연풍광을 갖춘 멋진 섬들이 기다린다. 볼음도와 주문도는 지금껏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천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시끌벅적한 여름해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낭만. 끈적한 갯벌을 맨발로 걷다 보면 어디선가 들리는 바람소리, 기분 좋은 흙 냄새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면 석모도 옆을 지나 볼음도, 아차도를 거쳐 1시간 40분이면 주문도에 닿는다. 주문도와 볼음도 사이에 아차도가 있고 볼음도에서 더 나아가면 말도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섬들이지만 각기 다른 매력과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 어느 섬에라도 내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차도와 말도에는 숙박시설이 마땅치 않다. 특히 아차도는 배 시간을 정확히 알아야 당일낚시 방문을 할 수 있으며, 말도는 북한과 인접하고 있어 일반인의 방문이 통제되므로 멀리서 관망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반면에 볼음도와 주문도는 민박시설이 제법 잘 갖추어져 있으며 볼 것 또한 많으니 이 곳에서 고즈넉한 하룻밤을 보내 봄직하다. 볼음도와 주문도의 하루여행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선사해줄 터이니.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여의도의 두 배 쯤 되는 섬. 섬이지만 사람들은 바다에 크게 기대고 살지 않는다. 민간인 통제구역 (민통선) 안이라 어로행위가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볼음도의 어선은 단 두 척. 두 척의 배는 물고기도 잡고, 낚시꾼에게 대여되기도 한다. 130가구 270여명의 인구 중에서 10% 정도만이 뻘 그물로 밴뎅이와 병어, 숭어 등을 잡는 어민이다. 건강망, 또는 개막이 그물이라고도 하는 뻘 그물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갯벌에 그물을 설치해 배 없이 물고기를 잡는 어로다. 뻘 그물 어로의 유일한 경쟁자는 물새들이다. 다 잡은 물고기를 물새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부들은 물때에 정확히 맞춰서 갯벌에 나가야 한다.  

저어새의 고향, 볼음도

볼음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신비의 섬이다. 강화도 사람과 그 친척, 친구들만 찾아오곤 했지만 올해엔 외지인도 제법 눈에 띈다. 이곳에 한번 발을 붙인 외지인들에 따르면 “조개가 널려있고 저어새가 나는 볼음도의 특별한 매력에 다시금 찾지 않을 수 없다”고 전해진다. 

볼음도의 백미는 선착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왼쪽 길로 들어서면 만나는 조개골 해변. 이름처럼 조개가 많은 곳으로 물이 빠진 개펄을 걷노라면 발끝에 걸리는 것이 어른 주먹만한 상합과 바지락, 눈에 보이는 것이 껍질이 하나뿐인 딱지조개와 구슬골뱅이들이다. 특히 물이 빠진 저녁 무렵 개펄을 걸으면 저녁놀에 비친 개펄과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이다.

이 곳을 비롯한 강화의 갯벌은, 천연기념물 419호로 쟁기처럼 생긴 부리를 가진 저어새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이 놈들은 사람들이 다가가도 갯벌과 한 몸인 듯 미동조차 않고 스스로 그림이 되길 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도 사족을 못쓰는 조개먹이들이 지천에 널려 있으니 특별히 여길 떠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조개골 해변은 물이 들어와도 깊지 않아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1.5km에 이르는 미세한 모래사장이 조성돼 있어 여름에도 찾는 이가 많다. 주변에는 해송이 조성되어있어 멋진 섬의 정취와 시원한 바람을 제공해준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화장실과 샤워장도 새로 비치해 문명인의 불편은 없다. 위쪽으로는 조용한 영뜰해변이 있어 연인과 몰래 빠져나가자.

볼음도의 안쪽에는 비옥한 논이 끝없이 펼쳐진다.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풀벌레가 우는 들녘이 펼쳐지니 어촌과 산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언뜻 이런 곳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에 회색도시의 삭막한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섬의 북쪽 끝으로 가면 800년 정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수해가 났을 때 바닷물에 떠내려 온 것을 심어놓았는데 높이 24.5m, 밑동둘레 9.7m, 가슴높이의 둘레 8m의 커다란 나무가 되었으며, 천연기념물 304호로 지정되어 있다. 주민들은 이 은행나무에 안녕과 풍어를 비는 풍어제를 지내며 은행나무 가지를 다치게 하거나 부러진 가지를 태우면 목신의 진노를 사 재앙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또 나랏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울음소리를 낸다는 전설이 있다.

바로 옆에는 볼음 저수지가 있다. 가물치, 붕어, 동자개 등 토종 민물고기가 많은데, 볼음도 주민들은 신선한 바다회가 지천이라 민물고기는 거들떠보지 않으므로 외부인들이 가끔씩 낚시를 즐길 뿐이다. 직접 잡은 민물고기를 솜씨 좋은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면 먹음직한 매운탕 한 사발에 소주 한 잔이 그대로 넘어가니 여행은 다 했다.

볼음도에서 다시 배에 몸을 실어 뒷장술, 앞장술 등 재미있는 이름의 해수욕장이 있는 주문도를 둘러보자.

주문도에서는 먼저 서도 예배당이 구경할 만하다.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 14호로 지정된 강화 서도중앙교회는 한옥으로 서양교회를 지은 것으로, 모양새나 얽힌 이야기가 독특하다. 지금은 서도가 사람들에게 그리 인식되어 있지 않지만 조선시대와 구한말에 서도는 한반도 서해안의 전진기지로 중국을 비롯한 서양문물이 첫발을 디디던 곳이기도 하다. 일요신문 박효진 기자

 

강화 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

모든 것들이 푸릇푸릇 해지는 초여름, 이 계절에는 어쩐지 한적한 섬 여행이 간절해진다.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은 인천 강화 외포리에서 뱃길로 한 시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서울 근교의걷기 좋은 섬길이다. 볼음도는 아차도, 주문도, 말도와 함께 강화군의 가장 서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160세대 270여 명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작은 섬마을이다.

볼음도길은 볼음도선착장을 시작으로 조갯골, 갯논뜰을 지나 다시 볼음도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총 13.6km의 순환형 코스(약 5시간 소요)다. 길 곳곳에 이정표와 리본들이 길을 안내해주기 때문에 초행길인 사람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숲이 우거진 산길은 정비되지 않은 곳들이 몇 군데 있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볼음도길에는 두 개의 보물이 있다. 하나는 800년 된 커다란 은행나무, 다른 하나는 조개골해수욕장이다. 볼음도 저수지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둑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서도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4호로 크기가 굉장하다. 조개골해수욕장은 이름 그대로 조개가 많기로 유명한데, 근처 민박집들을 통해 예약하면 유료로 갯벌 체험도 할 수 있다. 날씨가 좋다면 환상적인 노을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놓치지 말고 보도록 하자.

△코스: 볼음도선착장-물엄곶-조개골-거무골-요옥산-은행나무-진뜰-밭바위뜰-갯논뜰-당아래마을- 볼음도선착장(13.6km)

 

재미있는 전설이 살아있는 섬

강화도 섬들은 모두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조선 선조 때 임경업 장군이 사신이 되어 중국으로 가던 때, 우리나라 땅에서 발을 떼게 되는 주문도에서 임금님께 하직인사를 올렸으니 아뢸 주(奏), 글월 문(文)을 써서 주문도(奏文島)라 하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주문도(注文島)로 바뀌었다.

볼음도는 임경업 장군이 풍랑을 만나 발이 묶여 보름 간 있으면서 둥근 보름달을 보았다 하여 만월도(滿月島)라 하였고 보름달을 발음 나는 대로 불러 볼음도(乶音島)라 하였다고 한다. 임경업 장군은 풍랑을 핑계로 이 곳에 더 머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또 주문도에서 빤히 보이는 아차도는 용이 되려던 이무기가 승천을 하려다가 임신한 여자를 보고 ‘아차’하는 순간 떨어져 섬이 되었기에 아차도가 되었다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자로는 언덕 아(阿)자와 이 섬을 표시한다는 뜻인 이 차(此)자를 써서 아차도(阿此島)라 쓰고 있다.

말도는 강화도 부속 섬 중 가장 끝에 있어 끝 말(末)자를 써서 말도라 한다. 관청에 보고가 있을 때면 배편이 여의치 않아 항상 꼴찌로 도착해 꾸지람을 들었다 하여 끝 말(末)자 밑에 꾸짖을 질(叱)자를 붙여서 말도(唜島)라고 했다고 한다. 강화도의 어느 하나 섬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볼음도에서 만난 아지매는 “평생을 세상 모르고 살아도 벗어날 수가 없어. 이 좋은 데를 어디서 구경하냐고?” 실컷 자랑을 해댄다. 과연 그렇다. 필자도 이곳에 머물면서 아쉬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아차도

아차도 여객선 대합실에는 할머니 몇 사람이 둘러 앉아 이야기 중이다. 작은 창고 같은 대합실 안은 몇 개의 나무 의자가 전부다. 해안으로 밀려온 바다 쓰레기를 줍던 노인들이 불볕의 더위를 피해 잠시 휴식 중이다. 바다 쓰레기 줍기는 이 섬 노인들의 주된 수입원이다. 일당 3만원. 마을 25가구 대부분이 노인 독거 가구다. 노인들은 순번제로 바다 쓰레기 줍기에 나선다. 소득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서다. 겨울에는 굴을 따고 여름에는 소라를 잡는다. 바다에서 나오는 소득은 미미하다. 배를 부리는 집은 여름이면 생선도 잡고 가을에는 새우도 잡아 제법 큰 소득을 올리지만 이 섬의 배도 몇 척에 불과하다. 갈수록 소라도 잘 잡히지 않는다고 노인들은 탄식한다. 배를 부리는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 통발로 잡아들이니 해안으로 나올 소라가 거의 없는 탓이다.    

이 작은 섬이 옛날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일제시대, 조기가 서해 바다를 뒤덮었을 때는 천명도 넘는 사람들이 살았다. 지금은 주문도로 옮겨 갔지만 그때는 면사무소도 아차도에 있었다. 처마 밑으로만 다녀도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땅에 집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었다. 바다의 사람들이란 물고기를 따라 다닌다. 물고기 떼가 떠나면서 사람들도 모두 떠나가 버렸다. 섬에는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다. 생필품은 외포리의 가게에 주문하면 연락선으로 보내온다.

늘 불안한 휴전선 갯벌의 평화 '말도'

말도는 서도면의 최북단 섬이다. 상주하는 주민은 5가구. 교회가 하나 있지만 신자는 한 사람도 없다. 전도사는 월요일에 들어왔다 목요일에 나간다. 섬은 민간인보다 군인이 더 많다. 정기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섬에는 일주일에 두 차례 강화군의 행정선이 떠서 사람들과 생활용품을 실어 나른다. 민통선의 섬이라지만 밤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것 외에는 큰 제약이 없다. 세월이 좋아진 탓이다. 하지만 민통선 부근의 섬이나 강화 갯벌에는 홍수가 나거나 큰물이 질 때면 대인지뢰가 떠내려 오기도 한다. 그 때문에 더러 인명 사고가 나기도 한다. 휴전선 갯벌의 평화는 늘 불안하다.

말도 선착장은 큰 파도에 파손되어 위태롭다. 면 직원이 실태 조사를 해간다. 보수 공사를 하겠지만 큰 파도가 치면 선착장은 다시 파손되고 말 것이다. 연례행사다. 말도는 주변 섬들에 비해 기온이 차다. 논에는 농약 한번 치지 않았지만 고온에서 번성하는 멸구와 나방 등의 해충 피해가 적다. 말도 감나무에 달린 감은 씨가 없다. 씨가 있던 감나무도 몇 해가 지나면 씨가 없어진다고 말도의 주민 한 사람이 알려준다. 기후 탓일까. 청도 반시라 부르는 경북 청도의 감 또한 씨가 없다. 꽃 피는 철에 안개가 많아 수분이 되지 않는 까닭이라 한다.

/ 한겨레신문 강제윤시인 

저어새번식지인 석도 / 한국관광공사

외포리 ↔ 볼음도 ↔ 주문도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오전 10~11시, 오후 3~4시에 한 편씩 정기선이 운항한다. 배편은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계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는 이용객 증가에 따라 5~6회까지 운항횟수가 늘어난다. 사전에 운항시간을 삼보해운(063-932-6619)에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배를 탈 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어 반드시 챙겨서 간다.

 

외포항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도착하는 곳이 불음도고 그 다음이 아차도, 마지막이 주문도다. 물때에 따라 아차도와 주문도의 순서가 바뀔 수도 있으니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외포항에서 주문도까지는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며 바다 상황에 따라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주문도까지 차량을 싣고 갈 경우 차종과 배기량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차량의 편도 도선료는 승용 1,600cc 이하 25,000원, 승용 1,600cc 이상과 지프차는 35,000원, 15인승 이하 승합차는 45,000원이다. 운전자 1명이 포함된 요금이다. 일반 승객의 뱃삯은 일반 6,200원, 중고생 5,600원, 만2~12세 3,100원, 65세 이상 4,900원이다.

 

차량은 외포항에서 주문도로 들어갈 때 편당 24대까지 실을 수 있다. 예약은 받지 않으며 항구에 도착한 순서대로 차를 싣는다. 성수기에는 외포항 불음·주문도 여객선터미널 앞 주차장의 차량 대기선에 주차하고 승선표를 미리 받아둔다. 주문도에서 강화도로 나올 때는 12대(불음도 12대)까지 차량을 싣는다. 성수기에는 부두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라고 하니 일정을 잘 잡아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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