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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안동 서부동 구시장

by 구석구석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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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장은 안동 지역의 상거래 중심지인 전통시장으로서 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시장에는 350여 점포에 700여 명의 상인이 종사하며 노점상도 50여 개다. 이름은 구시장이지만 2000년대 들어와 시설 현대화 정책을 통해 아케이드로 말끔하게 지붕을 씌우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또한 동, 서, 남, 북으로 나 있는 길에 현대식 돔을 설치하여 비가 내려도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구시장을 들어서면 중앙로 동쪽에는 채소 난전이, 좌, 우측에는 의류 가게들이 발달해 있으며, 남쪽에는 식육점과 수산물 점포들이 자리잡고 있다. 시장 북쪽에는 의류가게와 각종 채소류와 나물을 파는 노점 등이 있으며 서쪽에는 안동의 명물로 알려진 안동찜닭과 통닭가게들이 이상을 형성하고 있어 안동찜닭 골목이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수산물 가게에서는 안동간고등어, 안동문어, 조기, 돔배기 등의 제사용 어물 등을 비롯한 각종 해산물을 팔고 있으며 각종 식당도 여럿 늘어서 있다.  

선비골의 향토퓨전음식 '안동찜닭'

안동이 아닌 전국 어디엘 가도 ‘안동찜닭’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조리법이 비교적 쉽고 간편한 것도 대중적으로 널리 유행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구태여 ‘안동’의 찜닭일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안동찜닭은 보수적이고 전통색이 강해 보이는 양반골의 다른 향토음식과는 왠지 이미지가 다르다. 우선 형식부터가 닭과 온갖 재료들을 뒤섞어 만든 일종의 퓨전 요리이고, 위아래, 너나 할 것 없이 큰 접시를 사이에 두고 여럿이 한데 어울려 먹을 수 있는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음식이다.

안동찜닭은 누가 뭐라 해도 안동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국 어디서나 프라이드치킨이 유행하고 양념통닭이 활개를 쳐도 찜닭은 여전히 ‘안동찜닭’이라는 고유명사에 실려 전국 식당을 누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안동찜닭이 안동에서 유래한 탓일 게다. 안동시내에 자리잡은 안동 구시장이 바로 원조 안동찜닭의 본거지이다.

안동구시장 초입은 ‘닭골목’이라 불린다. 지금은 말끔하게 새 단장을 해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초입부터 쭉 늘어선 닭요리집들이 안동찜닭의 명성을 말해주는 듯 하다.

본래 향토음식이란 물산의 교류가 원활치 않았던 그 옛날, 지역의 특산물 위주로 음식을 해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고유한 음식문화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안동찜닭은 엄밀히 말해 향토음식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동찜닭엔 분명 안동 서민들의 삶과 먹거리 내력이 숨어 있다.

안동은 예로부터 지리적 특성상, 전국의 물산이 몰려드는 중간 집성지였는데, 특히 전국의 소들이 이곳에 몰려들어 가장 큰 우시장을 형성했다. 그러다보니 전국적으로 몰려드는 상인들이며 외지인들이 많아 안동시장은 늘 성황을 이루었다. 안동찜닭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안동구시장의 경기가 한창 좋을 때 닭골목에 닭요리를 먹기 위해 몰려들던 단골 손님들이 닭도리탕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하나둘 재료가 더해져 지금의 안동찜닭으로 변모했다. 안동구시장 상인들 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에게도 오랜 여정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영양분도 보충할 겸, 고단백 영양소가 듬뿍 든 영양식으로 안동찜닭은 더없이 안성맞춤인 음식이 아니었을까? 

어찌됐든 그 후로 안동찜닭은 안동 서민들이 즐겨찾는 특별식이 되었다. 특히 안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서울 학생들이 프라이드 치킨 맛에 흠뻑 빠져들던 시절에 친구들과 틈틈이 돈을 추렴해 우르르 안동찜닭을 먹으러 다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찜닭은 첫째, 신선한 닭고기를 써야 하고, 그 양념이 맛있어야 하는데, 안동찜닭은 신선한 닭으 기름기를 쪽 빼고 적당히 익혀서 고온에서 빨리 조리하기 때문에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살코기 맛도 아주 좋다고들 해요.”

안동구시장에서 20년 넘게 찜닭 요리집을 하는 ‘안동 김대감 찜닭집’ 주방 아주머니는 묻지도 않았는데 은근슬쩍 안동찜닭 자랑을 늘어놓는다. 안동찜닭이 단지 원조라서 유명한 게 아니라 그 맛이 제일이기 때문이라는 소리다.

사실, 안동찜닭은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건 아니다. 알맞은 크기로 토막을 내 고온에서 삶아낸 닭에 감자, 당근, 양퍄, 표고버섯 등을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청양고추와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 조리하다가 마지막으로 불린 당면을 듬뿍 넣어 익혀내는 음식으로 닭고기의 맛과 매콤한 양념의 조화를 혀끝에서 즐기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레시피다.

하지만 안동찜닭이 특별히 다른 지역에 비해 ‘원조’의 깊은 맛을 줄 수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전해진다.

“안동은 전통적으로 찜요리가 발달했어요. 잉어찜, 매기찜, 찜닭 등. 이 찜 요리란 것이 탕이나 볶음과 달리 물을 별로 쓰지 않고 쪄내야 하는 기술인데 이게 제대로 돼야 맛을 살릴 수 있거든요. 아마도 안동지역이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양반들의 고장이다 보니 음식도 가공해서 맛을 좋게 하기 위한 조리법을 많이 연구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찜요리가 발달하지 않았을까...”

안동의 민속을 연구하는 한 연구자는 안동지방의 문화적 성숙도가 바로 차원높은 조리법의 하나인 찜요리를 발달시키는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배인 소견이긴 하지만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쫄깃졸낏한 닭고기 맛의 비결은 분명 적당한 온도에서 제대로 익혀내는 찜요리 기술에서 나온 것이리라.

하지만 혀끝에서부터 받아들여지는 첫 맛과 뒤에 남는 뒷맛까지, 미각을 자극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양념장, 즉 소스의 맛이다. 안동찜닭에는 소스의 종류만 해도 수없이 많은데, 다른 지역에서는 안동찜닭의 맛을 흉내는 내지만 어떤 것도 안동찜닭 정통의 맛을 내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소스를 만드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시장 사람들은 말한다.

안동찜닭의 맛을 내는데 빠질 수 없는 주 양념 재료는 청양고추다. 고춧가루를 절대 넣지 않고 오직 청량고추에 간장 등을 섞어 매콤한 맛을 내는 것이 안동찜닭의 특징이다. 또한 고온에서 빠르게 조리하는 것도 안동찜닭의 맛을 내는 비법의 하나다.

안동찜닭은 청량고추의 톡 쏘는 맛에 매콤하면서도 뒤에 남는 맛은 달콤하다. 기름기가 없어 담백한  닭고기 맛과 먹기 좋게 익은 야채, 부드럽게 넘어가는 당면이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 속에 한데 어우러져 혀에 감기는 맛이 양껏 먹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든다. 

특히 안동찜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재료와 양념을 풍부하게 쓰고 당면을 듬뿍 넣어 푸짐하게 차려내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보통 한 접시를 두고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먹는데, 한 접시에 1,8000원으로 네 명이 둘러앉아 먹고도 남는 경우가 있어 집에 싸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덕분에 예나 지금이나 안동찜닭은 학생들이나 젊은 샐러리맨들 사이에서 값싸고 맛좋은 영양보충식으로 인기가 좋다. 하지만 그 맛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의 입맛에나 맞아 가족 단위로 하는 외식의 주 메뉴로도 각광받고 있다.

사시사철 어느 때나 줄길 수 있는 음식이지만 추운 겨울, 가까운 사람들과 둘러앉아 매운 청양고추 맛에 입안에 바람을 불어 넣어가며 안동찜닭을 먹어보면 어떨까? 매콤한 맛에 한번 울고, 정감어린 얼굴에 한번 웃고. 마치 하회탈처럼 재밌는 표정을 짓게 되지 않을까? 

/ 구석구석 맛 탐험대 이진경 프리랜서 작가

안동구시장 닭골목 집 어느 곳에나 안동찜닭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20년 넘게 찜닭요리를 하는 ‘안동김대감 찜닭집’(054)853-0449, ‘안동대가찜닭’(054)856-7888‘, ‘종손찜닭’(054)843-9989 등이 대표적이다.

안동 최고의 데이트 명소, 맘모스제과

안동구시장에는 안동 최고의 데이트 명소가 있다. 1974년부터 지금까지 4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맘모스제과’가 바로 그곳이다. 역사에서 느껴지는 연륜과는 달리 인테리어는 현대적이고 깔끔하다. 이곳에서 파는 빵은 일본에서 유행한 빵 제조법인 계란을 많이 풀어 넣는 방식으로 만든다. 달콤하면서도 쫄깃한 맛의 빵에서 주방장의 정성 어린 손길이 느껴져 안동 여행을 더욱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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