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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안동 송사리 천지갑산 연점산

by 구석구석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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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경북 영천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청송군 현서면을 지나 마사리재를 넘으면 안동 지역이다. 지금은 마사터널이 뚫려 굳이 고개를 넘을 필요는 없지만, 터널을 빠져나오면 좌우 산등성이 사이로 흘러가는 송계천을 만난다. 사과밭이 즐비한 이 골짜기를 형성하는 오른편의 긴 산릉에 연점산(鉛店山)이 솟아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안동시 길안면과 청송군 안덕면을 가르는 정점에 자리하고 있다.

안동에서도 남쪽 오지에 속하는 이곳은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청정지역이다. 그래서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해 몰려드는 물놀이 인파로 몸살을 앓지만 정작 연점산은 조용하고 한적하기만하다.

사실 길안천변에 솟아있는 천지갑산은 안동의 명소로 찾는 사람이 제법 있는데, 산행소요시간이 2시간 정도로 짧은 것이 흠이다. 여기에 비해 5시간 이상을 잡아야 하는 연점산 산행을 위해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직은 등산로가 다양하지 못한 반면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어 좋다.

이 산에 대한 자세한 내력은 알 수 없지만 한자명으로 본다면 광물질인 납석과 관련이 많은 듯하다. 실제로 이 산 동편의 근곡리에는 약 50년 전에 개광하여 동·아연·철 등을 채굴하던 청송광산이 있었고, 장전리에는 광복 후 폐광된 천마광산(금광)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만 6.25전쟁 당시 안포선(안동~포항 간 국도의 지명) 도로지도를 보고 남쪽으로 후퇴하던 한국군 1사단이 중도에 길이 끊기자 이곳에서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격전장이었을 만큼 상흔이 깊은 산이다.

산행은 송사리를 들머리로 천지갑산을 올라 716.2m봉을 지나 연점산 정상에서 동북릉을 타고 812m봉, 813m봉을 거쳐 소미 마을로 날머리를 잡았다. 한낮을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했지만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송사리 마을도로변에는 천지갑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다. 마을로 지나쳐 송사1교를 건너면 운동기구, 파고라, 팔각정 등으로 단장된 테마공원이다. 이곳은 영천댐과 임하댐을 연결하는 도수터널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왼편으로 강변에 그림자를 드리운 천지갑산의 깎아지른 벼랑을 쳐다보며 팔각정 옆 산길로 들어선다.

 

천지갑산~연점산 연결산행

초입을 지나면 두 갈래 갈림길(모전석탑 0.7km, 정상 1.1km). 산자락을 돌아 왼편으로 연결되던 길이 깎아지른 비탈길을 만난다. 굵은 로프를 붙잡고 올라서면 푸른 수목으로 뒤덮인 산속에 오랜 세월 풍우를 견뎌낸 석탑을 볼 수 있다. 도문화재자료 제70호인 이 탑(안동 대사동 모전석탑)은 벽돌탑을 모방하여 축조한 모전탑(模塼塔)이다.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하는 이 탑은 바위 위에 전돌로 기단과 탑신을 세웠다.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판석형상을 띤 돌을 적당히 다듬어 사용하였고, 단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뿐더러 투박한 느낌이다. 탑 아래로 제법 널찍한 터는 절집이 있었다는 증거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절은 빈대를 잡으려던 스님의 실수로 불에 절이 타버리자 스님들은 인근 용담사와 불국사로 떠났다는 전설만이 남아 있다. 

탑을 뒤로하고 로프가 설치된 거친 바윗길로 5분 정도면 오른편 절벽 아래로 길안천이 내려다보인다. 건너편에 화부산(625.7m), 서쪽의 금학산이 아침 물안개에 휩싸이고, 산과 산 사이를 에돌아 흐르는 길안천은 태극문양을 그리며 굽이친다. 산자락을 S자 모양으로 휘감고 흘러가는 물길 건너편에는 흡사 우리나라 지도를 닮은 특이한 지형도 볼 수 있다.

잠시 후 암봉인 제6봉에 닿게 되고, 곧이어 5분쯤이면 제5봉에 이른다. 기암절벽과 오래된 노송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길안천 절경을 한눈에 만끽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경사가 완만한 능선에 이를 즈음이면 이정표(주차장 1.2km, 연점산 정상 5.0km)가 서있고, 오른편으로 약간만 나아가면 천지갑산 정상이다.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천지갑산은 조선조 철종 때 무과(武科)에 급제한 김중진(金仲鎭) 선생이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명명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관악봉이라 부른다. 마을에서 보면 산의 형태가 옛날 양반들이 정자관을 쓰고 서 있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란다.

산정에는 묘지가 넓게 자리하고 정상표석이 있지만 주변 조망은 수목에 가려 볼 것이 없다. 되돌아서서 연점산으로 향한다. 해는 떴지만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산길은 너무나 한적하다. 뻐꾹새 소리만 들려올 뿐 인적이라고는 느낄 수 없고, 하늘빛과 초록빛만이 뒤섞인 수목 사이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30분 정도 울창한 숲속으로 내달으면 조그만 돌탑이 자리한 635.1m봉. 갈림길이 있는 이 봉우리에서 오른편 능선길로 내려가면 송계천의 둔전교에 이르게 된다. 때때로 나타나는 암릉 구간을 지나 고도가 높아지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산과 골짜기뿐이다. 천지갑산을 떠난 지 50분쯤이면 721m봉에 이른다. 35번 국도와 송계천이 보이고, 건너편에 황학산을 중심으로 뻗어가는 좌우 산릉이 조망된다.

왼편으로 약간 꺾어 내려서면 중간에 전망바위가 있다. 능선 오른편의 이 바위 위에 서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연점산의 모습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걸출하게 솟은 연점산이 눈앞에 보이고, 그 오른편에 산지봉이 나란히 이어진다.

완만하던 산길은 잠시 후면 내리막으로 변하고 10여 분이면 갈림길 표지목(천지갑산 2.4km 약 1시간20분, 연점산 2.4km 약 55분, 사실방 2.3km 1시간10분)을 만난다. 이후 716.2m봉을 지나 15분이면 안부에 닿는다. 아래로 명곡 마을이 보이고, 정면으로 연점산이 단숨에 오를 것만 같이 가깝게 다가온다.

안부에서 시작되는 오르막은 지독한 된비알로 코가 땅에 닿을 듯하다. 벌목지대인 왼편 산사면 아래의 연점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점골 끝자락에 위치한 사실방 마을과 굽이치는 길안천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급경사 비탈길은 30여 분이 지날 즈음이면 경사가 누그러지면서 곧이어 산정에 서게 된다. 정상에는 규모가 큰 돌탑과 삼각점(길안 23, 2004 복구), 안동시에서 세운 안내판이 있지만, 조망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하산은 안동과 청송을 가르는 군경계선인 동북릉을 타고 내려선다. 5분이 채 못돼 수풀에 휩싸인 헬기장을 만난다. 모처럼 숲속에서 잠시 벗어나 하늘은 물론이고 주변 지형들도 볼 수 있다.

헬기장을 뒤로하고 능선길로 내달으면 몇 차례 오르내림이 계속되지만 경사는 심하지 않다. 그러나 이 능선은 길 흔적은 찾을 수 있으나 사람이 다닌 흔적은 오래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리본을 비롯한 표시가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중간 중간에 만나게 되는 암릉과 암봉은 좋은 쉼터와 절묘한 조망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발 아래로 연점골과 건너편의 연점산 정상에서 뻗어가는 주능선상의 721m봉, 그 너머로 황학산 능선이 좌우로 펼쳐진다.

조심해야 할 것은 헬기장에서 813m봉을 지나 만나게 되는 산불감시초소까지 1시간30여 분 걸리는데, 필히 왼편 연점골이 내려다보이는 날등을 계속 따라야지 능선길에서 오른편 산사면으로 벗어나면 길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헬기장에서 20여 분이면 812m봉. 여기서 길은 왼편 잡목 사이로 떨어진다. 이곳은 자칫 방심하다가는 길을 놓치기 쉬운 지점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봉우리 왼편 능선으로 내려서면 연점골과 오른편 거두골이 나눠지는 안부. 계속 희미하지만 뚜렷하게 찾을 수 있는 능선길로 잇는다. 812m봉에서 쉬엄쉬엄 40분이 지날 무렵 813m봉에 이른다. 여기서 또 주의해야 하는데, 봉우리에 올라서기 전 오른편의 뚜렷한 길은 버리고 왼편으로 올라야 제 길을 찾을 수 있다.

산불감시초소를 뒤로하면 길은 능선을 버리고 오른편 산자락으로 이어진다. 15분이면 묘지와 묘지 사이를 지나 오른편에 전봇대가 보이고, 가시덩굴과 키만큼 자란 풀밭을 빠져나오면 민가 서너 채를 만나게 된다. 청송군 안덕면 지소리 소미 마을이다. 조금 전 보이던 전봇대는 이 마을 위쪽에 있는 금오암이라는 절집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마을에서 콘크리트 도로를 30분 정도 걸어나와 두둘마 마을에서 산행은 끝난다.

사실 애초 산행은 연점산에서 동북릉을 따르다가 연점골로 해서 사실방 마을로 내려서서 물가에 발이라도 담궈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능선 상에서 연점골로 내려서는 길은 찾을 수 없었다. 더불어 동북릉을 따르는 이 코스는 멋진 조망과 호젓한 산행을 맛볼 수 있지만, 길이 희미하고 날머리에서의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것이 흠이다.


 

산행길잡이
○송사리~천지갑산~721m봉~연점산 정상~812m봉~813m봉~산불감시초소~소미~두둘마 <5시간30분 소요>

○계두리 설록펜션산장~656.5m봉~산지봉~연점산 정상~천지갑산~송사리 주차장 <5시간30분 소요>
○송사리~천지갑산~제6봉~모전석탑~송사리 송사1교 <2시간 소요>

연점산은 대중교통편이 불편하다. 산행들머리인 송사리와 계두리 방면은 안동 시외버스터미널(054-857-8298)을 빠져나와 안동역쪽의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송사·화목 방면 28번(목적지 꼭 확인)을 이용한다. 시내버스가 여의치 않다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길안행 직행버스를 이용한 다음 요금(20,000원 이상)이 다소 비싸지만 택시(길안 개인택시 054-822-4747)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날머리인 두둘마 마을에서는 고와리에서 1일 3회(07:25, 10:40, 14:50) 운행하는 버스로 안덕면(청송군) 소재지까지 나와야 한다.          

/ 월간산 466호 2008.8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길안면 송사리 100-7 소태나무 천연기념물 제174호1966년 01월 13일 지정

송사교를 건너 마을안 송사초교 안에 위치

이 나무는 높이 20m이며, 지면부의 둘레가 4.65m이고, 가슴높이의 둘레는 3.1m 및 2.1m인 소태나무이다. 소태나무과의 낙엽소교목이며 소지에 털이 없고 적갈색 수피에 황색 피목이 있다. 쓴맛을 표현할 때 소태같이 쓰다고 하는데 이는 수피의 안껍질이 무척 쓰기 때문일 것 같다.

잎은 호생하고 이회우상복엽이 - +며, 소엽은 9∼15개로서 난형으로 표면에 윤채가 있고 가장자리에 파상거치가 있다. 꽃은 2가화이며 6월에 피고 녹색이 돌며 산방화서에 달린다. 암술대는 갈라진 자방 밑에 달리고 열매는 거의 둥글며 길이 6∼7mm로서 9월에 빨갛게 익으며 밑에 꽃받침이 달려 있다. 잎은 가을에 황색으로 변하고 수피는 quassin이 들어있어 매우 쓰며 구충 및 건위제로 쓰이고 섬유자원이 된다.

초등학교의 뒷뜰에서 자라며 주변에 회화나무, 느티나무 및 팽나무 등 10여주의 늙은 나무와 같이 자라고 있다. 중앙에는 서낭당이 있고 옆에서 자라는 회화나무는 가슴높이의 둘레가 1.5∼4.5m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싱싱한 것 같으나 속이 썩었고 딱따구리가 뚫은 구멍이 10여개 보인다.

서낭당이 중앙에 남아 있는 점으로 보아 서낭림으로 보호되어 왔다고 본다. 이웃 마을에서 동신목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매년 정월 보름날에는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동신제를 지내며 마을의 행운과 풍작을 기원하여 왔다.

안동시는 천지갑산 테마공원조성사업을 벌여 천연기념물 제174호인 소태나무를 홍보하기 위하여 소태나무 군식 및 다양한 야생화를 식별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야생화 동산과 매화나무동산, 단풍나무, 은행나무, 메타세콰이아, 이팝나무 등 여러 종류의 수목들도 식재하여 교육관찰의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숙식할 만한 곳

연점산 주변에는 마땅한 숙소나 식당은 없다. 송사리에는 민박이 가능하고, 계두리 산지봉 산행들머리의 설록펜션산장(054-823-9208)은 민박과 식사가 가능하다. 길안면 고란리에는 안동시청에서 관리하는 계명산 자연휴양림(054-822-6920)이 있다.

숙식은 안동시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안동은 국제적인 관광지로 호텔을 비롯해 숙소가 다양하고 소문난 먹거리집도 많다. 안동시 상아동의 까치구멍집(054-821-1056)은 헛제사밥과 식혜를 맛볼 수 있고, 안동간고등어(054-855-9900)의 간고등어정식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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