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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제주시

서귀포 1박2일여행

by 구석구석 200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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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온다는 제주도. 맘이 급해 제주도에 봄 맞으러 갔다. 코스는 제주도 서남쪽 모서리 송악산 서귀포 동쪽 끝 성산으로 이어지는 남해안. 12번 도로를 줄기 삼고 해안도로를 가지 삼아 ‘치고 빠지기’식 드라이브를 계획했다.

일정은 36시간. 섭지코지·성읍민속마을·협재해수욕장 등 ‘기본’ 관광지는 건너뛰었다. 대신 관광버스가 못 들어가는 호젓한 산책로, 제주도민들만 알고 있는 맛집, 스릴 넘치는 레포츠 체험장을 돌았다. 한마디로 ‘제주도 틈새 여행’.

 

 

 

 

◇ 10:00am - 첫째날

 

제주도 도착 후 빨간색 오픈카를 빌렸다(AVIS에선 36시간에 16만원~50만원, 064-747-4422). 일단 남쪽으로 휘달렸다. 95번 도로를 타고 시속 80km로 30분쯤 달리자 첫 출발점 송악산에 도착.

해발 104m 낮은 산이지만 마라도와 가파도가 한눈에 보였다. ‘해삼·멍게·소라 한 접시와 호박파전 1만원’에 혹해 ‘바람부는 언덕’(전화없음)에서 요기를 했다. 내려오는 길에 억새풀 사이로 피어난 성질 급한 진홍철쭉을 보았다.

 

◇ 11:30am

산방산 앞에서 4륜오토바이(ATV)를 타는 학생들을 봤다. 저거다. 산바다 레져공원(064-794-0117)에서 두꺼운 바퀴 4개에 몸을 싣고 자갈길을 통통거리며 달렸다. 고꾸라질 듯, 자빠질 듯 스릴 넘친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걷고 싶어서 서귀포시 강정천 오솔길을 찾았다. 풍림콘도 뒷편 농구장에 오른쪽으로 뻗은 흙길. 길 아래 시냇물이 곧바로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홀로 섰다. 풍랑에 깎여 움푹 패인 바위 하나가 ‘하트’모양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 02:00pm 

서귀포시 매일시장에 있는 쌍둥이식당(064-762-0478)을 찾았다. 회를 한마리 떴는데(광어 6만원) 돈까스와 전복볶음밥 등 독특한 메뉴들이 따라 나왔다. 후식 ‘팥빙수’는 ‘충격’이다. 소화시킬 겸 큰엉 해안 경승지 산책로를 찾았다. 해안절벽 위로 강정천 오솔길과는 달리 잘 다듬어진 예쁜 산책로가 있다.

 

◇ 04:00pm

달리고 달려 동쪽 끝 성산에 이르자 드디어 노란 꽃밭이 펼쳐졌다. 아, 정녕 봄이 왔나? 알고 보니 1년 내내 상업적으로 꽃을 피운다는 유채밭이다. ‘사진촬영비 1000원’이라는 입간판이 거슬렸다. 그래도 찍었다. 하늘은 낮고 파랬다. 봄을 만나고, 봄을 느낀 듯 했다.

 

 

◇ 06:00pm

저녁은 주민들이 주로 찾는 삼다식당 (064-782-4841)에서 5000원짜리 정식으로 해결. ‘돔베고기’(도마 위의 삼겹살), 옥돔구이, 비릿한 자리젓까지 제주도 냄새가 물씬 풍겼다.

“밤이 밝고 발랄한 제주도를 보려면 제주시에 가야 한다”는 제주 사람의 말에 제주시로 갈까도 했지만 일단 복층 팬션의 안락함을 즐기기로 했다. 내일 가면 되니까.

 

◇ 09:00 - 둘째날

제주도에 하나밖에 없다는 탄산온천 산방산 탄산온천(064-794-5088, 오전7시~오후8시30분)을 찾았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온탕과 열탕에 몸을 ‘메싹’(제주 사투리로 ‘깊이’) 담갔다가 기포가 퐁퐁 올라오는 탄산수에서 기포 마사지를 했다. 뭉쳤던 근육이 살살 녹았다.

 

◇ 12:00pm

제주도에선 손님 대접하는 밥상에 ‘돼지’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횟집 상차림에 돈까스가 끼어들고, 된장찌개에도 돼지고기가 수영한다. 돼지가 유명한 이유가 재미있다. 제주도엔 뱀이 많다. 이 뱀을 잡아먹는 돼지들이라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해서 신제주 삼겹살골목을 찾았다. 제주시청 뒷편에 ‘ㄱ’자 모양으로 형성된 삼겹살 골목의 시조 탐 (064-759-4492)에선 삼겹살 기름이 위벽에 흐를 때쯤 돌판에 남은 기름으로 밥을 볶아 먹는다.

 

◇ 02:00pm

따끈한 차가 생각나 제주공항 옆 용담해안도로를 도두 방향으로 달렸다. 경기도 미사리와 비슷하다고 할까. 코린트 양식의 대형 찻집이 늘어서 있는 카페촌이 나왔다. 우아하게 차를 한잔 마셨다. 제주시에 맛집이 몰려있다고 해서 조금 더 먹는 걸 감수하고 다시 시내로 이동. 제주시 랜드마크일 정도로 유명한 분식점 짱구 분식 (064-753-4767)의 생오징어튀김은 마른 오징어 불려 만드는 튀김과는 비교할 수 없다.

 

◇ 06:00pm

향토음식점 유리네 (064-748-0890)도 제주시의 명물. 제주도 토속음식 ‘몸국’이 대표 메뉴. ‘모자반’이란 해초를 돼지뼈국에 풀어 만든 음식이다. 6000원짜리 몸국에도 삼겹살과 제주식 순대가 밑반찬으로 나왔다. 제주시에서 산책하기 좋은 곳은 용연 구름다리다. 작은 배가 정박 된 연못을 색색의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그림 같은 그 풍경을 눈에 새기고 공항으로 향했다.

 

◇ 제주도 드라이브 팁

제주도에서 운전할 땐 4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노인, 개, 마을, 신호등. 신호등 없이 살아왔던 노인들이 도로에 불쑥불쑥 나타난다. 풀어 놓은 개들이 도로를 전세 낼 수도 있다. 또 마을이 나타나면 시속80㎞까지 달리다가도 50㎞로 확 줄여야 한다. 서귀포시 중앙로 일부는 신호등이 없으니 또 조심. 유동차량이 많아 신호가 있으면 더 막히기 때문이라는데 사거리에선 특히 사방을 잘 보고 다녀야 한다.

 

● 하얏트호텔 뒷편 산책로: 산책로가 끝나는 길, 논짓물 방향으로 내려가면 사람 없고 경치 좋은 돌길이 나타난다. 짙푸른 바다와 검은 현무암이 낮게 펼쳐져 있다. 두 팔 벌리고 팔짝팔짝 뛰어도 창피하지 않다.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으니까.

● 쇠소각: 연못같은 계곡. 양쪽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 고립된 느낌이 좋다. 쇠소각 입구에서 뗏목을 타고 검은 모래사장과 초록빛 바다를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 외돌개: 20m가량의 바위가 홀로 우뚝 서있는 모습이 교교하다. 관광지로 개발됐지만 정작 관광객은 별로 없는 곳 중 하나. 수년 전만해도 외부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기념품을 덤핑해 싸게 파는 상인들이 늘면서 관광버스들이 이곳을 피해 가기 시작했다. 조금 안타까운 얘기지만 덕분에 조용해서 좋다.

● 대유랜드(064-738-0500): 100만평이 넘는 들판에서 권총·클레이·라이플 등 사격과 승마, ATV까지 즐길 수 있다. 꿩요리도 일품. 클레이 트랩 20발 3만5000원.

 

● 열기구 테마파크(064-732-0300): 최대 30명까지 탈 수 있는 열기구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 남태평양을 훨훨 날아 보는 곳. 일출·노을 시간을 맞춰 가면 더 황홀하다. 어른 2만4500원·7세 이하 무료.

● 서귀포 잠수함(064-732-6060): 수심10~30m에서 즐기는 해저탐험. 10m에선 파래·미역·모자반·소라·멸치떼, 20m에선 자리돔·줄도화돔·놀래기·쥐치 등 물고기떼, 30m에선 부채산호·분홍맨드라미산호·맵시산호 등 다양한 산호 군락지를 구경할 수 있다. 성인 4만9500원·어린이2만9700원.

 

>> 이색 호텔과 펜션 마을

놀았으면 쉬어야 한다. 내 하루의 반쪽을 맡겨야 하는 숙소. 잘 골라야 추억을 망치지 않는다. 남제주에 있는 낭만적인 숙소를 모았다.

 

● 포도호텔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제주도 오름을 본 따 설계한 단층 호텔. 포도송이처럼 생겨 ‘포도’다. 입구 왼쪽은 양실(洋室) 13개, 오른쪽은 한실(韓室) 13개로 양실 테라스에선 제주도 돌담 풍경과 가파도·마라도가 보인다. 그냥 내버려 둔 듯한 호텔 조경이 멋지다.

한실은 온돌바닥, 서까래 천장, 히노키(편백나무) 욕조를 갖춰 좀 더 비싸다. 젠 스타일로 단정한 분위기. 1박에 양실 40만~80만원·한실 50만~100만원·60평형 스위트룸 200만원.

▶남제주 안덕면 상천리, (064)793-7000, www.podo hotel.co.kr


● 시에스호텔

외관만 보면 민속촌에 들어온 느낌. 객실 안으로 들어가면 현대식 호텔이 모습을 드러낸다. 돌담 위에 억새풀로 엮은 지붕 등 제주도 전통 가옥을 재현한 독채식 객실이 26개. 내부까지 전통식으로 꾸민 초당과 고당은 온돌바닥과 서까래 지붕, 정자살 창호로 옛 정취을 살렸다.

중문해수욕장이 5분 거리. 58만원 이상 객실에선 바다를 바라보며 자쿠지탕에서 거품목욕을 즐길 수 있다. 1박에 19만3600원~145만2000원.

▶남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064)735-3000, www. seaes.co.kr


● 재즈마을

생긴지 2년 남짓 된, 나무로 지어진 고급 펜션. 나무의 금색 빛 은은한 분위기가 근사하다.

‘재즈시네마(DVD플레이어 설치)’ ‘노래하는 산호(문학서적 비치)’ ‘푸른지붕(유명화가들 그림 비치)’ ‘더왈츠(고급 오디오시스템 설치)’라는 테마로 4개 동을 이루고 원룸·복층·투룸 등 종류별로 총 25개실이 있다. 야외엔 영화상영시설과 어린이 수영장, 바비큐장을 갖췄다. 1박에 10만~16만원.

▶남제주 서귀포시 상예동, (064)738-9300, www.jazz village.co.kr


● 파도마을

‘노인과 바다’ ‘올리브하우스’ ‘롱비치’ ‘밀려오는 파도소리’ ‘양지통나무’ ‘바다산책’(064-721-9955)등 6개 동으로 구성된 펜션 단지. 각 동마다 객실 4~6개씩 총 30개 객실이 있다. 1박에 10만~18만원.

▶남제주 남원읍 남원리, (064)721-2266, www.padovillage.com 스포츠조선 글=류정기자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무뚱 식도락식당 / 옥돔지리

 

 

제주 외 사람들은 '옥돔지리'라고도 하는 이 음식은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식당 식도락의 옥돔국이 진국이다. 처마 밑 신발을 벗어둘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을 제주사람들은 '무뚱'이라고 불러왔는데, 지나가는 나그네도 이웃들도 편한 마음으로 신발을 벗어 쉬어가라는 뜻에서 지어진 듯 하다.

 

이미 제주출신 텔런트 고두심씨를 비롯해 정욱, 원미경씨 등 많은 연예인이 다녀갈 정도로 한 번 맛본 사람은 다시 곧 찾게 되고 소문을 들어 찾아가게 되는 곳, 식도락 식당.

 

이곳의 옥돔국이 인기몰이를 하는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고향순씨(53.여)가 14년 넘게 고집해오는 자연 그대로의 맛, 그것이 이 집 만에 비결이면 비결이다. 당일 잡아 올린 싱싱한 옥돔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바람이 들지 않은 속이 꽉 차고 단맛이 다는 무를 채 썰어 풍성하게 올린 옥돔국은 그야말로 웰빙 건강식이다. 별도의 조미료도 필요없단다. 

"오로지 소금으로 간을 해요. 대신 옥돔국에 다진 청량고추를 넣어 먹으며 그 맛이 시원하면서도 칼칼해지지요."

고씨가 14년 식도락 옥돔국의 맛은 소금과 싱싱한 재료 맛이라고 귀띔해준다. 식도락의 안주인, 고씨가 직접 만들어 내어오는 배추김치와 무를 나박나박 썰어 담근 깍두기, 무말랭이 간장절임, 고추지, 살짝 데친 봄동 등 정갈한 밑반찬은 소금간만으로 완성된 옥돔국의 맛을 그르치지 않는다. 

 

다만, 당일 잡은 옥돔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지거나 태풍이 불어 어선이 조업을 하지 못할 때는 식도락도 장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옥돔국도 자연히 먹지 못하는 불운(?)을 격기도 한다.

가격=1인당 1만원. 영업시간=오전 9시~ 오후 9시. 문의)764-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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