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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인천·섬

강화 화도면-후포항 선수포구

by 구석구석 2008.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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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올림픽대로나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김포 방향 48번 국도로 진입한다. 양촌을 지나 대명포구, 초지대교 방면으로 좌회전.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에 진입한 뒤 선수포구로 가는 길은 두가지이다. 84번 국도를 거쳐 길상에서 화도면 방면으로 향하거나 남쪽 해안도로 동막해수욕장을 경유하는 길이 있다. 해변길은 초지대교에서 30분 정도 소요된다. 선수포구는 공식명칭이 후포항으로 바뀌었지만 강화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선수포구로 불리고 있다.  

 

2021.6월에 가본 후포항

선수돈대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0호(1995.3.1 지정)

인조 14년(1636) 병자호란 때 강화도가 함락되자 이에 충격을 받은 조정에서는 강화도를 경강 어귀의 요새로 만들기 위해 숙종 5년(1679) 당시 강화 유수 윤이제에게 강화도의 요소마다 돈대를 설치하고, 화력을 보강하여 해안 경비를 강화하도록 하였다. 이 돈대는 당시 병조판서 김석주로 하여금 감독케 하여 축조한 49돈대중 하나로 일명 송강돈대라고도 하는데 일부는 둥글게 일부는 모나게 쌓아 반월형 평면을 이루고 있다. 이 돈대의 남쪽으로는 검암돈대가 있고 북쪽으로는 굴암돈대가 있는데 선수돈대와 굴암돈대는 영문에서 직접 관할하던 돈대이다.

 

강화도 화도면 선수포구는 밴댕이 포구로 알려진 곳이다. 어판장에 싱싱한 활어들도 넘쳐나는데 들어서는 사람마다 일단 밴댕이부터 찾는다. 밴댕이 맛 보려고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밴댕이 성질 만큼이나 먹는 사람도, 준비하는 사람도 속전속결이다.  

 

어판장 식당 아줌마의 손놀림부터가 일단 예사롭지 않다. 밴댕이 수십 마리를 횟감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분 30초. 머리와 가시를 한 칼에 쏙 도려내니 10cm 가량 짤막한 몸체만 덩그러니 남는다.
“하이고, 이 짓만 20년 넘게 했는데 이 정도 칼질은 해야지.”



쓱쓱 담아 놓은 밴댕이회에 서둘러 젓가락을 댄다. 한 마리가 딱 한 점, 그 한 점을 한 입에 먹어주는 게 밴댕이회 식도락가들의 기본 공식이다. 초고추장을 살짝 묻혀 입안에 넣으면 담백한 기운이 입안에서 살짝 돌더니 쫀득쫀득한 여운과 함께 살점이 목구멍으로 홀랑 넘어간다. 비늘 째 먹는데 비리지 않고 오히려 단 맛이 배어난다. 앉은 자리에서 20마리는 순식간에 해치우게 된다. 게 눈 감추듯 먹은 뒤 또 몇 마리 덤으로 사서 구이로 먹는 사람까지 있다.

 

밴댕이 포구로 명성 높은 선수포구

강화도 밴댕이는 5월말부터 7월초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에 접어들기 전이 밴댕이의 살이 바짝 오를 때다. 선수포구 근해에 조수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세고 뻘이 기름진 것은 담백한 맛에 일조를 했다. 대명포구 등 서해 일대 다른 지역에서도 밴댕이가 나지만 이곳 선수포구의 밴댕이는 더욱 고소한 맛으로 명성이 높다.

 

선수포구는 원래 새우로 유명한 포구였다. ‘추젓’이라고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새우젓이 이곳에서 났다. 밴댕이 포구로 알려진 것은 20년 전 일이다. 

 

“20여년 전 선창 포구를 막는 공사를 했는데 인부들에게 줄 반찬이 없는 거야. 밴댕이를 회로 먹이고 구이로 먹이고 그랬지. 인부들 통해 그때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외지인이 찾아 오기 시작했어.”
25년전 시집온 뒤 줄곧 어판장을 지켜 온 김점임씨는 “예전에는 밴댕이가 지천이라 삽으로 퍼내면 한 삽에 3000원 정도 했다”며 “밴댕이를 호박하고 바꿔 먹고 쌀하고 바꿔 먹었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그 당시만 해도 선창까지 닿으려면 오솔길을 다녀야 했고 ‘오막살이집’ 식당이 유일하게 밴댕이회로 이름을 알리던 시절이었다.

 

도로가 포장되고 강화읍에서 1시간마다 버스가 다니면서 선수포구를 찾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었다. 어판장에서 돈을 번 어민들은 10여년전부터 근사한 횟집을 열었고 포구는 제법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어판장 15곳의 가게 외에도 선수포구에는 대형횟집 10여곳이 들어 서 있다.

10kg에 2만~3만원일 정도로 흔하던 밴댕이는 요즘에서 1kg에 1만5000원에 어판장에서 거래된다. 다른 생선과 견주어 결코 가격이 뒤처지지 않는다. 1kg이면 30~40마리의 밴댕이를 두세명이서 넉넉하게 맛볼수 있다.

 

밴댕이는 회로 먹고 구이로 먹고, 또 무침으로 탕으로도 먹는다. 싱싱한 밴댕이는 등에 은빛이 나고 윤기가 흐른다.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회로 먹는게 가장 맛있으며 기름기가 많아 맛도 고소하고 질리지 않는다.

 
2021.6월 후포항

고소한 맛 덕분에 ‘집 나간 며느리는 가을 전어와 봄 밴댕이가 불러들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밴댕이 나는 철에는 선수포구에 병어도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서는 밴댕이가 단연 한 수 위다.

 

새벽녘 출항한 밴댕이 배는 보통 오전 10시를 전후해 포구에 되돌아온다. 배에서 잡힌 밴댕이는 얼음을 채워 아이스박스에 보관한다. 밴댕이는 어판장 현지에서 그날 대부분 소비되며 팔고 남은 것은 소금을 뿌려 젓갈로 만든다. 머리와 뼈만 달랑 남은 밴댕이를 던지면 갈매기들이 포구 한 가득 모여드는 진풍경도 엿볼수 있다. 

 

선수포구 외에도 대명포구나 인천의 어시장에서 밴댕이회를 맛볼 수는 있다. 하지만 선수포구는 강화도 어민들의 훈훈한 인심과 넉넉한 덤이 아직 남아 있는 곳. 먼 길을 에둘러 굳이 이곳 까지 찾는 것은 단지 명성이나 맛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포구 어판장에 15곳의 식당이 들어서 있다. 어판장 식당들은 어선을 소유하고 있어 인근 대형 횟집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다. 밴댕이회와 구이는 1kg에 1만 5000원. 밴댕이 무침은 2만원에 판매된다. 2,3명이 넉넉하게 맛볼수 있으며 아이스박스 얼음 포장도 가능하다.

 

신일회집(019-271-1927)과 유일회집(032-937-1702) 등이 1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한 식당들이다. 주차는 무료로 할 수 있으나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 오후는 피하는게 좋다.  

 

/ 프라이데이 이정하 서영진

 

 

청강횟집(032-937-1994)

은빛을 띠는 밴댕이회. 통으로 잘 다듬은 회에 기름기가 흐르는 것이 먹음직스럽다. 상추·깻잎에 밴댕이 회 한 점 깔고, 마늘·고추 올리고 막된장 찍어 한입 넣으니 강화도 앞바다가 한입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밴댕이회 한 쌈에 쌉쌀한 맥주 한 모금 벌컥 마시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밴댕이회는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광어 같은 일반적인 회에 익숙해 있어 처음엔 밴댕이회가 약간 억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래 씹으니까 단맛이 강하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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