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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문경 석문구곡 금천 대하천 주암정 석문정 농청정

by 구석구석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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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의 구곡은 천차만별이다.

이름난 선비가 낙향해 경영하던 구곡도 있고, 지역의 토호가 소일삼아 노닐던 곳도 있다. 내력이 수백 년을 훌쩍 넘긴 것도 있고, 비교적 근래에 이름 붙여진 곳도 있다. 경관 역시 마찬가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구곡의 수백 년 전 풍경이 그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로변으로 나앉은 곳도 있고, 물길이 바뀌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곳도 있고 바위가 사라진 곳도 있다.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이 정도의 경관을 왜 구곡으로 삼았는지 의심되는 곳도 적잖다.

 

석문구곡은 문경 산양면과 산북면 일대 금천과 대하천을 따라 약 9km에 걸쳐 있으며 구곡은 1곡 농청대 / 2곡 주암정 / 3곡 우암대 / 4곡 벽립암 / 5곡 구룡판 / 6곡 반정 / 7곡 광탄 / 8곡 아천 / 9곡 석문정으로 산양구곡을 근품재 채헌이 새롭게 석문구곡으로 명명하였다.

 

문경시 산양면 금천로 96-73 (존도리) / 석문1곡 농청정

一曲溯洄學海船   일곡이라 학해선으로 거슬러 오르니 / 淸臺瘦竹映前川   청대의 수척한 대나무 앞내에 비친다.

先生去後無人弄   선생이 가신 후 완상하는 이 없어 / 太古巖頭鎖暮烟   태고암 머리에 저문 안개 드리우네.

 

출처 문경시 상권 활성화재단

농청정은 1739년(영조 15년) 존도서와라는 이름으로 건립된 정자로 존도서와는 1808년(순조 8년) 소실되어 1863년(철종 14년)에 농청정으로 중건되었으며 현재 농청정은 이 때의 건물을 보수한 것이다.

 

농청정 아래쪽 바위에는 농청정(尊道窪)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고 정자 내부에는 존도서와(尊道書窩)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보면 농청정 건립 당시에 존도서와라 불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농청대는 청대 권상일 선생과 근품재 채헌 선생의 원림으로서 청대 선생을 자신이 지은 존도서와에서 농청대가 자리한 공간과 지어진 관정을 간략히 기술하였으며 채헌 선생은 농청대 앞에 대나무가 길게 자라있고 농청대 아래에 태고암이 있다고 하였으나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재부 문경향우회

산북면 서중리 41-2 / 석문2곡 주암정 

二曲東亞日月峯   이곡이라 동쪽에 일월봉이 솟아 있고 / 雙巖枕水弟兄容   두 바위 물을 베니 형제의 모습이라

亭前浮碧千年久   정자 앞의 부벽은 천년이나 되었고 / 望裏竹林翠幾重   대숲을 바라보니 푸름이 몇 겹인가. 

 

문경의 구곡 중에서 선유구곡 한 곳을 빼면 구곡의 경관을 온전히 다 간직한 곳은 드물다. 그러니 다른 구곡을 가보겠다면 아예 띄엄띄엄 남은 구곡의 명승을 골라서 찾아가 보는 게 더 낫겠다. 그렇게 꼭 찾아가 볼 만한 구곡의 명소 한 곳을 뽑으라면 단연 산북면의 석문구곡 2곡인 ‘주암(舟巖)’이다. 석문구곡은 과거에 합격하고도 평생 벼슬에 나서지 않은 문경의 한 선비가 300여 년 전 은거했던 곳이다.

 

주암은 ‘배 주(舟)’에 ‘바위 암(巖)’자를 쓰는 이름 그대로 바위의 형상이 영락없는 배 모양이다. 그 바위에서 노닐던 선비들을 기리며 훗날 후손들이 근사하게 정자를 지었으니, 바로 주암정이다.

 

정자는 해방 한 해 전인 1944년에 지은 것이라는데 물 위에 뜬 배 형상의 바위에 들인 정자의 운치가 훌륭하다. 혼자 보고 말았지만, 주암정은 연못 주위의 벚꽃과 복사꽃이 분분히 질 때의 아름다움이 단연 으뜸이다.

 

 

3곡 우암대 /

三曲灘頭倚暮船   삼곡이라 여울가에 저문 배가 걸리니 / 友岩臺古幾千年   우암대 지은 지 얼마나 되었는가.

亭亭華柱沙頭立   우뚝 솟은 화주가 모래가에 서 있고 / 回首濂巖只自憐   염바위 바라보니 다만 절로 어여쁘네

 

우암대는 현리에서 현리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400m 정도 가면 나온다. 금천 왼쪽 야산 아래에 있다. 우암대 위에는 정자 우암정(友巖亭)이 있다. 우암정은 1801년에 창건됐다. 우암(友巖) 채덕동이 선조인 채유부(蔡有孚)를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 채덕동은 형제간 우애가 각별했고, 부유하면서도 검소하였으며 많은 선비들과 사귀었다.

 

우암정 뒤쪽에 바위가 솟아있는데, 바위에 ‘우암채공 장수지소(友巖蔡公 藏修之所)’라고 새겨져 있다. 우암 채덕동이 은거한 곳이라는 의미다. 우암대 앞으로 금천이 흘렀을 것이나 지금은 주암과 마찬가지로 금천 둑에 막혀 물길이 이르지 않고 있다.

 

4곡 벽립암 / 산양구곡의 7곡인 근품산

四曲蒼蒼壁立岩   사곡이라 솟아 있는 푸른 바위 벼랑에 / 岩苔含露翠毿毿   바위 이끼 이슬을 머금어 푸르게 드리우네.

高見形體無人識   높다랗게 보이는 형체를 아는 이 없고 / 汪汪後川只滿潭   넓고 넓은 뒷내엔 다만 못물이 가득할 뿐

 

벽립암은 금천 가의 바위 벼랑이 맑고 많은 물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다. 근래 농지정리 과정에서 바위가 많이 제거돼 옛 모습을 적지 않게 잃어버렸다.

 

5곡 구룡판 / 산양구곡의 8곡

五曲溪邊路轉深   오곡이라 시냇가에 길이 돌아 깊고 / 九龍板下柳成林   구룡판 아래에는 버드나무 수풀을 이룬다

林間幽趣誰能會   숲 사이에 그윽한 흥취를 그 누가 아는가 / 一曲棹歌爽客心   한 곡의 뱃노래에 객의 마음 상쾌해라.

 

구룡판은 마을 이름이다. 문경시 산북면 약석리 마을이다. 마을 표지석에 ‘구룡판’이라고 표기돼 있다. 마을 뒷산 봉우리가 아홉 마리 용이 서로 다투어 승천하려는 형상을 하고 있는 형세이고, 그 산기슭에 평평한 곳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 마을을 지나다가 산세를 보고 큰 인물이 날 지세라고 하면서 산혈(山穴)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흙의 색깔도 붉게 되고 산 고개도 잘록해졌다고 전한다.

 

6곡 반정 / 산양구곡의 9곡

六曲盤亭一帶灣   육곡이라 반정에 물굽이 둘러 있고 / 白雲深處洞門關   흰 구름 깊은 곳에 동문이 닫혀 있네.

琶山草綠江花落   비파산 풀 푸르고 강가의 꽃 떨어지며 / 黃鳥綿蠻春意閒   황새가 우지지니 봄뜻이 한가롭다.

 

반정의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7곡 광탄 /

七曲行舟上廣灘   칠곡이라 배를 저어 광탄에 오르며 / 嘉猷書塾更回看   다시금 가유서숙을 되돌아보노라.

却憐夜雨蓬山過   안타까워라 밤비가 봉산을 지나가니 / 活水源頭添一寒   활수의 원두에 찬물이 불어나네.

 

석문정에서 내려오는 대하천과 화장골에서 내려오는 동로천이 만나 넓은 여울을 이루기에 광탄이라 하였으며 여울과 야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동천을 이루고 있다.

 

8곡 아천

八曲鵝川石路開   팔곡이라 아천은 돌길이 열리고 / 洗心臺下水縈回   세심대 아래에 물이 돌아 흐른다.

渡頭不說桃花網   나루서 복사꽃 줍는 일 말하지 마라 / 遊客尋眞逐水來   유객들이 진처 찾아 물을 좇아오리라

 

광탄에서 대하천을 따라 200미터 정도 서북으로 굽이돌아 올라가면 왼편에 돌산이 보이는데 여기서 1키로 정도 더 올라가면 보이는 계곡이 아천이다. 오른편에 야산이 자리하고 왼편에 시내가 흐르고 작은 돌이 깔려 있어 흐르는 물이 맑다.

 

9곡 석문정

九曲石門道豁然   구곡이라 석문에 길이 확 열리며 / 光風霽月滿晴川   광풍과 제월이 청천에 가득하네.

等閒識得尋芳路   등한히 꽃을 찾는 길을 알아내니 / 飛躍鳶魚摠是天   연비어약이 모두 이 동천이로다.

 

 ‘석문(石門)’은 석문정 옆의 시내 양쪽에 바위 벼랑이 솟아 있어 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석문을 지나면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조금 더 올라가면 김룡사와 대승사가 나온다. 채헌은 석문 옆에 석문정을 짓고 이곳에서 시문을 짓고 풍류도 즐겼다.

 

채헌은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석문정에 노닐며 한글 가사(歌辭)로 읊은 ‘석문정가(石門亭歌)’를 짓고, 12수의 한시로 된 ‘석문정십이경(石門亭十二景)’을 짓기도 했다.

지금 석문정에는 채헌이 한글로 지은 ‘석문구곡도가’를 새긴 시판과 ‘석문정기’ 기판 등이 걸려 있다.

 

석문정 / 영남일보

채헌은 9곡을 속세를 떠난 별천지로 표현하며, 선비가 지향하는 이상세계가 펼쳐지는 곳으로 노래하고 있다.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연비어약은 천지 만물이 자연의 바탕에 따라 움직여 저절로 그 즐거움을 얻음을 상징한다. 이는 곧 도(道)는 천지에 가득차 있음을 뜻한다. ‘시경(詩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고기는 연못에서 뛰어 오른다(鳶飛戾天 魚躍于淵)’는 구절이 나온다.

 

 

/ 문화일보 박경일 전임기자 

/ 농청정 - 재부 문경향우회 | 문경 산양 석문구곡 - Daum 카페

/ 영남일보 김봉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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