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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양양 전진리 낙산사 홍련암

by 구석구석 2008.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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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이는 파도가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 법당 홍련암

 

 의상대사가 파랑새를 쫓아 들어가 7일 밤낮을 기도했던 곳, 7일 후 붉은 연꽃이 솟아나고 그 위에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 친견할 수 있었기에 그곳에 암자를 세워 홍련암이라고 이름 짓고,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한 곳이기에 관음굴(觀音窟)이라고 불렀다는 곳이다. 

 

 

홍련암/김윤수

 

망망대해를 이루고 있는 동해의 푸른 물결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몇몇 명소 중의 한 곳이 의상대에서 홍련암으로 이어지는 바닷가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낙락장송을 이루는 의상대 소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모진 풍파를 견뎌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실감하게 되니, 지치고 시들었던 삶이 팔팔한 청춘으로 불끈 솟아오르는 기분이다.

 

 

 

법당은 비좁고 사람들은 북적거렸지만 홍련암을 갈 때마다 뚫어진 구멍을 통해 바다를 들여다보느라 코가 바닥에 닿을 만큼 납작 엎드리고 민망스러울 만큼 엉덩이를 치켜올리며 들여다봤지만 구멍을 통해 볼 수 있는 관음굴은 한계가 있었다.

 

종무소로 연락을 하여 출입과 접근을 허락받고 벼랑을 내려간다. 조심은 하되 겁먹지 않는 몸놀림으로 벼랑을 내려가 모퉁이를 돌아 관음굴로 다가간다. 벼랑을 내려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에 서니 위에서 내려다보던 바다와는 다르다. 점점이 부서지던 파도는 겁을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큰 물결로 느껴진다.

 

 

홍련암과 법당바닥의 구멍, 이곳으로 관음굴을 본다.

 

벼랑으로 된 모퉁이를 돌아 다가간 관음굴에서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한참을 머물며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본다. 건질만한 미역이 있는지도 둘러보았고, 의상대사가 7일 밤낮을 머물렀을 만한 곳이 어딘가도 살폈다.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여지없이 바위에 부서지고, 부서지는 파도에는 전설로 피어 있는 붉은 연꽃이 하얀 몽우리가 되어 맺었다.

 

 

왼쪽이 관음굴, 헛발이라도 디디거나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풍덩 빠질 것 같아 조심조심하며 들어간 관음굴이기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관세음보살님’하고 불러보았다. 응답이라도 하듯 철썩하고 파도가 울리고 몇 번이고 ‘관세음보살님’하고 부를 때마다 세지도 거칠지도 않은 파도가 철썩철썩하며 응답한다.

 

작고 좁은 골짜기를 이루던 관음굴은 홍련암 법당바닥에서부터 동굴을 이루듯 위쪽이 막혀 있고 꽉 막혀 답답한 동굴이라기보다는 벽을 이루는 양쪽바위에 커다란 돌을 얹어 놓은 너와처럼 숨통이 트이는 그런 형태로 뭍과 바다를 가름하지 않고, 하늘과 땅을 가름하지 않는 일원상의 동굴이다.

ⓒ 2008 OhmyNews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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