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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양양 7번국도 상운리 핸드메이드 일현미술관

by 구석구석 2007.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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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동화 촬영지 상운리 <상운폐교>

문화 아지트로 바뀐 <핸드메이드 공방>
학생이 없어 버려졌던 시골 분교가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지방의 문화 중심지로 부상한 폐교, 그리고 폐교를 문화아지트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강원도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그녀의 아지트
강원도 양양의 상운 폐교를 개조한 공방 '핸드 메이드(Hand Made)'는 두 가지 이유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하나는 소설가 김하인 씨가 『국화꽃 향기』를 쓴 장소라는 것, 또 하나는 2000년에 방송된 드라마 「가을 동화」의 배경이 된 곳이라는 점이다. 그 이후 양양과 속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은서방과 준서방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꽤 많다. 이곳의 주인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는 김하인 씨의 부인이자 공예작가인 정재남 씨다.

 

소설가의 아내 혹은 공예가 하면 떠오르는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와는 달리 외모부터 파격적인 '노랑머리'에 성격도 매우 쾌활한 그녀는 멀리서 찾아온 취재진에게 일단 몸부터 녹이라며 벽난로가 있는 도예 체험실로 안내했다. 벽난로 앞 작은 책상 의자에 앉아 그녀가 내민 고구마를 먹으며 신나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묘한 감흥이 일었다.

 

그녀가 상운 폐교를 임대받은 것은 5년 전이다. 강릉에서 10년째 공방을 운영하던 그녀는 더 많은 미지의 사람들에게 도예 소품을 보여주고 싶은 꿈이 있었다. 마침 그 무렵은 강원도 내 시골 분교가 문을 닫기 시작하던 때라 분교에 공방을 꾸며보면 어떨까 싶어 1년 동안 교육청을 드나들며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일단 기존 건물 임대료보다 저렴하고 넓었다. 그러던 중 강원도 내에 폐교 예정 분교가 10개나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1년 임대료가 3백만원 정도 되는 아담한 폐교를 임대받으려 했으나 학생이 1명이던 그 분교를 지속시키기로 함에 따라(그곳 주민 1명이라도 폐교를 반대하면 교육청에서도 강제로 문닫을 수는 없다고)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하지만 마침 상운 폐교를 임대받았던 이가 자금 문제로 다시 교육청에 학교를 반납하는 바람에 그녀가 대신 이곳을 임대받았을 수 있었다. 전체 건평이 3천 평 정도되는 이곳은 1년 임대료 1천만원으로, 분교치고는 매우 비싼 편이다(평수와 위치에 따라 임대료 책정).

하지만 큰 도로와 인접해 사람들이 드나들기 편하고 그러면서도 조용한 위치라 마음에 꼭 든다고.

최대한 학교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그녀의 의도였기 때문에 교실문과 창문만 색칠하고 조각보로 복도 커튼을 장식한 것 외의 큰 공사는 하지 않았다. 각 교실을 도예체험교실,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실, 관람 온 사람이 쉬어갈 수 있는 작은 휴게실,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는 미니 도서관으로 꾸며둔 상태.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교실은 「가을동화」 촬영 배경이었던 은서방과 준서방 전시실이다.

 

원래 '준서방'은 외부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그녀의 개인 숙소 겸 작업실이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침대와 옷장, 책장도 그녀가 사용하던 것 그대로다. 그런데 드라마 방영 이후 아무리 닫아놓아도 열고 들어와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 결국 전시실로 바꾸고 그녀는 학교 뒤 사택으로 방을 옮겼다.

상운 폐교는 분교를 문화 공간으로 바꾼 첫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5년 동안 공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을까. "벽난로로 난방을 해야 하고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이미 각오했었죠.

 

힘들었던 건 오히려 현지 주민들과의 관계였어요. 타지에서 온 사람이니까 좀더 다른 눈으로 보게 되고,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초창기엔 싫어하셨죠. 또 소소한 것도 다 소문이 돼요. "저 여자는 담배도 피운대."라는 식으로. 제 헤어스타일 보고도 얼마나 말 많았는데요. 지금은 익숙해져서 '저 여잔 원래 저런가보다.' 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요(웃음).

작년 여름엔 물난리 때문에 힘들었어요. 저희 공방도 무릎까지 물이 차 올랐어요. 윗동네로 피난까지 갔었다니까요. 물 빠진 후 뒤처리하느라 고생 좀 했죠."

 

화사한 컬러로 물든 사택
본래 선생님이 머무는 용도로 쓰였던 학교 뒤쪽 사택이 그녀의 생활 공간이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넓은 15평. 주방은 없고 좁은 거실과 침실, 작은 옷방 겸 서재, 샤워기와 세면대만 있는 화장실로 이뤄진 이곳은 그녀 나름의 미학이 배어 있는, 인테리어 관점에서도 배울 것이 참 많은 공간이다.

 

사진만 척 봐도 눈치챘겠지만 그녀는 색을 과감하게 쓴다. "가장 쉬운 인테리어는 화이트 톤으로 맞춘 모던한 집이죠. 그건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컬러'를 잘 쓰기는 참 어려워요. 어떤 분들은 색을 많이 쓰는 게 촌스럽다고 하시지만 색동을 보세요. 그 빛깔들이 어우러져 얼마나 예쁜데요."

평소 밝고 화사한 색 쓰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의 방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비가 많이 온 어느 날 천장에 물이 세는 바람에 문 위에 곰팡이가 생겼는데 벽지를 다 뜯어낼 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색색으로 물들인 한지나 문양 있는 한지를 오려서 문 위쪽으로 돌려 붙였는데 워낙 색감이 뛰어난 덕에 그 자체만으로 멋진 벽 꾸밈이 되었다.

 

그 맞은편 벽도 어느 여름 얼룩이 생기는 바람에 한지와 비슷한 투박한 질감의 벽지를 사다 발랐다. 크레파스로 칠한 듯한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그 시골에서도 가장 싼 벽지였다고. 방문과 화장실문을 다 떼어낸 것도 특이하다.

"집이 너무 좁잖아요. 어차피 혼자 쓰는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니까 굳이 가릴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문짝은 떼어내고 문 테두리에는 색을 칠했어요. 화장실 입구에는 샤워 커튼을 달아 안쪽이 보이지 않도록 했고요. 문이 없으니까 강아지가 제일 좋아하던데요."

 

그녀의 공간에는 특이한 소품도 많다. 2평 남짓한 거실 위를 올려다보니 베이지색 천이 형광등을 가리며 살짝 밑으로 늘어진 형태로 장식되어 있다. 그 천 아래에는 투명 구슬을 몇 개 붙여놓았는데 형광등을 켜면 천의 빛깔과 반짝이는 투명 구슬이 어우러져 꽤 운치 있다고.

 

그뿐 아니다. 바닥에 깔아둔 살색 이불이며 쿠션은 그녀 손으로 직접 염색한 것. 방에 있는 레이스도 그녀가 직접 뜬 작품이다. 다섯 딸 중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외모는 자신 없었지만 손재주만큼은 단연 뛰어났단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필통이며 노트, 서랍도 다 제가 만들어 썼죠. 나중에는 집 뒤에 저만의 창고를 따로 만들 정도였어요. 지금도 자다가 천장을 보면 저 천장에 이 색을 칠해볼까, 저 옷장 위에 그림을 그려볼까? 별 생각이 다 들어요."

이렇게 손재주 많고 아이디어 넘치는 그녀는 대학에서 상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덕분에 세공, 천연 염색, 도예 등 못하는 강의가 없다. 그중 그녀가 주력하는 분야는 도예다. "도자기로 만들지 못하는 생활 소품이란 없거든요. 전 도예가 '작품'이라고 생각 안 해요. 생활 소품이 될 때 더 의미 있는 거 아닌가요? '이런 것도 도자기로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사람들이 깜짝 놀랄 때 더 신나던걸요."

 

부부라는 이름으로 만나 친구처럼 생활
사택을 둘러보다보니 슬쩍 궁금해진다. 남자의 흔적이 없는 이 사택이 그녀만의 공간이라면 남편인 소설가 김하인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인가.

"하인 씨는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얻어 거기서 묵어요. 예전에는 여기서 작업했었는데 이름이 알려지고 사람이 드나드니까 제대로 작업을 못하더라고요. 또 저는 낮에 열심히 일하는 타입이고 하인 씨는 완전히 올빼미족이라 사이클도 맞추기 힘들고. 아파트에서 방해받지 않고 작업하다가 식사 때가 되면 이쪽으로 건너오곤 해요."

 

이들은 서로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7년 전에 만났다. 둘 다 일종의 독신주의자였는데 모든 걸 허물고 부부의 연을 맺은 것. "어떤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시겠지만 저희는 서로에게 친한 친구 같은 존재예요. 누구보다 서로의 생각을 잘 알고 또 존중하죠.

 

하지만 둘 다 창작 활동을 하다보니 서로 터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또 나이가 들고 보니 '남편과 별개로 내가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꼭 필요하더라고요. 쉽지만은 않지만 저희는 썩 잘해내고 있는데 주위에서 한동안 말들이 많았죠." 그녀와 남편은 서로 죽이 잘 맞는다. 또 추진력도 뛰어나 얘기하다보면 절로 '윈윈 효과'가 일어난다. 그녀가 공방 '핸드 메이드'를 오픈한 시기에 맞춰 남편은 『국화꽃 향기』를 출간했다.

 

또 영화화된 「국화꽃 향기」의 일부 장면이 실제로 이곳에서 촬영된 것도 그 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졌으니 돈 많이 벌었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입장료도 없고 방문객의 70%는 휙 둘러보고 나가지 제품을 구입하거나 체험교실에 참석하지 않거든요. 저희 직원이 7명인데 모든 폐교 문화 시설이 그렇듯 한때는 경영이 어려운 때도 있었죠. 그래서 이제는 체험교실 프로그램을 좀더 개발할 생각이에요. 그래야 여러 사람의 땀이 서린 이 공간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공방에 참여하려면 하루 전이나 3~4시간 전 전화해 예약하면 된다. 2명의 소수부터 20명 이상의 대규모 클래스도 가능하다. 직접 빚은 도자기 컵은 구워서 택배로 집으로 부쳐준다.
가는 길 양양 국제공항휴게소를 먼저 찾을 것. 이 휴게소에서 1km 정도 양양 방향으로 올라가면 신호등이 나오고 '상운 폐교'라는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 우회전 해 100m 들어갈 것.
가족들이 간다면 스키를 타다 근처 숙소에서 1박하고 그 다음날 돌아가는 길에 들를 것을 권한다. 혹은 오전에 와서 양양 상운폐교를 천천히 둘러보고 도예 교실에 참가한 다음 근처 낙산사를 들렀다 속초 대포항이나 주문진 항에서 저녁 먹는 코스를 추천. 문의 033·672-4054

자료 -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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