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암 그리고 섬진강 대숲길
지리산을 품은 구례에는 천은사뿐 아니라 화엄사, 연곡사 등 명찰이 포진해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구례 전망을 보려면 사성암으로 갈 일이다. 종교를 떠나 구례 여행에서 지나칠 수 없는 명소.
지리산 노고단 등산이 부담스러운 한겨울에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탁 트인 전망과 마주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셔틀(왕복 3400원)을 이용해 절 초입까지 닿는다.

의상대사·원효대사·도선국사·진각국사가 수도했다 해 사성암이라 불리는 암자는 기암절벽에 아슬아슬 기대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전망대는 산신각인 ‘산왕전’ 부근. 섬진강과 구례 평야, 지리산 주봉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섬진강을 두고 이 고장과 작별하기엔 아쉽기에 해 지기 전 서둘러 섬진강 대숲길로 간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벤치에 앉아 이른바 ‘죽(竹)멍’을 때리며 달려온 시간을 돌이켜본다. 문득 불어온 찬 바람에 주머니로 손을 쑤셔넣었다. 주머니 깊숙이 운조루 고택의 종부가 건네준 알사탕 하나가 동그랗게 말을 걸어온다. 잘살고 있느냐고.

‘퐅죽’ 먹을까? ‘조단해장국’ 먹을까?

구례5일시장 맛집
매월 3·8일로 끝나는 날이라면 ‘구례 5일 시장’ 코스를 더하자. 구례 5일 시장 장날은 인구 2만4354명(11월 기준) 작은 고장의 이벤트와 같은 날이다.
이날만큼은 시장 내 상설 점포 157개가 대부분 문 열고, 구례군민으로 이뤄진 97개 노점상이 더해진다. 좌판엔 지리산 건나물과 월동 채소들이 깔린다. 여기에 지난 5월엔 8개 청년 점포가 개점했다.
김선정 구례 5일 시장 상인회 사무장은 “먹을거리가 취약했던 구례 5일 시장에 청년 점포가 합세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했다.
메뉴는 국수, 도넛, 호떡, 해장국, 닭 꼬치, 샌드위치, 핫도그, 산수유청 에이드, 새우튀김과 어묵 등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김 사무장은 “구례군민들 사이에선 대단한 이슈”라며 “연휴가 끼어 있을 땐 개점 2시간도 안 돼 재료가 동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중 ‘조단해장국’은 개업과 동시에 구례 젊은 층 사이에서 ‘해장국 성지’로 단숨에 떠올랐다는 곳. 제주에서 8년 살고 온 젊은 부부가 소고기, 선지, 고사리 등을 넣어 끓인 제주식 해장국(일반 1만원)과 마라해장국(일반 1만2000원)을 선보인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해장국의 양은 적당한 편. 육개장 같은 얼큰한 제주식 해장국 국물이 추위를 잊게 한다. ‘조단’은 주인이 그저 미국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을 좋아해서 붙인 이름.
상설 점포 중에선 ‘장터퐅죽’이 단골이 많다. ‘퐅죽’은 ‘팥죽’의 구례 사투리. 동지퐅죽(8000원)은 진한 팥죽에 새알 옹심이가 푸짐하게 들어간다. 뜨끈한 수제비(6000원)와 칼국수(6000원)도 이 집의 스테디셀러다.
/ 출처 : 조선일보 2024 박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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