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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완주 구이면-27번국도-경각산 정각사

by 구석구석 200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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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엄뫼 모악산과 풍요로운 들녘을 감싸 안은 '경각산'

아버지 산으로 일컫는 경각산(鯨角山·659.6m)은 서쪽 광곡 마을에서 바라보면 모악산 방향으로 머리를 향한 고래 모습이다. 정상의 바위 두 개가 마치 고래 등(鯨)에 솟아난 뿔(角)의 형상이다. 이 때문에 정각사나 주민들은 구이저수지와 풍요로운 들녘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는 경각산을 아버지 산, 모악산은 어머니 산이라 부른다.

▲ 경각산 활공장. 비행자들에게 낭만의 겨울 비행지로 자리 잡고 있는 산이다. 가을 겨울 대부분 강한 북서풍의 영향으로 비행횟수가 적어지는 겨울시즌에도 경각산은 좋은 조건을 보인다.

 

경각산은 머리에 뿔이 난 동물의 수컷, 또는 해중대어(海中大魚)로 강인한 남성을 상징한다. 모악산은 어머니가 아이를 업고 있는 형상의 쉰길바위, 또는 고어(古語)로 엄뫼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어머니의 따스한 품속을 연상케 하는 모성적인 산이다. 지형도와 달리 산경표에는 정각산으로 나와 있는데, 서쪽 산허리에 있는 정각사에서 연유된 성싶다.

 

산줄기는 금남호남정맥 주화산에서 호남정맥을 이루며 남으로 곰티, 만덕산, 슬티, 갈미봉를 지나 옥녀봉 부근에서 북쪽으로 고덕산 줄기를 살며시 내려놓고, 고도를 올리다가 경각산에 닿는다. 물줄기는 산 서쪽으로 구이저수지와 삼천을 통하여 만경강을 이루다가 서해에 몸을 섞고, 동쪽으로 옥정호를 통하여 섬진강에 합수되어 남해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전북 완주군 구이면과 임실군 신덕면을 경계한다.

 

 

▲ 정상에서 본 구이저수지 야경.
정상에서면 사방이 탁 트여서 조망이 훌륭하고 전주 시가지와 구이면의 불야성을 이루는 야경이 산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이 산에서 해맞이를 즐긴다. 비록 낮은 산이지만 불재에서 오르는 울창한 송림과 구이저수지를 휘돌아가는 능선 코스, 정각사에서 오르는 암벽 코스,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하산 코스 등이 백미다.

 

 

정상에서 전북산사랑회가 설치한 표지판과 헬기장, 삼각점을 만날 수 있다. 서쪽은 눈 덮인 넓은 들녘과 구이저수지의 은빛 물결이 춤을 추고, 그 건너편엔 모악산이 인자한 어머니 모습으로 다가온다. 서북쪽은 익산 시가지와 미륵산, 북쪽은 전주 시가지, 고덕산, 종남산, 서방산, 광곡저수지가 차례대로 눈에 잡힌다. 동으로 눈을 돌리면 마이산의 암마이봉과 활처럼 휜 호남정맥이 파노라마처럼 마루금을 그리며 신덕들녘과 옥정호가 고개를 살포시 내밀고, 남쪽엔 치마산과 오봉산이 서로 도토리 키재기를 한다.

 

불재는 서쪽 구이면 동족골에서 27번국도와 좌측 임실군 신덕면을 잇는 도로다. 불재도예원과 불재환경도예원, 임실군 관광안내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주변의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푸른 창공을 활기찬 모습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새벽 5시, 어둠을 뚫고 27번국도(구도로)를 달리다 창밖을 보니 모악산으로 해맞이 가는 차량들의 불빛이 꼬리를 물고 달린다. 동적골 삼거리에서 749번 지방도에 접어들어 신덕 방향으로 15분쯤 달리면 경각산 정각사 입구다.

 

정각사 일주문 두 개를 거쳐 눈길을 10여 분쯤 오르니 땀방울이 솟는다. 줄지어선 은행나무들이 열매와 나뭇잎까지 인간에게 다 주었는데, 왜 인간들은 가난한 이웃에게 덕을 베풀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은은하게 들리는 고즈넉한 사찰 뒤로 경각산 정상이 바라보였다.

 

견훤이 천도 후 번영을 기원한 사찰

경각산 서쪽 산기슭에 자리한, 바를 정(正), 깨달을 각(覺)을 쓰는 정각사는 올바르게 깨달음을 얻는 사찰이라는 뜻이다. 고려시대에 창건됐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서산대사가 중창했고, 후백제 견훤이 전주에 도읍지를 정하고 천도와 국가번영을 위해 기도한 곳이라고 전해온다. 

250년 전에 학암선사가 중창했고, 하흥호 스님이 요사체에 극락전을 중건했고, 현재의 극락보전, 요사채, 삼성각의 중창과 범종각, 일주 1, 2문 창건은 오벽송당(혜운) 스님이 했다.

삼성각 옆으로 오르면 소나무가 울창한 산림이고, 급경사 전망대바위에 서면 잿빛 물결이 춤추는 구이저수지가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는 구이면 소재지와 전주 시가지도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코가 땅에 닿을 듯이 미끄러운 눈길을 오르면 앞이 탁 트이며 두 번째 전망대바위다. 정상 아래에 있는 평평한 쉼터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아이젠과 나무에 의지해 오르다보면 산 아래에서 느끼지 못했던 거대한 암봉이 앞을 막아선다. 암벽 사이를 자일에 의지해 엉금엉금 기어오르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린다. 고드름이 매달린 암벽 사이에 바위손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덕담을 건넸다. 땀을 쏟으며 힘겹게 올라섰다. 그러나 정상은 호남정맥 삼거리를 조우해서 남쪽으로 5분쯤 더 걸어야한다(정각사에서 1시간 소요).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해맞이 온 사람들이 눈싸움하거나 미끄럼을 타며 천진난만하게 깔깔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그런데 나무를 꺾어 모닥불을 놓거나 버너로 밥해 먹고 남은 음식을 마구 버리는 모습이 옥의 티였다.

▲ 불재 위 전망바위에서 본 불재.

 

하산은 4개 코스가 있다. 정각사 코스, 광곡교 코스, 동쪽의 효관치·남관·슬티 코스, 남쪽의 불재 코스 등이다.

불재 코스는 정상에서 정각사를 가운데 두고 U자 모양으로 돌아나가게 되는데, 등산로 주변에 재래종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계속 이어져 삼림욕에 매우 좋고, 눈앞에 모악산과 구이저수지를 바라보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불재 위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정상 부근의 산불감시초소 주변에서는 쇠줄 두 가닥에 다칠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스듬하게 누어있는 노송을 지나 전망대바위에 서면 힘차게 비상하는 패러글라이더들의 모습이 멋지다. 북으로 전주 시가지와 고덕산, 서쪽으로는 구이저수지와 모악산이 다가온다. 눈길을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면 어느덧 불재에 닿는다. 귀갓길에 동적골 삼거리에서 바라보는 경각산은 어느새 구름 속에 묻혔다.

 

▲ 정상 안내푯말.

 

정상에서 동릉은 호남정맥 슬티까지 이어진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꺾어 봉우리 두 개를 급하게 내려서면 옥녀봉과 쑥재를 거쳐 완주군 상관면 죽림온천 방향으로 하산하거나 슬티까지 종주할 수 있다.

옥녀봉을 향해 미끄러운 내림막을 가노라면 평평한 능선길에 접어들게 되고, 어느덧 효관치에 이른다. 이 주변에는 울창한 전나무 조림지가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하고, 겨울철에는 설경이 아름답다. 봄, 여름, 가을에는 삼림욕하기에 매우 좋다. 전나무 숲을 벗어나서 옥녀봉을 향해 완만한 오름길을 가다보면 등산로가 조금씩 고도를 높이게 되고, 어느덧 옥녀봉 삼거리에 닿는다.

 동쪽의 급경사를 내려가다 보면 남쪽의 월성리 저수지에서 오는 임도가 보이며, 쑥재에 닿는다. 이곳에서 임도가 지루하면 조림이 잘 되어 있는 산길을 따라 하산하면 좋다. 산 밑에는 상관면 내애리가 있고, 30분쯤 걸으면 죽림온천이 나온다. 이곳에서 유황온천에 온몸을 담그고, 산행의 피로를 풀면 매우 좋다. 갈미봉에서 슬티까지는 도로개설과 농경지 때문에 정맥이 절개되거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월간산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

 

산행안내

제1코스  749번 지방도~정각사~정상~서릉~불재 <3.5km, 2시간30분 소요>
제2코스  정각사~정상~북동릉~효관치~좌측 계곡~임도~사슴목장~효관 마을<6km, 3시간 소요>
제3코스  불재~정상~효관치~옥녀봉 어깨~왜목치 <7.5km, 3시간 소요>
제4코스  불재~정상~효관치~옥녀봉~쑥재~남관 <10km, 5시간 소요>
제5코스  슬티~장치~갈미봉~쑥재~옥녀봉~효관치~정상~불재 <14.8km, 7시간 소요>

 

 

 

전주→정각사 입구  시내 및 군내버스 8회 운행.
전주→광곡·상하보  시내버스 15회 운행.
전주→신리→남관→관촌   시내버스 수시운행

접근 드라이브  전주~평화동 삼거리~27번 국도(순창 방면)~동적골 삼거리(749번도 지방도)~신덕·신평 방면 지방도~정각사 입구(또는 불재) / 전주~17번 국도(남원 방면)~신리~남관~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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