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제주시

서귀포 성읍리 좌보미오름

by 구석구석 2008. 2. 21.
728x90

 

 

 

 

야성녀의 터질듯한 젊음이 느껴지는 좌보미오름

좌보미(좌보메 左輔山 左輔岳 左甫山 左釜岳 左付尾, 표선면 성읍2리 산6/8/14∼15번지, 표고 342m, 비고 112m)는 구좌읍 송당리의 대천동사거리와 송당리(마을)를 잇는 비자림로(1112번)에서(삼거리) 수산리 쪽 3.0km 지점 오른쪽으로 2.0km를 가면 입구에(서성로와 성읍2리 쪽) 이를 수 있다.

 

좌보미는 유래는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전하는 바에 의하면, 좌우에 봉우리가 있어 서로 의지하는 격이라 하여 좌보메, 오름 모양이 범이 앉아 있는 모습인 데서 좌범이(左虎)라 불렸던 것이 뒤에 좌보미로 변형되었다고 하며 이를 한자로 좌보악(左輔岳), 좌보산(左甫山), 좌부악(左釜岳), 좌부미(左付尾)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오름의 멋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이 오름은 가운데 새끼봉우리를 중심으로 오름의 병풍을 둘러놓았다. 큰 봉우리만 해도 5개, 작은 봉우리를 포함하면 무려 13개나 된다. 남쪽 봉우리에 경방초소가 있고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다.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고, 2004년 10월에는 이 오름 일대에서 제1회 제주119 오름사랑 마라톤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오름나그네의 김종철 선생은 좌보미 오름에서 야성녀의 터질 듯한 젊음을 느꼈나 보다. 참으로 인상적이면서 강렬한 느낌이 전해지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표현때문인지 좌보미 오름을 볼때 마다 어디선가 머리를 풀어헤친 야성녀가 나타나지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표선면 성읍 민속촌의 북쪽이자 표선면 관내에서는 가장 북동쪽 오름인 좌보미는 성산, 구좌읍과 접경하는 삼각지대에 위치하며 서쪽에는 백약이오름, 북쪽에는 구좌읍의 거미오름과 이웃해 있으며 동쪽으로는 성산읍의 수산평으로 이어지는 광대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
성읍-수산간 도로에서는 영주산 굽이를 돌아 나가면 줄곧 그 이채로운 모습이 보이므로 가장 가깝다 싶은 곳에서 들길을 찾아 들어 얼마를 가로지르면 이 오름 남록에 이른다.
표고 342m에 비고 약 100m, 밑지름 최대 1,200m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가졌지만 북사면 일부에만 소나무가 심겨졌을 뿐 풀밭 오름이다. 제주의 오름 본디 모습이 민오름인 것처럼 좌보미 오름 역시 민오름에 가깝다.

 

좀더 자세히 오름가는 길을 좀더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동부관광도로(97번) 대천동 사거리까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으므로 각자의 위치에서 가까운 길을 선택해 찾아오면 된다. 여기서 송당리 쪽 2.9km 지점의 삼거리에서 성산읍 수산리쪽으로 3km를 가서 오른쪽의 농로를 따라 2km를 더 가면 기슭에 도착하며, 정상까지 오르는데는 30분 남짓 걸린다. 또한 성읍리와 수산리를 잇는 지방도로(1119)변의 삼다도식당 쪽과 성읍2리의 백약이쪽으로도 이 오름을 오를 수 있다.

 

그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길은 동부관광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만나는 성읍2리 쪽 길이다. 제주시에서 출발했다면 길 우측으로 남영목장을 지나자 마자 왼쪽으로 성읍2리 마을표지판과 버스정류장이 눈에 들어온다. 성읍2리 마을로 좌회전해 들어간 후 넓은목장 입구를 찾아 계속 직진한다.

 

넓은목장으로 들어섰다면 주변 풍경이 달라진다. 좌우로 키 큰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고 마치 이국의 가로수길를 드라이브하는 것 같은 기분좋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거의 없어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달려도 좋고, 기분이 내키면 삼나무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싶다. 비자림로에 있는 삼나무길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덜 다듬어지고 세련되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눈을 자극하지 않는다. 주변에 펼쳐진 오름군락과 풀을 뜯는 소, 말과도 잘어울리고 말이다. 오름가는 길 중 몇안되는 예쁜 길이다.

 

삼나무 길을 따라 죽 가다보면 정면에 큰 몸집의 오름이 등장하는데 백약이 오름이다. 점점 길 왼쪽으로 사라지고 그러다 보면 길은 작은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차를 우회전해 쭉 달리면 좌보미 오름이 모습을 드러낸다.

 

좌보미 오름의 특징은 이것이 한 오름인지 여러개의 오름이 어쩌다 한자리에 솟아나 집합체가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큰 것만도 5개의 봉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기형적 형태의 커다란 산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굼부리 또한 여러 개가 있어 남서쪽에 깊숙이 동쪽엔 넓게 말굽형으로 벌어졌는가 하면 오름 복판에는 크고 작은 4개의 굼부리가 혹은 깊게 혹은 얕게 환형으로 움푹움푹하다. 그 가운데 남쪽의 것은 나지막한 마루턱 넘어 말굽형으로 이어져 가며 가장 큰 동쪽 굼부리 안에는 귀엽게 생긴 알오름이 봉곳이 솟아 있다.

 

5개의 큰 봉우리는 혹은 뾰족이 하늘에 치솟고 혹은 나란히 젖무덤 같고 혹은 평평히 성곽 같기도 하여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오르락 내리락 기복이 심한 등성마루를 타고 굼부리를 돌다보면 이 오름 어디쯤 헤매고 있는지 마치 미궁 속에 빠진 것처럼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좌보미란 좌우에 봉우리가 있어서 서로 의지하는 격이라 하여 좌보(左輔)미, 어떤 이는 범이 앉아 있는 모습에서 좌범이(坐虎)라 하던 것이 좌보미로 됐다는 등 여러 설이 전해진다.

보보스제주 /강은정기자

 

 

사진작가 강태길과 도조작가 김숙자의 외딴집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2리에는 주소를 쓰지 않아도 우편물이 배달되는 집이 한 채 있다. 엉거주춤하게 혹은 당당히 혹은 수줍은 듯 펼쳐진 여러 개의 오름들에 푹 싸인 마을을 복판에 두고 빙 돌아 들판으로 빠지는 길자락으로 나서면 만나는 집 한 채. 겉봉에 2960번지라는 주소 대신 ‘외딴집’이라고만 써도 편지나 택배물건이 아무 탈 없이 쏙 배달되는 집, 강태길 김숙자 부부의 작업실 겸 살림집이다. 

 

 

별호가 외딴집이라 하여 두 부부만이 외롭게 살고 있으리라고 상상한다면 어림없는 속단이다. 제주의 나지막한 오름 자락을 빼닮은 야트막한 둔덕이며 집 옆으로 흐르는 내창과 경계를 이루는 돌담 위, 마당의소나무 아래, 무심히 서 있는 듯한 바윗덩어리 사이사이 어김없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바로 외딴집이다.  

 

다만 흙으로 몸을 입고 있어 ‘토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다를 뿐 저마다 다른 표정과 정서를 뿜어내는 것이 ‘사람’과 하등 달라 보이지 않는다. 모나지 않고 둥글게 둥글게, 풀과 나무와 돌과 하늘과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선 자리에서 우리네 인생살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토우들. 

서귀포신문 2008.10 조선희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