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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인제 아침가리골~구룡덕봉 오토캠핑일정

by 구석구석 2008.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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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품은 원시의 계곡 아침가리골 세상 풍파와 포악한 군주를 피해 사람들이 숨어들었던 계곡.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최후의 오지’라는 꼬리표를 달고 태고의 모습으로 세상과 등을 지고 있던 아침가리골.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서 말한, 난을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삼둔 오가리’ 중 한 곳이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월둔•살둔•달둔이고, 오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명지가리•명가리•연가리•적가리 그리고 아침가리다.

 

‘오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긴 했지만 울창한 숲과 크고 깨끗한 암반,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품은 아침가리는 여전히 손때가 덜 묻은 신비의 세계다. 숲에는 박새•소쩍새•곤줄박이•부엉이가 둥지를 틀었고, 열목어•어름치•쉬리가 물을 지치며 산다. 사진작가들이 일부러 찾아다니는 물이끼는 아침가리에선 흔한 볼거리요, 지천으로 깔린 매발톱과 돌단풍도 이곳에선 낯선 생명이 아니다.

트레킹의 출발점은 방동리 갈터마을. 방태산 자락을 타고 방동초등학교 조경동 분교까지 이어진 6km의 계곡이 트레킹 주 무대다. 길을 잃지 않고 간다면 세 시간 안에 도착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출발점에서 약 1km까지는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덕분에 길이 잘 나 있다. 계곡을 따라가다가 나무다리를 건너면 하늘로 뻗은 낙엽송 숲에 도착한다. 나무다리 아래에는 원래 징검다리가 있었지만 언젠가 물이 불어 망가졌다.

나무다리를 지나면 길은 험해진다. 큰 돌멩이가 길을 점령했다. 산을 타고 흐르는 시냇물, 그 옆으로 무성한 잡목과 잡풀이 꽉 들어찼다. 태고 이래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마구잡이로 흐트러져 있다. ‘이빨바위’(계곡 한가운데 떠 있는 모양이 마치 사람의 ‘이’와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를 지나고 거대한 바위 사이로 힘차게 물이 떨어지는 거목소에 도달한다. 평평하고 너른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떨어지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거목소까지가 중급 트레킹 코스라면, 지금부터는 고급 코스다. 이제부터 길은 점점 사라진다. 물을 가로질러 건너기를 수차례.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도 물은 얼음처럼 차갑다. 발을 담그고 5분을 견디기가 힘들다. 돌멩이는 마치 기름을 부어놓은 듯 미끄럽다. 물살도 제법 세기 때문에 스틱이 없으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때로는 길을 찾아야 하고 때로는 길을 뚫어야 한다. 쓰러진 고목과 파릇파릇한 잡풀이 뒤엉킨 숲은 원시 그 자체다.

 물길을 나침반 삼아 두어 시간을 오르면 방동교가 나온다. 방동교 위쪽으로 아침가리마을(조경동)이 자리 잡고 있다. 아침가리는 ‘아침에만 밭을 갈 수 있는 곳’이란 의미. 그만큼 해가 들지 않는 오지다. 또 ‘아침에만 밭을 갈면 될 만큼 농사 지을 땅이 적다’는 의미로 풀이되기도 한다. 옛날에는 수십 가옥이 있었다. 사람들은 화전을 일구며 생활했는데 1970년대 이후 모두 떠났고 지금은 여름에만 사람들이 오가며 밭을 일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서 있는 집들, 손바닥만 한 밭을 지나면 조경동 분교에 도착한다. 일제 때 지어진 목조 건물은 지금은 계곡을 거슬러 올라온 사람들의 휴식처가 된다.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홍천군 내면 월둔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서너 시간은 더 가야 하기 때문에 넉넉한 일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발길을 돌려 아래로 향한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아침가리는 올라올 때와 또 다른 비경을 보여주니까.

 

:: 아침가리골 오토캠핑 스케줄

 오전 출발 → 오후에 인제읍에 들러 야채 구입(금요일 주말 오후에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이 선다) → 캠프 사이트 도착 → 캠프 사이트 꾸미기 → 저녁식사
 아침가리골에서 구령덕봉 트레킹 → 산 정상에서 점심식사 → 오후 5시 이전 캠프 사이트 도착 → 저녁식사
 아침식사 → 서울행(돌아오는 길에 내린천 고사림 쉼터에서 래프팅 가능)

5월 말의 주말 오후, 간이 테이블과 의자, 바비큐 그릴, 50ℓ아이스박스를 차 트렁크에 가득 실은 사륜구동 SUV 가 진동리 고개를 넘어 아침가리골을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아침가리골에는 두 채의 민가가 있는데, 고개를 넘자마자 왼편에 보이는 사재봉 씨 집이 이정표 역할을 한다.

차를 끌고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 터널을 빠져나가니 폐교가 보인다. '털보 아저씨'가 살고 있다. 지정된 캠핑 장소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텐트 칠 자리를 잘 살펴봐야 한다. 길 양쪽으로 야영한 흔적이 많은데, 아무 곳에서나 짐을 풀어도 한적해서 좋다.

고개를 넘어 두 번째로 만나는 다리 위쪽 모래 둔덕에 짐을 풀었다. 차를 타고 계곡까지 들어오지 않고 길가에 주차한 뒤 야영지를 마련했다. 첫날 저녁 식사는 바비큐. 쇠고기 등심과 돼지 목살, 수제 소시지, 집에서 가져온 와인 등 재료비 2만5,000원으로 멋들어진 저녁이 완성됐다.

한 끼 식사로는 과한 비용이지만, 첫날의 메인 이벤트를 바비큐 파티로 잡은 만큼 팍팍 썼다. 첫째 날 지출은 주유비 7만원과 야채, 숯, 어항 구입비를 포함해 10만원이다.장 보는 데 사용한 10만원을 합해 첫째 날까지 총 20만원.

둘째 날 아침은 간단하게 카레라이스로 정했다. 비닐 포장된 카레 소스를 뜨거운 물에 데우고, 밥을 짓는 데 30분이면 충분했다. 사진 기자가 들고 온 아웃도어용 플라스틱 식판이 여러 모로 유용했다. 여러 개의 그릇이 필요 없고 설거지 시간도 단축된다. 아침부터 구룡덕봉 트레킹에 나섰다.

폐교에서 구룡덕봉까지는 3시간 30분 거리, 꽤나 멀다. 하지만 바쁠 것이 없어 발걸음이 마냥 여유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고샅길이 정갈하고 아름답다. 어른 두 명이 어깨를 맞대면 딱 맞을 듯한 너비의 황톳길, 머리 위로는 잡목 가지가 터널을 이뤘다.

이런 길이 홍천군 내면으로 내려가는 길과 구룡덕봉으로 오르는 길이 갈라지는 명지가리 근처까지 이어진다. 폐교에서 올라온 지 3시간여, 계곡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수제비를 끓였다. 미리 준비해온 밀가루 반죽으로 산중에서 수제비를 떠 넣으니, 맛은 말할 것도 없고 해 먹는 재미까지 쏠쏠했다.

야생화 천국인 구룡덕봉 유람을 마치고 텐트로 되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 남짓, 아직 여름 햇빛이 가득할 때지만 아침가리의 해는 벌써 산꼭대기에 걸려 있다. 저녁식사로 7,000원짜리 생닭에 갖은 양념과 야채를 버무려 닭볶음탕을 요리했다. 두 명이 포식할 수 있는 양이다.

산골에만 콕 박혀 있는 둘째 날은 돈 들어갈 일이 전혀 없다. 산중에서 맞이하는 밤은 캠핑의 백미다. 휴대전화도 안 터지고 텔레비전도 없고 9시 뉴스를 들을 수 없어 오히려 살맛 나는 시간이다.

셋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어항을 확인했다. 이런! 3,000원을 주고 산 어항 두 개 모두 텅텅 비어 있다. 비닐 어항 속에 미끼로 된장을 넣는데 이번엔 낚시 가게 주인이 권한 떡밥을 사용했다. 그래서일까?

하지만 3일 내내 피라미 한 마리 들지 않았어도, 이리저리 어항을 옮기고 떡밥을 만들어 놓는 일이 심심치 않은 소일거리다. 느지막한 아침을 해먹은 뒤 후딱 짐을 싸서 서울로 출발, 노상에서 파는 옥수수로 점심을 대신했다. 마지막까지 알뜰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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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비, 빌릴 것은 최대한 빌리자

장보기 전에 준비할 것은 장비 점검. 일본 사람들은 '집에 있는 것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모토로 한다. 장비를 충분히 챙기고 빌릴 것은 주변에서 빌리자. 캠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자잘한 물품과 식재료 수납 공간이다. 음식물은 사이즈가 다른 여러 개의 아이스박스에 차곡차곡 넣는다. 자잘한 물건은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수납장이 유용하다. 음식 재료는 집에서 미리 손질한다. 양파, 감자 등은 꼭 필요한 개수만 가져간다.

 2만원으로 10만원짜리 식사 만들기

2박 3일, 다섯 끼 식사를 위해 들어간 돈은 재료비와 장비 구입, 연료비를 포함해 10만원. 매끼 2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잘 준비하면 10만원짜리 식사가 부럽지 않다.

바비큐 파티 쇠고기 등심과 돼지고기 목살 2인분, 수제 소시지 2인분, 양념 소스와 야채 등 풍성하게 준비 카레라이스 감자, 양파, 당근, 마늘 등 야채만 준비하면 끝. 아침 조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다. 수제비 밀가루와 양념, 비닐 포장된 바지락, 팽이버섯. 트레킹 도중 길에서 취사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편하게 준비.

 1만원어치 그물로 어부 되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항을 구입했는데, 그 외에 별다른 레저는 준비하지 못했다. 어항은 어느 낚시 가게에서나 살 수 있다. 플라스틱 어항은 1개에 3000원에서 5000원 정도. 민물 낚시에 쓰는 떡밥을 만들어 어항 안에 담가두면 된다. 어항과 떡밥 합쳐서 1만원.

 침낭, 2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산에서 캠핑할 때 침낭은 가장 중요한 장비. 시중에서 파는 침낭은 2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여름에는 얇은 침낭도 큰 문제가 없지만, 모포 한두 장 정도는 준비하는 게 좋다. 추위를 많이 탄다면 오리털 침낭을 준비한다. 주위 사람에게 빌리거나 큰마음 먹고 장만한다. 그러나 10만원 예산의 바캉스가 장비 하나 때문에 몇 배로 오버할 수 있으니 충동 구매는 금물!

캠프 사이트 꾸리기

산 속은 일기 변화에 민감하다. 낮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지만, 밤에는 느닷없이 국지성 호우가 내릴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길에서 가까운 곳에 텐트를 쳤다.

그래도 워낙 깊은 산중이다 보니 흐르는 물소리, 날짐승의 노랫소리가 텐트 안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텐트는 그늘진 곳, 조리 공간은 물에서 가까운 곳, 식사 테이블은 야영지 중간에 설치했다.

솔직히 취재팀의 장비는 10만원대 바캉스치고는 호화로운 편. 아웃도어 전문 업체에서 포터블 의자 세 개와 접이식 식사 테이블, 램프 세 개, 바비큐 장비 일체를 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집에 있는 물건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또한 이런 장비가 필수 용품은 아니다.

 아웃도어 쿠킹

밥 짓는 일이 캠핑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박 3일 일정으로 다섯 끼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기획은 야심 찼다. 지금까지 <프라이데이>에 소개된 아웃도어 쿠킹을 참조해 식단을 짠다는 계획.

그러나 잡지에 등장한 이른바 '럭셔리 푸드'를 직접 시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장비 그리고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절감했다.

눈물을 머금고 가장 대중적이고 오랫동안 우리의 아웃도어 식단을 장식해온 메뉴들로 구성했다. 그리하여 바비큐, 닭볶음탕, 카레라이스, 수제비, 된장국 그리고 만인의 메뉴, 라면을 합쳐 5끼 식사 준비 완료.

 장구 치고, 고기 잡고

계곡에서 흔히 할 수 있는 물놀이는 멱 감기, 어항 놓기, 견지낚시 등이다. 멱 감는 일은 옷만 벗으면 해결되는 일. 어항과 견지낚시 도구는 어느 낚시 가게에서나 살 수 있다.

취재팀은 두 개의 어항을 준비했다. 아쉽게도 어항엔 사흘 내내 물고기 한 마리 없었다. 어항 주변에는 분명 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는데, 무슨 연유인지 어항 속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원인 규명에도 실패. 물살이 너무 센 곳에 어항을 뒀나? 된장 미끼가 좋다던데, 낚시 가게 주인말을 믿고 떡밥을 쓴 게 화근이었을까?

 아침가리골 트레킹

'삼둔오가리'라 불리는 오지 중에서도 속살로 통하는 아침가리골 트레킹은 역시 깊은 맛이 있었다. 어른 두 사람이 쏙 들어갈 너비의 황톳길은 잡목의 잔가지들이 서로 이어져 숲 터널을 이뤘다.

오후 4시만 돼도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는 그야말로 원시림이 펼쳐진다. 황톳길 터널은 사륜구동 차들의 바퀴 자국에 할퀴였지만, '조경동(朝耕洞)'이라는 이름까지 훼손되지는 않았다.

폐교지에서 산 정상인 구룡덕봉으로 오르는 길은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발이 불편하지 않다. 계곡을 자주 건너야 하기 때문에 트레킹 샌들이 적합하다.

아침가리골 가는 길

인제 상남에서 31번 국도를 타교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진동리까지 간다. 오른쪽에 진동산채 음식점을 지나면 갈터마을, 아침가리골로 올라가는 입구다.
초보자의 경우 입구에서 거목소까지 갔다 돌아오는 코스를 택한다. 거목소에서 방동초등학교 조경동 분교까지는 길이 험하고 수차례 물을 건너야 하한다. 스틱, 아쿠아슈즈 등을 챙기는 것이 효과적이다.

출처 :

  editor 김영주 /

  editor 최갑수,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김홍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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