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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고성 거류-1009번지방도-은월리 송산리 거류산 만화방초 엄홍길

by 구석구석 2010.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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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류면 은월리 17-5 만화방초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지 수십년의 세월 속에 새벽안개와 이슬을 머금고 자라나는 녹차밭과 철따라 피고지는 들꽃 사이로 개똥벌레가 날아다니고 냇가에 가재가 놀며 옛사람의 정이 서린 석물과 장승이 모여 있는 자연의 신비가 가득한 곳이다.

 

 엄홍길 전시관 055-670-3180

 

엄대장이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에 도전할 때 사용했던 텐트, 산소마스크 등 각종 장비 108점과 현장감 넘치는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또 등반과정 등을 담은 6분짜리 영상물을 상영하는 영상관에서는 히말라야 등산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역경을 생생한 화면을 통해 전달한다.

 

 

한국의 알프스 마터호른 '거류산'

 

▲ 거류산과 거북바위. 진짜 거북이가 산으로 가네.

 

경남 고성 땅에 '몰래 걷다가 들켜서 그대로 멈춘' 산이 있다? 아주 먼 옛날 한 처녀(할머니란 설도 있다)가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고 있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상해 밖을 내다봤더니, 이게 웬일? 커다란 산 하나가 성큼성큼 바다 쪽으로 걷고 있는 게 아닌가! 혼비백산한 처녀는 "저기 산이 걸어간다!"고 세 번을 외쳤고, 잠행을 들켜 머쓱해진 산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산은 그 바람에 '걸아산', '걸어산'이라고 불렸다. SF영화보다 더 상상력이 뛰어난 전설의 주인공은 거류산(571m)이다. 산 이름은 여러 차례 개명됐다. 가야시대에는 태조산, 조선 초엔 거리산, 가라산이었다가 조선 말에 거류산으로 확정됐다.

 

▲ 두 번째 전망대에서 본 동해면 일대와 구절산.

지리산에서 출발한 낙남정맥은 고성 북쪽 대곡산에서 통영 바다 쪽으로 지맥을 낸다. 바로 통영지맥이다. 남쪽으로 달리던 지맥은 벽방산에서 북쪽으로 유턴하듯 꺾이는데 이 산주름 가운데에 거류산이 있다. 산세가 남해를 향해 활처럼 품을 벌렸고 산줄기도 오롯하다. 산은 벌판 한가운데에 홀로 선 것처럼 보여 유독 다른 산에 비해 돋보인다. 하여 벽방산, 구절산, 무이산 등 '고성 10대 명산'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산 정상이 유럽 알프스산맥의 마터호른 산을 닮아 '한국의 마터호른'이란 타이틀도 있다. 고성 출신 산악인 엄홍길을 기린 전시관이 이 산자락에 있는 연유도 거류산이 '고성 산의 왕'이기 때문이다.

 

거류산 종주 코스는 통상 당동리를 출발해 정상을 밟고 엄홍길전시관으로 내려온다. 4시간 정도 걸리는 이 등로는 당동만과 남해를 등지고 오르는 코스라 산행 중의 조망미가 떨어진다. 또 들머리부터 정상까지가 험한 가풀막이라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산&산'은 이 코스 대신 육지와 바다를 품은 조망미와 아기자기하고 넉넉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종주 코스로 꾸며봤다.

 

당황포 기점인 감서리 동부농협을 출발해 느슨한 경삿길을 올라 거북바위를 구경한다.

정상에서 일망무제의 파노라마 조망을 만끽하고, 거류산성 터를 지나 492봉~휴게소를 지난다. 날머리인 엄홍길전시관에 가기 전 고찰 장의사에 잠깐 들른다. 산행거리 8.97㎞,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정도 걸린다.

 

바다와 고성 들판을 보며 걷는 아기자기한 암릉, 나뭇잎 떨어진 숲길이 좋다. 연인, 가족끼리 와도 즐거운 산행이 되겠다.감서리 동광초등학교 뒤의 동부농협에서 출발한다. 온양 방씨 재실을 지나면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시멘트 길바닥에 흰색 페인트로 쓴 '등산로' 표기가 보인다. 갈림길에서 4분 정도 가면 재실이 또 나온다. 이번에는 재실 오른쪽 길로 간다. 밀양 박씨 유적비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멀리 당항포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3분 정도 더 걸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튼다. 10분 정도 가면 거류산 등산 안내도가 나온다.

 

안내도를 보고 왼쪽으로 2분만 가면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가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다. 부드러운 오르막이 계속된다. 누런 낙엽이 바닥에 수북하다. 등산화 밑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묘 두 곳을 지나면 조망이 트인 곳이 잇따른다. 두 번째 전망대의 조망이 더 낫다.

 

벼랑에 서면 에메랄드 빛 당동만과 남해가 발아래로 보인다. 당동만 사이에 낀 바다가 조붓해 보인다. 만 뒤에 있는 당동리의 황금 들이 가을 햇살에 빛난다.전망대에서 바로 뒤에 있는 365봉에 오른다. 거류산 정상의 북쪽 사면이 보이고, 정상으로 머리를 향한 거북바위가 저만치에 있다.

 

▲ 바다를 나온 거북이가 산으로 가다 바위가 됐을까? 신기한 모양의 거북바위 몸통 부분.

여기서 20분 정도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간다. 7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거북바위 접근로인데, 왼쪽 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오른쪽 길이 순하다. 이 길로 3분쯤 가면 거북바위다. 바위는 크게 머리와 몸통으로 나뉘는 데 갈라진 지점 양쪽으로 올라가는 철계단이 있다.

 

바위는 바다를 나온 거북이가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모양새다. 자손이 귀한 집안의 아낙네가 바위에 오르면 자손이 번성하고, 수명도 연장된다는 전설이 있다.바위에서 내려와서 오솔길을 따라 오른쪽 능선길로 붙는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진 15분가량 돌무더기 길이다. 경사가 사납지 않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 정상 표석과 고사위기에 놓인 소사나무 보호안내판.

정상은 반듯반듯한 돌덩이들이 블록처럼 오밀조밀 박혀 있다. 동쪽으로 당동만과 남해, 거제도가 보인다. 서쪽 등성이에 서면 고성읍과 고성 들판, 대전통영고속도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북쪽으론 당항포와 구절산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가 주변 산은 대개 완벽한 파노라마 조망미를 선사하는데, 거류산도 여실히 이를 증명한다.

 

정상 곳곳에 흙구덩이가 보이는데, 묘를 쓴 흔적이다. 거류산 꼭대기가 명당이라 여기에 묘를 쓰면 자손만대에 부자가 나오거나 높은 벼슬을 한다고 밀장했다가 파헤쳐진 묘 터다. 밀장 탓에 마을 사람끼리 송사가 자주 빚어졌다고 한다. 표석 바로 밑 바위틈에 300년 된 소사나무(자작나무과의 교목)가 자란다. 모진 비바람 속에 생명을 이어나가, 고성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강인한 고성인'의 상징으로 여긴다. 하지만 등산객과 병충해에 시달려 현재는 수액을 맞고 있다.

 

정상에서 엄홍길전시관 방향으로 내려간다. 7분 정도면 너덜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거류산성(경남문화재자료 제90호) 흔적이다. 가야시대 때 소가야국이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둘레 1.4㎞, 성벽은 높이 3m, 너비 4m 정도로 소가야국의 왕과 군사들이 신라에 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이 성에 숨어 살았다고 한다. 일부 산성 구간은 말끔하게 복원됐다.산성 아랫길로 접어들어 이정표를 지나 492봉까지는 15분 정도. 예전 지도에는 이 봉우리를 문암산으로 표기했는데, 봉 주변에 별다른 표지는 없다.

 

▲ 천년 고찰 장의사의 대웅전.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현대불교 발전에 공을 세운 효봉 스님이 중건했다.

이 봉우리에서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 지나 15분 남짓 가면 휴게소에 닿는다.

돌탑과 벤치가 있다. 휴게소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장의사로 가려면 왼쪽이다. 5분 정도 내려서면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 5분가량 우측으로 더 가면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6분 정도 돌길을 내려가면 장의사(藏義寺)다. 절 이름치곤 특이하지만, 뜻을 풀면 해탈의 염원을 품었다는 절이다.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법정 스님의 스승인 효봉 스님이 중건했다.

 

절에서 나와 삼거리까지 다시 올라 엄홍길전시관 쪽인 왼쪽 능선 사면 길로 오른다. 능선을 넘어 너덜지대를 통과해 10분가량 가면 마지막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에서 '등산로 입구' 이정표까지는 7~8분 정도.날머리인 엄홍길전시관(1천117㎡)은 2007년 10월에 개관했다.

 

엄홍길 대장은 1960년 9월 14일 고성군 영현면 봉발리에서 태어났다.

전시관에는 엄 대장의 등반 장비와 의류, 각종 기록이 있다. 동절기(11~2월) 개관시관(월요일 휴관)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고 입장료와 주차요금은 무료다. 전시관 입구에 새긴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글·사진=전대식 기자 

 

 

 

당동만은 '봄 도다리 쑥국'의 원조로 불릴 만큼 도다리가 유명한 곳이다. 봄에 거류산으로 간다면 꼭 맛보길 권한다. 당동만에서 잡은 자연산 횟감을 재료로 쓰는 '당동횟집'(055-672-8081)과 '해변횟집'(055-672-2155)이 잘 알려져 있다. 신선한 회와 시원한 매운탕이 일품이다. 가격은 4만~7만원.

 

 

옻닭과 오리 요리를 잘하는 '곰솔'(055-673-3645)은 고성군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맛집이다. 10여 가지 한약재를 넣어 삶은 옻닭은 육질이 부드럽고 국물도 구수하다. 옻닭 1마리 4만원, 오리불고기 1마리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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