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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부산광역시

부산 천마산로

by 구석구석 2020.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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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아미동~남부민동 이어진 2.2㎞ 천마산로

 

부산 서구 천마산은 부산 최고의 조망 산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굳이 산행이 아니더라도 천마바위와 전망대에는 쉽게 올라가 부산항과 영도를 아우르는 원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서구 종단 트레킹 숲길이나 천마산 10리길을 걸으면서도 틈틈이 부산항을 포함한 원도심을 볼 수 있지만 천마산 동쪽 천마산로에서는 조망과 함께 심심치 않게 작은 볼거리들을 만난다. 

 

서구 아미동에서 초장동, 남부민동에 걸쳐 있는 도로명 주소 천마산로는 대략 2.2㎞ 거리다. 길지 않은 거리를 걸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을 감상하다 보면 부산이라는 도시가 감추고 있는 매력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먼 곳도 아니니 추위가 조금 가신 날, 그리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 문득 생각나면 이 길을 한번 찾아가 보자.

 

부산대병원에서 감천문화마을로 구불구불한 급경사 도로를 올라가다가 산상교회에 닿기 전 공영주차장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길이 아미로에서 갈라지는 천마산로 끝 지점이다. 도로명주소 1이 붙는 곳은 남부민동으로, 이곳 아미동에서 천마산로 433으로 끝나지만 번호와는 반대로 방향을 잡아 길을 걸었다. 

 

천마산로에는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의 한 자락이 걸쳐 있고 길을 따라 기찻집 예술체험장, 최민식 갤러리가 있는 아미문화학습관, 마을 카페가 있는 한마음행복센터, 천마산 에코하우스 등이 있다. 이곳들은 딱히 하나만 놓고 보면 굳이 일부러 찾아가기 뭣한 곳이다. 비석마을만 해도 맞붙어 있다시피 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의 명성에 눌려 존재감이 약하다. 근래 좁은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담장을 손보는 등 ‘관리’에 나섰지만 감천문화마을에 비길 바는 아니다. 다만 일제강점기의 흔적인 일본인 무덤에 있던 비석이 계단이나 축대로 쓰여 눈길을 끌지만 이 또한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낮추어 말하면 B급 정도 되겠다. 그런데 B급 영화에도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 있듯이 B급 명소가 여럿 모이니 한 번 발걸음이 아깝지 않게 됐다.

 

천마산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잡는 것은 칠판으로 만든 골목길 갤러리 방명록에 이어 나오는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작품이다. 콘크리트 축대의 벽면에는 ‘인간’이라는 화두에 천착했던 최민식 선생의 작품과 함께 아미문화학습관 사진예술 강좌 수강생들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 의미를 더한다. 기찻집 예술체험장을 지나면 곧바로 나오는 아미문화학습관 2층은 최민식 선생의 작품과 유품을 전시한 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그의 대표작과 작품집, 최민식 선생이 직접 나선 사진 강좌에서 썼던 교재, 손때 묻은 유품까지 좁은 공간은 알차게 꾸며져 있다. 다만 방문 당시 갤러리에는 조명 세 개가 수명을 다해 깜빡거리고 있어 아쉬움을 줬다.

 

한마음 행복센터

이곳을 지나 목재 덱으로 된 하늘산책로를 걸어가면 전망대 건너 원도심을 내려다보는 모퉁이에 한마음행복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커피와 전통차가 메뉴인 이곳 창가 자리는 부산타워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명당이다. 잇달아 만나는 천마산 에코하우스는 공중정원과 같은 조망이 유명하다. 마을기업인 늘품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펜션 같은 숙소로 그다지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실내에 부산 야경을 끌어들여 감상할 수 있다. 천마산로 끝부분에는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인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모신 사찰 칠보사가 있다.

 

천마산 하늘산책로

얼마 전 부산지역 원도심 산복도로 이곳저곳에 많은 전망대가 들어선다는 질타가 있었다. 조금 시야가 트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덱을 깔고 조형물을 설치한 전망대를 만드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비판하면서도 정작 그 자리에 서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마산로를 따라 걷는 길에는 모두 4개의 전망대가 있다. 비석마을 안에 있는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를 시작으로 하늘 전망대, 누리바라기 전망대, 부산항 전망대를 순서대로 지난다.

 

최민식사진가의 야외갤러리

‘구름’ 전망대와 하늘 전망대에서는 원도심 시가지가 바로 내려다보이고 누리바라기와 부산항 전망대에서는 부산항과 영도가 정면으로 보인다. 천마산로 2.2㎞는 걷기에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풍경에 시선을 뺏기다 보면 어느새 길이 끝난다.

 

먼저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에 가려면 감천마을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천마산로가 시작되는 ‘아미동 공영주차장’ 정류장을 지나 ‘아미청년회’ 정류장에 내려야 한다. 전망대 가는 길 입구에는 친절하게 안내판이 서 있다. 귀여운 구름 조형물이 있는 전망대에서는 아미동과 보수동, 남포동이 가까이 보이고 멀리 마린시티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

 

천마산 하늘전망대
2시정각에 싸이렌이 울리며 15분간 열리는 영도다리

천마산 에코하우스를 지나 도로가 한 굽이 도는 지점에는 하늘전망대가 있다. 폐공가를 정비해 만든 이 전망대에서는 정면에 영도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도로 옆 전망대가 3층이고 2층엔 주민사랑방, 1층엔 화장실이 있다. 

 

숙박이 가능한 천마산에코하우스

천마산로가 거의 끝나갈 즈음 누리바라기 전망대를 지나 오르막 도로를 잠시 걸어가면 영도와 주전자섬, 묘박지가 차츰 시야에 들어온다. 

 

누리전망대

마지막 부산항 전망대에서는 영도를 중심으로 해서 부산의 대표적인 다리 4개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영도 왼쪽의 영도대교와 부산대교, 그 뒤로 주탑이 우뚝 솟은 부산항대교가 보이고 영도와 송도를 연결하는 남항대교도 잘 보인다. 

 

 

■ 따뜻한 웃음 간직한‘남수단의 슈바이처’ 고 이태석 신부 생가

 

‘천마산길 1’에서 나들이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려도 되지만 어차피 버스를 타려면 여기서 공동어시장 쪽으로 걸어 내려가는 게 편리하다. 천마산로 나들이의 마침표는 이태석 신부 생가 방문으로 하면 더욱 의미가 클 듯하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 폴리페아파트 옆을 돌아간 뒤 부산관광고와 송도성당 사잇길로 내려가면 이태석 생가를 알리는 안내 표지와 ‘이태석 톤즈 거리’ 안내판을 만난다.

지난달 인제대 의대 학위수여식에서 남수단 톤즈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토머스 타반 아콧 씨가 졸업장을 받으면서 이태석 신부가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아콧 씨는 16살이던 2001년 이태석 신부의 미사를 돕는 복사를 맡았다. 그를 눈여겨본 이태석 신부의 추천으로 한국 유학길에 오른 아콧 씨는 2012년 입학해 6년 만에 졸업장을 받으며 그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지를 밝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송도성당을 지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나오는 이태석 신부 생가는 방 두 칸으로 단출하다. 각각의 방에는 한국과 수단에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나누어 전시했다. 생전 찍은 사진 속 그의 웃음에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그를 아끼고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한 관리인이 방문객을 맞는다. 최근에는 근처를 지나는 시내버스에서 이태석 신부 생가를 알리는 안내방송을 시작해 이를 듣고 찾아오는 방문객도 있다고 한다. 생가 바로 앞 건물에는 이태석신부참사랑실천사업회가 자리 잡고 있다.

[자료 국제신문 이진규기자]

감천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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