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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구례 구례읍-봉동리 구례5일장

by 구석구석 201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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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189-5번지 구례5일장

 

 

유독 어물코너에 게가 많다. 게 코너를 따로 둬도 좋을 만큼 풍부한 양에 전라도 이 지역이 그렇게 게를 좋아하는 지역이던가 쓸데없는 생각에 잠긴다. 구례장에 게가 많은 것은 환경적 영향이 크다. 워낙 예전부터 잘 발달된 장이라 도매상도 많고, 가까운 곳에 섬진강도 있다.
그렇다보니 민물도 해물도 다양하게 갖춰지고
물건들도 신선하다. 이는 게도 마찬가지. 보통 도시지역에서 찌개 등으로 많이 먹는 일반 게꽃게는 물론 돌게, 참게, ‘빤장게’ 등 다양하다. 게다가 살아서 꿈틀대며 집게질을 살벌하게 해댈 정도니 신선도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양한 게 앞에서 때아닌 ‘탐구생활’ 학습도 했다. “이거이 돌게, 저거이 참게, 요거이 빤장게라. 빤장게는 말 그대로 짜잘한게 반찬 해먹어 빤장게라 하고 게장용으로도 많이 사지요”라는 기본 설명은 물론, “참게는 요만허니 손가락 한 세마디만 하고 돌게는 요만치 두마디 정도만 하지라.” 하나하나 들어 설명해주고 손바닥째 펴 크기 가늠해주며 구분을 못해 몇 번을 되묻는 이를 친절히 상대해준다. 솔직히 뭘 모르는 이의 눈에 게 맛이 다 거기서 거길 것 같은데 뭐가 다르다고 머리 아프게 만들까 싶기도 하다. 정말 무식하기에 할 수 있는 소리지만. 같은 게라도 맛도 식감도 크게 다르다. 참게는 민물로 구례장에 있는 것은 섬진강 참게다. 돌게는 바다 게로 참게나 돌게는 모두 꽃게보다 색이 더 진하고 크기가 작지만 껍데기는 더 두껍고 살도 더 탄탄하다.

 

전국 전통시장을 돌다보면 까다로운 시장 입맛을 만족시킨 시장의 별미에 입맛이 장금이는 안 돼도 장금이 바로 아래 수준은 될 정도로 격상된다. 그래도 여전히 아직 멀었구나 싶은 때가 있으니 바로 같은 메뉴를 만났을 때다.

이번 고민거리는 순대. 보은의 순대와는 확실히 다른 구례순대. 보은순대는 종류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양이 얼마든지 간에 당면은 조금이라도 꼭 들어간다. 반면 구례는 함양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된 피순대다. 당면은 볼 수도 없고 선지만 그득이다. 시장 최고의 맛으로 손꼽히기에 먹어도 보고 고민도 하게 되지만 바로 앞에 두 가지를 놓고 직접 비교하는 것도 아니니 신랄한 평가를 할 순 없다.
그럼에도 모자란 입맛 수준에서나마 비교를 해보면, 함양의 피순대가 ‘행님’의 맛이라면 구례는 ‘성님’의 맛이다. 함양은 잔뜩 만들어 삶아 식혀뒀다가 다시 익혀 손님상에 낸다. 삶아낸 것을 찬물에 담가 식히며 핏기도 이차적으로 한 번 더 빼준다. 반면 구례는 함양과 만드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아예 꺼내 식혔다가 다시 익히던가 식혀뒀던 그대로 국밥에 올린다. 맛은 함양이 순대국밥으로 먹을 경우 기본양념에 제피가 필수로 더해져 ‘행님’이란 두 글자의 억양처럼 톡 쏘면서도 은근히 구수한 맛이 있다. 반면 구례는 ‘성님’이라는 단어의 억양처럼 국물 자체도 좀 더 뽀얗고 김치, 생 고추, 새우젓, 쌈장 등 기본 찬에 충실한 함양에 비해 고추된장절임, 어묵볶음, 마요네즈 샐러드 등 곁들이 반찬도 풍성하게 내며 은근한 맛을 느끼게 한다. 순대 자체는 함양이 선지양이 더 많아 훨씬 더 붉고, 구례는 함양에 비해서는 야채가 좀 더 들어가 덜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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