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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문경 문경읍-901번지방도-하초리 조령산 거문골 새재

by 구석구석 201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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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떠받친 문경새재 … 백두대간 원시 비경을 만나다

경북 문경 조령산(1,025m) 거문골은 새재와 이화령의 유명세에 눌려 오히려 원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골짜기다. 청량한 물소리를 따라 한 걸음 두 걸음 발길을 옮기면 어느새 백두대간에서 가장 산세가 빼어나다는 산줄기에 다다른다. 이번 코스는 산길을 오래도록 걷고 싶은 사람도, 가볍게 숲을 만끽할 사람에게도, 혹은 맨발로 산길을 내려올 사람 모두에게도 좋은 산행지이다.


문경새재는 경상북도 도립공원이어서 온천과 식당, 상가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들과 함께 하면 좋다. 특히 지척에 수안보온천, 문경 석탄박물관 등 즐길거리가 풍부해 연휴를 이용해 다녀오면 그만이다.

▲ 주차장에서 25분 쯤 새재길을 올라가면 마당바위 바로 아랫쪽에 조령산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이 거문골로 올라가는 코스의 초입이다.

이번 산행은 새재 관문마을에서 원점회귀하는 코스이다. 새재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영남대로 주흘관(조령1관문)~마당바위~거문골 입구~거문골~백두대간 거문골 삼거리~조령산~신선암 갈림길~신선암봉~새터 갈림길~깃대봉 삼거리~조령관(제3관문)~조곡관(제2관문)~주흘관(조령1관문)~주차장에 도착한다. 전 코스를 다 걸으면 19.3㎞로 9시간가량 걸린다.

상대적으로 긴 코스이기 때문에 보통 이화령에서 백두대간 타고 조령산에 오른 뒤 조령3관문까지 가서 괴산 조령산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는 길을 택하는 산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거문골 코스는 한적하고 때 묻지 않은 새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또한 원점회귀가 가능한 것은 물론 촬영장과 생태공원 등 주변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거문골에서 조령산 정상을 오른 후 30분 거리에 있는 조령샘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 거문골로 하산하는 느긋한 코스도 좋다. 5시간이면 충분하다. 덕분에 맛난 조령샘도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코스는 거문골로 올라 신선암이나 새터 쪽으로 중간에 하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간을 넘어 버리면 충북이니 차량회수나 교통편이 많이 달라져 불편하다.

아무래도 1박을 계획했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느긋하게 긴 산행을 한번 해보면 의미 있을 것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옛길박물관과 제1관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생태공원과 드라마세트장이 눈길을 끈다. 요즘은 드라마 '전우'를 찍느라 방송차량 왕래가 부쩍 늘었다.

▲ 숲은 터널을 이뤘다. 햇볕이 아무리 따가워도 숲에 들어서면 시원하다. 거문골 산행 내내 햇볕을 제대로 볼 수 없다.

25분 정도를 걸어 마당바위가 보이는 곳에 다다르면 길 왼편에 조령산 이정표가 돌에 새겨져 있다. 숲을 가로질러 이내 계곡을 건너면 한적한 거문골이 시작된다. 길은 물이 마른 계곡을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며 이어진다. 마른 계곡이 많으니 여름철 집중호우 시기에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

계곡이 깊어질수록 물은 풍부했다가 이내 건천이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숲이 연상된다. 나무들이 우거져 숲터널이 되었다. 하늘은 진초록 덮개로 닫혔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걱정이 없다.

▲ 거문골 하류엔 맑은 물이 풍부하다. 한적한 곳이어서 물이 더 맑은가 보다

고도를 높일수록 숲은 더 짙어진다. 고사리 종류인 관중이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무릎 높이의 큰 키에 팔을 한껏 벌려 하늘을 안을 듯이 자라 있다. 이런 거대한 고사리류가 계곡에 빼곡하다. 다람쥐가 잰걸음을 놀린다.

1시간40분을 그렇게 걸어 백두대간 마루턱에 올랐다. 이제부터 조령산까지는 15분이면 간다. 대간을 남진하는 것이다. 조령산 정상에 서니 이화령 너머 황학산과 백화산, 희양산 줄기가 굽이쳐 이어오고 있다. 북쪽으로는 신선암봉, 마패봉과 그 옆 주흘산이 한눈에 보인다. 대간 주능선은 흰 암봉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은빛 기둥들이 하늘을 받치고 선 형국이다.

▲ 백두대간 중 가장 경치가 아름답다는 조령산 구간이다. 흰 암릉이 마치 하늘을 받치고 선 기둥인 듯하다.
조령산 정상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신선암봉으로 간다. 짧고 긴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거문골 삼거리 이정표에 제3관문까지 '3시간00'이라고 씌어 있다. 분 시간대를 누군가 지워버렸다. 신선암을 거쳐 절골로 내려서는 삼거리까지 20분이 걸렸다.

▲ 조령산 정상석이다. 산악인 지현옥의 추모비도 인근에 서 있다.

신선암 삼거리에서 암릉과 슬랩을 오르내리다가 배가 고팠다. 도시락을 먹은 뒤 출발, 신선암봉(937m)까지 1시간이 걸린다. 굵은 줄을 매어놓아 급하게 서둘지만 않는다면 위험하지는 않겠다. 길이 어려운 만큼 최상의 풍경을 선사해 주니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다.

▲ 신선암봉 정상이다. 바위 이정표 아래는 절벽이다.

좁은 길을 급하게 내려서고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 보이는 암릉을 낑낑대며 또 올랐다. 암릉 구간을 걷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손과 발을 비롯해 온몸을 사용하여 몸을 충분히 놀리는 즐거움이리라.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니 오히려 몸이 개운하다. 새터 갈림길까지는 1시간 10분이 걸렸다.

새터 갈림길 이후에도 암릉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제 손과 발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다리로 걷다가 손으로 짚고, 손으로 오르다가 다리로 또 걷는다. 40분쯤 지나니 길이 갑자기 온화해진다. 이 무슨 조화인가. 이런 길도 있었던가. 고맙고 황송하다. 깃대봉 갈림길이다. 깃대봉 아래 치마바위가 있어서 치마바위 삼거리라고도 불렸다. 이곳에서 대간은 급히 방향을 틀어 조령으로 자세를 낮춘다. 깃대봉 삼거리까지 1시간이 걸렸다.

▲ 푸근한 길이 나오니 황송할 따름이다. 이제 고생 끝이다.

25분을 내려서니 조령 3관문이다. 조령관까지는 성터 흔적이 보이고, 등산로를 정비해 놓았다.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조금 생뚱맞다. 인공 구조물에 대한 생각이야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등산로 정비는 꼭 필요한 곳만 하는 것이 좋겠다.

조령3관문이 새재다. 새재에 도착하니 휴게소에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여기저기 맨발인 사람들도 많다. 휴게소는 새재 부근의 산지를 대부분 소유하고 있는 한 기업의 편의시설 명목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렇게 영업을 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차량을 운행할 수밖에 없다. 맨발로 걷는 데 먼지를 일으키는 차량이 지나가니 좋지 않다. 그나마 사유지를 이렇게 맘대로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 조령3관문에 있는 이정표. 지금부터 문경새재길이다.

넓은 길옆에 영남대로 옛과거길이 있다. 잽싸게 큰 길을 버리고 작은 길을 택한다. 5분쯤 내려서니 책바위가 있다. 옛날 서울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이 책바위에서 기원을 하면 급제를 했단다.

 ▲좌 영남대로 옛길을 표시해 놓았다. 끝까지 갈 수는 없지만 2관문까지는 이어졌다가 끊어졌다가 한다.
 ▲우 옛사람들이 풍수지리로 쌓아놓은 조산 옆에 정자를 지어 놓았다. 새재길은 볼거리와 쉴 곳이 많다.


20분을 더 내려서자 동화원이 있다. 이곳에서 동문성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또 있다. 동화원에서 호젓한 새재 길을 걷는다. 물줄기가 내내 장쾌하다. 지나가는 소도 잡아먹고 처녀도 희롱하는 대형 꾸구리가 살았다는 꾸구리 바위는 여전히 푸른 계곡에 담겨 있었다. 조곡관 약수를 물병에 가득 채웠다. 1시간쯤 내려서면 거림골 입구에 도착한다.

내려오는 굽이 어디쯤서 문경 아리랑이 들렸다. 진도아리랑과 달리 문경새재아리랑은 느릿느릿했다. 긴 골짜기를 쉼 없이 걷기 위해서는 호흡도 길게 가져야 했으리라.

▲ 발을 씻을 수 있게 계곡물을 끌어다 놓았다. 맨발로 새재 옛길을 걸었던 사람들도 이곳에서 신을 신는다.

1관문에 도착하기 전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하루 종일 시달린 발을 깨끗한 계곡 물로 씻으니 피로도 함께 씻긴다. 긴 하루였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부산일보 이재희 기자

 

 

 

새재 주차장 입구부터 상가가 들어서 있어서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이중 문경 토박이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주차장 매표소 건너편 마당바위(054-571-6835)의 닭도리탕(3만5천원)이 깔끔하다. 도시에서 대학을 나와 귀향한 정우섭(44) 대표가 부모와 함께 2대째 운영하는 토속음식점이다. 어른들이 인근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야생버섯으로 끓인 버섯전골(4만원)도 유명하다. 청국장정식(7천원)과 안동간고등어정식(7천원) 반찬이 튼실하다.
어떤 상이든 두세 가지 이상의 시골반찬이 나와 도시인의 미각을 사로잡는다. 요즘은 뽕잎나물과 고추잎나물이 상큼하다. 오미자 엑기스(2만원)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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