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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포항 오천-14번국도-갈평리 진전저수지 묘봉산 만리산

by 구석구석 2014.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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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의 묘봉산(363m)~만리산(427m)

 

형남기맥이 뻗어가는 그 길목에 있다. 형남기맥은 낙동정맥의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 중 가장 큰 형산강 남쪽에 위치한 산줄기. '영남알프스' 고현산 북쪽의 백운산에서 출발해 치술령~토함산~추령~함월산~성황재~금오산~묘봉산~고금산을 거쳐 호미곶에서 그 맥을 다한다.

묘봉산~만리산 길은 초여름에 특히 좋다. 물소리 맑은 은정골 개울을 따라 올라 각종 야생화가 피어 있는 산길을 걷다 보면 흐르는 땀마저도 상쾌하다. 게다가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길 상태도 좋아 가족이 함께 오르는 산행 코스로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단, 개울의 수량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 어찌 열이면 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 있으랴.

산행은 역시나 개울을 따라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포항시 오천읍에 있는 갈평2교~은정골 계곡 갈림길~재실~진주 강씨묘~임도(해병대 행군로)~묘봉산 갈림길~묘봉산~묘봉산 갈림길~사격장 삼거리~만리성산~김씨묘(오른쪽 계곡으로 하산)~안부 목장~임도(시멘트길)~진전저수지 상단을 잇는 10.1㎞ 구간을 4시간여에 걸쳐 걸었다.

 


갈평2교는 14번 국도 상에 위치한 조그만 다리. 다리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다리 아래로 내려가 개울을 거슬러 올라간다. 드문드문 물이 마른 자리마다 길이 드러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10여 분쯤 지났을까? 처음 만난 갈림길. 좌측의 얕은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면 재실(齋室) 방향이다.

숲 속 재실은 왠지 모를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활빈당이 숨어있는 산채 같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담이 높지 않아 발뒤꿈치를 들면 대충 재실 내 마당도 보인다.

동행이 길을 재촉한다. 어차피 재실이 목표가 아니다. 재실 대문에서 길 맞은편 오른쪽으로 작은 소로가 뻗어 있다. 그 속으로 들어선다. 갑자기 깊은 숲 속으로 한달음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 게다가 고목 한 그루가 쓰러진 채 떡 하니 길을 막고 있다. 마치 평온한 자연 속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듯하다.

소로로 접어든 지 5분쯤 지나 만난 갈림길에서 오른쪽 1시 방향으로 길을 정하고 걷다 보면 어느새 개울이 다시 길 옆으로 다가와 흐른다. 물 마른 자리가 크게 모래 분지를 형성했다. 그곳을 지나 다시 갈림길에서 11시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경사가 급해진다. 드디어 본격적인 산행이다.

 

무덤 4기가 나온다면 길을 제대로 찾아 올라온 셈. 묘비명을 보니 진주 강씨의 묘다. 묘를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가로 취나물, 두릅, 고사리 등 봄나물이 지천으로 널렸다. 한 광주리 퍼담아 가고 싶지만 아직 길이 멀다.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사거리가 나온다. 직진. 누구나 '군 장병들의 행군로가 이 길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길이 좋다. 이후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묘봉산 정상, 오른쪽으로 가면 만리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산행대장이 묘봉산 정산에 들렀다가 가잔다. 뜨거운 햇살이 부담스러운 까닭에 '그냥 바로 만리산으로 향했으면'하고 생각했지만, 등이 떠밀렸다. 그러나 가길 잘했다. 불과 5~6분이면 묘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들머리로부터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난 시간이다.

미리 말하면 김이 빠질지 모르겠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만을 두고 본다면, 나중에 도착할 만리산 정상보다 묘봉산 정상이 훨씬 좋다. 저 멀리 포항 시내와 동해 바다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수들이야 산을 오르는 그 느낌이 좋다지만, 하수들은 일단 어느 한 봉우리에 올라 속세의 풍경을 자신만만하게 발 아래로 내려다보는 그 쾌감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란!

묘봉산 정상을 뒤로 하고 다시 만리산으로 향한다. 능선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가파른 내리막길과 오르막을 반복한다. 묘봉상 정상에서 내려와 20분쯤을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했을까? 낮은 언덕 위에 9시 방향으로 난 작은 화살표 표지판이 눈에 띈다. '산서사격장'이라고 적혀 있다. 만리산은 그 반대길로 이어진다.

갑자기 폭 1m 정도의 아름다운 숲길이 나타난다. 나무들의 초록이 터널을 이룬다. 넓은 활엽수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마치 부채질을 하듯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바람은 피부에 와 닿는 촉각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시원한 소리를 낸다. 그렇게 걷는 길이라면 몇 시간이라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산길만큼 변화가 많은 곳도 없다. 어느새 갈림길. 왼쪽으로 꺾는다. 이제 만리산 정상이 멀지 않았다. 다시 10분 정도를 걸으면 드디어 만리산 정상. 여느 산의 정상과는 다소 느낌이 다르다. 그저 낮은 구릉의 꼭대기 같다. 목적지보다 여정이 더 기억에 남는 산행. 만리산을 오르는 길 역시 그러하다.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1기의 묘를 다시 만난다. 이곳에서 산행을 좀더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산을 내려갈 것인지를 정한다. 이대로 산을 내려가고 싶다면 묘를 지나 오른쪽으로 난 작은 소로로 우회전, 산행이 조금 아쉽다면 묘를 지나 직진한다. 직진할 경우 절개지~철탑~음지마을(진전휴게소)로 내려오게 된다. 바로 내려오는 길보다 1시간 정도 더 걸린다. 예상보다 늦게 출발한 탓에 그냥 내려오기로 한다.

10분쯤 지났을까? 낙엽으로 뒤덮인 계곡이 길을 막는다. 물은 없고 수년간 낙엽만이 쌓였다. 낙엽 속으로 다리를 집어넣으니 무릎까지 빠진다. 그렇게 '모양뿐인' 계곡을 지나 좌회전, '모양뿐인'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제 모양'을 갖춘 어엿한 계곡이 된다.

다시 10분이 지나면 목장이 나타난다. 우사(牛舍) 안에선 소들이 한가로이 파리를 쫓고 있다. 사실상의 산행은 여기에서 종료. 목장을 지나면 흙길은 시멘트길로 변한다. 그리고 길은 산길이라기보다 시골 들길 쪽에 가깝다. 그러나 나쁘지 않다. 길옆으로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길은 14번 국도로 다시 이어진다. 들머리로부터 차로 5분 거리 떨어진 진전저수지가 바로 이번 산행의 종점이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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