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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겨울여행

12월의 전통주여행 배상면주가 이동막걸리 송화백일주 소곡주 오메기술

by 구석구석 200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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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산사원 / 청류 품은 ‘포천(抱川)’에서 술과 함께 노닐다

 

포천으로 가는 길은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산뿐이다. 서울에서부터 나직나직하게 이어지던 산들이 포천의 경계를 넘으며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것. 이렇듯 산이 높으니 물 맑은 것은 당연지사. 그것도 화강암을 뚫고 흐르는 맑디맑은 물이다. 


  예부터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이다. 물맛이 음식의 맛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 채소와 고기로 하는 음식도 그러할진대 성분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술이야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물맛 좋은 포천의 술맛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포천을 대표하는 첫 번째 술 명가는 ‘배상면주가’다. 화현면 화현리 운악산(해발936m) 아래 자리한 배상면주가는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에 전통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피는 것은 물론 배상면주가가 생산하는 다양한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전통술박물관 산사원이다. 산사원은 무료시음장과 술지게미음식 시식코너․기획전시실이 있는 1층, 가양주교실․주기전시․미니어처로 만들어진 김씨부인양주기․전통술도구․고서 등이 전시된 2층, 양조과학연구소와 미니브루어리로 이루어진 3층으로 구성되어있다. 그중 일반인들이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은 1층과 2층 전시장이다. 관람은 지상과 연결된 2층 전시장을 돌아본 후 1층 시음장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2층 전시장엔 술의 재료인 곡식을 재배하는데 사용하는 농기구에서부터 누룩을 만드는데 사용하던 누룩 틀, 소주를 내리는데 사용하는 소줏고리 등은 물론 배상면주가의 창업자가 전기항온기를 구하기 어렵던 전쟁 통에 미생물배양용으로 만들어 사용했던 수제항온기 등 다양한 술 도구들이 가득하다. 그중 누룩 옆에 전시된 새끼감긴 작고 볼품없는 누룩 틀은 전통술박물관의 시작점이 된 수집품이라 한다. 이후 다양한 술 도구들이 수집되어 2002년, 전통술박물관이 문을 열게 되었다고.

 

술 도구 전시장 건너편에는 술을 빚어 주안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김씨부인양주기’라는 이름으로 전시하고 있다. 술을 빚기 전 마음 가다듬기부터 누룩 빚기, 누룩 딛기, 술 담그기와 발효하기, 술 거르기, 소주 내리기, 탁주 거르기까지 술 제조 과정을 거쳐 손님상에 오르는 전 과정을 미니어처로 세세히 보여주고 있는 것. 이 과정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이는 곳은 탁주거르기라 한다.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쉽게 접하는 탁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 이처럼 술 빚는 과정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산사원가양주프로그램에 참가해 직접 술을 빚어볼 것. 예약 필수이다.


  본격적으로 포천탁주를 맛보기 위해서는 이동면 도평리 백운산(해발904m) 자락으로 가야한다. 그곳에 1957년부터 막걸리를 빚어온 이동막걸리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촌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동막걸리가 도평리에 자리한 것은 두 계곡의 물이 흘러내려 만나는 삼각점이라 물이 좋고 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란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곳이 군사지역이라 군인들의 소비가 많다는 것. 덕분에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때에도 이곳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청년들에 의해 이동막걸리의 맛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지금은 전국을 넘어 1년 1만 톤 생산하는 이동막걸리 중 30% 정도를 해외로 수출한다고 한다.

 

이동막걸리는 쌀 막걸리와 밀 막걸리로 나뉜다. 원래 쌀로 만들던 술이었지만 전쟁 후에 쌀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당시 풍부한 재료였던 밀을 사용해 술을 빚은 것. 다시 쌀이 풍부해진 지금은 전통의 맛을 찾기 위해 쌀로 술을 빚고, 어려운 그 시절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밀로도 막걸리를 빚는다.



   이동막걸리는 아직도 전통 옹기항아리에 술을 빚는 것을 고집한다. 발효식품인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빚어주는 것이 옹기이기 때문. 공장 안의 막걸리 발효실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술을 품어온 옹기들이 즐비하다. 그중에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는 옹기도 있다. 이곳에서는 갈라지는 옹기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옹기를 꿰매어 쓰는 것. 전통 막걸리 맛을 지켜가고 있는 이동막걸리의 마음이 담긴 공간이다.

 

 이처럼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 이동막걸리는 술이 숙성되고 있는 공간에 잡균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인들의 견학을 허락하지 않는다. 갓 생산되어 신선한 생막걸리 맛은 양조장 인근, 수많은 직판매장에서 도토리묵, 손두부 등과 함께 맛볼 수 있다.



   포천에는 발효식품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 찹쌀을 발효시켜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한과체험공간 ‘한가원’이다. 산정호수 입구에 자리한 한가원에는 한과문화박물관, 다도체험장, 한과체험장 등이 있다. 2007년 6월에 문을 연 이후 날씨와 관계없이 사시사철 한과체험을 운영하고 있어 언제든 찾아가 한과의 매력에 빠져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신북면 기지리에 자리한 아트밸리는 포천 화강암을 캐내고 난 후 버려진 폐석산을 문화예술창작공원으로 재창조한 공간이다. 돌을 캐내던 공사장을 그대로 활용해 만든 공간이라 입구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때문에 포천시는 공원입구에서 정상인근을 오가는 모노레일을 놓을 예정이다. 본격적인 공원 개장은 모노레일 공사와 함께 내부의 휴게공간 등이 마무리되는 2009년 하반기로 예정되어있다. 지금도 아트밸리 내부를 돌아볼 수 있으나 건물 내부는 개방되지 않는다.



   신북면 삼정리에 자리한 허브아일랜드도 돌아보자. 겨울철에도 꽃을 볼 수 있는 허브온실은 물론 다양한 허브상품과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 공간이다.

 

 
 

정성이 빚고 세월이 담근 깊은 울림의 맛, 완주 송화백일주

전북 완주군 구이면 계곡리 64-1 송화양조 / www.songkwangsa.org  063)221-7047 

 

좋은 술의 기본은 좋은 물이다. 송화백일주는 수왕사(水王寺) 약수를 이용해 빚는다. 송화백일주 12대 전승자인 수왕사 벽암스님은 수왕사 약수에 대해 좋은 물이 지녀야 할 네 가지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좋은 물이 갖춰야할 4대 덕목은 서쪽에서 나서 동쪽으로 흘러야 하고, 바위틈에서 나와야 하며 늘 같은 온도를 유지하여야 할 뿐 아니라 물이 무거워야 하는데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게 바로 수왕사의 약수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진묵대사(1562∼1633)에 의해 송화백일주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수왕사의 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다.

 

좋은 물 다음으로는 좋은 재료다. 어떤 재료로 술을 빚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180˚ 달라진다. 송화백일주는 그 이름에서처럼 송홧가루가 주재료이다. 간혹 알레르기 때문에 송홧가루를 기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발효음식에 있어서 송홧가루처럼 귀한 대접을 받는 것도 드물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5월이면 고추장과 된장을 담은 장독 뚜껑을 열어 놓고 송홧가루가 장에 내려앉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이는 송홧가루가 방부제 역할을 해 우리 몸에 좋은 효모와 효소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인데, 송화백일주에 들어가는 송홧가루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송화백일주는 오래 두고 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송화백일주의 맛은 크게 세 번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1단계는 술을 만드는 것이고 2단계는 100일이 지나 술을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며, 3단계는 3년을 숙성시켜 원숙한 맛을 완성하는 것이다. 발효주와 달리 증류주는 오랜 숙성과정을 거칠수록 그 맛이 부드러워지는데 송화백일주는 특히 오래 보관하면 할수록 그 맛과 향이 깊어진다.


  윤 4월(5월 초), 송화가 피어나기 시작하면 벽암스님은 어느 때보다 바쁜 일과를 보낸다. 술 빚을 때 사용할 송화를 채취해야 하기 때문인데, 송화백일주에 들어가는 송홧가루는 대부분 수왕사가 자리한 모악산 7부 능선 인근에서 채취한다고 한다.

 

 다음은 술을 빚는 도기.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와 솔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빚은 밑술을 증류해 받은 도수 38도의 증류식 소주다. 때문에 어떤 도기를 사용해 술을 증류하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수왕사에서는 예로부터 송화백일주 제작에 사용되는 증류용 소줏고리를 직접 구워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수왕사 주변에서 발견된 많은 가마터와 유물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소줏고리에 천칠(天七)이라는 글씨가 거꾸로 새겨져 있다는 점. 벽암스님은 이에 대해 매월 7일 술을 내리라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수왕사에서 사용하던 소줏고리는 현재 전주의 전통술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다.


  350년을 이어온 송화백일주. 그 깊은 맛의 비법은 따로 있지 않다. 벽암스님의 말처럼 좋은 물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성껏 빚는 게 최선의 비법이다. 사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이기도 하다. 그 다음은 기다림이다.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기다림. 깊은 울림을 간직한 명주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처럼 그렇게 뚝딱뚝딱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완주여행에는 놓칠 수 없는 두 명산이 있다. 바로 대둔산(大芚山/877.7m)과 모악산(母岳山/793.5m)이다. 하지만 이 두 산은 그 느낌이 참 다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둔산에선 부성(父性)이 그리고 모악산에선 모성(母性)이 느껴진다. 이것저것 다 빼고 그 산세만으로도 이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선 굵은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대둔산에 비해 모악산은 섬세한 곡선미가 무척이나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달콤한 소곡주에 취하고 황금빛 갈대밭 노을 데이트

위     치 :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와 신성리 일대




  갈대 위 후드득 철새가 날아오른다. 금빛 가을의 끝 무렵인 11월부터 겨울 내내 서천은 낭만과 운치가 풍성해진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서천으로 여행을 준비한다. 술 익는 마을이 있고, 서걱대는 갈대숲을 거닐고, 떼 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비상을 만날 수 있는 서천은 명품 겨울여행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서천을 여행한다면 훗날 아련한 흑백사진처럼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전통주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한산 소곡주를 곁들인다면 시공을 초월해서 신선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첫 번째 잔 입 안에 탁 털어 넣으면 그 향기로운 맛에 반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없고, 두 번째 잔 주욱 들이켜면 어느새 손끝, 발끝이 취해버려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만든다 하여 사람들은 소곡주를 ‘앉은뱅이술’이라 불렀다. 한산 소곡주는 1300년 전 백제왕실에서 즐겨 음용하던 술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한국 전통주 중 가장 오래된 술이다. 1800년경 주류성의 아래 마을인 호암리에서 명맥을 이어오다가 1979년 7월 3일 고(故) 김영신씨가 선조들로부터 전수를 받아 충남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을 받았다. 현재는 우희열 씨가 한산 소곡주 무형문화재다. 문화재 기능은 시어머니 김영신(1997년 작고) 씨에게 전수받았다. 스물일곱 살에 시집와서 지금까지 소곡주를 담갔으니 벌써 40년이 지났다. 10여 년 전부터는 아들 나장연 씨 내외와 함께 술을 빚는다.


 

소곡주는 연한 미색이 나고 단맛이 돌면서 끈적거림이 있고 향취는 들국화에서 비롯된 그윽하고 독특한 향을 간직하고 있다. 술의 재료가 되는 잡곡의 냄새가 전혀 없는 최고급 찹쌀로 빚어 100일 동안 숙성시켜 만드는 전통곡주다.

 

소곡주 공장을 안내하던 우희열 씨가 독에서 방금 떠낸 소곡주 한 잔을 권한다. 잘 익은 벼이삭처럼 노릇한 술은 향기로운 누룩향이 풍긴다. 코끝을 맴도는 누룩향의 단내를 맡으며 한 모금 맛보니 술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입 안이 달콤하다. 독 안의 술을 맛본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한잔 두잔 넙죽 받아 마시다 보니 얼굴이 벌게지며 취기가 오른다.


  우희열 씨는 소곡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첫 번째가 물이요, 두 번째가 누룩, 세 번째가 술 익는 온도라고 했다. 소곡주에는 찹쌀과 누룩, 향을 위한 약간의 국화잎과 부정을 타지 말라는 의미로 홍고추 서너 개가 들어가는 것이 전부다. 우씨는 한산의 건지산 밑에서 나는 약수로 담가야만 제대로 된 소곡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인근 서천 지역에서도 소곡주를 담가 먹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도 꼭 건지산 물을 가져다가 술을 빚을 정도라고 했다.


  
  소곡주를 빚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쌀을 찐 후에 누룩과 쌀로 밑술을 담그고 3일 정도 발효시킨다. 발효가 되면 밑술에 고두밥(찹쌀)을 비벼 덧술을 빚은 후 항아리에 넣고 100일 동안 땅 속에 묻어 발효, 숙성시킨다. 소곡주가 백일주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백일주는 약주로는 가장 오래 발효시킨 술이다. 발효 기간이 길어질수록 술 빚기가 어렵고 술이 쉬기 쉽다. 반면 백일주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그 맛도 깊고 은근하다. 소곡주는 18%로 정도인데, 그리고 이 약주를 증류해 매력적인 43%짜리 불소주도 만들어낸다.


  좋은 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산 소곡주의 달콤함은 꽤 오래 혀 끝에 남아 솜사탕처럼 입안이 화해진다. 무릇 좋은 것일수록 솜사탕처럼 아쉬움을 남길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시 찾고 싶은 여운이 생길 것이니 말이다.  앉은뱅이 술을 뒤로 하고 길 건너편의 한산모시관으로 마실을 나선다. 이곳은 서천의 대표 특산품인 한산모시의 역사와 직조 과정을 볼 수 있는 곳. 한산모시는 백제시대 이래 1000여 년 동안 진상품이었던 서천군의 명물이다. 모시관 내에는 옛 베틀과 길쌈에 필요한 도구, 다양한 모시 제품이 전시된 전수교육관과 길쌈놀이의 유래, 모시 직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수관, 전통공방 등이 있다. 모시관에서 모시 배틀을 쉼 없이 당기는 할머니의 모습이 애잔하다. 부르튼 입술과 손등을 보니 고집스런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수많은 관광객이 묻는 말에 친절한 대답도 잊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도 정겹다.

 

한산 모시관을 나서 신성리 갈대밭 찾아간다. 서억서억 바람 부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갈대밭으로 가는 길은 스산한 바람이 을씨년스럽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송광호와 남한군 이병헌이 처음 마주치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늦가을이 되면 노랗게 꽃을 피우는 갈대밭의 한없는 흔들림을 보며, 날아가는 새들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폭 200m, 길이 1km로 면적이 무려 7만여 평에 이르는 갈대밭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하얀 꽃이 선선한 바람 장단에 맞춰 춤사위를 펼치는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신성리 갈대밭은 12월에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든 수만 마리의 철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대밭의 장관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이 좋다. 철새를 좀더 쉽게 만나려면 금강하구언의 철새 탐조대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
 

마량포구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면 일찍 일어나 서해의 해돋이를 감상해 보자. 서천의 북쪽 서면의 바닷가에 갈고리처럼 매달려 남북으로 뻗은 마량리의 독특한 지형 때문에 마량포구 일출은 12월 20일부터 1월 초순까지는 섬이나 육지에 걸리지 않고 순전히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만날 수 있다.  포인트는 마량포구 방파제와 포구 입구 언덕에 위치한 서천해양박물관 앞이 좋다. 12월에는 아침 7시에서 7시 30분 사이에 해가 뜬다. 반면 어느 곳에서 봐도 좋은 낙조는 4시 40분부터 5시 30분 사이. 일몰이나 일출을 감상하고 몸도 녹일겸 서천 해양박물관을 관람하는 것도 좋다. 함정 모형의 해양박물관은 개인 사업을 하는 이장복 씨가 전 재산을 들여 완성했다. 1층 전시실은 식인조개 등 패류와 바다의 포악자 청상아리 등 어류 박제 2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고, 2층 전시실은 각종 어류와 식물의 화석과, 다양한 종류의 공룡이 전시되어 있다. 거대한 송림에 둘러싸인 춘장대해수욕장에서는 오전 썰물 때 맛조개나 골뱅이를 잔뜩 잡을 수 있다.

 

 

제주의 과거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다...제주 오메기술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성읍민속마을 / www.seongeup.net 064)787-5560 

 

서늘하던 바람이 점차 매섭게 변해 몸을 잔뜩 움츠리게 되는 요즘이다. 이럴 땐 따뜻한 남쪽 어딘가 정감 넘치는 시골마을에라도 들어가 아랫목에 몸을 누이고 싶어진다. 그 마을에 명주(銘酒)라도 있으면 지인과 더불어 마시고 온몸에 도는 훈기를 즐기는 것도 겨울 여행의 맛이리라. 겨울의 초입에서 한번쯤 해보았을 이런 상상에 꼭 들어맞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제주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이다.


 
  성읍민속마을은 제주 일주도로에서 8~9킬로 정도 떨어져있는 중산간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도로확장, 도시계획, 택지개발 등 각종 개발바람이 빗겨간 소외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낙후성도 새옹지마라고, 지금은 그 어느 곳보다 제주 옛 초가집과 살림살이 등 민속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 그 보존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덕분에 1980년 제주도문화재로 지정, 1984년엔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자료로 승격, 관리되고 있다.

 

 이 마을은 제주의 여느 관광지와 달리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삶의 터전이어서 별도의 출입구나 지정된 관람로가 없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방문한 관람객들에겐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할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땐 문 입구에 ‘구경하는 집’이라 크게 써 붙인 집에 무작정 들어서보자. 대부분 해설사가 대기하고 있어 제주 초가집과 옛 생활상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제주 민속학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해설을 원한다면 마을 관리사무소를 방문, 전문 문화관광해설사의 동행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30분이든 하루 종일이든 원하는 시간만큼 가능하다.


 

  성읍민속마을에선 관람만 할 것이 아니라, 식당에 들러 ‘오메기술’을 반주삼아 흑돼지, 꿩고기나 빈대떡 등으로 여정의 출출함을 채울 것을 권한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정통 ‘오메기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성읍민속마을이기 때문이다. 제주 전통술 기능보유자 김을정(85) 할머니 댁도 서문 근처에 있다.


 

  제주는 일부 해안선을 제외하고는 토질 때문에 벼농사가 안돼 주로 조, 콩, 팥 등 밭작물을 경작했다. 그래서 설과 같은 명절 제사상에 올릴 술을 빚기 위한 원료로 좁쌀을 사용하였다. 좁쌀로 만든 떡을 ‘오메기’라 부르는데, 이 떡에 누룩과 물을 넣고 봉해놓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알코올이 생성된다. 위에 말갛게 뜨는 부분을 ‘청주’ 또는 설 때 올리는 술이라 해서 ‘세주’라고도 부르며, 설과 같은 명절에 사용하고 밑에 가라앉은 탁한 부분이 바로 막걸리로 이웃 간에 한 사발씩 떠서 나눠먹었다고 한다. 요새는 청주를 따로 떠내지 않고 섞어서 판다.



   오메기술은 14~17도 정도로 여느 막걸리와 도수가 비슷하나, 맛은 일반 막걸리보다 새콤달콤하여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무난하다. 색도 갈옷(갈물을 들인 옷) 같은 검붉은 빛깔이 돌아 술 또한 제주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에는 닷새에서 일주일정도, 겨울에는 열흘에서 보름정도로 유통기한이 짧아 제주 밖으로 반출되지 않는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술인 만큼 굳건한 명맥을 지녔다. 

 

‘고소리’라는 옹기를 통해 오메기술을 증류한 것을 ‘고소리술’이라 부르는데, 이 술은 40도가 넘어 1년 이상 장기보관이 가능하며 육지로도 판매되고 있다. 도수는 높지만 향과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독한 술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며, 술이 깬 다음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숙취가 적다.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전통주로 오메기술과 같은 재료로 만드는 ‘강한 술’이라는 뜻의 ‘강술’이라는 것도 있다. 제주도는 목축이 성행했던 곳이라 소나 말과 같은 가축을 많이 키우는데, 말을 모는 말태우리들이 액체 막걸리를 가지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마른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즉, 술 만드는 과정에서 물을 넣지 않고, 누룩을 더 많이 넣으면 마른 고체술이 되는데 유통기한이 매우 길다. 들에 나갈 때 조금씩 가져갔다가 물을 넣어 저어서 마시는데, 오늘날로 치면 휴대성이 좋은 일종의 인스턴트 커피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목축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만들어 먹는 이가 없으나 축제나 특별한 행사 때 이곳 성읍민속마을에 요청하면 재현 가능하다.

 

성읍민속마을로 접근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제주시내에서 간다면 1131번 도로에 있는 마방목지(마방터)에서의 드넓은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제주말을 구경하고 삼나무길(비자림로, 1112번 도로)을 거쳐 산굼부리에 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한 예술가의 치열함과 고집스러움으로 폐교에서 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된 두모악 김영갑갤러리 또한 성읍민속마을에서 가깝다. 20대 우연히 들른 제주에 매료되어 가족과 인연도 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사시사철 제주의 자연을 필름에 담는 일에만 몰두하다 2005년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사진작가 김영갑. 그의 뜨거운 생애의 무게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이곳을 찾게 한다. 도저히 폐교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갤러리 앞마당 조경도 훌륭하다.



   관람보다 활동적인 스포츠를 원한다면 멍에ATV, 멍에승마장도 가까이에 있으니 이용해볼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 부근에 가볼만한 오름으로는 물찾오름이라고도 부르는 거문오름이 유명한데, 사전예약에 의해 전문안내인과 동행하여야만 입산이 가능하다. 주말엔 신청자가 많아 예약이 어려우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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