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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남원 대강면-730번지방도-고리봉 약수정사

by 구석구석 2008.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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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행은 남원시나 곡성에서 17번 국도를 따르다 섬진강 금곡교 북쪽 상귀리 삼거리에서 730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서진, 섬진강을 끼고 접근한다. 호남고속도로를 탈 경우 곡성(옥과) 나들목에서 60번 지방도를 거쳐 27번 국도로 진입한 다음 1km쯤 북진, 무창리 삼거리에서 우회전, 곡성군 입면을 관통하는 군도를 따르다 섬진강을 가로지른 청계동교를 건너 좌회전한다. 청계동교에서 약 4km 북진하면 대강면 소재지다.

88올림픽고속도로 순창 나들목에서는 순창읍내로 들어섰다가 양지교를 건너 730번 지방도를 따른다.

 

 

약수정사 원점회귀 산행과 섬진강 벚꽃 봄나들이

남원 고리봉(還峰·708.9m)은 암팡진 산세와 섬진강 조망으로 이름난 산이다. 북으로 삿갓봉(629m)과 두바리봉을 거쳐 문덕봉(文德峰·598.1m)으로 이어지는 이 산은 해발 700m를 갓 넘는 산답지 않게 웅장하면서도 동양미 넘치는 산세와 멋진 조망까지 갖추고 있다. 산 동쪽 금지벌 너머로 지리산 노고단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는가 하면, 산 남쪽 곡성 동악산(動樂山·745m) 사이로 한국에서 가장 여성스럽고 아름답다는 섬진강이 흘러내려 산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봄은 전해주는 강’ 섬진강이 산기슭을 따라 흘러내리듯 봄소식도 빨리 전해지는 산이다.

 섬진강 도로를 벗어나 산사 약수정사로 접어들 즈음 한 발 앞서 산을 파고든 옅은 안개는 마치 동양화 속의 선계로 들어서는 듯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절 앞마당에서 수통에 물을 채워 넣은 뒤 골짜기로 들어서자마자 남원 산악인들은 때 묻지 않은 채 자연미를 간직한 골짜기 풍광에 놀라워한다. 검붉은 암반이 널찍하게 뻗은 골짜기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빛으로 빛나던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고, 땅 밑에서 솟구쳐 오른 생명수가 맑고 고운 옥빛을 띤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산길은 물줄기를 벗어나 고즈넉한 숲을 파고든다. 이제 막 능선 위로 솟아오른 태양은 따스한 햇살을 산 안에 퍼부어 싸늘한 겨울 분위기를 싹 거둬내고, 산을 봄으로 이끈다. 물줄기는 사라졌지만 물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너덜 밑으로 졸졸거리며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잔잔히 찾아오는 봄의 소리였다. 그런 자연의 소리와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때 묻지 않은 산을 오르는 이들은 얼굴빛이 모두들 화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산 밑은 봄 안으로 성큼 들어섰지만 산 위는 아직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사면 바위에 착 달라붙은 눈과 얼음은 막 스며든 봄을 고스란히 얼려버릴 듯 강렬하고도 냉랭한 빛을 띠고, 낙엽 밑에 숨은 빙판은 수시로 놀라게 한다. 그렇게 봄과 겨울이 상존하는 산길은 어느 샌가 고리봉 서릉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고리봉 서릉 조망대

 

나뭇가지를 멋들어지게 늘어뜨린 소나무 사이로 곡성 동악산이 제법 커다란 산괴를 형성한 채 솟아 있다. 그 동악산과 고리봉 사이로는 깊은 내가 흐르고 있었다. 소나무가 하도 많이 자라 소나무골짜기란 의미의 ‘솔곡’이란 이름을 지닌 섬진강 줄기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소나무 전시장이자 조망대였다. 고고한 기품을 유지한 채 꼿꼿이 서 있는 소나무, 제멋대로 휘고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 그중 압권은 바위틈에 뿌리를 박은 채 분재처럼 예쁘게 자라는 소나무였다.

남원 금지벌에서 바라보면 피라밋 형태로 솟구친 고리봉의 이름은 소금배를 묶어두었던 ‘고리(還)’에서 유래했다 전한다. 100여 년 전에는 하동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오른 소금배가 남원을 가로지르는 요천(蓼川) 물줄기를 타고 남원성 동쪽 오수정(五樹亭·참나무정)까지 올랐는데, 당시 소금배가 중간 정박지로 금지평원에 머물기 위해 배 끈을 묶어두었던 쇠고리가 바로 고리봉 동쪽 절벽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전설 같은 얘기가 아니더라도 고리봉은 조망만으로도 매력 넘치는 산이다. 동쪽과 서쪽으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섬진강과 동악산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그중 압권은 역시 북으로 삿갓봉을 거쳐 문덕봉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다.

남원 산악인들이 부흥산맥이라 부르는 이 산줄기는 해발 600m대에 불과하지만 설악의 1,000m대 산릉 못지않게 산수미가 빼어나다. 특히 4개 암봉과 쌍봉인 정상으로 이어지는 문덕봉 능선은 기운찬 바위능선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고리봉 정상에서 남릉을 따르다 639m봉을 넘자마자 눈에 띄는 커다란 묘는 임진란과 정유재란 때 왜적을 맞아 큰 공을 세운 천만리(千萬里) 장군을 모신 유서 깊은 묘소다.


영양(潁陽) 천(千)씨의 시조인 천만리 장군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적을 몰아내기 위하여 참전한 명나라 이여송(李如松) 장군 휘하의 영양사(領糧使) 겸 총독장(總督將)으로, 두 아들 상(祥)·희(禧)와 함께 군량수송과 보급에 만전을 기해 평양과 평안북도 곽산 등지에서 아군이 승리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정유재란 때 또다시 두 아들과 참전해 진산, 울산 등지에서 큰 전공을 세운 뒤 조선에 귀화한 인물이다.

 

화산공(花山公)이란 시호를 받은 천 장군은 전투 중 전사하자 고리봉 기슭 명당자리에 안장했다 전하는데, 풍수지리가들 사이에서는 천만리장군 묘자리는 아들은 없으나 많은 자손이 태어나는 ‘무자천손지지(無子千孫之地)’로 꼽는다.  

 

두바리봉 직전 왼쪽 능선으로 접어들자 산길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바위산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육산으로 접어든 것이다. 솔잎 두터이 쌓인 산길은 융단을 걷는 듯 마음 편안케 해준다. 대강벌판을 향해 매끈하게 뻗은 능선을 타는 기분은 준마의 등에 올라앉아 광야를 달리는 기분만큼이나 상쾌하다.

산길은 널찍한 헬기장이 닦인 언덕마루를 지나면서 서서히 희미해져 갔지만 약수정사에서 울려퍼지는 독경 소리에 달리 빠질 수도 없다. 낙엽에 몇 차례나 미끄러지면서 급사면을 내려서자 절 아래 계곡. 옥빛 소 안에서 꼬리를 치며 한낮의 햇살을 즐기고 있는 물고기를 보는 순간 우리만 봄을 맞고 있는 게 아니다 싶었다. 물고기들이 미소를 던지며 ‘너희도 파란 하늘 아래서 새봄을 맞고 있구나’ 말을 건네는 듯했다.

약수정사 기점 원점회귀코스는 고리봉 산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코스다. 등산인들에게 잘 알려진 만학골 코스는 계곡의 풍광이 수려한 반면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가파르고 험난하기로 악명 높다. 그러나 약수정사 코스는 시종일관 순탄하기 그지없다. 다만 고리봉 북릉 일부 구간은 급경사 바위지대를 이루고 있어 늘 조심해야 한다.  

 

오후 반나절이면 가능한 원점회귀 코스  산행은 730번 지방도에서 1km쯤 떨어진 약수정사에서 시작한다. 도로변 석촌 마을에서 약수정사까지 차량진입이 가능하다. 약수정사에서 산행 방향은 고리봉~삿갓봉~두바리봉으로 잡는 게 힘이 덜 든다. 사찰 뒤편 골짜기로 들어서면 산길은 서릉 직전 절벽 아래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다. 간혹 다래덩굴이나 부러진 나뭇가지에 가려 있을 수 있으므로 잘 살피면서 올라야 한다. 약수정사를 약 300m 앞두고 ‘고리봉 등산로’ 안내판이 가리키는 길을 따르면 곧장 서릉을 타고 고리봉 정상으로 올라선다.

‘고리봉 0.4km’란 안내판이 서 있는 서릉 갈림목에 올라선 이후 산길은 한결 뚜렷하다. 단 정상에서 삿갓봉쪽으로 향할 때 위험 구간이 세 차례 나타나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삿갓봉을 넘어선 다음 다시 오르막으로 접어드노라면 위아래로 나란히 놓인 묘 2기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약수정사로 내려설 수 있다. 헬기장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산길은 면사무소 부근으로 이어진다.

 

능선을 따르다 약수정사로 빠지는 길은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약수정사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사면을 치고 내려서야 하는데, 낙엽이 두텁게 덮이고 가팔라 미끄러우므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4~5시간이면 가능한 당일산행 코스로, 식수는 약수정사에서 마련하도록 한다. 월간산 한필석 차장대우

 

 

금풍저수지 문덕봉 동쪽 주생면에 위치한 금풍저수지는 수상스키를 즐기는 이들에게 이름난 곳이다. 12만평의 넓은 저수지에서는 수상스키뿐 아니라 웨이크버드, 땅콩보트, 플라이 피시처럼 짜릿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개장시긴 4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문의 워터월드 수상레포츠(남원시 도통동 505-2) 전화 063-626-9575.

금지면과 대강면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으므로 남원시내의 콘도, 모텔, 여관을 이용해야한다. 일성지리산콘도 063-636-7000, 중앙하이츠콘도 063-626-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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