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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정선 동강 고성터널 연포 소사마을

by 구석구석 2008.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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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물줄기 감상 여행 길목 ‘이색 관문’

 

 

폐광 입구 같기도 하고, 폐선된 옛 기찻길 터널 같기도 하다. 고성터널. 강원 정선군 신동읍 유문동에서 고성리로 넘어가는 구래기재(구러기재·굴어귀재·고성리재)에 뚫린 비좁은 터널이다. 어둠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터널 입구로 다가서니, 캄캄한 굴속 멀리 밥알만한 빛 한 점이 보인다. 희망의 불빛 같기도 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멍 같기도 하다. 일직선으로 이어진 완만한 내리막길 끝에 뚫린 터널 반대편 출입구다.

 

길이 596m, 폭 3.5m의 좁고 긴 이 시멘트 동굴은 신동읍과 고성리·덕천리·운치리를 오가는 차량들엔 아주 요긴한 지름길이다. 구래기재 굽잇길을 돌아 넘는 것보다 2㎞가 단축된다.

 

길이 596m 폭 3.5m, 조명도 신호등도 없는 위험천만 블랙홀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의 이 어두운 구멍은 마치 블랙홀처럼 다가오는 것들을 빨아들였다간 반대편으로 토해낸다. 소형 트럭도 들어가고 소형 마을버스도 들어간다. 우편배달 오토바이도, 주민들의 경운기·사륜오토바이도, 동강 물줄기를 보러 온 여행자들의 승용차도 들락거린다. 

 

조명시설도 신호등도 없는 이 비좁은 시멘트 굴을 주민들은 "자율적으로, 양보를 우선으로 하면서" 지나다닌다. 조심스럽게 입구에 들어선 뒤 반대편 쪽에 차량 불빛이 보이면 후진해 입구 옆에서 기다린다. 굴 안에 두 곳의 대피공간이 있으나 실제 이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굴 속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고 바닥 일부엔 물이 고여 있다. 겨울에 터널은 원칙적으로 폐쇄된다. 경사진 터널 바닥이 얼어붙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간혹 이 암흑의 굴을 걸어서 통과하려는 주민도 있다. 저물녘, 고성리 쪽에서 신동읍으로 넘어가는 길에 굴 입구로 다가가던 한 아주머니(신동읍 예미리)가 손을 들어 차를 세웠다. "좀 태워달래두 안 세워주는구만유. 아, 마을버스 막차는 버얼써 지나갔지유." 마을버스는 운치리까지 하루 다섯 차례 오간다.

 

차량도 곡예 운전하듯 조심스럽게 빠져나가야 하는 이 좁은 굴 속을, 중년 여성이 홀로 차량들 곁을 스쳐 무사히 통과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조명도 없는 차량용 터널 속으로 사람이 걸어가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운전자도 거의 없을 듯하다. 터널 고성리 쪽 입구엔 누군가가 큼직한 페인트 글씨로 '확장하라'고 써놓았다.

 

상수도관 묻으며 덤으로…안전시설만 하면 ‘명물’될 수도

 

 

 

애초 이 터널은 1991년 수도관을 묻을 때 덤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고성리 주민 이상규(48)씨가 말했다. "터널 1m 밑에는 300㎜ 상수도관이 묻혀 있죠. 동강 물을 퍼올려 취수장을 통해 신동읍 쪽으로 보내는 물길입니다." 수도관 공사 때 주민들이 "기왕이면 물만 말고 사람도 좀 다니게 해 다오" 해서 터널공사도 함께 이뤄지게 됐다고 한다.

 

이 지역은 말썽 많았던 동강댐 건설이 백지화된 뒤, 동강유역 생태계 보전지역이자 자연휴식지로 지정된 곳이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곳이다. 굽이치는 동강 물길을 감상할 수 있는 빼어난 전망대로 꼽히는 백운산과 칠족령, 고성산성 그리고 동강 드라이브길이 이어지는 가수리·귤암리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차량 통행이 늘게 되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커진다. 터널을 당장 확장할 순 없더라도 신호등을 달고, 속도를 제한하고, 도보 통행을 철저히 막는 일이 급해 보인다.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이 가늘고 긴 고성터널이, 동강 물줄기 감상 여행 길목의 '이색 관문'으로 떠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다.

한겨레신문 이병학기자

 

 

동강의 오지 연포와 소사마을

 

광하리에서 시작된 동강이 가수리와 운치리에 절경을 만들고 제 흥을 못이겨 연포에서 심하게 물굽이를 틀면서 한차례 쉬어간다. 그래서 옛날에는 동강을 타던 뗏꾼들이 뗏목을 부리고 처음으로 쉬어가던 곳이 연포다. 떼군들을 상대로 하던 객주집이 지금도 느티나무 아래에 남아있다.

 

넓은 강변과 높은 뼝대, 호수처럼 깊고 잔잔한 동강 물길, 연포와 소사는 동강이 빚어놓은 마을들 중 최고의 경치를 보여준다. 동강 10경중 5경과 6경에 나란히 꼽힐 정도.....

 

연포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물살센 소사와 연포사이의 동강에 다리가 놓이고 마을안까지 포장길이 열렸지만, 그래도 연포가는 길은 녹녹지 않다. 물레의 실타레처럼 뒤엉켜 있다해서 분여진 물레재가 여전히 제이름 값을 하고 구비구비 고개를 넘고나면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첩첩산중을 헤집고 들어간다. 그 산중에도 심심찮게 산속 농가들이 띄엄띄엄 보이나 그나마 위안이다. 이때사 오지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후회반 오기반, 작은 길조차 찾기힘든 산능선을 돌아 내려가면 갑자기 눈앞이 뻥 뚫리며 동강의 8자 물굽이가 눈앞에 나선다. 소사마을, 동강사람들이 바새마을로 부르는 곳이다. 언덕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풍경이 진풍경이다. 평지보다 큰 깍아지른 절벽이 턱하니 마을앞을 막아 서 있고, 대여섯채의 집들만이 야트막한 산자락에 붙어서 강을 내려다 보고 있다.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절벽을 마을 사람들은 '앞 뼝창'이라 부른다. 이곳의 절벽은 다른 곳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쪽으로 골이 파져 있어 더욱 높아보인다. 박희진 시인의 시 '바새마을 앞 뼝창'이 바로 이곳을 두고 읊은 시다.

 

소사마을을 가로질러 강변으로 나가면 예전에 놓여 있었다던, 섶다리와 줄배는 어디가고 얕은 시멘트 다리가 놓여있다. 다리를 건너면 연포마을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절벽에 왼편을 막아서고 오른편엔 산그림자에 가려진 연포분교와 다섯채의 집들뿐....집집마다 본채보다 큰 황토의 잎담배 건조막들이 짙은 황토색을 띄고 서있는 모습이 동강의 오지마을임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연포와 소사에는 10여년전까지만 해도 잎담배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았단다. 그러나 이제 연포사람들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애물단지로 그러다보니 크기만 한 창고로 전용되고 있을 따름이지만 그 모양새만큼은 옛 산촌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연포마을은 하루에 달이 세번 뜬다고 한다. 마을앞의 삼형제봉인 칼봉, 작은 봉, 큰 봉으로 달이 뜨다 보면 봉우리에 가려져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는 과정을 세번이나 되풀이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연포의 옛이름은 '베루뫼'다. 낭떠러지를 뜻하는 '베루'와 산을 뜻하는 '뫼'가 합쳐진 이름.산과 벼랑으로 첩첩 둘러싸진 마을임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이름이었다.

연포마을은 연포분교 앞에 커다랗게 드리운 느티나무 아래서부터 시작된다. 동강에 뗏목이 뜨던 시절에는 떼군들로 붐비던 바로 그곳이다. 떼꾼들의 손장단과 아라리 가락이 메아리쳤을 때의 모습이 가히 짐작할만하다. 바로 이곳, 폐교가 된 연포분교에서 차승원이 열연한 영화 <선생김봉두>가만들어졌다. 


  

사진찍기좋은곳
연포마을에서 뒤산쪽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조금만올라가면 연포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눈앞으로 잎담배 건조막의 황토빛 색깔과 뒤로 보이는 높은 벼랑이 아주 묘한 어울림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멋진 사진을 만들수 있다. 또한 봄에는 소사마을 쪽 다리옆으로 노란 꽃들이 만발한다. 뒤로 소사마을의 시골집을 배경으로 두고 노란꽃을 매치시켜 보면 아주 멋진 사진이 된다.

찾아가는 길

* 대중교통 이용시

1. 기차 : 청량리,원주,영주->예미역
2. 버스편 : 동서울 터미널,원주,춘천,제천->영월->신동
3.현지교통 : 영월과 신동(예미)에서 고성리행 버스->고성초등학교앞 하차->도보 1시간

* 자가용 이용시

1.중앙고속도로->신림ic->상원사입구->주천->주천에서 우회전, 또는 제천ic->영월->영월역->태백방향->석항->예미역입구 사거리->좌회전->태백방향->1km->유문동방향 좌회전->산골길->고성리 동강매표소->좌회전->계속직진->고성초등학교->물레재->소사마을->작은 다리->연포마을

2. 영동고속도로->진부->정선->가수리->동강변도로->고성리매표소->우회전->물레재->소사마을->연포 (길이 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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