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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남 섬

완도 고금도 조약도 가사해수욕장

by 구석구석 2007.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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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마량과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는 길이 760m 왕복 2차선 도로로 1999년 착공해 8년 만에 완공하였답니다. 고금도와 약산도의 약 8000여명의 주민들은 이제 섬이 아니라 육지가 된 섬 생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8월에는 연육교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다리를 지나 약산까지 돌아오는 강진 울트라 100km 마라톤까지 열리기도 했다.

 

 고금대교(마량-고금간) / 오마이뉴스 서종규

 

강진 마량에서 약 1km 남짓한 거리에 있는 고금도. 고속도로를 내려오자마자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자동차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민박을 하거나 야영하기에 좋은 곳. 유명한 해수욕장은 없지만 해변가 마을보다 소나무 숲이 있어 어디든지 야영할 수 있다.

다도해의 많은 섬이 그러했듯이 고금도는 유배의 섬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수많은 벼슬아치와 사대부가 고금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는데, 그중에 명필 추사 김정희의 아버지 김노경도 순조 30년부터 3년 동안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였다. 완당이 귀양살이하는 아버지를 찾아뵈려 고금도에 와 잠시 지내면서 한양의 아내에게 한글로 써 보낸 편지가 전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서종규

 

고금도는 선사시대 고인돌과 이충무공 유적지로 유명하며, 바다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고금도에서 또 다리를 지나야 약산도가 나온다. ‘약산면’을 알리는 표지석엔 조그마한 글씨로 조약도(助藥島)라는 표기도 같이 쓰여 있다. 원래는 조약도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약산(藥山) 즉 약초가 많이 나는 산이라고 불리기 시작하여 현재는 완도군 약산면이 된 것이다.

 

 

 

가사해수욕장은 모래의 질이 곱고 완만한 경사로 펼쳐진 200여m의 모래사장이 있다. 수백년 된 동백나무 수백그루와 후박나무, 잣밤나무가 해수욕장 전체를 둥글게 감싸 안고 있는 조약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완도의 진산은 상황봉(644m)이다. 하지만 완도 본섬 이외의 지역에도 많은 섬산들이 있다. 생일도 백운산(482.6m), 신지도 상산(324.1m), 금일도 망산(234.6m), 고금도 봉황산(214.5m), 약산도 삼문산(396.3m) 등이 바로 그것. 비록 높이와 규모는 본섬의 상황봉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들이다.

 

 

삼문산산길과 정상인 망봉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 오마이뉴스 서종규

 

본섬의 상황봉을 제외하면 약산도 삼문산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완도의 산들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적당한 높이와 바위로 이루어진 주능선의 봉우리가 멋진 조망을 허락한다. 특히 산 위에서 보는 갇힌 듯 아기자기한 다도해 풍광이 아름답다. 서쪽으로는 고금도와 신지도, 완도, 해남으로 이어진 올망졸망한 산세가 아름답고, 동쪽 멀리 보이는 생일도와 금일도, 금당도로 연결되는 섬들의 무리도 정겹다. 피서를 겸한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상여바위와 망봉하산길 / 오마이뉴스 서종규

 

삼문산의 산길은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말발굽형으로 뻗은 주능선을 타고 산길이 나 있고, 곳곳에 오르내릴 수 있는 갈림길이 산재했다. 가장 일반적인 접근로는 약산면 소재지에서 득암리로 넘어가는 관산리의 고갯마루에서 시작한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이 코스는 작은 섬 속의 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내밀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게다가 삼문산의 다른 코스에 비해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지녀 힘들이지 않고 주능선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약산대교를 넘어 진행하다 약산면 소재지로 들어가기 직전의 주유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득암리 방면으로 진행한다. 잠시 후 완만한 고갯마루인 등넘밭재 정상에서 차를 세운다. 길가의 전봇대에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작은 억새밭을 지나 산길은 숲으로 파고든다. 짙은 녹색 나뭇잎이 하늘을 가려 시원스런 그늘을 만들어준다. 사면을 횡단하는 산길을 따라 천천히 고도를 높인다. 잠시 뒤 ‘동리샘 120m, 움먹재 435m’라고 쓰인 이정표가 나타났다. 조금 전에 지나온 계곡의 물웅덩이가 동리샘인 모양이다.

 

숲을 빠져나오니 자그마한 안부인 움먹재에 닿았다. 산 너머 동쪽 바다의 푸른 빛이 눈부시다. 왼쪽으로 가면 정상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토끼봉이다. 지형도 상에 등거산이라 표기된 봉우리로 삼문산 최고의 전망대로 꼽는 곳이다. 가파르고 거친 바위가 많은 것이 멀리서 보기에도 조망이 좋을 것 같다. 움먹재 삼거리에서 잠시 쉰 뒤 곧바로 토끼봉으로 향했다.

 

잠시 내리막길을 걷다가 고도를 높이니 토끼봉 바위지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길은 곧바로 바위를 타고 오르게 되어 있다. 크게 위험하진 않지만 초심자는 아무래도 겁을 먹을 것 같은 구간이다. 바위지대를 올라서니 사방으로 막힐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특히 서쪽의 고금도 일원의 조망이 멋졌다. GPS 수신기는 이곳의 고도를 385m로 표기했다. 삼문산 정상과 크게 고도차가 나지 않는 봉우리다.

 

 

 망봉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길은 진달래 공원을 거쳐 가사봉으로 연결되는 줄기다. 진달래 공원은 약산면에서 매년 4월 진달래 축제를 개최하는 곳이다. 넓은 초지가 형성되어 있고 자가용 승용차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로가 잘 나 있다. 하지만 길을 건넌다는 것은 산행의 묘미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취재팀은 북으로 뻗은 주능선을 타고 계속해 진행했다.

 

산길은 이내 낮게 엎드리며 숲으로 기어들었다. 울창하다거나 나무가 좋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평범한 숲길이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내리막을 걸었다. 산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길이 제법 미끄러웠다. 스틱을 잡고 조심스레 균형을 유지하며 진행했다.

 

경사가 잦아들며 편안해질 즈음 숲속에 하얀 바위 덩어리가 보였다. 상여바위라고 불리는 것으로, 평범한 육산에 솟아 유난히 눈길을 끈다. 바위가 보이는 곳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 뒤 다시 잰걸음으로 북쪽으로 향했다. 한여름이 되려면 시간이 제법 남아 있지만 뙤약볕은 잔인했다. 오전에 흐릿하던 하늘은 완전히 허물을 벗어버렸다. 너무도 쨍쨍한 햇볕에 잠시 쉬는 사이에도 그늘을 찾기 바쁜 신세가 됐다.

 

나무 그늘 밑에는 떨어진 꽃잎이 수북이 쌓여 하얀 이불을 깔아놓은 듯하다. 봄에 핀 꽃들이 수명을 다할 때인 모양이다. 바람이 불면 비처럼 쏟아지는 꽃을 맞으며 산길을 걸었다. 머리 위에도 목덜미 속에도 꽃잎이 붙어 있다. 예기치 못한 삼문산의 환대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정상에서 출발한 지 30분 가량 지나니 여동리 방향으로 산길이 갈리는 삼거리에 닿았다. 서쪽 사면을 타고 곧바로 내려서면 면소재지 근처의 여동 마을로 이어진다. 계속해 북쪽으로 전진했다. 아주 잠시 후, 삼각점이 있는 별 특색 없는 봉우리 위에 섰다. 지형도 상에 장룡산(356m)이라고 표기된 봉우리로 추정됐다. GPS 수신기는 362m로 고도를 표시하고 있다.

장룡산에서 산길은 다시 한풀 꺾이며 고개를 낮춘다. 잠시 뒤 다시 능선 상의 삼거리가 나타났다. 직진해 600m면 가래리의 임도로 떨어지고, 왼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신선골 약수터다. 가래리는 해동리 가래 마을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였다. 해동저수지를 거쳐 당목항 근처의 마을로 연결되는 산길이다.

 

약수터로 내려서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계단이 시작됐다. 유난히 가파른 내리막이 잠시 이어지다가 시야가 터진 바위 위로 올라섰다. 바로 밑에 철봉과 평행봉 등 운동시설과 가로등이 보였다. 그리고 산자락 아래 약산면 소재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보였다. 바다와 어우러진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마을 풍경이다.

 

바위 오른쪽 옆으로 난 우회로를 따라 조심스레 내려서니 운동기구가 있던 그곳이 바로 신선골 약수터였다. 덩치 큰 바위 아래 형성된 작은 동굴 바닥에 물이 가득했다. 약수는 두텁게 이끼가 낀 바위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냉장고 속에서 꺼낸 듯 차고 맑은 약수를 실컷 들이켰다. 자연석을 옮겨다 만든 식탁에 둘러앉아 육포와 빵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했다. 마실 물 걱정이 없으니 마음이 편했다.

 

신선골 약수터는 진입로는 물론 운동시설과 가로등, 안내판 등이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 주민들이 자주 찾는 인기 산책코스임이 분명했다. 뒤쪽에는 커다란 바위가 성벽처럼 막아섰고, 앞으로는 곧바로 바다가 보여 전망도 좋았다. 게다가 동굴 속에서 흘러나오는 냉기는 한여름에도 서늘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자연을 즐기며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약수터의 휴식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들어섰다. 산행 막바지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예상외로 가파른 길에 놀랐다. 길은 널찍하게 정비했고, 오르내릴 때 잡고 다니기 좋게 중간에 기둥을 박아 굵은 밧줄을 설치해둔 것이 독특했다. 군데군데 가로등을 세워 야간산행을 위한 배려도 눈길을 끌었다.


 

제법 가파른 산길을 벗어나니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산중턱까지 승용차를 가지고 올라올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도로 끝의 주차장에서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등산용 스틱을 접어 마무리를 했다. 산행 막바지의 포장도로는 지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죽선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그렇게 길지도 않았고 힘든 곳도 없었다. 그저 곧바로 내려가기만 하는 도로였다. 햇볕을 받은 도로 옆의 유자나무가 반짝반짝 잎을 흔들고 있다. 삼문산은 가볍게 올라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산행지였다. 조선닷컴 2007 글 김기환 기자

 

삼문산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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