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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폭포 불일폭포 구룡폭포

구석구석 2024. 7. 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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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폭포 VS 구룡폭포, 지리산 폭포엔 정말 용이 살았을까

 

 

 

[특집 ②] 불일폭포 VS 구룡폭포, 지리산 폭포엔 정말 용이 살았을까 -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남원, 하동]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은 물이 많기로 유명해서 예부터 사람이 모여 살기 좋은 곳이었다. 거슬러 가면 삼한시대 전쟁의 격전지였고, 신라 화랑들의 훈련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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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남원, 하동 황소영객원기자]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은 물이 많기로 유명해서 예부터 사람이 모여 살기 좋은 곳이었다. 거슬러 가면 삼한시대 전쟁의 격전지였고, 신라 화랑들의 훈련장이었으며, 조선시대 선비들이 유람을 했던 산이다. 사람이 모일수록 산은 신비한 전설들을 한 움큼씩 보태며 세월의 무게를 견디어 버텼다.

여름 같은 더위는 5월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한차례 뜬금없는 춘설이 내리긴 했지만 더위는 5월, 아니 4월부터 서둘러 돌진해 왔다. 봄의 중간에서 여름과 겨울은 장난을 쳤다. 틈바구니에 낀 봄꽃만이 저절로 무너져 눈물을 흘렸다. 이제 세상은 온전히 무더위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유난히 덥고 비가 많이 올 거라던데, 벌써부터 훅 숨이 막힌다.

쌍계사 일주문. 지난 여름 찍은 사진으로 2024년 5월 현재 공사중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불일폭포-용의 꼬리가 만든 절경
주차장이 절 입구로 바투 들어선 덕분에 쌍계사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버스를 타고 왔다면 큰길에서 15분쯤 걸어야 하는데,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땐 그 짧은 길에서조차 헉헉, 숨에 치이곤 한다.

일주문은 마치 모자를 쓴 것처럼 파란색 천을 둘렀다. 공사중인 까닭이다. 쌍계사 대표 문화재인 국보 진감선사대공탑비도 해체 보수 및 보존처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8월은 되어야 돌아온다는 안내문이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정겨운 석탑 뒤로 온화한 미소가 특징인 마애여래좌상이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쌍계사에서 불일폭포까진 왕복 5km지만 버스에서 내렸다면 거기에 2km쯤 더해야 한다. 3시간이면 적당하고, 4시간이면 충분하다. 금당 옆 계단을 올라서자 볕이 잘 들던 길에 어둠이 드리운다.

경내엔 햇빛이 쨍쨍한데 나무는 그 볕을 받고 무럭무럭 잎을 키웠고, 잘 자란 잎들은 그늘로 보답했다. 아직 여름의 절정도 아닌데 봄부터 시작된 일기예보는 겁이 날 정도였다. 여느 해보다 덥고 더 많은 비가 올 거라던….

초록 잎사귀에 둘러싸인 쌍계사 범종루. 이곳을 돌아서면 대웅전과 팔상전 등이 나온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국사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놓은 돌탑과 작은 계곡이 나온다.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등산로 곳곳은 다양한 계곡을 이루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을 담글 수 있지만 소리를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든다.

지리산 골골에서 쏟아진 바람은 이마에 붙은 머리칼을 간질이고 있었다. 징검다리 끝에 앉아 손을 넣었다가 1초 만에 뺀다. 으으, 손끝이 시리다. 이 물은 모두 불일폭포에서 온 거고, 폭포는 또 지리산의 나무와 흙 사이사이를 훑고 온 물방울들의 회심작이다.

비 온 직후여서 등산로 옆 작은 계곡에도 시원한 물이 흘러넘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환학대, 원숭이바위, 마족대 등의 바위를 지나면 불일평전에 닿는다. 예전엔 이곳에 ‘봉명산방’이란 휴게소가 있었다. 1년 넘게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데, 조만간 산꾼들의 쉼터로 재개방되지 않을까 싶다. 불일평전을 벗어나자 길이 세 군데로 나뉜다.

하나는 걸어온 등 뒤의 길이고 왼쪽은 남부능선으로 불리는 세석고원 길이다. 쌍계사부터 세석까진 15km가 넘는 먼 길인데다 삼신봉(1,284m) 포함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해서 웬만한 등산객들도 하루에 오르기 힘든 코스다. 오른쪽이 가야할 불일폭포(0.3km)다.

높이 60m의 불일폭포는 지리 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절경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갈림길을 지나면 폭포는 지척, 그야말로 우레 같은 소리가 목적지에 다 왔단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었다. 옛날 옛적 용소에 살던 용이 승천하면서 꼬리를 살짝 쳐 청학봉과 백학봉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되었다는 불일폭포.

불일이란 이름은 이 폭포에서 수도하다 입적한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60여m에서 내리꽂히는 절경 덕에 ‘지리 10경’에 이름을 올렸다. 데크 한쪽에 서서 폭포를 바라보다 불일암을 거쳐 쌍계사로 돌아온다.

산수국 뒤로 흐르는 폭포 물줄기. 쌍계사에서 왕복 3~4시간이면 오갈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하동역 앞 버스터미널에 쌍계사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화개터미널로 가면 구례에서 출발한 버스가 더해져 배차가 많아진다. 하동 기준 50분, 화개 기준 10분쯤 걸린다. 요금은 농어촌기본 1,250원. 쌍계사엔 별도의 주차요금과 입장료가 없다.

쌍계사~불일폭포는 왕복 약 5km이며 넉넉히 4시간이면 충분하다. 구룡폭포 역시 무료이며 주차는 육모정 앞에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남원에서 주천까지 가야한다. 트레킹에 자신이 없다면 구룡폭포 주차장(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824-2)까지 간 다음 폭포만 다녀와도 된다. 왕복 0.6km다. 육모정~구룡폭포는 왕복 6.2km로 3시간 30분, 구룡폭포 순환 코스는 5시간 30분쯤 걸린다.


구룡폭포-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다
남원에서 정령치로 가는 길엔 두 개의 폭포가 있다. 하나는 도로에서 5분이면 닿는 선유폭포고, 나머지는 지리산둘레길 제1코스와 이웃한 구룡폭포다. 육모정에서 구룡폭포까진 편도 3.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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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차된 차를 회수하려면 왔던 길 그대로(올라갈 때 보았던 길과 내려갈 때 보는 길이 같을 순 없지만) 오가는 단점이 있다. “하아,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면 구룡폭포 주차장에서 폭포만 다녀와도 된다. 왔다 갔다 겨우 0.6km라 부담이 적다.

지주대 출렁다리 이후론 점점 오르막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룡폭포는 사월 초파일마다 하늘에서 내려온 용들이 노닐다 승천했다는 전설의 폭포지만 사실 불일폭포의 절반밖에 안 된다. 대신 계곡을 끼고 있어 봄가을은 물론 여름에도 제격인 트레킹 코스다. 보통은 폭포까지 갔다가 돌아가지만 지리산둘레길 ‘주천~운봉’과 연계한 순환 코스를 걷는 것도 좋다. 약 13km의 원점회귀로 쉬엄쉬엄 5시간 30분쯤 걸린다.

구룡폭포 주차장에서 폭포까진 왕복 0.6km여서 걷기에 자신 없는 이들도 다녀오기 쉽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도로에서 몇 발짝만 나서면 세상은 마법처럼 변신 완료! 울창한 숲은 더위를 차단하고, 콸콸대는 계곡은 도로를 오가는 차량의 소음까지 완벽히 막아낸다. 초반 2km까진 오솔길과 데크 위주의 평탄한 길이었다가 지주대 출렁다리 이후론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비폭동에선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전망대를 벗어나자 실타래 같은 폭포가 앞을 막는다. 폭포는 깎아지른 절벽도 아니고, 무던한 암반도 아닌 딱 직폭과 와폭의 중간 형태다. 육모정 초입부터 예까진 쉬엄쉬엄 2시간쯤.

직폭과 와폭의 중간 형태인 구룡폭포. 여름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폭포 앞 계단을 곧장 올라 연리지가 있는 둘레길로 붙는다. 나무 둘이 찰싹 끌어안은 터라 흔히 남녀의 애정을 상징하지만 길이 그러하기 때문인지 ‘비상하려는 용의 형상’ 즉 ‘용소나무’로도 불린다.

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소원을 빌면 행운과 건강이 찾아온다던데, 꼭 그렇지 않다 해도 상관은 없다. 길을 걷는 여행자의 가벼운 걸음이 건강한 삶의 일부일 테니까.

구룡치를 전후로 빼곡한 솔숲 오솔길이다. 뾰족뾰족 솔잎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의 공기를 양껏 뿜어댔다. 길 위엔 지난 가을, 혹은 더 예전에 떨어졌을 갈색 잎들이 여전히 가득하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알겠다. 폭포치곤 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기 좁다 싶었는데, 용은 이길 위에 있었던 모양이다.

쭉쭉 혹은 멋지게 휘어져 솟은 갈색 나무들은 제법 하늘로 비상하는 용을 닮았다. 아홉 마리가 아니라 아홉에 아홉을 곱하고도 모자랄 거대한 용들의 땅이다.

길 한쪽에 산딸기가 달렸다. 새콤달콤, 시중의 재배된 딸기와는 그 맛이 다르다. 조그만 알맹이 사이사이 벌레가 많단 소린 들었다만 모르고 먹으면 그것도 딸기다. 이제 길은 내리막이다.

개미정지를 벗어나 내송마을로 들어서자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린다.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초여름 빗소리가 동동동, 가벼운 울림을 남긴 채 깊어진 오후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지리산둘레길 제1코스와 이어진 구룡폭포 순환 코스. 약 5시간 30분쯤 걸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지리산둘레길 구룡치 부근의 소나무 숲길. 마치 비상하려는 용들의 숲 같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하동군 화개면 석문길 2  / 찻집단야 0507-1492-1667
쌍계사 앞에 있는 찻집이다. 예전엔 사찰국수를 주력 메뉴로 팔던 식당이었는데, 몇 해 전 업종을 변경했다. 다식이 함께 나오는 쌍화차, 대추쌍화차, 건강차 등이 있다. 1인분 1만 원. 쉬는 날은 따로 없고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그 밖에 된장, 고추장, 간장, 매실장아찌 등도 판매 중이다. 쌍계사 주변엔 맛있는 식당이 밀집돼 있다. 하동군청 옆엔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을 쓴 시인 이원규의 카페 ‘별천지하동’도 있다.

남원시 함파우길 65-14 미술관1층  / 미안커피 063-620-5660(미술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다. 무료 관람이 가능한 미술관도 둘러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어 편하다. 미술관 안이어서 미안 혹은 너무 맛있어서 미안하단 뜻에서 붙여진 상호이며,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 30분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대표 메뉴인 서리태라떼 6,400원, 제주청귤에이드 5,800원 등이다. 춘향테마파크 안이어서 주변에 식당과 즐길거리가 많다.

/ 출처 : 여행스케치 2024 황소영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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