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에서 가장 이름난 코스는 계곡을 따라 용추폭포까지 다녀오는 주왕계곡 길이다.
이 길의 가장 큰 미덕은 유모차를 끌거나 구두를 신고도 불편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순하다는 것. 걸으면서 거대한 바위산 협곡의 경관을 감상하는 맛도 훌륭하다. 주왕계곡은 가을 단풍이 빼어나 일찍이 관광명소로 알려졌지만, 인적 드문 겨울에도 얼어붙은 계곡을 따라 제 발자국 소리만 들으면서 고요하게 산책할 수 있다.
‘좋은 길’의 조건 중 하나가 ‘보상’이다. 걷기의 노고를 다 벌충하고도 남을 만큼의 보답을 길 끝에 두면, 그 길은 누구나 걷고 싶은 길이 된다는 얘기다. 걷기 길을 만드는 이들이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고된 오르막길 뒤에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왕계곡 길의 점수는 ‘만점’이다. 주왕계곡의 순한 길 뒤에 분에 넘치는 경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경관이란 다름 아닌 용추폭포다.
주왕계곡 길에는 협곡을 이룬 거대한 암봉들이 사열하듯 늘어서 있다. 연화봉, 시루봉, 병풍바위, 학소대, 급수대…. 바위 하나하나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기이한 경치를 빚어낸다. 용추폭포는 암봉이 이룬 좁은 협곡 너머에 있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난 작은 틈 사이로 들어가면 사방을 석벽으로 둘러친 비밀스러운 공간이 나오는데, 그 공간 안쪽에 용추폭포가 있다.
용추폭포는 삼단을 이룬다. 1단 폭포 아래 선녀탕이 있고, 2단 폭포 아래 구룡소가 있으며, 3단 폭포 아래에 폭호가 있다. 비밀스러운 협곡과 협곡에서 쏟아지는 폭포는, 다른 비슷한 곳을 떠올리거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경관을 만들어낸다. 무협지 속에 등장하는 배경이 이럴까. 상상 속에서만 구현이 가능할 것 같은 그런 경관이다.
주왕계곡 경관의 하이라이트는 더도 말고 용추폭포까지다. 더 올라가면 과거 2폭포와 3폭포로 불리던 절구폭포와 용연폭포가 있긴 하지만, 1폭포인 용추폭포에 비길 만한 절경은 없다. 주왕산을 찾는 이들이 십중팔구 용추폭포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이유다.
대전사에서 용추폭포까지는 ‘산책’ 수준이지만, 거기서 더 가면 ‘산행’이 된다. 용추폭포를 넘고 절구폭포, 용연폭포를 지나 금은광이를 거쳐서 장군봉을 오르는 11㎞ 남짓의 5시간짜리 코스가 주왕산을 대표하는 산행 코스다. 이 코스는 주왕산 아래 대전사에서 출발해 주왕산의 대표명소인 주왕계곡과 장군봉을 다 딛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코스의 확장 버전인 ‘환종주’ 코스도 있다. 앞의 코스에다 주왕산의 주봉과 가메봉까지 끼워 넣었으니 산행 거리가 17.5㎞까지 늘어난다. 휴식시간을 포함해 7시간쯤은 잡아야 한다. 체력에 웬만큼 자신 있어야 도전해볼 수 있는 코스다. 겨울 여행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걸을 건 없다. 5시간짜리 산행코스를 다녀오길 추천한다. 그냥 용추계곡까지 산책 삼아 왕복 1시간 남짓에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용추폭포까지만 갔다 돌아 나오겠다면 돌아올 때는 ‘주왕암 가는 길’ 이정표를 따라 내려오는 게 좋겠다. 협곡 한쪽 비탈면에다 놓은 길이어서 그 길을 걸으면 맞은 편 암봉과 함께 계곡의 물길과 내려다보인다. 주왕암은 1000년이 넘었다는 암자인데 사방이 산으로 막힌 ‘무협지적’인 자리에 들어서 있다. 암자 뒤쪽에는 주왕이 숨어 살았다는 주왕굴이 있다. 동굴이라기보다는 ‘깊게 움푹 파인 자리’라는 게 더 맞는 곳인데, 주왕굴을 법당으로 조성하면서 입구 쪽을 발포수지로 뒤덮어서 깊은 동굴처럼 꾸몄다.
/ 주왕계곡 사진출처 장등(長燈) 박종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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