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만난 따뜻한 겨울 - 꽃향기에 취해 봄으로, 봄으로
예년보다 춥기만 한 겨울,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던 차에 꽃도 보고 온천도 할 욕심으로 아산으로 떠난 여자들의 여행.
겨울엔 쉽사리 여행 갈 마음이 나지 않는다. 겨울 바다는 낭만 이전에 추위가 걱정되고, 유명하다는 풍경도 황량할 것만 같다. 겨울 여행의 대표는 스키장과 겨울산 그리고 온천. 그중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은 역시 온천여행이다. 게다가 겨울에는 보기 힘든 꽃 식물원까지 있다고 해서 아산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동시통역사 이계화 씨(27)와 웹디자이너 최호정 씨(27)는 고등학교 때 함께 미술학원을 다녔던 십년지기 사이. ‘여행’은 ‘휴식’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두 여자는 체험 여행보다는 휴양 여행을 선호한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이면 갈 수 있고 온양온천으로 유명한 아산. 테마파크형 온천인 아산스파비스는 그녀들이 전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서해대교를 넘으며 바다는 덤으로 볼 수 있다. 총길이 7,000m가 넘는 서해대교를 건너면서부터 부쩍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서해대교 중간에서 바다에 떠 있는 행담도 휴게소를 발견. 잠시 쉴 겸 둘러보고 싶은 생각에 차를 멈췄다. 휴게소는 육지로 들어가는 여행객에게 잠시 멈춰서 바다를 감상하고 가라고 종용하는 듯하다. 이제 다 왔다. 10분만 더 가면 아산이다.
송악 IC로 나와 삽교호 드라이브 코스를 찾다가 삽교호 관광지로 들어갔다. 관광지라고 해서 뭐가 있을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횟집만 즐비하다. 그 옆으로 거대한 함정이 눈길을 끈다. 드라마 <태양 속으로>와 영화 <블루> 등을 촬영했던 곳이란다. 주차료도 낸 김에 그냥 나가기 아까운데다 군함 안을 구경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큰맘 먹고 입장료 5,000원을 내고 함상공원에 들어갔다.
실제 군함이지만 지금은 테마파크가 된 은퇴한 함정 두 척이 유유히 바다 위에 떠 있다. 여자들은 마냥 신이 났다. 해병대의 거처였던 군함에 들어와본 건 처음이다. 철모를 쓰고 거수 경례도 해본다. 군함이 생각했던 것보다 꽤 크다. 군함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도 색다른 느낌이다. 멀지 않은 곳으로 서해대교도 바라다 보인다. 40~50분 가량 군함을 구경하고 세계꽃식물원으로 물어물어 차를 몰았다.
그리 춥지 않은 날씨인데도 식물원으로 들어서자 마음까지 포근해진다. 실내는 15~20℃를 유지한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꽃향기도 진해진다. 백합향은 그야말로 천국의 향기. 얼마 만에 맡아보는 꽃향기인지 모르겠다. 사계절 번갈아 피는 꽃으로 식물원은 늘 만개한 꽃이 가득이다. 겨울꽃축제 중인 지금은 2,800여 종의 꽃이 시샘하듯 각기 향기를 내뿜고 있다. 꽃을 손바닥에 놓고 털면 달착지근한 물이 나오는 ‘브라질 아부틸론’은 고급 샐러드용으로 쓰이는 넝쿨꽃. 꽃넝쿨 안을 걸어가는 기분이 공주라도 된 듯하다. ‘나의 마음은 불타고 있습니다’라는 꽃말이 이색적인 포인세티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꽃, 벌을 유혹하기 위해 녹색 잎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꽃으로 위장한 그 모습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계화 씨는 다음엔 남자친구와 다시 한 번 식물원을 찾겠다며 벼른다.
두 여자는 점심으로 꽃비빔밥(5,000원)을 먹기로 했다. 보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색깔이 화려한 꽃비빔밥에는 나물이며 고추장, 참기름까지 들어가는데, 차마 비벼 먹지를 못하겠다. 아무리 살살 비벼도 꽃잎이 바스라진다. 그래도 맛있게 한 그릇 뚝딱! 꽃향기에 취한 여자들은 꽃들이 꽃을 먹는다고 장난도 쳐본다. 식물원 끄트머리에서는 꽃으로 손수건을 염색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꽃잎을 넣고 반으로 접은 광목천을 숟가락으로 뚝딱뚝딱 두들겨 대면 어느새 천에 물이 든다. 그럼 다음 착색제에 담가 말리기만 하면 된다. 둘도 없는 꽃 손수건이 되는 것이다. 꽃 손수건까지 하나씩 만들어 손에 쥐니 거참 뿌듯하다.
당진항 드라이브 그리고 와인 한잔
원래 일정은 스파비스로 직행할 계획이었지만 이런, 호정 씨가 휴대전화를 함상공원에 두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 휴대전화부터 찾았다. 그러고 나니 스파비스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주위 식당과 공원 직원에게 물어 당진항 드라이브 코스를 찾아냈다. 온천욕 일정은 내일 아침으로 미루고 드라이브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침 시간도 해 질 녘이 되어 운이 좋으면 바다와 함께 멋진 일몰을 기대할 수 있었다.
석문교를 넘어 석문방조제까지 쉬지 않고 차를 몰았다. 해가 뜨고 지는 걸 모두 볼 수 있다는 왜목마을까지 가볼 참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이 걱정이다. 초행길이어서 야간 운전은 위험할 것 같아 반까지 온 걸로 만족했다. 석문방조제에 이르자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이쪽은 석문호, 다른 쪽은 당진항이다. 석문호는 얼어 있고 바다는 변함없이 출렁거린다.
일몰을 기다리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나 둘 눈발이 날린다. 하늘도 한껏 분위기를 맞춰 주는 것이다. 안개가 많이 끼어 아쉽게도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드라이브 길이다.
조개구이를 좋아하는 계화 씨의 성화에 저녁은 조개구이로! 오는 길에 삽교호 관광지에 늘어선 조개구이집에서 한 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객지의 밤을 즐겼다. 4만원 모둠 조개구이 한 판이면 여자 둘이서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다.
3만원짜리 작은 모둠을 주문하고 칼국수로 배를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 센스 있는 호정 씨가 이미 와인을 챙겨온 터라 2차는 숙소에서 하기로 하고 일어서는데 아뿔사! 스파비스 근처의 영인산휴양림에 전화를 걸어보니 예약이 다 찼단다. 평일인데다 겨울이라 당연히 방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예약도 안 하고 마음놓고 온 게 실수다. 근처 스파비스에 숙소가 없다 보니 가까운 휴양림에 사람이 몰렸다고 한다.
스파비스 근처에는 모텔만 있다고 해서 콘도촌이 형성된 도고온천 쪽에서 방을 잡기로 했다. 다행히 콘도 쪽은 방에 여유가 많았다. 이왕 콘도에서 묵는다면 도고온천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시설 좋은 콘도에서 묵기로 했다. 겁먹었던 것보다는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집처럼 편하게 샤워도 했다. 트렁크에서 레드 와인을 꺼내고 계화 씨와 호정 씨는 그간의 묵은 수다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른다. 집에 가야 할 부담도 없으니 시계도 보지 않고 오랜만에 해방감을 만끽한다.
▒ 시행착오를 거친 후 두 여자가 추천! 최적의 동선, 최적의 코스
1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해대교를 건너자마자 송악 IC로 나온다. (서해대교 건너기도 여행의 한 코스)
2 아산으로 바로 넘어가지 말고 당진항 왜목마을 가는 길 방조제 드라이브(왕복 1시간 코스). 드라이브 코스 중간중간에 있는 포구에 들러봐도 좋다. (포구에서 회로 점심식사)
3 다시 아산 방향으로 되돌아와 삽교호 관광지의 함상공원 관람.
4 삽교천 방조제를 지나 아산온천 관광지로 이동해 아산스파비스에서 온천욕.
5 영인산자연휴양림에서 숙박(성수기와 비성수기 가격차가 없고 저렴하다. 하지만 평일이라도 예약 필수. 예약은 한 달 전부터 가능).
6 아침에 일어나 자연휴양림에서 산책을 하거나, 활동적이라면 눈썰매를 잠깐 타보는 것도 좋다.
7 도고온천 방향으로 내려가 세계꽃식물원 관람.
8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외암리민속마을로 이동한다(꼭 들러야 할 곳 목록에서 빼놓아도 좋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들르는 정도). 서해안고속도로를 탈 계획이라면 추사 고택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9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방방곡곡 > 충청남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안 신진항 안흥유람선 신진도 (0) | 2008.01.12 |
---|---|
공주 산성동-공산성 산성시장 (0) | 2008.01.12 |
서산 603번지방도 고파도 (0) | 2008.01.04 |
보령 607번지방도 독산리 홀뫼해수욕장 비체팰리스스파 (0) | 2008.01.04 |
태안 96번국지도 당암리굴밥집 (0) | 2008.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