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남해군 이동면 - 77번국도 호구산군립공원
호구산
남해읍내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노라면 호구산 정상부의 실루엣이 간혹 머리를 내민다. 그 모양새는 원숭이가 동편을 향해 앉아 있는 것과 흡사해서 주민들이 부르는 호구산의 원래 이름은 납산, 혹은 납 ‘원(猿)’ 자를 쓴 원산이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猿山’(원산)으로 표기돼 있다. ‘납’이란 원숭이의 옛말로, 잔나비란 말도 납에서 온 것이다.
호구산은 지형도에는 산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송등산, 괴음산 등 산군을 엮어 호구산으로 대표되는 ‘호구산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남해읍 이동면에 솟은 호구산은 남해의 산꾼들이 외부에 알리기를 꺼릴 만큼 아름다운 산으로 소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 수림이 울창하다. 그래서 호구산을 등산하고 나면 다시 한 번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오랜 시간 걸을 때, 등산할 때 솔잎을 씹으면 갈증이 나지 않고 피로 회복에도 좋다.
월포.두곡해수욕장이 발아래 펼쳐져 있어 남해바다의 수려함을 즐길 수 있을 뿐아니라 호구산에 올라 삼림욕도 겸할 수 있어 가을에는 겨울바다여행 겸 산행맛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남해읍에서 남쪽 약 3km 지점의 19번 국도변에 ‘낙가사 입구’란 갈색 팻말이 뵌다. 이 길로 우회전해 400m 남짓 달리면 당너머고개로, 낙가사 비석을 정면에 두고 왼쪽에 공원묘지 입구 팻말이 서 있다. 이 팻말 옆길로 들어가 1km 남짓 콘크리트 포장길을 오르면 남해한우혈통단지 입구다. 이곳에 차를 대고 산행을 시작한다. 한우단지 옆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관리사가 있는 끝까지 올라가면 우측으로 리본이 여럿 달린 등산로 입구가 나선다.
괴음산정 이후 500m 지점의 어느 봉우리 위에서도 왼쪽 마을 방면으로 갈림길이 나 있다. 괴음~송등~호구산 세 산봉을 연결하는 능선이 아늑한 분지형을 이룬 다정리 마을쪽에서 올라오는 길들이다.
갈림길목에서 오른쪽 넓은 길로 들어 안부로 내려섰다가 오르자 밧줄이 쳐진 바윗길이 나선다. 이제 비로소 남해 사람들이 은근히 자랑하는 전망좋은 구간으로 접어든 것이다. 잡목이 거웃처럼 드문드문 자란 바위능선은 거대 암릉으로 웅장하게 일어선 것은 아니지만 시원스레 주위 풍광을 둘러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날이 흐려지며 좌우의 바다는 부연 잿빛 톤을 띤다. 만 건너엔 희뿌연 이내 위로 몇 개의 산릉이 신기루처럼 떠올랐다.
▲ 송등산 정상 전의 암릉. 괴음~송등~호구산 능선길엔 안내판이나 밧줄이 요소마다 설치돼 있다.
바윗길이지만 완경사여서 발길이 편안한 능선을 따라 곧게 동쪽 저편 함지박을 엎어놓은 것 같은 정상 암부를 향해 걸었다. 너덜과 대문같이 벌어진 장방형의 바위 사이도 지났다. 남쪽으로 남면 두곡 마을 방면의 하산길이 갈라지는 지점엔 ‘↑염불암, 정상↓’ 팻말이 서서 헷갈리게 한다. 이 팻말의 ‘정상’은 호구산이 아니라 지나온 송등산정을 말한다. 용문사로 내려가는 갈림길목을 그대로 지나쳐 300m쯤 가면 또한 용문사 방면의 하산길이 갈라지는데, 여기엔 용문사 부속암자인 ‘염불암→ ’으로 표기돼 있다.
봉수대 동쪽 20m 지점의 암반에 세워진 정상표지석엔 호구산이 아니라 ‘납(猿)산’으로 새겨 넣었다. 아무튼 20~30명도 너끈히 쉬어갈 수 있을 만큼 정상 암반은 넓고 사방 조망이 좋다. 다도해의 섬무리가 바라뵈는 시선의 각도가 편안하여 또한 좋았다.
▲ 1 돗틀바위봉 정상. 저 멀리 잿빛 하늘이 투영된 사천만 가운데의 바다가 뵌다. 2 송등산 정상. 넓고 평평하고 주위 조망도 좋다. 3 호구산에서 사천만 건너 바라본 사천 와룡산. 4 돗틀바위 하산길. 이후 한동안 재미있는 기암릉이 이어진다.
정상표지석 바로 옆 소나무 아래로 내려선 다음 장방형의 바윗돌을 정수리에 얹은 진양 하씨 집안 무덤을 지나 우뚝한 바위봉 위에 올라섰다. 돗틀바위라고 부르는, 그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한 암봉 위다.
바라보는 맛뿐 아니라 이곳 돗틀바위에서 길게 내리뻗은 멋진 암릉을 타고 내려가는 재미는 서울 근교의 암릉길 어느 한 구간인 듯 시간을 잊게 했다. 호구산이 그나마 군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암릉이 뵈는 준수함 덕분일 것이다.
남해군의 해안선은 짙푸른 바닷물과 크고 작은 섬, 모래사장, 유유히 떠가는 어선, 짙은 실루엣을 드러내며 바다를 장식하는 방풍림 등으로 그림 같은 절경의 연속이다. 그래서 ‘일점선도(一點仙島) 남해’라 불러왔다. 혹은 보물섬이라고도 하는 소이는 자연경관지의 밀도가 유달리 높기 때문이다. 월간산 461호 안중국 차장
용문사는 미륵이 탄생하여 맨처음 몸을 씻었다는 용소마을 위쪽의 호구산 계곡에 호젓하게 자리잡고 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금산에 보광사를 짓고, 뒤에 호구산에 첨성각을 세우고 금산에 있던 보광사를 옮겼다고 한다.
전국 3대 지장도량의 하나로 불리는 용문사의 독특함은 천왕각의 사천왕이 짓밟고 있는 양반과 탐관오리이다.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권력을 탐하지 않고 오직 민초들의 곁에 있고자 했던 용문사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용문사는 남해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절이다. 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수많은 용조각이 새겨진 대웅전, 용화전에 모셔진 화강암으로 된 고려시대의 용문사석불, 조선 인조때의 시인 촌은 유희경선생의 촌은집책판 52권을 비롯하여 문화재자료 천왕각, 명부전이 있다.
또한 문화재로는 지정되지 않았지만 임진왜란때 승병들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총구가 세 개인 삼혈포와 용문사가 호국사찰임을 표시하기 위해 숙종이 하사한 수국사금패, 궁중매듭 번 등이 용문사가 자랑하는 문화재이다. 용문사의 산내 암자로 백련암과 염불암이 있다. 특히 백련암은 수행처로 이름나,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인 용성스님,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석우스님, 성철스님이 머문 곳으로 유명하다.
용문사 일주문을 지나 곧장 난 넓은 길을 따라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면 백련암에 이어 염불암까지 이어진다. 염불암 오른쪽 대숲 속으로 난 등산로로 접어들어 송등산 방면 갈림길목을 지나 계속 가파른 숲지대를 오르면 능선 위(정상 전 500m 지점) 삼거리에 다다른다. 괴음~송등~호구산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등 개념도와 잘 비교하며 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찾아가는 길 미조항을 출발해 초전 삼거리에서 좌회전. 19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이동면 신전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024번 지방도를 따라 남면 방향으로 들어간다. 약 1.7km 지점이 용소리. 길 오른쪽으로 용문사 오르는 이정표가 있다.
남해에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멋진 펜션이나 호텔, 모텔들이 많다.
카리브모텔 창선면 서대리. 전화 055-867-6622.
양화금 마을민박 산동면 동천리 양화금 마을. 전화 011-511-2148.
홍현리 향토휴양촌 앵강만의 일출이 뵈는 해변가 둔덕 비탈에 세워진 17동의 황토벽집촌. 전화 019-524-6242.
설흘산 민박촌 남면 홍현리. 각 실마다 바닥까지 대형 유리창을 내서 바다가 훤히 내려다뵘. 전화 055-863-0848.
해돋이펜션 앵강만의 일출이 뵈는 해변가 둔덕 비탈에 위치한 숙박업소. 가파른 비탈면에 층을 이루어 동마다 독립성이 높다. 동마다 바로 옆에 식탁을 마련해두어 호수 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앵강만 바다를 바라보며 지낼 수 있다. 특히 일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7, 15, 20, 28평형이 있으며, 성수기엔 7만~30만 원, 비수기엔 5만~25만 원 받는다. 전화 055-862-6877.
맛집
미담 남해군청 옆 한정식집으로 남해도 특유의 풍부한 해산물로 이루어진 상차림은 늘 서울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사장 문찬일씨는 ‘맛 이야기’란 뜻의 업소명 미담(味談)에 어울리게 남해에 해박한 이야기꾼이다. 전화 055-864-2277.
우리식당 삼동면 지족리 창선교 남쪽에서 30년간 식당을 해온 집. 멸치쌈밥은 전국적으로 이름나 있다. 직접 담근 된장과 막걸리 식초로 맛을 낸다. 3, 4월엔 멸치와 더불어 꼴뚜기의 일종인 ‘호르기’가 별미라고 한다. 전화 055-867-3399.
해(海)사랑 전복마을 미조면 답하리의 전복요리 전문점. 육질이 부드러운 고급 참전복을 양식해 쓴다. 전화 055-867-7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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