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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종로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by 구석구석 202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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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촌화랑

거리에도 명불허전의 고전이 있다. 가회동, 재동, 계동 인근의 한옥마을을 아우르는 북촌의 거리가 그렇다. 금호미술관에서 옛날 총리공관 방면으로 이어지는 큰길과 풍문여고에서 아트선재센터로 이어지는 작은 길, 그리고 한옥마을로 굽이진 작은 골목길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예스러운 멋이 있는 데다 예술적인 분위기까지 풍긴다. 

서울의 문화 플랫폼 북촌에 어스름이 내릴 무렵 화랑과 화랑 사이에, 골목과 골목 사이에 낮 동안에는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풍경들이 멋스럽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곳의 거의 모든 건물과 거리가 풍경이 되고 또 작품이 되는 시간이다.

 북촌의 3가지 산책길

북촌마을을 대표하는 큰 길로 왼편으로는 경복궁 돌담길이, 오른편으로는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소문난 레스토랑들과 와인바, 작은 북 카페 등이 들어선 이 거리는 골목과 계단, 담벼락의 조화만으로도 멋진 예술작품이 된다.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 관람 코스이자 산책로다.

아트선재센터를 등지고 정독도서관을 지나쳐 걸어가면 조용한 주택가와 현대적인 화랑들이 조화를 이룬 아늑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첫 번째 산책길이 다소 번잡하고 동선이 긴 듯하다면 이 길로 방향을 잡아 보라. 오래된 골목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재동초등학교를 지나 가회동 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면 된다. 1시간 소요.

풍문여고에서 아라리오 미술관을 거쳐 아트선재센터로 이르는 길. 차로는 좁지만 양옆으로 잘 닦인 인도 덕에 걷기에는 그만이다. 풍문여고 외에 덕성여중 · 고가 나란히 마주하고 있으며 싸고 맛있는 분식점과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동시에 북촌의 아늑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멋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30분 소요.

지붕 맞댄 한옥 사이 골목길의 낭만,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북촌한옥마을도 한나절 한옥체험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재건축 바람 속에서도 9백20동 남짓의 한옥이 옹기종기 남아 있어 6백 년 역사의 서울의 나이를 읽을 수 있다. 북촌 명소 대부분은 골목길에서 들어가 있어, 깊은 맛을 보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북촌 둘러보기는 현대건설 사옥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북촌문화센터’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먼저 가회동 31번지 코스로 재동초등학교 위쪽에 있는 가회동성당 옆길로 올라가다보면 천연염색과 전통매듭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하늘물빛(02-741-6352)’이 나타난다. 정독도서관 옆 오원 장승업의 집터에 자리 잡은 ‘작은 차 박물관(02-737-5988, 찻값 포함 관람료 1만원)’은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차와 다기, 고미술품을 모아둔 곳.

가회동 11번지 코스에선 불교미술박물관(02-766-6000)이 눈에 띈다. 미술관을 나와 창덕궁 길을 걷다보면 예부터 귀한 식물로 여기던 검은색 대나무 반죽으로 만든 오죽장을 구경할 수 있는 ‘오죽공방’, 활 만드는 ‘각궁공방’을 만나게 된다. 또한 진귀한 궁중음식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궁중음식기능보유자 황혜성의 ‘궁중음식연구원(02-3673-1122)’이 공방들과 맞닿아 있다.

북촌에는 하룻밤 묵으면서 한옥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네 곳 있다. 한복도 입어보고 붓글씨도 직접 써볼 수 있다. ‘서울게스트하우스(02-745-0057)’와 한옥생활체험관 ‘우리집(02-744-0536)’ 그리고 ‘안국게스트하우스(02-736-8304)’는 2만~3만원의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락고재(02-742-3410)’는 숙박과 아침식사를 포함해 1인당 15만원이다.

/ 문의: 서울시 북촌문화센터 02-3707-8388

 

한국불교미술박물관 02 766 6000

늘 곁에서 보아 오던 것이면 그 가치를 잊는 법이다. 우리의 옛 역사·전통을 알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유산들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외국으로 대량 유출되던 시기가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부부가 사재를 털어 전통불교미술품을 사들였다. 탱화, 불상, 석탑 등등…적지 않은 미술품이 쌓여갔고, 이들은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20여 년간 수집해온 소장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때가 1993년,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 개관한 해다.

종로 3가의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노라면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 있다.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것이 작은 앞마당 곳곳에 서있는 석탑과 석상. 수려하게 빠진 낙수부가 돋보이는 통일신라시대의 3층 석탑, 장중하고 소박한 멋이 있는 고려시대의 7층 석탑이 현대적인 박물관 본관과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박물관 본관에 들어서면 바로 제1전시실이다. 다양한 기법으로 그려진 불화들은 거의가 조선시대 작품. 억불숭유정책으로 어느 시기보다 불교가 위축됐지만, 불교미술문화가 가장 찬란하게 꽃핀 때가 조선시대라니 아이러니하다. 갖가지 색채를 사용한 탱화들, 화려하게 도금된 불상들이 조선시대 불교미술의 융성을 증명하는 듯했다.

2층의 제2전시실에는 이 박물관의 가장 ‘유명인사’인 의겸등필수월관음도가 있다. 이곳의 수월관음도는 길상초를 깔고 반가좌로 앉아 신비한 미소를 띤 관음보살을 그린, 독특한 화법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보물 1204호로 지정돼 있는 이 그림은 1998년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실 개관기념 출품작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아이들의 눈길을 끌만한 아기자기한 형상의 나한상과 세월의 때가 켜켜이 쌓인 불상들이 눈길을 끌었다.

 

도심속 고요한 쉼터, 연암다원

미술품들을 찬찬히 감상하고 나오면 미술관 옆 ‘연암다원’이라는 팻말을 단 작은 목조건물로 발길이 절로 간다. 연암다원은 분위기 있는 실내 인테리어와 감은사 종가에 비전된 솜씨의 차맛으로 유명해 많은 이들이 찻집만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냉대추차 등 직접 담근 전통차들이 5,000원 내외.

고종황제의 어의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에 일본 근대가옥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작은 규모의 독립된 공간이 편안한 쉼터로서 부족함이 없다. 2층은 낮은 천장에 다다미방의 전형적인 일본 다실로 꾸며져 정기적으로 다도강좌가 열린다.

도심 속 작은 정원, 신라 때부터 조선까지의 불교미술사를 가둬 놓은 곳. 한국불교미술관에 가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작품들의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더불어 구수한 전통차까지 한잔 곁들인다면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가회박물관 02 741 0466

2002년 문을 연 가회박물관은 민화 400여점, 부적 700여점, 무신도 200여점, 그 밖의 서적 및 민속자료 300여점 등 총 1600여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기간을 정해 테마별로 전시전을 개최하고 있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나주 동원사에서 공수해 온 녹차가 제공된다. 한옥 전시실 바깥의 ‘부적체험코너’에서는 부적을 찍고 귀면와를 탁본할 수도 있다. 가회박물관은 연중무휴 오전10시~오후6시까지 개관하며, 입장료는 일반 3,000원, 고등학생 이하 2,000원이다.

 

티베트박물관

히말라야의 신비로움으로 채워진 작은 피안

하늘 아래 가장 높은 땅을 밟고 사는 순수함의 나라 티베트. 히말라야에 둘러싸인 채 신비로운 기운을 가득 안고 있는 이곳은 세계의 많은 이들이 한번쯤 동경해 마지않는 땅이기도 하다. 지구의 어떤 곳과도 비교되지 않는 이곳의 독특한 문화.

직접 티베트를 찾지 않더라도 티베트인들의 삶과 문화를 느껴 볼 수 있는 곳은 의외로 서울의 도심, 종로의 어느 골목 어귀에 자리하고 있다.

종로구 소격동 정독도서관 앞 주택가를 지나쳐 가다 보면 유독 화려한 색감으로 단장한 작은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티베트박물관. 10년전 티베트를 방문한 뒤 그 문화에 흠뻑 빠져버린 신영수 관장이 지금껏 수집해온 티베트의 유물과 불교 미술품, 복식을 포함한 생활 소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1천3백여점에 이르는 소장품들을 번갈아가며 3백∼4백여점씩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불교적인 색채가 짙은 기존의 티베트 관련 박물관들과는 달리 종교와 서민들의 문화 모두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 17세기 금동 라마상과 15세기의 지금강불(금강계 밀교의 근본불)상 등은 물론, 둥글고 편평한 창이 독특한 티베트인들의 모자, 사냥도구, 차 공양기, 버터 기름으로 밝히는 수유등, 단출하면서도 제법 멋을 부린 구슬 머리 장식 등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라마 불교와 토속 신앙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는, 가장 ‘티베트스러운’ 진품 유물들을 빼놓을 수 없다. 경전을 넣어 돌리는 마니차, 화려한 술을 늘어뜨린 라마승의 의식용 법의, 부적이나 기도문을 넣고 목에 거는 작은 통 가우, 라마불교 의식에 사용되던 구리 거울, 16세기에 만들어진 금동 초르텐(작은 불탑) 등이 그것들이다. 하나같이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장식이 지극했던 그들의 신앙심을 쉽게 알아차리게 한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전시품 하나. 티베트 양식을 충실히 보여주는 듯 1층 전시실 천장 쪽에 부적들을 일렬로 늘어뜨려 놓고 있다. 원색의 종이에 주문을 적어놓은 부적들은 그 자체로도 썩 훌륭한 예술품이 되어주고 있다.

비록 작은 공간에 마련된 티베트의 삶과 문화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해 박물관에서는 국화차 한잔을 기꺼이 대접하는 따듯함이 있다. 1층 전시장 한가운데 마련된 원목 테이블에서 향기를 마시며 티베트의 정취에 젖어보자. 도심에서 즐기는 또 하나의 색다른 여행이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문의 02-735-8149

맛집/주변볼거리 티베트 박물관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아트선재센터가 위치하고 있어, 매번 기획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을 접할 수 있다. 김영진 작품전이 내년 1월까지, 12월4일부터 8일까지는‘한국영화전성시대’라는 주제의 영화제가 시네마테크에서 열린다. 아트선재센터는 아늑한 분위기의 갤러리 카페와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한데, 1층에 자리한 인도요리 전문 레스토랑 DAL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모스그린과 봄베이 핑크 색조가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인도 최고 호텔 출신 요리사가 선보이는 인도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 자료 - 여성동아

 

비즈니스 마인드를 읽는 레스토랑 <애프터 더 레인>

딱딱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미팅이나 유흥업소를 전전하는 술 자리가 아닌 색다르면서도 편안한 접대 방법은 없을까.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자연스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음식 맛까지 한술 더해진다면 비즈니스는 분명 성공의 문턱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삼청동에 새로 오픈한 ‘After the Rain’ 2호점은 젊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청담 1호점에 비해 점잖고 격조 있는 컨셉트. 파이낸스계와 외국계 기업이 몰려 있는 광화문 인근을 고려한 마케팅이다.

그러나 이곳의 분위기는 다분히 계산적이라기보다 비 온 뒤처럼 엑조틱한 청량감이 배어난다. 색다른 미감의 전통 타이 음식, 고요하고 정적인 서비스 그리고 은밀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분위기. 상대에게 당신을 기억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다. 우리나라에는 정착되지 않은 아페리티프 문화(식전에 간단한 음료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시간)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입구에 그리팅 바가 마련되어 있고, 2층과 3층은 룸으로 구성되어 있어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에 좋다.

특히 3층의 VIP 룸은 호스트가 손님의 취향을 배려해 직접 음악을 고를 수 있는가 하면 편안하게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화장실까지 따로 마련돼 있어 귀한 손님맞이에 알맞은 공간이다. 한 끼라도 식사를 함께한 사람끼리는 쉽게 친해지는 법. 게다가 맛있는 음식은 긴장감을 늦추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하는 게 사실이다.

타이 음식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에스닉 푸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 요즘엔 고수 같은 강한 향신료의 적당한 배합이 오히려 실패의 확률을 낮추기도 한다. 특히 해산물과 닭고기 메뉴가 특기인데, 타이에서는 거의 반찬으로 먹는 것들이라 우리식으로는 여러 가지 요리를 나누어 먹으면서 밥을 곁들이는 형식이 좋다.

[Infomation]

전화: 02-730-2051, 영업시간: 12:00~15:00 18:00~22:00, 예약: 가능 주차: 가능(대리 주차), 메뉴:  코스요리 3만7000~5만9000원, 단품요리 1만~3만원 (부가세 10% 별도) 위치: 종로구 사간동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창덕궁 방향으로 50m 직진, 좌측

겉은 한옥, 속은 첨단장비 갖춘 북촌치과
서울 가회동의 북촌 한옥마을 입구의 한 한옥에 ‘이해박는집(이 해서 박는 집)’이란 간판이 걸려 있다.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환(53)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원장으로 있는 북촌 e-믿음치과였다.

 한옥 문은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 자동문이었다. 한옥 안으로 들어서자 방안에 있는 치과 진료용 덴탈 체어가 눈에 들어왔다. 덴탈 체어는 치료 중 이의 모양을 찍어 바로 환자 눈앞에 설치된 LCD 디지털 화면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갖춘 최신 장비였다. 겉은 한옥이지만 속은 디지털 엑스레이실, 임플란트 수술실 등 첨단 장비를 모두 갖췄다.

2005년 11월 개원했을 때만 해도 주위에서 ‘한옥 치과가 성공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치도 한옥이 밀집한 주택가여서 상주 인구가 적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멀리서도 환자가 찾아오고 있다. 김 원장은 “원래는 한옥 두 채로 시작했는데, 손님이 늘어 한 채를 더 늘려 대기공간 겸 갤러리로 쓰고 있다”며 “‘한옥’이라는 이야기를 만드는 매개체가 없었으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엔 서울 성북동에 두 번째로 ‘한옥 치과’의 문을 열었다. 성북동에는 마당이 있어 ‘한국의 정원’을 주제로 야생화를 심었다.

 간판인 ‘이해박는집’부터 환자들에겐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가 된다. 김 원장은 간판의 유래에 대해 환자들에게 손수 설명을 해주곤 한다. 치과 외벽에는 1926년 6월 10일 순종의 인산일(장례일)에 찍힌 한 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에는 ‘이해박는집’이란 간판이 선명하게 나온다. 김 원장은 “우리 선조들이 치과를 현재의 ‘임플란트’의 의미인 ‘이해박는집’이라고 불렀다는 증거다”며 “전통을 지키는 북촌 한옥마을 입구에 옛 이름을 찾아 붙인 의미를 설명해 주면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인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2008.10 방현철 기자

 

옛 이야기 차곡차곡… 낡은 물건이 좋더라 / 삼청동 골동품 숍 탐방

스포츠조선 김신영 기자

할머니 냄새 같은 기억의 향기가 묻어나는 골동품. 친하게 지내고 싶어도 수천 만원을 오르내리는 ‘못된’ 가격에 부담부터 팍팍 간다. 그럼에도 삼청동 골목골목 골동품 가게가 하나 둘 늘고 있는 까닭은 먼지 쌓인 물건 사이를 누비는 눈요기만으로도 뒤죽박죽 머릿속이 차곡차곡 가라앉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 혹은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골동품들을 공수해오는 가게 ‘주인장’들은 쑥스러운 듯 가게 문을 연 ‘초심자’들이 “그냥 구경만 하려고요…”라고 쭈뼛대도 기꺼이 오래된 물건들의 사연과 특성을 설명해준다. 최고로 트렌디하다는 ‘빈티지(vintage)’에 대한 안목과 지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구경만 해도 재미있고, 사연을 알면 더 정감이 가는 오래된 물건들을 찾아 삼청동 구석구석을 산책해보자.


고미술(古美術) 유심재 02-3210-1122 / www.sino-KoreaArt.com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소더비, 크리스티 같은 유명 경매장을 찾아 국외로 나간 우리 옛 물건들을 사러 다닌다는 정진호 대표의 컬렉션에 눈이 돌아간다. 한국의 고가구에 유독 관심이 많다는 정 대표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양한 모양의 소반과 옛 가구들이 흐트러진 듯 단정하게 손님을 맞는다. 구입하려고 치면 가격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전시에도 나가는 가구들이라 둘러보는 것만으로 작은 박물관을 감상한 듯한 기분이 든다. 다리가 긴 조선시대 호족반(虎足盤)은 약 400만원, 소더비에서 구입한 가야시대 토기는 약 300만원, 단청으로 칠한 예쁘장한 목(木)동자는 한 쌍에 약 400만원.

앤티크 고호(古好) 02-720-7672

1층만 구경한다면 이 흥미진진한 매장의 10%도 즐기지 못하는 셈. 지하로 내려가는 순간 두 개의 방으로 나눠져 꽉꽉 들어찬 이국적인 골동품들이 손님을 맞는다.

인도에서 신성시하는 ‘나가 무늬’가 새겨진 100여 년 전의 나무 창틀(약 350만원), 독특한 표정의 미얀마 불상(약 400만원), 안에 나무를 대고 통가죽으로 겉을 덧댄 티베트의 상자(약 250만원) 등 아시아 곳곳에서 구해온 골동품들이 많아 ‘글로벌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에 30만~40만원정도 하는 고려청자 찻잔처럼 한국 물건도 꽤 있다.

레트로스펙스 02-725-3815

오직 앤티크 안경만을 취급하는 아주 작은 가게여서 무심하게 걷다 보면 놓칠 지도 모른다. 1870~1970년쯤 손으로 직접 만들어진 안경들이 흰 벽을 배경으로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뿔테를 제외한 안경테들은 모두 12K 금으로 만들어졌는데, 수공업으로 정성스레 제작한 것들이라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안경테 가격은 비싼 것은 천만원이 넘을 정도로 충격적인 고가다. 주인의 개인 사정 때문에 한시적으로 예약제(011-9636-3815)로만 문을 여니 안타깝지만, 통유리에다 가게 조명을 환하게 켜놓고 창가에 잘 보이게 안경들을 배치해놔서 구경하는 재미는 꽤 있다.

오래된 향기 02-736-3957 / www.bomulgun.com

점치는 나뭇조각이 함께 들어있는 한글 점술책 '만보오길방'

방금 할머니 방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재미있는 물건이 가득하다. 오래된 간장이 결정체처럼 굳어진 간장단지, 한국전쟁 당시 쓰이던 통신선으로 만든 장바구니, ‘삼천대지 무궁화’라고 수놓은 액자 같은 전시용 작품부터 ‘엘리트 브랜드’라고 쓰인 하모니카(1만원), 텅텅 소리 날 것 같은 알루미늄 옷 보관함(8만원) 등 판매용 제품까지 생활 속 낡은 물건이라면 없는 게 없어 보인다. 스스로를 ‘고물쟁이’라 부르는 소박한 인상의 이경애 관장이 ‘보물건(보물과 물건을 합친 말)’에 관해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아름다운 생활 02-736-0911

삼청동에서 아트선재센터로 가는 작은 골목에 최근 개성 있는 숍들이 많이 들어섰다. 그 중 ‘아름다운 생활’은 구기터널 부근서 민속박물관을 하던 신영선 사장이 약 1년 전 문을 연 골동품 가게다. “자리 잡고 손님들과 신뢰를 구축할 때까지는 저렴하게 팔려고 한다”는 그의 말마따나, 비교적 가격이 싸다. 깨진 자기나 화살 촉, 엽전 같이 아기자기한 골동품이 많은데 대학에서 빌려다 교육자료로도 쓴다니 신 사장께 내력 설명을 부탁하면 역사 공부하는 재미까지 있겠다. 고려청자 20만~30만원 정도, 장 담가도 될 만큼 커다란 조선시대 항아리 30만원 정도.

 

윤씨고가구 02-733-7415

고가구를 가져가면 너무 새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 고쳐주는, 35년 된 고가구 수리 전문점으로 삼청동 일대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부근 한옥마을 등에서 고가구를 팔아달라고 위탁해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서 판매도 겸하고 있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옻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70~80년 정도 된 자개가 있는 삼층장을 수리할 경우 약 150만원, 자개가 없으면 130만원 정도인데 상태나 크기에 따라 가격은 크게 변하므로 미리 문의할 것.

 

골격은 그대로, 소품과 요리는 ‘컨템포러리’-오키친 02-744-6420 www.ofoodart.com

 “한옥의 가장 큰 장점은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멋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테리어가 화려한 청담동 일부 식당들처럼 손님을 주눅들게 하지 않죠.” 미국 뉴욕서 요리사로 활동하다 2001년 귀국해 ‘오정미 푸드아트 인스티튜트(연구소)’를 운영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오정미(45), 스스무 요나구니(57)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서울 가회동에 레스토랑 ‘오키친’을 열었다. 연구소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아울러 손님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합리적인 레스토랑을 만들자는 욕심도 있었다.

원래 옷 가게로 쓰였던 2층 한옥을 빌려 부부가 레스토랑으로 직접 꾸몄다. 대들보와 서까래 표면이 거칠고 비뚤어져 오히려 정감이 갔다. 노란 비닐 장판이 깔려있던 바닥은 마루로 바꾸고 알록달록한 꽃 벽지는 뜯어낸 후 흰 페인트를 칠했다. 의자, 테이블 접시 등은 연구소에서 쓰던 것을 갖다 놓아 새것이 주는 어색함을 피했다. 

창문에 말린 나뭇잎을 붙이고 부부와 학생들이 음식을 주제로 제작한 커다란 액자를 걸어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깃털과 철제 등으로 이뤄진 조명도 최대한 현대적인 것으로 골랐다.

오씨는 “연구소 학생들이 서빙을 하기 때문에 전문 웨이터·웨이트리스처럼 서비스가 똑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때문에 레스토랑은 이 같은 풋풋함을 이해해줄 수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회원제로 운영한다. 인터넷이나 레스토랑에서 가입 신청할 수 있고 회비는 없다.

오징어먹물 링귀니 1만4000원, 로스트 호박과 파마산 크리스피를 곁들인 샐러드 8000원, 그날그날 바뀌는 코스 요리(칠판에 ‘오늘의 메뉴’가 적혀 있다.) 3만5000~4만5000원선, 직접 볶은 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 3500원.

종로구 가회동170-3  궁연(宮宴) 02-3673-1104

서울의 관광 명소로 떠오른 궁중음식 전문점「궁연」.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국내외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 찾는 집이다. 「궁연」은 정통 궁중음식을 전수한 궁중음식연구원이 궁중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작년 12월 문을 열었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주방상궁이자 「조선왕조 궁중음식(중요무형문화재 38호) 초대 기능보유자인 한희순씨로부터 황혜성씨를 거쳐 現 한복려 원장에게 이어져 온 진어별미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홍시죽순채 / 월간조선

궁연의 메뉴는 「飮食拔記(음식발기)」와 「儀軌(의궤)」 등 궁중의 옛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한 것들이다. 「궁연」에서는 조선왕조의 궁중 식단인 찬안을 기초로 요즘 사람들의 입맛과 정서에 맞도록 찬품단자를 만들어 코스 요리로 내놓는다. 궁중음식은 맵고 짠 일반 한식요리와 달리 담백하고 싱거워 「웰빙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을 연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궁연」은 전통 궁중음식을 맛보려는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의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찬품단자의 하나인「長今晩餐(장금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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